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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37화 (37/212)

37. 의적-2

‘여기가 손은서의 집이었다고?’

워우.

역시 사단장님의 딸이라 이건가.

“두 손 머리 위로 올리고, 움직이지 마. 난 분명히 경고했어.”

김민준이 그 말을 따를 리 없었다.

그는 대답 대신 주머니에 손을 넣고, 종이를 꺼내기 시작했다.

타앗!

“움직이지 말라고 했어!”

그 순간, 손은서가 그를 제압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오, 좀 빠른데? 이 정도면 금방 병장 달겠네.’

휘익! 휙!

그녀의 손이 자신의 목덜미를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아마 뒷덜미를 잡은 뒤, 그대로 제압시킬 목적인 듯하다.

하지만.

‘1,000년은 이르다.’

김민준은 가뿐하게 손은서의 공격을 피해 내며, 종이에 뭔가를 끄적이기 시작했다.

“뭐, 뭐야!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

한편.

손은서는 집에 침입한 괴한의 몸놀림에 놀랐다.

처음에야 일반인임을 감안해, 어느 정도 봐준 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를 쓰고 달려들어도, 괴한의 옷을 스치는 게 고작일 정도였다.

‘저놈, 일반인이 아니잖아!’

거기에 체격을 본다면, 확실하게 남성일 터.

‘확실히 헌터야.’

민간 헌터인지, 헌터군 소속의 헌터인지는 불명확한 상황.

‘민간 헌터가 아무리 강해 봐야, 헌터군보다는 한참 아래일 텐데.’

거기다 저 괴한은 CCTV 위치를 아는지, 교묘하게 사각지대로만 움직였다.

그 말은, 미리 계획된 일이었다는 뜻이리라.

‘이쯤 하면 됐지. 빨랑 나가야지.’

김민준은 손은서의 심각한 표정을 확인하고, 쪽지를 툭 던졌다.

타앗!

“윽! 무, 무슨 속도가….”

그리고 보석이 든 유리병을 집은 뒤, 유유히 담을 뛰어넘어 사라졌다.

“두 눈 뜨고 도둑놈이 물건 훔쳐 가는 걸 못 막았다고? 난 헌터군인데? 저게 얼마짜린데….”

손은서는 충격받은 얼굴로, 도둑이 버리고 간 쪽지를 집어 들었다.

[꺼-억!]

“이 개 같은 새끼! 미친 또라이 새끼!”

그녀는 쪽지를 확인하자마자, 분한 듯이 발을 굴렀다.

“내가 저런 놈한테 밀렸다고? 아악!”

**

김민준은 마기 흡수를 위해, 인적이 드문 산속을 찾았다.

“이봉구. 대가리 박아.”

-크윽! 죄송합니다, 김민준 님!

그의 옆에는, 까마귀가 지면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일이 잘 풀리긴 했지만, 정확한 보고를 안 했기 때문이었다.

“마기는 최전방, 특히 던전에서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런 보석이 마기를 품고 있을 줄이야.

거기다 웬만한 몬스터보다 농도가 진하고, 양도 많았다.

-제가 감히 한 말씀 드리자면, 저 보석은 특이한 공정으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마기를 품고 있는 몬스터가 저 보석을 삼킨 뒤, 체내에서 숙성한… 그런 느낌입니다!

“나도 알아, 인마. 내가 지금 궁금한 건, 저런 용기 안에 들어 있는 마기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찾아낼 수 있을까다.”

-역시 김민준 님! 저보다 한 수, 아니, 두 수 이상은 내다보고 계시는군요!

이봉구는 자신이 지구를 뒤져내서라도 찾아낼 테니 맡겨 달라고 말했다.

“내가 시키는 것만 해라. 그러다 죽으면 끝이니까.”

-알겠습니다.

김민준은 유리병을 깬 뒤, 보석을 가차 없이 부쉈다.

스스스스.

그러자 보석 안에 든 마기가 진하게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일정 수준의 마기를 흡수하였습니다.]

[마기 스텟이 1 상승합니다.]

[마기 스텟이 1 상승합니다.]

[마기 스텟이 1 상승합니다.]

[마기 스텟이 1….]

“이야. 많기도 많네.”

던전에서 흡수한 마기와는 비교가 되질 않았다.

스텟은 눈 깜짝할 새 연속으로 올랐다.

[마기의 특이점이 생성되었습니다.]

[마기의 손아귀가 생성되었습니다.]

“워우. 스킬이 두 개나 한 번에 생겨?”

김민준은 흡족하게 웃으며, 상태창을 열었다.

[김민준]

‘세리아 누나는 내 최애캐’ 교의 창시자.

힘: 65 민첩: 65 체력: 60 마기: 30

보유 스킬: 부패(D), 나이트 워커(C), 암흑 화살(E), 마기의 특이점, 마기의 손아귀(E), 기본 둔기술(E), 기본 검술(D), 스트렝스(E), 민첩 강화(E)

“좋아. 이거지. 스킬이 쭉쭉 늘어나는구만.”

본래의 힘을 되찾으려면 아직 멀었지만, 마기의 특이점 스킬은 현재 헌터군 생활을 하는 자신에게 있어 유용한 스킬이었다.

[마기의 특이점: 자신의 마기를 무색, 무취로 변경합니다. 언제든지 ON, OFF가 가능합니다.]

“스텟이 높아질수록 마기도 짙어지고, 향도 강해져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이 가니까.”

현재야 자신이 마기를 조절하고 있긴 하지만, 힘을 되찾을수록 자연스럽게 새어 나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주위의 헌터들에게 악영향이 갈 게 뻔했고.

“거기다가 마기의 손아귀까지. 이봉구. 이제 그쯤하고 원위치해라.”

-감사합니다!

마기의 손아귀 같은 경우는, 지정한 대상을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기는 유틸성 스킬이다.

지금이야 일반인 1명 정도 끌어당길 수 있는 수준이지만, 등급이 높아지면 오우거까지도 가볍게 코앞까지 끌고 올 수 있을 것이다.

“아. 리모컨 가져오기 귀찮을 때, 한 번씩 써야지.”

그 외에도, 다양한 상황에서 써먹을 수 있어 활용도가 높은 스킬이었다.

“이봉구. 마기 나눠 줄 테니까, 좀 더 활동하기 편한 몸으로 갈아타라. 날아다닐 수 있는 놈으로 해.”

-크윽! 마기를 이렇게 많이 하사해 주시다니! 제 목숨을 바쳐 김민준 님을….

“오버 그만 떨고. 별로 안 줬다. 빨랑 가져가.”

-알겠습니다.

방금처럼 보석 안에 마기가 들어 있는 경우에는, 근처까지 가야 감지할 수 있었다.

나이트 워커는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도 마기를 감지할 수 있었지만, 소모되는 마기가 너무 컸다.

‘마기를 이렇게 많이 흡수했는데도, 이봉구한테 조금 나눠 주고 나니까 남는 게 별로 없네.’

나이트 워커의 스킬 등급이 높아져 시험 삼아 지시해 봤는데, 가성비가 너무 안 좋았다.

-오오. 역시 김민준 님의 마기! 이 정도면 몬스터도 상대할 수 있겠습니다!

이봉구는 어느새 까마귀의 몸에서 독수리의 몸으로 갈아탔다.

“좋아. 넌 이대로 밖에서 활동해라. 이상 있으면 보고… 아니지. 잠시 본모습으로 돌아와 봐.”

-알겠습니다!

“열심히 일했으니까, 그만한 상을 줘야지.”

이세계에 있을 때, 자신의 신도들에게 한국 음식에 대한 자랑을 몇 번이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가자. 코리아 푸드의 맛을 보여 주지.”

**

인천의 한 국밥집 안.

“이모! 여기 돼지국밥 2개 주세요!”

“예! 어우, 헌터군분이시네요! 나라 지키느라 고생이 많아요! 2개 다 특으로 해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김민준은 능숙하게 메뉴를 주문한 뒤, 자리에 착석했다.

이봉구는 어색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그의 행동을 따라 했다.

시간이 지나고, 뚝배기에 국밥이 담겨 나왔다.

이봉구는 냄새를 맡더니, 화들짝 놀랐다.

살면서 처음 맡아 보는 냄새였다.

“이것이… 김민준 님께서 말씀하신 국… 밥입니까?”

“그래. 이스가르드에서 가끔씩 나오던 거랑은 비교를 하지 마라. 그건 그냥 쓰레기고, 이게 진정한 음식이다.”

이봉구는 조심스럽게 숟가락을 들어 국밥을 맛보더니, 감동에 겨워 울기 시작했다.

“크흐흑! 어흐흐흑!”

그 행동에 손님들의 시선은 헌터 한 명과, 이국적인 외모를 지닌 남성 한 명에게 쏠렸다.

“얌마. 울든가 먹든가 하나만 해라. 울면서 먹으면 그게 잘 넘어가냐?”

김민준은 그런 녀석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래서, 맛은 어떠냐.”

“정말, 정말 맛있습니다!”

이봉구는 3일 이상 굶은 사람처럼, 그릇에 얼굴을 박고 국밥을 들이켰다.

이스가르드의 주식은 칼로리만 더럽게 높고 맛없는 비스킷뿐.

흑마법사들은 그것조차 제대로 구하기 힘들어, 김민준이 흑마법사의 정점에 오르기 전까지는 가난에 허덕이곤 했다.

“크흑! 다른 신도들에게도 이 맛을 꼭 보여 주고 싶습니다.”

“다른 애들은 넘어오려다가 다 갈려 나가겠다. 넌 운이 억세게 좋은 거야, 이 자식아.”

이봉구는 그 뒤로 국밥을 세 그릇이나 더 비웠다.

“난 이제 슬슬 가 볼 테니까, 넌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마기의 흔적을 찾아봐.”

“예. 맡겨 주십시오!”

“해외로는 나가지 마라. 허튼짓하다가 걸리면 나한테 뒤진다.”

“명심하겠습니다!”

이봉구는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들어가, 독수리로 변해 날아올랐다.

‘부대 밖에는 이봉구, 부대 안에는 나이트 워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유용한 정보들이 알아서 들어올 것이다.

까톡!

그가 부대로 복귀하던 사이, 분대원 톡방의 알림이 미친 듯이 울렸다.

‘스마트폰 사용은 상병부터 사용할 수 있다.’라는 부조리를 없앤 뒤, 자신이 직접 만든 톡방이었다.

김광식: 김민준 병장님! ㅈ됐습니다. 훈련 일정이 그냥 미쳤습니다!

김광식: 뒤에 있는 유격 훈련이 당겨졌는데, 이번에는 파워 슈트 입고 진행한답니다!

김광식: 거기다, 유격 훈련 뒤에도 임의로 훈련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부대, 정말 미친 것 같습니다!

뭔가 싶어 확인해 보니, 김광식이 곧 유격 훈련이라며, 혼자서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김민준: (좋아 죽겠다는 이모티콘)

김광식: ?

김민준: 빨리 하사 달고 싶다.

김광식: …….

이승호: 또라이 새끼.

훈련은 곧 실적 점수로 이어진다.

게이트가 터지거나 하는 긴급 상황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것이 아닌 이상, 꾸준하게 실적 점수를 쌓는 것은 진급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했다.

‘긴급 상황이 그렇게 밥 먹듯이 터질 리가 없지.’

현재 자신의 계급은 병장.

병장에서 하사를 다는 것은, 이병에서 병장까지 가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일반 병사에서 간부로 명칭부터가 달라지니까.

‘아주 그냥 잠도 재우지 말고 훈련만 했으면 좋겠다.’

김민준이 부대로 복귀하고, 생활관 안.

분대원들은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었다.

“충성! 병장 김민준, 휴가 복귀했습니다!”

“어, 그래. 민준이 왔냐?”

“다들 표정이 왜 그러십니까?”

“뭐 때문이겠냐. 엿 같은 유격 때문에 그러지.”

“헌터 기동 훈련 끝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다고! 근데 6개월 뒤에나 있을 유격을 당겨서 한다고?”

“아. 개 같은 거. 확 그냥 유격 빼 버릴까?”

얼마 뒤 있을 유격 훈련 때문이었다.

특히 장기 복무를 하지 않고, 전역 예정인 병장들은 잔뜩 화가 난 상태였다.

“얌마. 그냥 참아. 유격 빠지면 헌터 연금 토막 난다. 웬만하면 빠지지 말고 받아.”

“아오! 짜증 나 죽겠네! 하필이면 우리 사단이 평가 미흡으로 걸려가지고!”

상병장들이 잔뜩 성이 나 있어서인지, 후임들은 그들의 눈치만 보며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소대장이 알린다. 2소대 김민준 병장, 김민준 병장은 지금 즉시 소대장실로 오도록.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지길 잠시, 김철민 중위가 민준을 호출했다.

“충성!”

“어, 김민준이. 휴가는 잘 갔다 왔냐?”

“그렇습니다.”

“유격 훈련 앞당겨진 건 알지? 이번 유격은 저번보다 빡세졌다는데?”

“그렇습니까?”

김철민은 자신에게 간단한 안부를 물은 뒤, 종이를 하나 꺼냈다.

[헌터 유격 조교 지원서]

“너, 유격 조교 해 볼 생각 없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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