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31화 (31/212)

31. 화천-1

같은 시각.

2대대 대대장실.

“뭐? 2소대 전원이 통과했다고? 부상자도 없이?”

“예! 그렇습니다!”

대대장은 2중대 전원이 훈련을 완수했다는 중대장의 말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

4년마다 실시되는 큰 훈련이다 보니, 대대장 또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후에 자신의 진급과도 연결되는 훈련이었으니까.

“2중대 2소대 담당이… 김철민 중위군.”

2소대원들을 확인하고 나서야, 대대장의 굳어 있던 표정이 풀렸다.

다른 대대에 비해, 2대대의 훈련 성적이 가장 저조했기 때문이다.

“이놈들 덕분에 살았다. 후우.”

반면, 2소대원들은 전원 훈련을 완수했다.

단 한 명의 부상자도 없이.

이건 확실히 컸다.

“모든 상황에 완벽하게 대처한 것도 2소대원들이라고 합니다! 감점 요소가 거의 없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예! 방금 감독관에게 보고받았습니다! 특히 상황 대처에 있어서는 김민준 상병이 특출 났으며, 손은서 상병까지 업은 채 훈련을 완료했다고 합니다!”

“김민준이가… 크! 내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안아 주고 싶을 정도야.”

대대장은 중대장의 보고를 듣자,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2소대 덕분에, 일발 역전을 한 셈이었으니.

“김철민 중위를 포함해서, 2소대원 전원 포상 휴가 주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김민준은 3박 4일짜리로 주고, 나머지는 1박 2일로 줘.”

“예!”

대대장은 말을 마친 뒤, 편한 얼굴로 의자에 등을 기댔다.

‘김민준. 거기다가 손은서 상병까지 챙겼다 이 말이지.’

승급 시험 때부터 남다르다 싶었더니, 간부들도 버거워하는 헌터 기동 훈련을 완벽하게 소화할 줄이야.

‘좀 더 눈여겨봐야겠군.’

대대장은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

“얘들아. 정말 잘했다!”

훈련이 종료되자, 김철민 중위는 소리를 지르며 신나게 웃었다.

“지금까지 잘 따라와 줘서 고맙다, 이 자식들아! 헌터 전원이 훈련을 마친 소대는 우리 소대밖에 없다고 한다!”

“아닙니다!”

“소대장님께서 저희를 잘 이끌어 주신 덕분입니다!”

그 대답에, 김철민 중위는 기분 좋게 웃었다.

“그래. 고생했다, 짜식들아. 바로 생활관 들어가서 푹 자도록 해라. 내일은 아침 점호랑 구보 없다니까.”

“크으!”

“다행이다….”

“다 필요 없다. 잠만 잘 거다. 잠만….”

헌터들은 살았다는 표정으로 비틀거리며, 각자 생활관으로 돌아갔다.

“으어어어….”

“이걸 어떻게 다 했냐.”

좀비 무리가 따로 없는 움직임들이었다.

“민준아.”

“상병 김민준.”

소대원들이 사라진 뒤.

김철민 중위와 그를 포함해 손은서 상병만이 남았다.

“네가 제일 고생했다. 항상 앞서서 움직이고, 위험도 마다하지 않던데.”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아니긴, 무슨. 소대원들이 힘들어할 때마다, 네가 뒤에서 기운을 북돋아 줬잖아. 그런 게 은근히 효과가 크다.”

김철민은 이번 훈련을 안정적으로 마칠 수 있던 이유가 자신 때문이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이긴 한데, 좀 낯간지럽네.’

툭툭.

“저 이제 좀 내려 주실래요?”

그때.

자신의 어깨 위에 매달려 있던 손은서가 입을 열었다.

‘아. 잊고 있었네. 얘 바로 병원 가야겠는데.’

그 생각을 한순간, 부대에서 의무 헌터들이 후다닥 달려 나왔다.

“소대원에게 폐를 끼친 것 같아 죄송합니다.”

그녀는 들것에 실리며, 김철민 중위에게 사과했다.

자신이 고집을 부려 김민준이 고생하게 된 것은 사실이었기에.

“민준이가 선택한 거고, 책임질 수 있다고 하길래 허락한 거다. 실제로 폐를 끼친 건 전혀 없어. 오히려 잘했지.”

김철민은 별것 아니라는 듯이 웃어넘겼다.

“다음에 꼭 갚을게요.”

손은서의 시선이 김민준에게로 향한다.

“그럼 진급 시켜 주세요. 병장으로.”

“그건 제 능력 밖이라서요.”

“알고 있어요. 그냥 해 본 말이에요.”

“마지막까지 그러기예요?”

“장난 좀 칠 수도 있죠. 오십….”

“제발 그만해요!”

짧은 대화를 주고받은 뒤, 그녀는 들것에 들려 의무대로 사라졌다.

“민준아. 너도 이제 들어가 봐라. 푹 쉬고.”

“예! 소대장님도 훈련 고생 많으셨습니다! 충성!”

“그래.”

김민준과 대화를 마친 김철민은 곧이어 방송으로 이후의 일과를 지시했다.

-2대대 전 헌터들은 반드시! 샤워를 마치고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한다. 소대장이 생활관 돌아다니며 확인할 거니까, 꼭 해라.

헌터들은 생활관에 돌아온 뒤, 간단하게 샤워를 끝내자마자 잠들었다.

소대장의 지시가 없었으면, 열이면 열 땀에 절어 있는 채로 침대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

헌터 기동 훈련이 끝난 다음 날.

부대 안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3박 4일간의 큰 훈련이었던 만큼, 훈련 다음 날은 일과가 아예 없었다.

“응? 뭐야. 어제 헌터 기동 훈련 끝난 거 아니었어요?”

“예. 맞아요.”

텅 빈 병사 식당.

현재 식당 내부에는, 타 중대 조리병들과 일부 셰프를 제외하고는 김민준밖에 없었다.

큰 훈련이 어제 막 끝났으니, 다들 잠을 자느라 정신없을 것이기 때문.

조리병들도 그 사실을 알기에, 평소보다 적은 양의 음식을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까, 김민준 씨는 2중대 2소대였죠? 되게 팔팔해 보이네요.”

“네. 제가 체력이 좀 좋아서.”

“소문으로 들었는데, 그쪽 소대 훈련 점수 만점이라는데요?”

“그래요?”

조리병이 흥미롭다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았다.

“아까 간부님들이 식사하시면서 얘기 나누는 거 살짝 들었거든요? 검은 갈퀸가, 그거 혼자서 다 처리하셨다면서요?”

“아, 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와… 그거 진짜였어요? 1개 소대가 미친 듯이 마탄을 퍼부어야 되는 거 아닌가?”

조리병은 혼자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신났네.’

나에겐 딱히 놀랍지 않은 일이다.

만점인 것도 당연하고.

왜냐, 2소대에는 내가 있었으니까.

“대박이네. 이번 기동 훈련 강도가 미쳤다고 들었거든요. 이병하고 일병들은 70% 넘게 나가떨어졌다던데.”

조리병은 그를 신기한 눈으로 보다가, 뭔가 생각난 듯 어딘가로 향했다.

“아.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네?”

조리병은 잠시 후.

커다란 접시에 닭 다리 튀김을 한가득 담고 나왔다.

“이거 오늘 특식이에요. 어차피 다른 헌터들 안 올 거고, 이거 많이 남았거든요. 드실래요?”

“오. 진짜요? 제가 다 먹어도 되나요?”

“네. 어차피 다 버려야 하는 거라서요.”

이게 웬 횡재냐.

닭 다리 튀김이라니.

“그럼 잘 먹을게요.”

조리병에게 있어서야 짬 처리겠지만, 그게 대수인가.

바삭!

“아. 이 흘러넘치는 기름….”

얼마나 맛있는데.

**

“응? 뭐야?”

스스스스-

신나게 닭 다리를 물어뜯는 도중.

나이트 워커가 마기가 느껴지는 지역을 발견했다고 알려 왔다.

녀석의 스킬 등급이 올라가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물론 그만큼 마기를 많이 소모하기에, 효율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어디야. 보여 줘 봐.’

스스스스-

자신의 머릿속으로 마을이 하나 스쳐 지나간다.

폐허가 되기 직전인 작은 마을.

몬스터라도 휩쓸고 지나간 듯한 모습이었다.

‘지역. 지역이 어디야?’

스스스-

나이트 워커는 강원도 화천에 있는 지역이라고 대답했다.

‘뭐야. 너 이걸 어떻게 찾았냐? 아까 마기 좀 달라더니, 이거 때문이었어?’

스슥-

나이트 워커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스스스-

나이트 워커는 칭찬을 바라는 듯했다.

‘이런 미친놈이! 기껏 마기를 많이 빨아 가 놓고 발견한 게 고작 이거야? 여기서 나오는 마기가 적으면 나한테 혼날 줄 알아.’

스슥….

나이트 워커는 조용히 그림자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몸이 근질거려서 휴가 신청해 놓은 참이었는데, 타이밍 딱 들어맞네.”

김민준은 곧바로 휴가 보고를 위해, 당직 사관실로 향했다.

“충성!”

“어, 김민준 오늘 휴가네?”

“그렇습니다.”

당직 사관은 1박 2일짜리 휴가를 확인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정기 휴가 나눠서 쓰는 거야 자윤데, 1박 2일이면 집 갔다가 오면 끝일 텐데. 이거 제대로 쓴 거 맞아?”

“예, 그렇습니다.”

헌터군은 정기 휴가를 원하는 대로 잘라서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붙여 쓰는 것도 자유.

김민준은 마기 흡수를 위해 휴가를 최대한 아껴 두고 있었다.

“그래. 그럼 조심히 잘 다녀와라.”

“다녀오겠습니다! 충성!”

헌터 기동 훈련이 끝난 바로 다음 날에 휴가라.

“소문대로 괴물 같은 체력 맞네.”

당직 사관은 힘든 기색이 전혀 없는 김민준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

“뭐지. 타이밍 한번 죽이네.”

강원도 화천.

나이트 워커가 알아낸 장소에는 이미 헌터군들이 와 있는 상태였다.

“여헌터들밖에 없네. 타 중대에서 왔나 본데.”

부욱- 부욱-

여헌터들은 특수 소독 약품이 들어 있는 분사기를 토양에 뿌리고 있었다.

등에 가방처럼 멘 것이, 꼭 농약 살포기를 연상시키는 장비였다.

“아… 이거 언제 끝나….”

“헌터 기동 훈련 제대로 완료 못 했다고, 바로 다음 날 대민 지원 올 줄은 몰랐어. 대대장님 완전 화나셨나 봐.”

“하아… 피곤해 죽겠다… 여긴 또 언제 몬스터가 나왔대.”

몬스터에게 습격받은 지역은 반드시 특수 약품으로 소독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몬스터의 흔적이 남아 있으면, 다른 몬스터를 불러들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여헌터들은 기동 훈련의 피로감이 남아 있었는지, 꾸벅꾸벅 졸며 약품을 뿌려 나갔다.

‘그래서 정확한 위치가 어디야. 찾아내.’

스스스-

김민준은 나이트 워커를 풀고,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고민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복이라도 몇 개 사 둘걸.’

군복이라서 너무 눈에 띄는데.

‘뭐야. 쟤가 왜 저기 있어.’

주위를 살피는 도중.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헌터 기동 훈련 때, 자신에게 신세를 졌던 손은서였다.

‘워우. 비싼 물약이라도 사용했나 본데?’

손은서는 멀쩡하게 돌아다니며 약품을 살포했다.

‘일단 얘네들 가면 밤에 와야겠다. 지금은 안 되겠네.’

김민준이 등을 돌려 헌터군들에게서 멀어지려던 찰나.

“거기! 너 분사기 없이 뭐 하는 거야!”

날카로운 목소리가 등 뒤로 들려왔다.

손은서 상병이었다.

“…뭐야. 김민준 씨가 왜 여기 있어요?”

그녀는 자신을 발견하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휴가 나왔는데요.”

“거짓말하지 말아요. 휴가 중에 누가 군복을 입고 다녀요? 딱 봐도 탈영한 거 같은데요. 당장 부대에 신고를….”

“진짜 휴가 나왔는데요? 이거 봐요.”

김민준은 주머니에서 휴가증을 꺼내, 손은서에게 보여주었다.

“…진짜네요.”

“거봐요. 진짜라니까.”

“휴가 나온 사람이, 군복 입고 여길 왜 온 거예요? 여기 통제 구역인 거 몰라요?”

그녀는 자신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이곳에 있는 마기를 흡수하러 왔다.’라고는 답할 수 없는 노릇.

“마침 화천 근처에서 볼일이 있기도 했고, 다른 중대 헌터들이 여기 대민 지원 온다는 거 알고 있었거든요.”

“대민 지원? 그게 왜요?”

“지금 할 것도 없겠다, 도와주려고 했죠. 실적 점수도 얻을 겸.”

“…휴가증 위조한 거 아니죠?”

“그걸 위조해서 부대 밖으로 나오는 게 더 어렵겠네.”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스스스스-

‘뭐? 곧 나온다고?’

나이트 워커의 보고와 동시에,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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