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첫 던전-2
“어, 어어?”
“뭐, 뭐 저리 높게 뛰어오르지? 쟤 누구야!”
“김민준 상병님입니다!”
그가 점프한 높이는 자그마치 7m.
웬만한 헌터들은 불가능한 행동이었다.
“키이이익!”
“기운 좋네.”
그거 다 네 몸 안에 마기가 들어 있어서 그런 거야.
막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고 그러지?
“이젠 내 거다.”
김민준은 앞 열에서 미리 확보한 방패를 든 뒤, 힘껏 밀쳤다.
“크이이익!”
쿠우우웅!
괴물쥐는 엄청난 기세로 땅에 처박혔다.
그 충격에, 던전 일대가 순간 흔들리기까지.
“큭!”
“갑자기 이게 뭔….”
헌터들은 충격의 여파로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김민준은 한 손에 진압봉을 든 채, 다른 한 손으로는 괴물쥐의 머리를 움켜잡았다.
‘오. 너 마기 좀 괜찮게 들었다?’
스스스스-
재빠르게 놈의 몸 안에 들어 있던 마기를 흡수한 뒤, 진압봉으로 머리를 힘껏 후려쳤다.
빠악! 뻐억!
“키… 이….”
“어우, 이놈 봐. 고기가 왜 이리 질겨?”
“키이익!”
단 세 방 만에 괴물쥐는 피를 쏟으며 사망했다.
자신이 온 힘을 다해 세 방이었으니, 다른 헌터들이었으면 꽤 고생했을 것이다.
마기를 모두 흡수하자, 검게 물든 놈의 눈동자가 다시 원래 색으로 돌아왔다.
[일정 수준의 마기를 흡수하였습니다.]
[마기 스텟이 1 상승합니다.]
이게 웬 떡이냐.
역시 최전방이라는 건가.
“다들 주위 경계하면서 김민준 상병을 보호해!”
“예!”
“야! 김민준! 괜찮냐?”
그가 흡족하게 웃던 사이, 뒤에 빠져 있던 헌터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상병! 김민준! 전 괜찮습니다!”
“와… 다시 보니까 저거 덩치 미쳤잖아.”
“저놈 달려들었으면 우리 전부 죽었을 것 같은데….”
“야. 너 방금 그거 어떻게 한 거냐?”
헌터들은 말도 안 되게 거대한 괴물쥐를 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가끔 던전을 공략할 때 저런 이레귤러가 나타나곤 했는데, 저건 커도 너무 컸기 때문.
“김민준!”
“상병! 김민준!”
“너 괜찮냐? 내 지시 없이 함부로 뛰쳐나가면 어떡하나!”
“죄송합니다!”
김철민 중위는 주위에 괴물쥐가 없다는 걸 확신하고 나서야 그에게 달려왔다.
“너, 다친 데는?”
“괜찮습니다!”
“후우… 그래. 어쨌든 긴급 상황이었으니, 이번 건 어쩔 수 없었다. 잘해줬다.”
처음이야 화난 목소리였지만, 괴물쥐의 덩치를 눈으로 확인하자 금방 누그러들었다.
“중위 김철민입니다! 괴물쥐의 서식지에서 이레귤러를 발견! 확보를 위해 몬스터 포획반 지원 바랍니다!”
그는 상황실에 상황 보고를 한 뒤, 매뉴얼대로 철수했다.
저런 이레귤러가 한 마리라는 보장은 없었으니.
“야. 진짜 네 덕분에 살았다. 난 아까 그놈 봤을 때, 방패 들어 올릴 생각도 안 들더라.”
“아, 진짜 이놈의 최전방. 모기부터 몬스터까지 정상인 놈이 한 마리도 없어.”
던전 밖으로 나오자, 선임들은 김민준에게 고맙다며 말해왔다.
“아닙니다! 멋대로 뛰쳐나가서 죄송합니다!”
“뭘 죄송해. 그건 누가 봐도 돌발 상황이었는데. 네가 대처 안 해 줬으면 오히려 큰일 날 뻔했다.”
“와. 이놈 봐라. 몸에 상처가 하나도 없다. 이게 말이 되냐?”
그건 소대장도 마찬가지.
김철민 역시, 김민준의 몸을 꼼꼼히 살펴보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들 주목!”
“주목!”
“돌발 상황 발생으로 던전 공략은 여기까지 한다! 다들 인원 점검 후, 부대에 복귀할 수 있도록!”
“예!”
인원 보고를 끝내고 난 뒤, 소대원들이 부대로 복귀했다.
“다들 주목!”
부대에 도착하자마자 김철민 중위가 지시를 내렸다.
“다들 입고 있던 방호복과 방독면을 우선적으로 반납한다. 그리고 반드시 샤워할 수 있도록!”
“예!”
괴물쥐의 서식지에 들어갔다 보니, 헌터들의 몸에는 놈들의 체액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었다.
헌터들은 재빨리 쓰고 있던 방독면과 방호복을 벗었다.
“후아.”
“하아.”
그들은 후련한 듯이 숨을 토해 냈다.
드디어 살았다는 표정이다.
던전에 들어갈 때부터 복귀할 때까지 방독면을 계속 쓰고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김민준 상병은 지시 사항 다 끝내고 소대장실로 올 수 있도록.”
“상병! 김민준! 알겠습니다!”
김철민의 말에, 다른 헌터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
생활관 안.
잠시 휴식을 취하던 헌터들은 들뜬 목소리로 대화를 나눴다.
“야. 그것보다 김민준 괴물쥐 단독으로 처치한 거 봤냐?”
김민준은 도착하자마자, 소대장의 호출로 불려 간 상황.
“뭔 쥐새끼 덩치가 이따만하더라니까. 구라 안 치고 그놈한테 다 깔려 죽을 뻔했다.”
“군용 방패로 그걸 또 밀어내는 민준이는 뭐 하는 놈인가 싶더라.”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아니, 내가 두 눈으로 직접 봤다니까?”
얼마나 임팩트가 컸으면 던전 입구 쪽을 담당하던 분대원들까지 우르르 몰려온 상황.
“아. 너희들이 그 괴물쥐 사체 봤으면 암말도 못 한다, 진짜. 샘플 확보한다니까 나중에 사진 보고 놀라지나 마라.”
“근데 공략 도중에 철수한 거 보니까 어느 정도 맞는 거 같기는 하고….”
그들이 괴물쥐의 서식지에서 나타난 이레귤러와 김민준을 주제로 뜨거운 토론을 벌이는 사이.
“김민준. 여기 앉아라.”
“상병! 김민준! 알겠습니다.”
김민준은 소대장실의 소파에 앉아 있었다.
“소독약이랑 솜 줄 테니까, 사용하고.”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그래도 해 놔.”
“알겠습니다.”
김민준은 빨간 소독약을 사용해 볼에 톡톡 두드렸다.
어차피 가만히 놔둬도 치유되겠지만, 예의상 한 행동이었다.
“그런데 너 진짜 검사 안 받아도 괜찮겠냐? 내가 외진 보내 준다니까.”
“정말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아까부터 지켜본 바로는 괜찮은 것 같기는 한데… 나중에라도 아프면 즉시 나한테 말해라.”
“예! 알겠습니다!”
김철민 중위가 그를 이곳에 부른 이유는 바로, 상황 보고서 작성 때문이었다.
괴물쥐의 던전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상황을 제대로 확인한 것은 김민준 혼자였으니.
“사실 이레귤러가 나타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했다. 너 아니었으면 대참사가 일어났을 거다.”
“그건 좀 과장인 것 같습니다.”
“아니, 그놈은 너무 컸다. 내가 뛰쳐나갔어도 힘들 정도였다.”
“감사합니다.”
하긴.
그놈이 크긴 컸지.
놈이 커 봐야 하급 몬스터인 괴물쥐겠지만, 그 안이 던전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익숙하지 않은 지형에 시야 확보가 어려운 던전 내부.
방호복과 방독면을 착용해 움직임이 불편한 상황.
거기다 던전 내부 환경 때문에 총기와 주 무기 사용까지 금지였으니.
“보고서 작성 다 했습니다.”
김민준은 적당히 보고서를 작성했다.
‘힘껏 점프해 방패로 이레귤러 몬스터를 밀친 뒤, 진압봉으로 죽을 때까지 때렸다. 이 정도로 하면 되겠네.’
“…민준아.”
“상병 김민준.”
보고서를 읽던 김철민이 넌지시 물어왔다.
“너, 스텟이 도대체 몇이냐?”
“힘은 65, 민첩은 60입니다!”
“뭐, 뭐? 65라고? 거기다 민첩은 60?”
자신의 대답에, 김철민 중위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중위인 내가 평균을 내도 40 언저리다. 그런데 일반 병사가 60이 넘는다고?’
물론 자신은 이제 막 장교 2년 차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스텟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쳐도, 군생활 4년 이상한 병장들보다는 높은 수준.
“하… 진급이 빠를 수밖에 없었구만. 너 서울 쪽 대학교만 나왔어도 사관학교 갈 수 있었을 거다. 내가 다 아깝다.”
헌터 사관학교 스텟 커트라인은 50.
김민준이 서울 상위권 대학교만 나왔다면, 사실상 프리 패스인 셈이었다.
“너 간부로 승격하고 나서, 대학교 다닐 생각은 없냐? 하사부터는 출퇴근 가능한 거 알지?”
“전 공부는 싫어합니다. 실적으로 진급하면 충분합니다.”
김민준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4년 안에 별은 충분히 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그래. 결정하는 건 너니까, 강요는 하지 않는다.”
김철민은 피식 웃으며 김민준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고 말했다.
“오늘 네가 소대원들 다 살렸다. 정말 잘했다.”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래. 이제 가도 된다. 혹시라도 아프면 바로 보고해.”
“예! 그럼 가보겠습니다! 충성!”
마기도 얻고, 실적 점수도 얻고.
일석이조였다.
**
던전 공략은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중지되었지만, 그렇다고 헌터들이 쉬는 것은 아니었다.
“아… 또 뭘 시키려고.”
“어디 땜빵 난 거 막으러 가겠지.”
소대원들은 전투복 차림으로 연병장 앞에 집합했다.
다들 입이 삐쭉 튀어나와 있었다.
샤워를 마친 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집합이라니.
“다들 던전에 들어가느라 고생 많을 텐데, 조금만 더 힘낼 수 있도록.”
“예….”
김철민 중위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남은 일정에 대해 설명했다.
“수송반이 싣고 온 특수 자재로 진지 공사만 하면 끝이다.”
“아… 돌쇠가 왔다….”
“진지 공사… 돌쇠….”
진지 공사라는 말에, 헌터들의 어깨가 축 처졌다.
던전 다녀온 지 얼마나 지났다고, 하필이면 진지 공사라니.
“오늘 허리 나가겠다….”
헌터들이 돌쇠라고 부르는 특수 자재는 겉보기에 평범한 벽돌처럼 생겼다.
문제는 개당 100㎏은 넘어가는 무게였다.
게다가 그뿐이라면 다행이겠지만, 특유의 거부감 드는 냄새까지 한몫했다.
몬스터를 쫓아내기 위해, 특수 약품을 섞었기 때문.
‘오늘 별거 없네. 끝나면 시뮬레이션이나 하러 갈까.’
김민준이 작업 도구를 챙기는 사이.
‘응? 뭐라고? 알아낸 게 있다고?’
스스스스-
부대에 풀어놓았던 나이트 워커에게서 반응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