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29화 (29/212)

29. 헌터 기동훈련-3

“지뢰형 트랩이다! 다들 정지!”

“정지!”

빽빽하게 자라난 풀 사이에, 교묘하게 설치된 트랩.

부대에서 설치한 지뢰형 트랩이었다.

트랩은 헌터들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경로에 놓여 있었다.

‘눈썰미가 좋네. 이제 슬슬 말하려고 했는데.’

김민준이 말하려던 찰나에, 김철민 중위가 먼저 발견한 것이다.

‘트랩 타입은 감전형이네.’

지뢰형 트랩은 폭발형과 감전형으로 나뉘어 있다.

폭발형은 말 그대로 몬스터를 죽일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고, 감전형은 연구나 훈련용으로 생포하기 위해 사용되는 용도였다.

“트랩 타입은 감전형이다! 다들 군화에 고무판 장착해!”

“예!”

“알겠습니다!”

김철민 중위의 지시에 소대원들은 군장에서 원형 형태의 고무판을 꺼냈다.

지뢰형 트랩을 제거하려면 특수한 기구가 필요하다.

현재 상황에서 제거는 불가능하다.

‘우회를 하기에는… 너무 멀리 돌아가야 한다.’

훈련 마지막 날, 밤 12시까지 부대에 도착해야 한다.

우회하게 되면 무조건 늦을 것이다.

‘감점 요소가 가장 큰 항목이기도 한데.’

잠시 생각을 거친 김철민 중위는 그대로 트랩 존을 돌파하기로 했다.

“다들 정신 바짝 차리고 이동한다!”

“예!”

고무판을 덧대었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안 그래도 험한 지형이다.

까딱 잘못해서 넘어지기라도 했다간 대참사가 벌어질 터.

‘잘못 밟으면 많이 아프겠네.’

물론 눈앞에 놓인 감전형 트랩은 훈련용이었기 때문에, 죽지는 않았다.

다만, 상당히 고통스러울 것이다.

“부상자는 좀 더 높이 들어 올린다!”

“예!”

“들것을 든 소대원부터 이동한다! 시간이 많이 걸려도 상관없으니까, 최대한 천천히 이동해!”

“알겠습니다!”

“그동안 다른 소대원들은 주위에 몬스터가 나타나는지 경계하고!”

“예!”

“몬스터가 나타났다고 해서 소대원을 부추기지 마라! 내가 따로 지시하기 전까지는 엄호 사격만 해.”

“알겠습니다!”

김철민 중위의 지시가 떨어진 뒤.

부상자를 머리에 짊어진 소대원들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다른 소대원들은 그사이, 몬스터의 습격을 대비했다.

“너희들 잘못해서 나 떨어트리기라도 하면 큰일 나는 거 알지?”

“예!”

감독관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손발에 고무 패드를 장착했다.

“후우.”

“도착했습니다!”

먼저 출발한 소대원 2명이 안전하게 도착했다.

“다음! 출발해!”

“예!”

다음으로, 김민준과 이병 1명이 들것을 든 채 출발했다.

부상자 이송을 담당하는 소대원은 일정 시간마다 교체된다.

김민준은 소대원들의 피로감을 조금이라도 줄여 주기 위해, 일부러 교체하지 않았다.

‘저놈 불안한데.’

딱 봐도 피로가 많이 누적되어 있잖아.

“정신 딱 차려라. 이제 반만 더하면 훈련 끝나니까.”

“알겠습니다!”

진철호 이병은 이를 악물며 다리를 움직였다.

‘주시해야겠구만.’

움직이는 게 불안하네.

“어, 어억!”

딱 절반 지점에 도달하자, 이병은 발을 헛디뎠는지 심하게 비틀거렸다.

“야, 인마!”

“정신 안 차리냐! 이 미친놈아!”

뒤편에서 그 모습을 본 헌터들은 경악하며 소리를 내질렀다.

‘이건 내가 아니었으면 엄청난 감점이었겠네.’

자신이 붙어 있지 않았다면, 들것에 실려 있는 감독관은 무조건 떨어졌을 것이다.

“균형만 잡아! 나머지는 내가 커버해 줄 테니까!”

“으억! 죄, 죄송합니다!”

자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후임은 결국 완전히 균형을 잃었다.

‘쯧. 이병이랑 일병들에게 많이 빡센 훈련이라고는 들었는데.’

이대로는 후임과 감독관 둘 다 감전 트랩에 당할 터.

김민준은 순간적으로 힘을 발휘해, 지면으로 넘어지는 남성 두 명을 캐치했다.

민첩 스텟이 60인 그였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어? 어어?”

“뭐, 뭐야! 방금 무슨 일이….”

“움직이지 마십쇼!”

김민준은 그들을 옆구리에 끼운 채, 하체에 힘을 실었다.

투욱.

그리고 남은 거리를 단숨에 뛰어 넘어갔다.

“와….”

“내가 뭘 잘못 봤나….”

뒤편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헌터들은 경악했다.

“순발력 장난 아니네.”

소대원 한 명이 균형을 잃고, 대참사가 일어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김민준은 그 짧은 시간에 둘을 캐치한 것으로도 모자라, 한 번의 점프로 남은 구간을 모두 건너뛰었다.

“저건 장교 정도는 되어야 할 만한 거 아닌가….”

“장교도 빡셀걸….”

“야. 훈련에나 집중하자.”

남은 소대원들이 트랩 구간을 건너는 것도 잠시.

“진철호!”

“이병 진철호!”

“너 미쳤어? 제대로 안 해? 내가 천천히 가도 좋다고 했잖아!”

“죄송합니다!”

김철민 중위가 진철호 이병을 따끔하게 혼내기 시작했다.

“김민준 아니었으면 부상자도 같이 피해를 입었다고! 어떡할 뻔했냐!”

“죄송합니다!”

“똑바로 안 할 거면 포기하라고! 훈련 시작 전부터 뭐 하는 짓이야? 소대원들한테 피해 끼칠 거냐?”

“죄송합니다! 앞으로 제대로 하겠습니다!”

“내가 훈련 기간만 아니었어도 너 하루 종일 굴렸다. 알겠냐?”

“알겠습니다!”

자대 배치받은 지 얼마 안 된 이병이라 해도, 봐주는 건 없었다.

김철민은 훈련 상황이라 말로 따끔하게 주의만 주고 넘어갔다.

“후. 진철호. 네가 아무리 신병이라도 해도, 봐주는 건 한계가 있다.”

“이병! 진철호! 죄송합니다!”

“똑바로 해라.”

“예!”

그러기 무섭게, 다른 상병장들이 진철호에게 다가가 거친 말을 퍼부었다.

한 명이 실수하게 되면, 다른 소대원들에게도 피해가 간다.

당연히 소대장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고.

이른바 연대 책임.

다른 곳도 아니고, 이곳이 군대이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이병은 울상을 지은 채,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다음부터 잘해라. 지나간 건 지나간 거다.”

“예!”

김민준은 녀석의 어깨를 한 번 툭 쳐 주고, 너무 상심하지 말라고 말해 주었다.

훈련에 있어서, 멘탈 또한 중요한 요소.

자신조차 이병을 털어 버리면, 녀석의 멘탈은 완전히 깨져 버릴 것이었기에.

**

훈련 3일 차 저녁.

헌터들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그럴 것이, 지난 훈련에 비해 이번 훈련은 다양한 상황이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아… 이번 훈련 강도 미쳤네, 진짜….”

“이제 3일 차다. 아직 하루 더 남았어.”

“이런 미친….”

새벽에 특수 가스 살포.

한밤중이나 경사가 험한 지역에 몬스터 출현.

오늘은 트랩이 설치된 구역까지.

그들이 지치게 되는 것도 당연했다.

“다들 기운 차리십쇼! 이제 하루밖에 안 남았습니다. 조금만 더 이동하면 야영할 겁니다!”

김민준은 그럴 때마다, 선임들의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정신 차리자.’

‘할 수 있다!’

선임들은 이를 악물며 걷는 속도를 유지했다.

‘오늘은 좀 더 빨리 야영해야 되겠는데.’

김철민 중위는 소대원들의 컨디션을 파악한 뒤, 오늘은 여기까지만 이동하기로 했다.

특히 이병들과 일병들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다들 주목!”

“주목!”

“오늘은 여기서 야영한다! 내일이면 훈련이 끝나니까, 다들 정신 바짝 차려라,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김철민 중위는 말을 마친 뒤, 상황 보고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

‘역시 장교는 장교네.’

김민준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김철민 중위 역시 피로가 누적되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힘든 내색 전혀 없이 소대를 이끌었다.

‘병사들의 사기도 중요하니까.’

소대장이 흔들리게 되면 소대원들 역시 영향을 받게 된다.

김철민 중위는 소대장의 역할을 착실히 해내고 있었다.

“민준아.”

“상병 김민준.”

“너 아니었으면 우리 진짜 뭐 될 뻔했다.”

텐트를 설치하던 사이, 선임들이 다가와 고맙다며 말해 왔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잖습니까. 거기다 자대 배치받은 지 얼마 안 된 이병이기도 하고.”

“그래. 그건 우리도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그런데 저기 보이냐?”

선임이 가리킨 곳에는, 무서운 얼굴로 뭐라 말하고 있는 이승호 병장이 보였다.

그 대상은 이전에 트랩 존에서 실수한 이병이었고.

이승호는 소대장이 자리를 비우자마자, 바로 움직였다고 한다.

“너 아니었으면 우리도 저기서 대가리 박고 있었을걸?”

“어쨌든 고맙다, 야.”

선임들은 김민준의 어깨를 툭 두드린 뒤,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좋아, 좋구만.’

이게 군생활이지.

선임들에게 좋은 이미지도 잘 보여 주고 있고.

‘이대로만 가면 병장도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겠는데?’

김민준이 만족감을 느끼던 사이.

“김민준.”

“상병 김민준.”

“저기 이병이랑 같이 따라와라.”

“알겠습니다.”

보고를 마친 김철민 중위가 자신을 향해 손짓했다.

뭔가 싶어 따라가 보니, 혹시라도 다친 곳이 없는지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정말 괜찮냐?”

“예, 괜찮습니다.”

“너는?”

“이병! 진철호! 저도 괜찮습니다!”

꼼꼼한 체크를 끝내고 나서야, 김철민은 굳은 표정을 풀었다.

“후우. 아까 너네들 잘못되는 줄 알고 쫄려 죽는 줄 알았다. 그리고 너.”

“이, 이병 진철호!”

“그래. 너무 마음에 두지는 말아라. 이게 그만큼 규모가 큰 훈련이라서 그러는 거니까.”

“예!”

김철민은 팔짱을 끼고, 이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아까 판단을 잘못한 것 같다. 소대원들 컨디션을 제대로 체크 안 한 내 잘못이다.”

“진철호 이병 말입니까?”

“그래. 내가 좀 더 신경 써서 알아차렸다면,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김민준이 완벽하게 대처했다 할지라도, 이전에 발생한 상황은 명백한 실수며 감점 요소였다.

그리고 그것이 김철민 중위의 잘못이기는 했다.

시도 때도 없이 상황이 터지는 와중에, 모든 소대원의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긴 했지만.

그래도 잘못은 잘못이었다.

‘지나간 건 어쩔 수 없다 치고. 이제 하루 남았는데, 저렇게 기운이 없어서는 안 되지.’

김철민 또한, 이번 훈련은 처음 겪었기에 나름대로 부담스러울 터.

‘내가 장교들까지 챙겨 줄 줄은 몰랐는데.’

김민준은 김철민에게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다.

“제가 뒤에서 상황을 항상 주시하겠습니다. 지나간 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마십쇼. 아직 훈련 하루 더 남았지 않습니까.”

그 말에, 김철민 중위가 가소롭다는 얼굴을 했다.

“이 자식아. 내가 그래도 중위야. 아직 쌩쌩하다.”

“알겠습니다.”

“빨리 돌아가 보기나 해라.”

“예! 충성!”

김민준은 후임에게도 너무 부담 갖지 말라고 말해 준 뒤, 본래 자리로 돌아갔다.

**

훈련 3일 차가 지나가고, 마지막 날인 4일 차에 접어들었다.

“오늘만 버티자….”

“12시간만 참자….”

이미 헌터들의 체력은 한계에 도달한 상태.

소대원 중 몇 명은 자면서 걷는 스킬을 보여 주고 있었다.

“와. 우리 소대가 레전드다.”

“그러게. 다른 소대 보니까 부상자 장난 없던데.”

“이병이랑 일병들 중에서도 나가떨어진 애들이 하나도 없는 건 우리 소대뿐일걸?”

김민준의 소대만은 유일하게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어? 저기 걔 아니야?”

“맞네. 다친 거 같은데?”

이동 도중.

소대원들이 누군가를 발견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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