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41화 (41/212)

41. 헌터 유격 조교-4

이승호 병장은 참호 밖으로 아웃된 상태.

이것으로 2분대의 주력 헌터는 김민준밖에 남지 않았다.

‘저놈들이 저번 참호 격투 때 1등 먹었다고 했지.’

확실히 기량이 다르긴 했다.

자신이 마기의 손아귀를 사용해 분대원들을 구했음에도, 머릿수가 비슷했으니까.

‘내가 스킬을 사용한 게 반칙은 아니지.’

그저 과격한 행동만 안 하면 될 뿐이었으니까.

다만, 참호 격투의 재미를 느끼기 위해 다른 스킬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김민준! 힘 좀 쓰는 것 같던데, 나랑 한번 남자답게 붙어 보자고!”

하사는 씨익 웃으며, 상의를 탈의했다.

‘왜 굳이 옷을 벗는 거야, 저놈은?’

김민준이 유유히 그에게 다가가던 사이, 참호 밖에서 3분대원의 언성의 높아졌다.

“우워어어어!”

“3분대! 3분대!”

“이기자아아아!”

“이대로 저놈만 밀어내면 우리가 이깁니다!”

아.

분대원들 사기 충전 뭐 그런 건가?

그렇다면, 나도 질 수 없지.

김민준도 이에 질세라 상의를 벗었다.

“김민준! 김민준!”

“김민준 병장님! 2분대의 클라스를 보여 주십쇼!”

그러자 2분대원들도 목소리를 높이며 그를 응원했다.

“워우… 저 자식 완전 실전 근육인데?”

“꺄악! 저기 두 분 몸 봐봐! 완전 대박!”

참호 밖에서 구경하고 있던 헌터들 역시, 상의를 탈의하고 있는 두 명에게 시선을 쏟았다.

손은서 또한, 아무 관심 없는 척 하면서 김민준의 몸을 힐끔거리며 바라보았다.

‘우와… 그런데 김민준 저놈 몸에 흉터 봐라. 어디서 전쟁이라도 하고 왔나?’

‘그러게. 몬스터가 할퀸 것 같은 자국은 뭐냐?’

하사 쪽이 근육의 크기를 키운 느낌이라면, 김민준은 근육을 꾹꾹 눌러 담아 압축해 놓은 느낌이었다.

“먼저 들어오십쇼. 선공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

“네가 아무리 뛰어나 봐야, 간부인 나한테 되겠냐? 이놈아.”

자신의 말에 하사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돌진해 왔다.

타앗!

하사는 김민준에게 힘겨루기를 유도하다가, 갑작스럽게 자세를 바꿔 그의 허리를 붙잡았다.

“내가 씨름 선수 하다가 왔거든? 네가 아무리 힘 스텟이 높아 봐야, 기술에 당해 낼 수 있겠냐?”

그의 허리춤을 잡은 하사는 승리를 예감했다.

‘밭다리 후리기 한 방이면 이놈도 끝이지. 내가 씨름 선수만 3년을 했다! 이 자식아!’

하사는 오른쪽 다리로 김민준의 오른쪽 다리를 밖으로 걸었다.

그 뒤, 김민준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이동시키며 참호 밖으로 던져 버리려 했다.

‘오. 씨름 좀 하는데? 씨름 선수하다 왔다는 건 진짠가 보네.’

김민준은 생각보다 수준 높은 하사의 기술에 감탄하며, 하체에 힘을 넣었다.

“뭐, 뭐야?”

하사는 무거운 쇳덩이를 드는 느낌에 당황했다.

이대로 던져 버리면 끝인데, 놈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방금 저한테 쓰신 기술, 이름이 뭡니까?”

“…밭다리 후리기다.”

“저도 씨름 기술 하나 아는 거 있는데, 사용해 드리겠습니다.”

“뭐, 뭐라고?”

김민준은 두 손으로 하사의 허리를 잡은 뒤, 그대로 참호 밖으로 집어 던졌다.

“어깨 넘어 던지기!”

“끄어어어어!”

하사는 그대로 참호 밖으로 날아가, 아웃되었다.

‘오, 역시! 이 느낌이지!’

이세계에서 신도들이랑 연습한 성과가 있잖아?

김민준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남은 상대편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기에 있는 하사님처럼 나한테 집어 던져질래, 아니면 곱게 기어 나갈래?”

“…나가겠습니다.”

압도적인 김민준의 힘을 본 3분대원들은, 그대로 참호 격투를 포기했다.

“미, 미친! 저기 하사님은 씨름 선수 출신이신데! 저 기술을 반대로 흘려 버린다고?”

“아니, 그냥 집어서 냅다 던진 거 같은데?”

“3분대가 저렇게 진다고?”

의외의 결과가 나오자, 참호 밖에서 구경하던 헌터들은 충격받았다는 얼굴로 김민준을 쳐다보았다.

“2소대 2분대 우승!”

“우아아아아!”

김민준이 참호 밖으로 나오자, 분대원들이 엄지를 척 추켜올려 주었다.

“김민준 병장님! 방금 봤는데 개쩔었습니다.”

“이런 미친! 간부를 저렇게 쉽게 이겨 버린다고?”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것도 잠시.

“다들 자리로 돌아가라! 참호 격투도 훈련이다!”

“악!”

교육 대장의 일갈로 인해, 들뜬 분위기는 금세 사그라들었다.

“자! 이대로 참호 격투를 계속 진행하겠다!”

참호 격투는 계속 진행되어, 결승전은 2소대 2분대와 손은서 상병이 속한 4소대 4분대의 경기만 앞두고 있었다.

“아니, 근데 저기는 그냥 사긴데?”

“중사 한 명에, 소위 한 명? 어떻게 이겨 저걸?”

“뽑기 운 실화냐.”

4소대 4분대 쪽에는 소위 한 명과 중사 한 명이 속해 있었다.

나머지 인원이 여헌터들이라 생각해도, 확실히 버거운 상황.

“얘들아. 마지막 경기다. 쫄지 마. 이거 이기면 분대 외출에, 실적 점수가 채워진다고. 그리고 알지? 이거 1등 아니면 그냥 아무것도 없다.”

“크윽…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무조건 이기겠습니다!”

참호 격투에서 1등을 하면, 분대 외출권에 소대 실적점수가 채워진다.

반면, 2등은 아무것도 없다.

자신의 말에, 2분대원들은 각자 의욕을 다졌다.

삐익!

호루라기가 울리고, 마지막 참호 격투가 시작되었다.

“가즈아!”

“우아아아!”

분대원들은 여헌터들이라고 해서 봐주지 않았다.

분대 외출권이 걸려 있었기에, 일부러 약해 보이는 여헌터들을 위주로 공략해 나갔다.

‘이제 재미는 볼 만큼 봤으니, 빨랑 끝내자.’

김민준은 슬슬 참호 격투가 질리기 시작해, 진심을 발휘했다.

“어억!”

“뭔 힘이!”

그동안 많은 활약을 했던 소위와 중사는 고작 30초 만에 참호 밖으로 내던져졌다.

이미 이 시점에서 참호 격투의 승패는 정해진 셈이었다.

‘나이스. 이걸로 조교 실적 점수랑 분대 실적 점수 둘 다 얻었네.’

김민준은 마지막으로 남은 손은서의 팔을 잡아, 밖으로 던지려 했다.

“자, 잠깐만요! 그냥 제 발로 나갈게요! 던지지 마요!”

손은서는 졌다고 말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에이, 그럼 너무 정이 없죠.”

“뭐요? 아악!”

김민준이 그녀를 들어 던진 것을 마지막으로, 참호 격투가 종료되었다.

**

훈련 4일 차.

헌터들은 마지막 훈련인 화생방 훈련만을 앞두고 있었다.

“아….”

“제발 살아서 나가게만 해 주세요. 제발!”

이 훈련을 끝으로 유격 훈련이 거의 끝나는 셈이었지만, 헌터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헌터군은 방독면을 아예 착용하지 않고 훈련을 진행하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안에서 버텨야 하는 시간도 최소 5분 이상.

그들에게는 그 5분이, 1시간처럼 길게 느껴질 터.

‘크! 화생방! 조교하면 또 화생방에서 애들 굴리는 거지!’

반면.

김민준은 헌터들을 마음껏 굴릴 생각에 설렜다.

조교들은 교육생들의 태도에 따라, 화생방 시간을 최대 3배까지 늘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너희들의 정신력을 강화해 주지.’

당연히 웬만해서야, 조교들도 화생방이 얼마나 지옥 같은지 알기 때문에 5분 안에 끝내 준다.

그러나 김민준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자! 그럼 1대대 1중대 1소대부터 가스실에 입장할 수 있도록 한다!”

“악!”

교육생들이 가스실에 들어가자, 안에 가득 찬 연기가 그들을 맞이해 주었다.

“커억! 컥!”

“끄어어어!”

“대열 유지 똑바로 합니다!”

“아, 악!”

김민준은 방독면을 쓴 채로, 켁켁대는 교육생들을 향해 소리쳤다.

“교육생들이 성실하게만 훈련에 임하면, 빨리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까?”

“악!!”

교육생들은 눈물, 콧물을 쏟아 내면서도, 애국가 부를 준비를 마쳤다.

“구구단 1단에서 9단 사이에 나오지 않은 숫자는 뭡니까!”

“…….”

“……?”

그러나 전혀 예상 밖의 질문이 나왔다.

‘이 일은 이. 이 이 사….”

‘사 사 십육… 케엑!’

‘저, 저 미친 악마 자식!’

단시간에 그 답이 나올 리 없었다.

거기다 가스 때문에 제정신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

교육생들은 10분이 지나고 나서야, 가스실을 나올 수 있었다.

‘정신력과 의지력을 기를 땐 화생방이 짱이지.’

역시.

지구에 오게 되니까, 정이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건가.

‘민준아! 우리 2소대 2분대다! 알지?’

그의 분대원들이 가스실에 들어왔다고 해도, 자비란 없었다.

“애국가 1절부터 4절까지 완창 실시합니다.”

“켈록! 미, 미친!”

“커억! 4, 4저얼?”

“빨리 부릅니다!”

“동해물과백두산이마르고닳도록하나님이보우하사우리나라….”

그들은 래퍼에 빙의하기라도 한 듯, 재빠르게 애국가를 완창했다.

“화생방 훈련은 이것으로 마친다! 교육생들은 얼굴은 확실하게 씻을 수 있도록 한다! 알겠나!”

“켈록… 악!”

화생방 훈련이 끝나자, 이곳저곳에서 기침 소리가 울려 퍼진다.

교육대장은 그들을 잠시 훑은 뒤, 말을 이었다.

“오늘 저녁 7시부터 오락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다만! 훈련은 퇴소 행군이 끝나야 완전히 끝난 것이다! 긴장을 완전히 풀지 않도록!”

“악!”

“악!!”

교육 대장의 말에, 침울했던 분위기가 금세 밝아졌다.

**

4박 5일의 유격 훈련 중.

유일하게 행복한 시간이 있다면, 4일 차 저녁.

무적 헌터 부대는 전우애를 다지기 위한 명목으로, 담력 훈련 시간을 가졌다.

이때 귀신 역할은 조교들이 맡는데, 그동안 감정이 쌓인 교육생들은 깜짝 놀란 것을 핑계로 그들을 때리기도 했다.

“민준아. 너 많이 두들겨 맞겠다.”

“화생방을 10분 이상 채운 악마는 처음 본다.”

조교들은 귀신 분장을 하며, 자신에게 조심하라며 경고했다.

‘그거야 피하면 되고.’

그것보다 이왕 담력 훈련을 할 거면, 최대한 무섭게 하는 게 스릴 있고 좋지.

‘나이트 워커. 준비해라.’

김민준은 헌터들을 놀라게 해 줄 생각에 입꼬리를 올렸다.

“전우님은 몇 소대예요?”

“아, 저는 4대대 1소대예요.”

담력 훈련이 시작되자, 남헌터와 여헌터는 대화를 나누며 담력 코스를 걸어 올라갔다.

사실 조교들이 놀라게 해 봐야 얼마나 놀라겠는가.

담력 훈련은 명분일 뿐.

실제로는 헌터들끼리 친목을 다지는 시간이었다.

“으어어어!”

“어우, 조교님. 귀신 분장 너무 대충하셨습니다.”

가는 길목마다 조교들이 나타나 그들에게 겁을 준다.

헌터들이 실실 웃으며 걷길 잠시.

훅!

“꺄아아악!”

“쓰벌! 끄어어!”

얼굴이 검은색으로 뒤덮인 조교 한 명이, 그들의 얼굴 앞으로 쑥 나타났다.

그야말로 완벽한 갑툭튀.

헌터들은 기겁하며 뒤로 넘어졌다.

‘좋아. 나이트 워커. 그렇게만 해라.’

스스스스.

그 정체는 김민준이었다.

나이트 워커에게 자신의 얼굴을 가리라고 한 뒤, 헌터들에게 겁을 준 것이다.

스스스.

나이트 워커는 주인이 왜 이런 일을 시키는지 의문스러웠지만, 그냥 잠자코 따르기로 했다.

“응? 뭐야. 왜.”

담력 훈련이 끝나갈 때쯤.

나이트 워커가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진다며, 갑자기 땅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C등급이 된 나이트 워커는, 쓸 만한 성능을 자랑했다.

“뭐 쓸 만한 거라도 찾았나 본데? 빨랑 찾아와라.”

스스스스.

잠시 후.

나이트 워커는 붉은빛을 띠는 작은 구슬을 하나 가져왔다.

“오… 이건?”

구슬의 정체를 확인한 김민준의 눈이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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