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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23화 (23/212)

23. 첫 던전-1

[스트렝스가 생성되었습니다.]

“뭐냐. 오늘 좀 진지하게 하긴 했는데, 스킬이 생긴다고?”

그래 봤자 2시간 남짓한 시간이었는데?

[스트렝스(E): 힘 스텟이 5 증가합니다.]

스킬 설명을 읽어 보면, 기본 스킬 축에 속하는 효과였다.

“기본 스킬이라도 생긴 게 어디냐.”

안 그래도 마기를 모으기 까다로운 환경이었는데, 이런 스킬도 계속 쌓이다 보면 무시할 수 없을 터.

“김민준 상병님. 이제 곧 개인 면담 시작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김민준 상병님 먼저 시작하신답니다.”

“그래? 알았다.”

단련실에서 나가려던 찰나, 후임이 소대장실로 가면 된다고 알려 왔다.

“충성!”

바로 소대장실로 향하자, 김철민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반겨 주었다.

“오! 김민준이가 벌써 작대기가 세 개네! 자대 온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러다 병장까지 금방이겠다, 이놈아.”

“감사합니다!”

“그래. 잠깐 기다려 봐. 내가 시원한 거라도 줄 테니까.”

김철민은 손수 시원한 음료수를 꺼내 와, 김민준에게 건네주었다.

거기다 한술 더 떠 얼음 컵까지.

다른 병사들에게는 물 한 잔이 끝인데, 김민준만 특별 취급하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내가 네 덕을 많이 봤지. 이거 보이냐?”

김철민은 옆에 놓여 있는 전투모를 가리켰다.

소위였던 계급이 어느새 중위로 바뀌어 있었다.

“다른 부대로 갈 수도 있었는데, 네가 마음에 들어서 남아 있기로 했다.”

그 말은, 앞으로도 김민준의 덕을 보겠다는 뜻이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내가 해야지.”

김철민은 김민준의 인적 사항이 적힌 종이를 몇 차례 넘기더니,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부모님이… 어릴 때 가출하셨구만.”

“예. 그렇습니다.”

“내가 좀 더 신경 써 줬어야 했는데. 요즘 통 바빠서.”

“괜찮습니다.”

김철민은 이런 환경에서도 성실히 군생활에 임하며,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김민준이 대견했다.

‘거기다 주소지가 통제 구역에 있었구만… 신경 많이 써 줘야겠군.’

지금까지 면담한 다른 헌터들에 비하면, 최고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사실 별 느낌도 없지만.’

한편.

김민준은 정말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부모는 어릴 때 가출해서, 얼굴이 어떤지 기억조차 나질 않았으니.

“헌터군에 입대한 동기라든가 있냐?”

“별을 달고 싶어서 입대했습니다.”

“다른 놈들 같으면 개소리 말라고 했을 텐데, 넌 소질이 보인다. 열심히 해 봐라.”

“감사합니다.”

김철민은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질문을 이어 나갔다.

“좋아하는 음식이나, 취미 같은 건 있냐?”

“치킨이나 피자 같은 배달 음식을 좋아합니다. 취미는 게임입니다.”

“그래? 남자들이야 게임은 필수지. 무슨 게임 하냐? 난 돌스스톤 좋아한다.”

김철민은 노트에 시선을 꽂은 채, 면담 내용을 기록해 나갔다.

“던파를 좋아합니다.”

“던파? 아… 그거 아니냐? 던전 파워 파이터.”

“예, 그렇습니다.”

“음… 그래? 그게 정공 게임인가 뭔가 하며 안 좋다던데. 맞냐?”

“절대 아닙니다.”

“그래. 너 보니까 그렇긴 하겠네.”

김철민이 노트를 덮고, 진지한 표정으로 김민준을 바라보았다.

“혹시, 헌터군 생활하면서 정신적이라든가, 육체적이라든가, 감당하기 힘들다고 생각한 적 있냐?”

“없습니다.”

“그래? 나중에라도 힘든 일이 있으면 나한테 꼭 말해라.”

“알겠습니다.”

“이곳에 부조리는 없고?”

“없습니다.”

“그래. 옛날 군대 아니니까, 문제 있으면 바로 말하고.”

“알겠습니다.”

사실은 있다.

일병은 주말에만 PX 이용, 단련실 역시 주말에만 이용.

게임방 역시 선임의 눈치를 보며 주말에 이용하는 정도.

이곳에서 일병까지의 헌터들은 이것저것 제약이 많은 편이었다.

‘물론 나야 이제 해당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있겠다는 건 아니지.’

병장이 되는 순간 뿌리부터 싹 뽑아 버릴 거니까.

“수고했다. 이제 가도 된다.”

“예! 충성!”

김민준은 소대장과의 면담을 마친 뒤, 소대장실을 나갔다.

**

점심시간이 끝나고, 헌터들은 던전 공략을 위해 집합했다.

소대장이 선글라스를 낀 채로 입을 열었다.

“다들 주목!”

“주목!”

김철민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헌터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다들 장비 제대로 챙겼는지 다시 한번 점검한다! 실시!”

“실시!”

2 소대원들은 각자 장비를 지닌 채로 연병장 앞에 집합했다.

다들 방독면을 지참한 채로, 특수 제작된 방호복을 입은 상태.

오늘 그들이 향할 던전은 괴물쥐가 서식하고 있는 장소였다.

“던전 공략은 지침대로만 하면 문제없다, 알겠나!”

“예!”

“목소리가 그것밖에 안 되나! 알겠나!”

“예!!”

“그럼 앞 열부터 출발한다!”

2소대는 위병소를 지나 던전이 있는 위치로 이동했다.

다들 아무 말 없이 걷길, 잠시.

“이동진!”

“이, 일병 이동진!”

소대장이 이동진을 지목했다.

“괴물쥐의 급소가 어디지?”

“괴물쥐의 급소는 머리입니다!”

‘아. 소대장님 또 시작이네.’

소대원들은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괴물쥐 같은 하급 몬스터에 대한 정보쯤이야, 어련히 다 알고 있는 수준.

하지만 김철민은 작은 사고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며, 질문을 이어 나갔다.

“다음, 이승호!”

“병장 이승호.”

“우리가 왜 방호복을 착용하고 방독면을 지참하고 있나?”

“괴물쥐의 서식지 같은 경우는 놈들이 무리를 이루어 생활하기 때문에, 악취가 극대화됩니다. 맨몸으로 들어가게 되면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정도입니다.”

“그래. 제아무리 하급 몬스터라고 해도, 철저한 사전 조사는 필수다. 알겠나!”

“예!”

소대장은 한 사람씩 지목해 가며 질문을 던졌다.

이번에 진급해서 그런지, 열정이 넘치는 모습이다.

“오늘은 더 하시네. 중위 다셔서 신나셨는데.”

“야, 저거 백 퍼다. 김민준 덕분에 진급하신 거다.”

“그건 맞지.”

소대원들은 투덜거리며 대화를 나눴다.

‘저렇게 해서 나쁠 거야 없지. 그것보다 던전에 마기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김민준은 이동 도중, 희미하게나마 마기가 없는지 열심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목!”

“주목!”

“던전에 입장하기 전, 다시 한번 장비를 점검한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들어갈 곳은 괴물쥐가 서식하고 있는 던전이다! 알겠나!”

“예!”

던전 입구 근처.

소대장의 지시에 헌터들은 방호복부터 방독면의 정화통까지 꼼꼼하게 점검했다.

어디 하나라도 작은 구멍이 있다면, 괴물쥐의 심한 악취가 몸에 스며들기 때문이었다.

“다들 여분의 정화통은 챙겼나!”

“예!”

“그럼 1분대부터 입장한다!”

김철민이 무전기를 통해, 상황을 보고하고 각각 분대에 지시를 내렸다.

“입구 쪽으로 입장하는 헌터들! 특히 분대장들은 지시한 대로 잘 대처하고,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무전으로 보고해. 알겠나!”

“예!”

소대를 반으로 갈라 한쪽은 출구, 한쪽은 입구로 입장했다.

김민준의 분대는 출구 쪽이었다.

던전 분석 결과 출구 쪽에서 서식하는 괴물쥐가 많아, 소대장은 김민준의 분대 쪽으로 붙었다.

[던전에 입장하였습니다.]

“다들 정화통 제대로 기능하는지 점검해라!”

“예!”

던전에 들어가자마자, 녹색 체액과 연기가 가득한 공간이 드러났다.

얼마나 심한지 시야가 방해될 정도.

헌터들은 소대장의 지시에 방독면을 다시 점검했다.

“문제없습니다!”

“시야가 잘 보이지 않은 관계로, 조를 따로 나누지 않고 진행한다! 1열과 마지막 열은 군용 방패 장착!”

“장착!”

소대장은 괴물쥐의 기습 공격을 대비해, 앞 열과 뒤 열 헌터들에게 대형 방패를 장착시켰다.

“마나건 사용은 일절 금지한다! 전원 진압용 무기를 꺼내 경계한다!”

김철민 중위는 변수가 발생하자, 거기에 맞춰 빠르게 대응했다.

“예!”

“알겠습니다!”

분대원들은 그의 지시에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다들 여기서 정지!”

지정한 구간에 다다르자, 헌터들을 더욱 경계를 높였다.

지금 헌터들이 서 있는 곳이 괴물쥐가 가장 많이 출몰하는 지역이기 때문이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괴물쥐의 기습이 없었으니, 매뉴얼 대로 미끼를 뿌리고 놈들을 꾀어낸다!”

원래 같았으면 덫을 설치할 수도 있었지만, 짙은 연기 때문에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다른 헌터들이 밟아 버릴 수도 있었기에, 단순한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

‘그렇지. 여기선 구식적인 방법으로 가야지.’

김민준은 김철민 중위의 적절한 처치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야 놈들이 어디 숨었는지 다 보인다만.’

현재 괴물쥐들은 땅 안에 잠복하는 중이었다.

헌터들이 빈틈을 보이는 순간, 습격하려는 셈이다.

김민준은 일단 분대원들의 대응을 지켜보기로 했다.

“미끼 준비 완료했습니다!”

“신속하게 설치하고 대열로 돌아간다!”

“예!”

분대원들은 괴물쥐들을 꾀어낼 미끼를 설치했다.

미끼라고 해 봐야, 다 썩어 문드러져 가는 바나나였다.

냄새나는 쥐새끼들 아니랄까 봐, 썩은 과일에 환장하는 식성을 가지고 있었다.

“키이이익!”

“전방에 괴물쥐 출현! 후방에서도 나타납니다!”

헌터들이 미끼를 뿌리기 무섭게, 괴물쥐들이 사방에서 출현했다.

“대열을 유지하면서 전투 실시!”

“실시!”

헌터들은 각자 맡은 포지션을 유지하며 괴물쥐들을 처리해 나갔다.

휘익!

“키익!”

헌터군용 진압봉은 상당한 무게와 강도를 자랑한다.

제아무리 몬스터라 해도, 약점 부근에 공격을 적중시키면 하급 몬스터까지는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었다.

‘아. 나 혼자 다 처리해 버리고 싶은데. 대열을 유지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네.’

김민준은 아쉬움을 느끼며, 소대장의 지시대로 대열을 유지하며 전투를 치렀다.

“크윽!”

“동진아! 긴장 풀어라!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갔다, 너!”

“일병 이동진! 알겠습니다!”

“바로 옆쪽에 두 마리가 동시에 달려든다! 내가 보조해 줄 테니까 한번 대응해 봐!”

“예!”

김민준은 주춤거리는 이동진을 격려해 주었다.

“쫄지 말고 달려들어! 너 훈련량은 충분하다!”

“예!”

자신의 격려로 인해, 이동진은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괴물쥐의 공격에 대응했다.

“소대원들한테 피해 안 끼치려고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거 같은데, 그 습관이 몸에 배면 너한테만 안 좋아.”

그 말에, 이동진은 어떻게 알았냐는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았다.

“내가 앞으로도 커버 쳐 줄 테니까, 그러지 마라. 계속 그러면 스텟이 안 올라갈 수밖에 없다.”

“알겠습니다.”

자신의 말에 이동진은 진지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들은 소대장의 지시에 따라 무난히 괴물쥐들을 정리해 나갔다.

김철민은 헌터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상황에 따라 적절한 지시를 내렸다.

“괴물쥐 36마리! 전부 처리 완료했습니다!”

“좋아. 아직 숨어 있는 개체들이 있을 수 있으니, 경계하면서 천천히 이동한다!”

“예!”

그의 판단은 정확했다.

‘한 마리가 저기 안에 숨어있네.’

던전 구조물 뒤로, 괴물쥐 한 마리가 자세를 낮추고 있었으니까.

‘응? 잠깐만.’

김민준은 놈이 숨어 있는 방향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저놈은 다른 개체에 비해서 덩치가 훨씬 큰데?’

저놈 안에 있는 익숙한 기운….

‘마기다.’

투박한 방독면만 아니었어도 금방 잡아냈을 텐데.

‘어쨌든 나이스!’

김민준은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확실히 마기였다.

‘대열을 함부로 이탈하는 건 금지지.’

하지만 긴급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차피 저놈은 다른 소대원들이 감당 못 한다. 지금 끌어들여야겠지.’

스스스-

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마기가 괴물쥐를 향해 흘러들어 갔다.

“키이이익!”

효과는 뛰어났다.

몸을 낮게 웅크리고 있던 괴물쥐가 갑작스럽게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어? 뭐, 뭐야!”

“괴, 괴물쥐! 소대장님! 저 개체는 너무 큽니다!”

“다들 뒤로 물러나!”

헌터들은 소대장의 지시에 재빨리 후퇴했다.

‘저건 너무 커. 총기가 없으면 처리가 힘들다.’

안 그래도 짙은 연기 때문에, 총기와 주 무기를 사용하기 힘든 환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필이면 저렇게 큰 덩치의 괴물쥐가 나타나다니.

‘망할. 어떻게 해야 하지?’

김철민은 속으로 고민했지만, 쉽사리 답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대로 시간을 끌어 봤자 잠시뿐.

군용 방패로는 저 괴물쥐를 막아낼 수 없을 터였다.

타앗!

그 순간.

“제가 막아내겠습니다!”

헌터 한 명이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아. 나 영화 감독해도 되겠는데?’

그 헌터는 당연히, 김민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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