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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28화 (28/212)

28. 헌터 기동훈련-2

“전원 기상! 빨리 일어나서 3분 이내로 방독면 착용해!”

상공에서 떨어지고 있는 물체는 국방색의 작은 상자 하나.

헌터군 마크와 함께 해골 표시가 새겨져 있는 걸 보면, 부대에서 투하한 물체였다.

“김민준! 너도 방독면 착용하고 소대원들 깨워!”

“상병 김민준. 알겠습니다!”

변화형 던전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유독 가스.

박스의 정체는 그것을 인체에 해가 없도록 개조해 만든 특수 가스였다.

“다들 기상하셔서 방독면 착용하십쇼!”

짜악! 짝!

“어, 어어! 뭐야!”

“바로 방독면 착용하십쇼!”

“미친! 뭔데!”

“비상 상황입니다! 곧 있으면 특수 가스가 살포됩니다!”

“특수 가스라고? 뭔 훈련 첫날부터!”

김민준은 텐트 안으로 들어가, 선임들의 따귀를 힘껏 때렸다.

다소 과격한 행동이었지만, 그만큼 시간이 중요했다.

김철민 중위의 말대로, 소대원들 전원 3분 안에 방독면을 착용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불! 누가 불 좀 켜 봐!”

“야! 몇 분 남았어!”

“2분도 안 남았습니다!”

“특수 가스 마시면 정신 못 차린다! 다들 정신 바짝 차려라!”

“예, 예!”

현재 시각은 새벽 4시.

상병이나 병장들이야 허겁지겁 방독면을 착용했지만, 이병, 일병들은 그러지 못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로, 방독면을 꺼내 착용한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큭! 여기 끈이 꼬였다!”

“침착해라! 허둥댈수록 끈이 더 꼬인다! 가만히 있어!”

김민준은 소대원들을 진정시키며, 허둥대는 후임들을 도와주었다.

푸쉬이이이이-

마지막 한 명의 헌터가 방독면을 착용한 순간, 투하된 박스에서 특수 가스가 살포되기 시작했다.

노란색을 띠는 연기.

특수 가스의 효과는 일반군의 CS탄과 유사하다.

마시면 숨은 안 쉬어지는데 죽지는 않는, 그런 상태라고 보면 된다.

‘CS탄보다 10배 이상 매운맛인 게 문제지만.’

특수 가스를 한 모금이라도 마셨다가는, 반나절 이상 기침만 하는 후유증이 남는다.

저 가스를 마신 상태로 기동 훈련을 소화하는 건 상당히 버거울 터.

물론 김민준은 몸 안의 마기가 알아서 정화해 주기에 예외였다.

“전원 방독면 착용 완료했습니다!”

“다들 텐트 철거하고 바로 이곳을 벗어난다!”

“알겠습니다!”

소대원들은 김철민 중위의 지시에 따라, 재빨리 텐트를 철거하고 장소를 벗어났다.

그 뒤로 30분 이상 이동한 후에야, 방독면을 벗어도 좋다는 신호가 떨어졌다.

“후아…!”

“자다가 이게 뭔 일이냐.”

“진심 조질 뻔했다.”

헌터들은 그제야 살았다는 표정으로 방독면을 벗었다.

“김민준 상병님. 정말 감사합니다. 김민준 상병님 아니었으면 특수 가스 왕창 들이켤 뻔했습니다. 중간에 줄이 꼬여 버려서….”

“와. 아직도 뺨이 얼얼하다. 난 중간에 잘 못 일어나는데, 네 덕분에 살았다.”

선임들은 그에게 다가가 살려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상병 김민준. 빨리 발견한 덕분입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운은 무슨. 자다가 새벽에 일어나서 3분 안에 방독면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소대원 중에서 가스 마신 녀석이 한 놈도 없다. 잘했다.”

“감사합니다.”

보통 불시에 가스가 살포되면, 소대원 중 30% 이상은 방독면을 제때 착용하지 못해, 가스를 들이켜게 된다고 한다.

그 결과는 그대로 실적 점수로 이어지고.

“김민준.”

“상병 김민준!”

“소대장보다 빠르게 특수 가스를 감지했다. 잘했다.”

“감사합니다!”

김철민 중위도 김민준을 아낌없이 칭찬했다.

그의 대처가 그만큼 완벽했으니까.

“다들 이대로 계속 이동한다! 대신 중간에 휴식 시간을 주겠다!”

“예!”

소대원들은 그대로 산길을 따라 움직였다.

“켈록! 켈록!”

“케엑! 켁!”

이동하는 산길마다 고통스럽게 기침하는 헌터들이 눈에 들어왔다.

특수 가스에 제때 대처하지 못해, 그대로 들이켜게 된 헌터들이었다.

“저쪽 소대는 제대로 맞았나 보네. 많이 뒤처졌는데.”

“우리가 2소대니까… 그러네.”

“저거 마셨으면 하루 종일 기침만 했다. 기침 소리만 들어도 끔찍하네.”

“누구인가?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느냔 말이야!”

“미친놈아! 소대장님 들으시겠다. 닥쳐, 좀.”

훈련 첫날 새벽부터 특수 가스 살포라니.

과연.

김철민 중위가 설명했던 대로, 훈련 강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오늘이 훈련 2일 차니까… 2일 차에 뭐 했었지?”

“4년 전 일을 어떻게 알아, 미친놈아.”

병장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대화를 나누는 사이.

“소대장님! 전방에 환자입니다!”

목에 ‘부상자’라는 글귀를 몸에 부착하고 있는 간부가 보였다.

“소대장님이 말씀하신 다양한 상황이라는 게 저런 거였냐?”

“오우, 제기랄.”

헌터 기동 훈련 2일 차부터는 일정 구간마다 부상자 역을 한 간부가 대기하고 있다.

헌터들은 이 부상자들을 케어하며 목적지까지 도착해야 했다.

이것도 지난번 기동 훈련에는 없었던 상황이었다.

“들것 준비해!”

“알겠습니다!”

김철민 중위의 지시에 헌터들이 들것을 꺼내 부상자에게 가져갔다.

“그럼 들겠습니다!”

“어어. 그런데 그쪽 소대는 특수 가스에 대처를 잘했나 본데? 여기 소대장 누구냐?”

간부는 이상 증상이 전혀 없는 소대원들을 보고, 눈을 빛냈다.

그들은 부상자 역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훈련 감독관이기도 했다.

“중위 김철민입니다!”

“일부러 새벽에 가스를 살포했는데, 훌륭한 대처였어. 여기 가스 들이켠 헌터 없지?”

“예! 그렇습니다!”

“그래. 앞으로도 그렇게 해라.”

“알겠습니다!”

대위의 이어진 칭찬에, 소대장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민준아. 잘했다.’

김철민 중위는 순간 기분이 좋았는지, 김민준을 보며 엄지를 척 들어 올려 주었다.

‘기분 좋으신가 보네.’

아직 훈련 도중인데, 의외의 행동이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어어. 이제 2일 차니까, 열심히 해 봐.”

“예!”

부상자의 상태를 간단히 체크한 뒤, 헌터 두 명이 분담해 이송을 시작했다.

“대열을 변경한다!”

“예!”

몬스터의 습격에 대비해 대열을 변경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소대장님! 후방에 200m 지점, 몬스터입니다!”

이동 도중, 경사가 험해지기 시작하기 무섭게 부대에서 몬스터들을 풀었다.

축구공 형태의 몬스터, 다크볼이었다.

“부상자를 먼저 앞쪽으로 보낸다! 나머지는 대열 유지한 채로 사격 준비해!”

“예!”

“알겠습니다!”

다크볼은 지정한 대상에 달라붙어, 모기처럼 피를 빨아들이는 몬스터다.

일단 달라붙으면 웬만한 완력이 아니고서야 떼어 놓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원거리에서 마력탄을 퍼부어 놈들을 가까이 접근시키지 않는 게 최선의 대처였다.

“전원 사격 준비!”

“사격 준비!”

김철민은 재빨리 상황 판단을 끝내고, 소대원들에게 사격 지시를 내렸다.

“사격 개시!”

쿠와앙!

헌터들은 자리를 잡은 뒤, 멀리서 접근해 오는 다크볼에게 마탄을 퍼붓기 시작했다.

“큭!”

“침착하게 조준해!”

경사가 험한 지역에서의 사격이다 보니, 헌터들의 자세가 불안정했다.

때문에 마력탄의 명중률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

1개의 소대가 마탄을 퍼부었지만, 처리한 다크볼은 15마리 정도.

그나마 김철민 중위가 사격 지원을 해 줬기에 이 정도였다.

투웅! 퉁!

“어욱!”

“야! 총으로라도 막아!”

“저놈한테 물리는 순간 지옥이다!”

남은 8마리는 어느새 코앞까지 와, 헌터들에게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었다.

“소대장님! 이대로는 부상자가 생길 것 같습니다! 제가 지원하게 해 주십쇼!”

한편.

들것을 들고 있던 김민준은 소대장에게 허락을 구했다.

헌터들이 다크볼을 어찌어찌 막아내고 있지만, 이대로는 부상자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단 한 명의 부상자도 허락하지 않는다.’

내가 있는 한, 우리 소대는 무조건 만점을 받아야 한다!

김민준의 눈이 의욕적으로 불타올랐다.

“헌터들의 총기에 달라붙은 다크볼을 떼어 내야 한다. 웬만한 완력으로는 힘들다. 못 할 것 같으면 하지 마라.”

김철민 중위는 잠시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자신 있으면 해 보라는 말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소대장의 허가가 떨어졌다.

김민준은 대열 뒤쪽으로 높이 뛰어올랐다.

“어? 뭐, 뭐야?”

들것에 실려 있던 간부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당황했다.

무거운 군장을 메고 있는 상태인데도, 저렇게 높이 도약할 수 있다니.

‘완벽하게 대처하려면 저렇게 행동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이 훈련에서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이 얼마나 될까.

안 그래도 이번 훈련은 강도가 유난히 높다.

즉, 부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진 훈련이라는 말이다.

‘소대장의 판단이 맞는지 지켜봐야겠군.’

간부는 상반신을 일으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아오! 이 엿 같은 놈! 그만 떨어져!”

투웅! 퉁!

다크볼은 헌터들의 총에 달라붙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 상태로 다크볼을 처리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섣불리 처리했다간 총기가 손상된다.

총기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훈련 성적에 포함된 항목.

헌터들은 다크볼이 지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최선이었다.

“그대로 가만히 있으십쇼!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어? 민준이?”

“야! 총기 잘못 건드리면 고장 난다! 이거 고장 나면 나중에 많이 혼나!”

김민준은 대답 대신, 다크볼의 입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홱! 홰액!

물건 던지듯이 가볍게 떼어 내어, 멀리 던졌다.

“어….”

“어?”

나머지도 마찬가지.

“다들 정신 차려!”

“떨어져 나간 놈들 마무리해!”

쿠와앙!

그때를 놓치지 않고, 헌터 두 명이 다크볼에게 마력탄을 퍼부었다.

이승호 병장과 김광식 상병이었다.

“다크볼 처리 완료했습니다!”

김민준과 두 명의 협동으로, 남은 몬스터까지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

“다들 총기 점검해! 고장 난 헌터가 있으면 바로 소대장에게 보고한다!”

“이상 없습니다!”

김민준의 빠른 대처로 인해, 고장 난 총기는 단 한 정도 없었다.

짝짝짝짝-

“이야. 난 그냥 부상자 겸 감독관인데, 저건 칭찬을 안 할 수가 없네.”

상황이 끝나자, 간부가 훌륭한 대처였다며 박수를 쳤다.

“하지만 이제 2일 차다. 끝까지 긴장을 놓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예!”

소대원들은 잠시 정비 시간을 가진 뒤 출발했다.

김민준이 대열 앞으로 이동하는 도중, 누군가가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이승호 병장이었다.

“그렇게만 해라. 잘했다.”

“상병 김민준. 감사합니다.”

그는 시크하게 딱 한마디만 한 뒤, 다른 소대원들의 상태를 점검했다.

‘병장 아니랄까 봐, 알아서 잘하네.’

김민준은 이승호의 옆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

시간이 지나, 훈련은 3일 차에 접어들었다.

2일 차까지는 그럭저럭 버틸 만했다면, 3일 차부터는 지옥이었다.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몬스터들이 습격해, 헌터들의 체력을 갉아먹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소대원들이 거쳐 간 전투만 대략 10회 이상.

“아… 죽겠다. 쓰러질 것 같다.”

“미치겠네. 이번 훈련 강도 왜 이래?”

소대원들의 얼굴에는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이 긴장을 푸는 것도 잠시.

“다들 정지해!”

김철민 중위가 뭔가를 발견하고 신호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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