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2화 (12/212)

12. 비둘기

김민준이 아깝다고 생각하던 사이.

김광식은 재빨리 드럼통에 달라붙은 몬스터를 드럼통째로 멀리 던졌다.

“김광식! 1분 20초나 걸렸다! 바로바로 대처했어야지!”

“상병 김광식! 죄송합니다!”

“마나건이 안 먹히는 순간, 바로 몸을 날리라고! 실전에서도 그렇게 할 거야?”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국민이 내는 세금을 받아먹으면서, 국민을 못 지켜서야 되겠냐고!”

“아닙니다!”

교육관은 훈련 시간을 넘기자마자, 김광식을 미친 듯이 갈궜다.

이병이나 일병이면 따끔하게 주의를 주는 정도였지만, 상병부터는 봐주는 게 없었다.

‘상병 달고 1분 20초라… 자신 있어 하는 것치곤, 좀 그러네?’

김민준은 속으로 마음껏 웃으며, 녀석을 뭘로 부려 먹을지 생각하기로 했다.

‘신속, 정확이라는 게 뭔지 보여 주지.’

순서가 돌아, 자신의 차례가 왔다.

민간인 역은 김광식.

녀석의 타오르는 눈을 보니, 어떻게든 자신을 엿 먹이겠다는 게 느껴졌다.

“민간인 위치로!”

“위치로!”

“몬스터 투입!”

천장이 열리며, 괴물쥐가 투입되었다.

‘괴물쥐, 아르마게돈, 하운드. 세 마리로 로테이션 돌리는구나.’

가장 낮은 난이도인 하운드에 당첨된 헌터들은, 40초대를 끊으며 느긋하게 훈련을 완료했다.

괴물쥐 정도면 딱 중간 난이도 수준.

‘나한테는 세 마리 다 이지 모드다.’

김민준은 괴물쥐를 향해 마나건을 조준했다.

‘내가 어떻게 하는지 잘 봐라.’

“도와주세요! 살려 줘요!”

민간인 역할을 맡은 김광식은 소리만 지르지 않았다.

쿠웅! 쿵!

주먹이나 발로 근처의 물건을 넘어트리거나 던지면서, 더욱 괴물쥐의 관심을 끌었다.

‘오? 머리 좀 쓴다?’

김민준은 난동을 부리는 김광식을 보며, 속으로 웃었다.

‘내가 지금부터 신기한 걸 보여 줄게.’

스스스-

김민준의 몸에서 마기가 살짝 흘러나왔다.

일반인은 알아차리지도 못할 정도의 희미한 냄새지만, 몬스터라면 반응이 달라진다.

“키릭? 키리릭?”

괴물쥐는 마향을 맡자마자, 재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바로 앞에서 난리 치는 인간이 있었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키리리릭!”

자신은 감히 얼굴도 못 들이밀 정도의 몬스터가 이 안에 있다.

도망쳐야 한다!

그렇게 판단한 괴물쥐는 자신이 들어왔던 천장을 향해 뛰어올랐다.

‘어이고. 날 위해서 그렇게까지?’

김민준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마나건의 방아쇠를 당겼다.

어쨌든 마나건을 활용하는 능력도 본다고 했으니, 사용하기는 해야 했다.

타앙! 탕!

마나건의 위력은 그리 높지 않다.

몬스터의 주의를 끌거나, 쫓아내는 용도인 수준.

하지만 그런 마나건이라도 놈들의 급소에 적중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키리이이익!”

김민준이 발사한 마력탄 두 발 모두가 괴물쥐의 눈에 적중했다.

‘마나건은 확실히 살짝 어렵긴 하네. 빗나갈 뻔했잖아.’

괴물쥐는 공중에서 추락해 그대로 기절했다.

놈의 두 눈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남은 시간은 45초라.’

김민준은 김광식을 들쳐 메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아니, 마나건으로 괴물쥐 눈깔을 맞춘 거냐, 너? 저 높이에서? 어떻게….”

“김광식 상병님. 연기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아.”

김광식은 교육관의 시선을 느끼고, 재빨리 연기에 몰입했다.

“모, 못 움직이겠어요! 무서워요!”

“이제 괜찮습니다! 바로 나가면 됩니다!”

“전 그냥 여기 있을래요! 나갔다가 저런 놈들이 더 몰려오면 어떻게 해요!”

“진정하십쇼! 그럴 확률은 없습니다!”

팔을 마구잡이로 휘젓는 김광식.

김민준은 겁먹은 척 연기를 하는 김광식을 들쳐 멘 채로, 훈련장을 빠져나왔다.

김민준이 소모한 시간은 35초.

이병임을 생각하면, 매우 우수한 성적이었다.

‘좀 더 빨리 움직일걸. 너무 놀았네.’

30초 정도를 예상했는데, 35초나 걸려 버렸잖아.

“김민준. 35초. 아주 훌륭하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교육관이 고개를 한 번 끄덕여 주었다.

“이병! 김민준! 감사합니다!”

“괴물쥐가 뛰어오를 것을 미리 아는 것 같았다. 그만큼 대처가 신속했다는 말이지. 거기다 마나건으로 괴물쥐의 취약한 부분을 정확하게 적중시켰다.”

교육관은 다른 헌터들의 시선을 모았다.

“다들 주목! 방금 김민준 이병처럼 빠르게 움직여야 실전에서 국민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머리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몸으로 움직이란 말이야!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교육관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는지, 자신처럼만 하라며 말을 이었다.

“야. 너네 생활관 좋겠다?”

“완전 S급 신병이 들어왔네. 일반 사격도 19발이고.”

“헌터라면 당연히 저 정도는 해야지.”

“승호 넌 신병이랑 5초밖에 차이 안 나면서 무슨.”

병장들의 이어지는 극찬.

이승호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대답했지만, 표정을 보면 나름 만족하는 듯했다.

‘30초 컷 했으면 좋아 죽었겠는데?’

정말 마음만 먹었다면 그렇게 했겠지만, 그에게 있어 훈련은 그냥 게임이었다.

적당히 즐기다 보니, 속도가 살짝 느려진 것이다.

“이것으로 사격 훈련을 전부 마친다.”

훈련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오후 6시가 지나서야 끝이 났다.

“자, 오늘 하루 종일 사격 훈련하느라 고생했다. 들어가서 총기 반납 먼저 하고 식사할 수 있도록 해라.”

“예! 고생하셨습니다!”

“오늘 교육관이 너희들의 훈련 태도에 만족해서 일찍 보내 주는 줄 알아.”

“예! 감사합니다!”

헌터들이 건물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아. 이걸 잊었네. 다들 잠시 주목!”

교육관이 헌터들을 멈춰 세웠다.

“아. 설마?”

“아니, 오늘 하루 종일 훈련했는데….”

“제발!”

눈치 빠른 헌터들이 불안한 눈빛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일 아침에 눈 온다고 하니까, 저녁 식사 끝나고 8시까지 연병장 앞으로 모일 수 있도록 해라. 눈 많이 온다고 하니까, 상병까지 모일 수 있도록.”

“아….”

“눈….”

교육관의 지시에, 건물 안이 한숨으로 메워졌다.

거기다 상병까지 작업에 가담해야 한다니.

다들 어쩔 수 없이 대답은 했지만, 얼굴은 불만으로 가득 찬 상태.

“교육관도 너희들이 힘든 거 당연히 안다. 교육관이 나중에 시간 나면 시원한 음료수랑 초코빠이 하나씩 돌릴 테니까, 힘낼 수 있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거기다 고작 음료수 하나랑 초코빠이란다.

헌터들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미친 듯이 불만을 밖으로 뱉었다.

“야, 이 개 같은 부대. 좀 있으면 여름인데 눈이 온다고?”

“아오! 훈련소 때 좀 열심히 할걸!”

“오전 오후 사격하고 밤에는 작업이란다! 이게 군대지!”

“요새 초코빠이를 누가 먹냐. 딸기 몽셀도 질리는데.”

특히 상병들의 눈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이 정도로 훈련을 받는데, 간단한 작업 정도야 외부 인력을 사용하면 되지 않는가?

대답은 아니오다.

헌터군의 보안법상, 부대 주변은 일반인이 얼씬거릴 수조차 없었다.

그렇기에, 가족들의 면회도 일절 금지였다.

“야. 일병들아. 늬들 작업 좀 빠릿빠릿하게 해 줘라. 알겠냐?”

“예! 알겠습니다아!”

상병들은 가만히 있는 일병들에게 짜증을 돌리며, 괜한 분풀이를 했다.

“막내야.”

“이병 김민준.”

생활관으로 이동하는 도중.

김광식은 김민준에게 잠시 멈춰 보라고 말한 뒤,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대답했다.

“남자는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다. 다른 선임들 신경 쓰지 말고 뭐든지 시켜라.”

“뭐야. 뭔데 그래?”

그의 행동에, 다른 헌터들의 시선이 쏠렸다.

“막내랑 특수 사격 훈련 타임 어택 내기했다. 그리고 졌지.”

“뭔 내기?”

“진 사람이 이긴 사람 말 24시간 동안 듣기.”

“와, 독한 놈. 그걸 막내랑 했다고? 양심도 없네.”

“민준아, 너 졌으면 진짜 조질 뻔했다. 저놈 후임한테 비둘기 흉내 24시간 동안 시킨 놈이거든.”

“그런데 저놈, 저러고 졌잖아. 막내야, 저놈한테 지옥이 뭔지 보여 줘라.”

선임들은 김광식에게 봐주지 말고 마음껏 부려 먹으라고 말했다.

사실 내기는 김민준 쪽에서 제안했지만, 선임들은 당연히 김광식 쪽에서 제안한 줄 알고 있었다.

“아니, 내기는 막내 쪽에서 먼저….”

“김광식 상병님. 준비하십쇼.”

김민준은 김광식의 말을 재빠르게 끊었다.

“후. 그래. 말만 해라. 뭐든지 한다.”

“지금부터 김광식 상병님은 비둘기입니다. 시작하십쇼.”

“비둘기… 씁. 한 방 먹었네.”

김광식은 쓴웃음을 지으며, 비둘기 흉내를 시작했다.

“구구구구.”

그는 자세를 낮춘 뒤, 오리걸음을 하며 목을 앞뒤로 왕복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상병장들은 배를 부여잡고 웃었다.

일병이나 이병들은 김광식이 화라도 낼까 싶어 조마조마했지만, 그런 기미는 전혀 없었다.

‘김광식이라. 유쾌한 놈이네.’

김민준은 열정적으로 비둘기 연기를 하는 선임을 보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쯧. 김광식 저 미친놈은 또 지랄이네.”

한편.

교육관은 비둘기 흉내를 내며 돌아가는 김광식을 보며, 혀를 찼다.

**

병사 식당 안.

“민준아, 너 오늘 훈련 정말 잘 받더라. 뒤에 야간 작업해야 해서 많이 피곤할 텐데, 조금만 더 참아라.”

“이병 김민준. 전 괜찮습니다.”

식사 도중, 옆자리에 앉은 이동진 일병이 말을 걸어왔다.

“내일 눈 온다고 하니까, 작업 자체는 간단할 거야.”

상병들이 눈 때문에 예민해져서였는지, 신경 쓰여서 챙겨 주러 온 것이었다.

“이동진 일병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특수 사격 훈련도 57초 나오시지 않으셨습니까?”

이동진 일병을 제외한 일병 라인들은, 대부분 제한시간 1분을 넘겼다.

이동진이 유일하게 특수 사격 훈련을 패스했다는 말이다.

저 정도쯤 능력 되면 상병까지는 아슬아슬하게 갈 것 같은 수준.

“나야 뭐 짬만 많이 먹어서 그런 거지. 그것보다, 오늘은 좀 일찍 모여야 할 것 같다.”

“예, 알겠습니다.”

“그래.”

식사 시간이 끝난 뒤.

김민준을 포함한 일 이병 헌터들은, 작업 시작 30분 전 연병장 앞으로 모였다.

오늘 상병들의 기분이 매우 안 좋아 보여, 자신들이 까일 껀덕지를 1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아. 오늘 저녁부터 LCK 리그 하는데.”

“기분 뭣 같네, 진짜.”

“이래 놓고 6시 기상이겠지. 쓰벌.”

상병들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연병장에 도착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대장 김철민이 나타났다.

“자, 오늘 훈련받느라 다들 피곤하지? 작업이라고 해 봐야 별거 없어.”

“알겠습니다.”

“후딱 마무리하고 들어가자. 빨리 끝내면 바로 들여보내 줄 테니까.”

김철민의 말과 다르게, 작업 인원은 여섯 분대를 넘어갔다.

그 말은, 작업량이 상당하다는 말이다.

“자. 다들 모래주머니 양껏 짊어지고 출발해라.”

상당한 인원이 양어깨에 모래주머니를 짊어진 채로, 산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고생 많다.”

“파이팅해라.”

입구에서 경계 근무를 서던 헌터들이 안쓰러운 표정을 지어 주었다.

일기 예보에 따르면, 내일 새벽 3시부터 눈이 내린다고 한다.

그렇기에, 간부들이 차를 타고 안전하게 올라올 수 있도록 모래를 뿌리는 것이 헌터들의 역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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