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5화 (15/212)

15. 일병

훈련소에서 조교를 맡을 때도 그랬지만, 이놈은 평범한 헌터가 아니었다.

“너, 그 정도면 하사관이나 장교로 갈 수 있을 텐데 그쪽으로 지원하지 그랬냐.”

“지원 날짜를 까먹었습니다!”

“미친놈. 팔자 좋네.”

이세계에서 귀환했는데 그다음 날이 입대였다 이 자식아.

그리고 하사관은 전문대졸, 장교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해야만 지원 가능하던데.

고졸은 서러워서 살겠냐?

“너, 미들벳 30마리를 어떻게 상대한 거냐? 무기도 없이?”

평소에 후임에게 관심이 없는 이승호 병장은, 김민준에게 열렬한 관심을 드러냈다.

“거기에 상황 대처도 빠르고. 병장 손에서 전압봉을 뺏어 가는 이병은 처음 본다.”

“죄송합니다!”

“칭찬한 거야. 됐고, 넌 그냥 이대로만 해라.”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이승호는 팔짱을 낀 채 소파에 기댔다.

“김민준!”

“이병 김민준!”

잠시 후.

소대장이 들뜬 표정으로 당직 사관실에 들어왔다.

김철민은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김민준의 어깨를 힘차게 두드렸다.

“당직 사관한테 다 들었다. 민준이가 미들벳 싹 쓸어 버렸다며?”

“이병! 김민준! 그렇습니다!”

“그래. 잘했다! 이놈아. 대대장님께서도 알고 계신다. 이 정도로 대처를 잘했으니까, 뭐라도 해 주실 거다.”

그냥 진급만 시켜 주면 충분한데.

“이승호는 먼저 들어가 봐. 얘랑 할 얘기가 있어서. 너도 잘했다.”

“예. 그럼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충성!”

“그래.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듣도록 하고, 오늘 고생 많았다.”

이승호가 밖으로 나가자, 김철민이 말을 이어 나갔다.

“민준아.”

“이병 김민준.”

“너, 장교 지원 안 하고 왜 일반 헌터군으로 왔냐?”

지구로 귀환하자마자 입대 전날이라서요.

그리고 고졸이라서요.

“지원 날짜를 잊어버리기도 했고, 그냥 일반 헌터군으로 가도 충분히 진급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크… 아주 그냥 멋있어 죽겠네.”

민준의 대답에, 소대장은 좋아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감으로 말해 주는 건데, 너만 알고 있어. 너, 웬만하면 일병으로 진급될 거다.”

“그렇습니까?”

“그래. 유류고 근처에서 나타난 미들벳 30마리를 그렇게 깔끔하게 처리했는데, 아무리 특별 진급 기준이 강화되었다고 해도, 이건 될 거다.”

김철민은 김민준에게 오침을 해도 좋으니, 실컷 자라고 말하며 어깨를 두드렸다.

‘일병이라. 좋네.’

생각보다 일병을 일찍 달게 되다니.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

다음 날.

김민준은 부대 안에서 영웅이 되어 있었다.

유류고를 지키기 위해, 단신으로 몬스터의 어그로를 끈 이병!

소대장이 얼마나 신났던지, 김민준이 속한 분대만 오후 일과를 빼 주었다.

“야. 김민준. 네 덕분에 꿀 빨고 좋다?”

“이병 김민준!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너 다음부터는, 장비 제대로 챙기고 가라. 어제 결과가 좋게 나와서 그렇지, 다치기라도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다음부터 주의하겠습니다!”

하지만 선임들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아. 소대장이 알린다! 사단장님께서 우리 부대에 방문하실 예정이다. 헌터들 전원, 연병장 앞으로 집합할 수 있도록 한다. 다시 한번 알린다!

앞으로 2시간 뒤.

사단장이 방문한다는 말 때문이었다.

104사단, 무적 헌터 부대의 사단장이라면… 투 스타다.

-다들 생활관 깔끔하게 정리부터 하고 나온다! 수송반 애들은 차량 정비 다시 시작해!

소대장 역시 당황했는지, 랩하듯이 말을 빠르게 쏟아 내고 스피커를 껐다.

“아오! 제기랄! 왠지 일이 잘 풀린다 했다.”

“사단장님이 갑자기 여긴 왜 오냐? 큰 훈련도 없잖아.”

“방금 소대장님한테 듣고 왔는데, 지나가는 김에 김민준 이병 생각나서 들른다던데.”

“타이밍 참 엿이네.”

분대원들은 툴툴거리면서도, 재빠르게 생활관부터 정리해 나갔다.

“야. 이거 느낌이 그건데?”

그러던 도중.

눈치 빠른 선임들이 감이 왔다고 말하며 김민준을 바라보았다.

“이건 특별 진급이다.”

“미들벳을 30마리나 잡았는데, 백 퍼지.”

“사단장님까지 오시는데, 오늘 바로 다는 거 아니냐?”

“와… 미쳤네. 막내가 벌써 일병이라고?”

선임들은 들뜬 기색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진급하게 되면 PX를 쏘겠다고 말했다.

“그럼 기대하겠습니다.”

김민준은 이미 김철민에게 진급에 대한 정보를 받았기에, 그냥 가볍게 웃어 주었다.

“다들 생활관 청소는 깔끔하게 하고 나왔냐!”

“예! 그렇습니다!”

“잠시 사단장님이 부대에 방문하신다니까, 다들 긴장하고 작업해라! 알겠냐!”

“알겠습니다!”

연병장 앞은 순식간에 헌터들로 가득 찼다.

소대장은 단상 앞에 올라가, 작업을 하나씩 지시했다.

“이병들은 부대 안이랑 밖에 눈 치운 거, 더 깔끔하게 치우고! 일병들은 수송반 애들 도와서 세차부터 해라!”

“예! 알겠습니다!”

“상병들은 어제 설치한 마나 실드 아직도 작동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레이더도 잘 작동하는지 한 번 더 점검해!”

“예! 알겠습니다!”

소대장 김철민의 지시에 헌터들이 맡은 구역으로 후다닥 흩어졌다.

“병장들은… 안 들킬 자신 있으면 알아서 숨어 있어라. 대신 들키면 나한테 뒤진다.”

“예!”

순식간에 난리가 난 부대.

헌터들은 작업 도구들을 챙기며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아. 이게 투 스타의 힘인가.

“김민준. 넌 날 따라오고.”

“이병 김민준! 알겠습니다!”

김민준은 김철민을 따라 소대장실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선임들이 하던 말이 진짜였나 보다.

자대에 배치된 지 얼마나 됐다고, 사단장을 마주 볼 기회가 생겼다.

**

“충! 성!”

사단장이 소대장실 문을 열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김철민이 우렁찬 목소리로 경례를 했다.

김민준은 소대장의 지시대로 차렷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눈빛이 아주 그냥 살아 있네.’

김민준은 사단장에게서 뿜어지는 카리스마에 내심 감탄했다.

다른 헌터들과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역시, 저 정도는 되어야 별을 단다는 건가.

“어. 그래. 부대 지나가는 김에, 어제 보고받은 신병이 생각나서 들렀다. 네가 김민준이지?”

“이병! 김민준! 예! 그렇습니다!”

김민준은 힘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편하게 앉아라.”

사단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어제 있었던 상황에 대해 물었다.

“부대 내에 설치된 레이더는 잘 작동되고 있나?”

“예! 그렇습니다! 1시간 전, 정비를 해 본 결과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김철민은 잔뜩 긴장한 상태로 대답했다.

매뉴얼대로 충실히 대처했지만,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었으니까.

“그래. 하나 더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아니지. 두 개 더 설치해. 30마리나 나타난 걸 보면 예사롭지 않다. 유류고 쪽에 보수 작업도 할 수 있도록. 거기 경계 근무 서는 애들이 몇 명인가?”

“2명입니다!”

“당분간 6명으로 늘려.”

“예! 알겠습니다!”

별 탈 없이 넘어가자, 김철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간단한 브리핑 뒤, 사단장의 시선이 김민준에게로 향했다.

“네가 어제 용감한 일을 해 준 것도 맞고, 초기 대응 잘해 준 것도 좋은데. 네 몸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 장비는 챙기고 갔어야지.”

“이병! 김민준! 죄송합니다!”

그랬으면 유류고가 폭발할지도 몰랐는데.

김민준은 일단 죄송하다고 대답했다.

어찌 되었든, 전투 장비를 챙기지 않은 건 사실이었으니까.

“그래도 이병이 몸을 던져 미들벳들을 처리한 건 잘했다. 혼자서 30마리나 처리했다면서?”

“예! 그렇습니다!”

“그래. 옛날 내 모습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구만. 나도 그럴 때가 있었지. 사단장이 자네한테 선물을 하나 주겠다.”

사단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까이 오라며 손짓했다.

찌익!

그러자 사단장은 왼쪽 가슴에 붙어 있던 이병 계급장을 뗀 뒤, 일병 계급장을 손수 붙여 주었다.

“넌 지금부터 일병이다. 본래라면 여러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하겠지만, 압도적인 성과를 낸 병사한테는 그만한 대가가 빨리 돌아와야지.”

“일병 김민준! 감사합니다!”

사단장이 직접 붙여 주는 계급장이라니.

가슴이 절로 벅차오른다.

‘아. 군생활. 점점 재밌어지는데?’

마치 게임을 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넌 사단장이 직접 휴가 보내 줄 테니까, 2박 3일 정도 푹 쉬다가 와라.”

사단장은 김민준에게 지금 바로 준비해서 나가라고 말하며, 기분 좋게 웃었다.

“자네처럼 우수한 헌터가 104사단 소속이라서 기분이 좋아. 앞으로도 그렇게만 해라.”

“일병! 김민준! 감사합니다!”

사단장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포상금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며 말했다.

“사실 이 자리에서 주고 싶은데, 돈이 걸린 문제는 나라에서 빡빡하게 관리를 해서.”

자신이 처리한 미들벳은 한두 마리도 아니고, 30마리.

포상금 쪽도 상당히 짭짤할 것이다.

“소대장. 바로 휴가 준비시켜.”

“예! 알겠습니다!”

사단장은 그 말을 끝으로, 소대장실을 나갔다.

‘이게 웬 떡이냐.’

안 그래도 휴가 쓸 각 재고 있었는데, 공짜 휴가가 들어오다니!

훈련소 때 받은 휴가까지 합하면, 무려 5박 6일의 휴가가 생긴 셈이다.

거기에 원하던 일병으로의 진급까지!

“김민준!”

“일병 김민준!”

“이 자식아, 잘했다!”

소대장 김철민은 사단장이 나가자마자, 고맙다고 말해왔다.

“사단장님 지시니까 레이더는 바로 달릴 거다. 지금까지 한 개로 버틴 것도 용하지.”

레이더 추가 설치나 유류고 보수 작업은 진작 해야 할 작업이었는데, 지원금이 밀려 있어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몬스터를 감지하는 특수 레이더는 한 대에만 300억이 넘어간다고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휴가는 내가 알아서 처리해 줄 테니까, 지금 바로 출발해.”

“예! 알겠습니다! 충성!”

김민준은 소대장에게 경례한 뒤, 부대 밖으로 향했다.

훈련소 때 받은 휴가까지 사용할까 생각했지만, 그랬다가는 승급 시험과 겹치게 된다.

‘승급 시험은 중요하지.’

승급 시험.

딱 기다리고 있어라.

이제 상병 계급장을 달아 줄 테니.

**

김민준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부대 밖 PC방을 찾았다.

원래 주소였던 집이 통제 구역이 되기도 했고, 주소지를 옮기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으니까.

“그 시간에 피로도 1이라도 더 쓰는 게 이득이지.”

김민준은 컴퓨터 두 대를 켜, 동시에 캐릭터 두 개를 컨트롤하는 피지컬을 자랑했다.

“와… 저거 봐라.”

“미쳤다. 손 빠르기가 그냥….”

“헌터군 정도 되면 저게 되나 보네.”

PC방에 있던 사람들은 김민준의 현란한 손놀림에 감탄했다.

물론, 그 게임이 던파여서 금방 관심이 꺼졌지만.

“크아! 13강 종결 무기 뽕맛 지린다! 이 맛에 헌터군 하지.”

헌터군 입대 선물로 받은 무기를 휘두르며, 열심히 게임을 즐기기도 잠시.

-븝미븝미조아: 인생 ***날로 먹네. 누구는 현질해 가면서 13강 만드는데.

-던파씹고수: 그럼 너도 입대하든가 **놈아.

-븝미븝미조아: 응 나 공익이야. 몬스터는 게임에서 잡지 말고 현실에서 잡아 주세요 제발.

-던파씹고수: 너네 부모님 만수무강해라.

웬 던파 유저 한 명이 시비를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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