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1화 (11/212)

11. 사격-2

“아. 총기 손질 하기 싫다.”

“특수 사격 끝나고도 총기 손질해야 되네. 어우.”

사격 훈련 전과 후에는, 총기 손질을 반드시 해야 한다.

교육관이 까다롭게 확인하기 때문이기도 했고, 혹시 모를 총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헌터들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총기를 분해했다.

M16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총이라, 분해 방법도 비슷했다.

다만 기름칠은 금지.

잘못하다가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저 흰 천을 이용해, 꼼꼼히 닦고 이물질이 없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오! 민준아. 능숙하게 잘하네.”

“감사합니다.”

총기를 천으로 닦는 도중, 이동진 일병이 옆에서 말을 걸어왔다.

잘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알려 주려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알아서 척척 해냈다.

“사격도 19발이나 맞추고. 넌 그냥 장기 복무해도 되겠다.”

“이동진 일병님도 13발 맞추셨지 않습니까.”

“나야 그냥 짬만 많아서 그런 거지, 뭐.”

작은 목소리로 잡담을 나누던 사이, 총기 손질이 끝나고 특수 사격 훈련의 시간이 다가왔다.

“너희들, 아까 보니 잡담하던데. 훈련 제대로 못 하면 혼난다.”

“예! 알겠습니다.”

“막내는 일반 사격 잘했으니까 예외. 나머진 긴장 좀 해라. 알겠냐?”

“예!”

선임들은 반 장난식으로 농담을 뱉으며 생활관을 나섰다.

‘거, 얘기 좀 할 수도 있지.’

김민준은 침울한 표정으로 일어나는 일병들을 슥 훑었다.

‘얘들아. 조금만 참아라.’

내가 빨리 병장 달고 이놈들 혼내 줄 테니까.

**

오후 1시.

헌터들은 특수 사격 훈련을 위해 연병장 앞으로 집합했다.

“자! 지금부터 실전 훈련장으로 향할 수 있도록 한다!”

실전 훈련장은 최근에 완공한 최신식 건물로, 몬스터 활용 훈련을 주로 했다.

“막내야. 네가 아무리 훈련소에서 날고 긴다 해도 이거는 힘들 거다.”

“이거 생각보다 어렵거든. 짬이 어느 정도 차야 할 수 있어.”

훈련장으로 들어서자, 분대의 선임들이 시범을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지정받은 인원들은 각자 역할을 분배할 수 있도록 한다! 민간인 역할과 헌터군 역할을 나눠서 준비할 수 있도록!”

교육관의 지시와 함께, 민간인 역할을 맡은 헌터들이 강화 슈트로 환복하기 시작했다.

“오. 막내네. 내가 하는 거 보고 잘 배워라.”

“이병 김민준!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상병과 한 조를 이루게 되었다.

이름은 김광식.

딱 봐도 장난기가 많아 보이는 선임이었다.

“처음이라도 못 하면 혼난다.”

“예. 알겠습니다.”

민간인 역할을 맡은 김민준은 강화 슈트로 환복하며, 교육관의 설명을 떠올렸다.

‘이 훈련에서 중요한 것은, 사격 능력이 아니네.’

물론 마나건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지도 본다.

다만 그보다는 민간인을 얼마나 안전하게 구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특수 사격 훈련이라기보다는, 종합 훈련 쪽에 가까웠다.

“민간인! 위치로!”

“위치로!”

김민준의 순서는 두 번째였다.

첫 순서로 배정받은 헌터가 훈련장 안으로 들어갔다.

작은 건물을 본떠 만든 공간이었다.

“좀 더 구석진 곳에 자리 잡아!”

“예! 알겠습니다!”

“좋아. 준비되면 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헌터는 교육관의 지시에 따라, 건물 구석진 곳에서 자리를 잡았다.

헌터군 역할을 맡은 병사가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훈련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다른 헌터들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훈련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사, 살려 주세요! 도와주세요!”

민간인 역할을 맡은 헌터가 실감 나게 연기를 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바로 가겠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헌터가 움직이기 무섭게 몬스터가 투입되었다.

“키리리릭!”

천장을 통해 투입된 몬스터는 괴물쥐였다.

“뭐야. 시작부터 괴물쥐야?”

“첫 스타트부터 빡센데?”

스크린을 바라보던 헌터들이 괴물쥐를 보자 인상을 구겼다.

그리 위협적인 몬스터는 아니었지만, 상대하기에는 까다로운 놈이었다.

“저놈은 죽이는 순간 녹색 체액이 터지는데, 냄새가 어우.”

“방독면을 써도 뚫고 들어올걸.”

몸에서 풍기는 냄새가 기본적으로 지독했으며, 놈이 죽으면 그 냄새는 더욱 역해졌기 때문이었다.

“키릭!”

괴물쥐는 살아 있는 인간을 보자마자, 뾰족한 이를 내세우며 달려들었다.

티잉! 팅!

물론 강화 슈트로 전신을 보호하고 있어, 쇠 긁는 소리만 났을 뿐.

‘저기서 어떻게 하려나.’

김민준은 스크린을 가만히 바라보며, 선임들의 대처를 지켜보았다.

괴물쥐가 민간인 역 헌터를 완전히 끌어안은 상태.

여기서 섣불리 놈을 자극했다가는, 민간인이 사망하게 된다.

[0:57]

상황 대처에 주어진 시간은 단 1분.

헌터는 침착하게 괴물쥐와의 거리를 좁혔다.

놈의 정신은 눈앞의 인간에게 팔려 있는 상황.

“살려 주세요! 빨리 살려 줘요!”

팔을 버둥거리며 실감 나게 연기하는 민간인 역 헌터.

민간인 역은 헌터가 가까워질수록, 일부러 큰 목소리를 냈다.

헌터는 허리춤에서 마나건을 뽑으며,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댔다.

침착하라는 제스처를 보내며, 민간인 역을 최대한 진정시켰다.

타앙!

괴물쥐와의 거리가 가까워진 순간.

헌터는 괴물쥐의 한쪽 팔을 붙잡으며, 반대쪽 팔에 사격을 가했다.

“키리릭!”

타앙! 타앙!

마나건만으로 괴물쥐를 죽이기는 어렵다.

헌터의 목적은 오로지 민간인 구출이었다.

“으아아아아!”

헌터는 순간적으로 속박이 풀린 것을 확인하고, 괴물쥐를 들고 반대편으로 냅다 던졌다.

“오. 역시 이민호. 힘이 장사네.”

“단련실에서 중량만 주구장창 치더니. 괴물쥐를 날려 버리잖아?”

“으휴, 마나건을 써야지, 마나건을. 그냥 무식하게 들어서 던지면 어떻게 하냐?”

상병 이민호는 10초를 남기고, 민간인 구출에 성공했다.

“50초. 나쁘지는 않은데, 생각하는 시간을 더 줄일 수 있도록 해라. 몬스터가 딱 보이자마자 몸이 움직여야 한다.”

“상병 이민호! 예! 알겠습니다!”

“수고했다. 바로 다음! 준비해!”

교육관의 말에 김민준과 김광식이 안으로 들어갔다.

훈련장 안에 남아 있던 괴물쥐는 바닥이 꺼지며, 밑으로 사라졌다.

“최우수 병사가 몇 초 만에 끝내는지 한번 볼까!”

김광식은 훈련장에 들어가자마자,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1분 안에 무조건 성공해라. 아님 내가 너 괴롭힐 거다.”

반은 장난이겠지만, 어쨌거나 실패하면 혼난다는 말이었다.

‘상병이 50초 만에 성공했지.’

그 말은, 평범한 이병이나 일병은 웬만해서는 실패한다는 뜻.

그만큼, 특수 사격 훈련은 난이도가 높았다.

그걸 이병에게 성공하라고 하다니.

넌 나한테 혼나야겠다.

“예. 알겠습니다. 김광식 상병님. 그럼 저랑 내기 한번 하시겠습니까?”

“오? 막내가 나한테 내기를 하자고? 재밌는데? 뭐 어떤 내기?”

내기라는 말에, 김광식은 설명해 보라며 턱짓했다.

“저랑 타임 어택 내기하는 건 어떻습니까? 진 사람이 이긴 사람 소원 하나 들어주는 걸로.”

“이야, 재밌네. 너 자신 있나 봐?”

“예. 자신 있습니다. 제가 지면 하루 동안 뭐든지 하겠습니다.”

“이병이 패기가 있네. 오케이. 너 지면 오늘 하루 동안 비둘기 흉내 내면서 다녀라.”

“알겠습니다.”

뭐든지 하겠다는 김민준의 대답.

그 말에 김광식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그래. 해 보자. 넌 나보다 기록 안 나오는 순간 저쪽으로 가서 비둘기 흉내 내는 거야. 오케이? 리얼하게 안 하면 계속 시킬 거야.”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래서 신병이 신병이지.

김광식은 속으로 능글맞게 웃었다.

‘저놈은 특수 사격 훈련의 본질을 모르고 있다.’

사격을 잘한다고 해서 이 훈련을 수월하게 소화할 수 있게 되는 건 절대 아니었으니까.

‘지가 아무리 뛰어나 봐야, 특수 사격 훈련을 잘할 수야 있겠냐?’

상병인 자신조차 최고 기록이 51초 정도다.

겨우 이병 따위가 제시간 안에 해낼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럼 약속하셨습니다? 김광식 상병님?”

“그래. 남자는 한 입으로 두말 안 한다. 가서 포지션이나 잡아.”

“예! 알겠습니다!”

김민준은 환하게 웃으며, 지정된 자리로 향했다.

앞으로 24시간 동안, 선임을 마음대로 굴릴 수 있다니.

상상만 해도 가슴이 설레 왔다.

“몬스터 투입!”

훈련이 시작되었다.

교육관의 지시로, 천정에서 몬스터가 투입되었다.

고슴도치를 연상하게 하는 몬스터, 아르마게돈이었다.

‘나오는 몬스터는 그때마다 랜덤이구나.’

아르마게돈은 몸을 둥글게 만 뒤, 대상에게 달려든다.

녀석의 가시가 몸 안으로 파고들면, 떼어 놓기가 상당히 어렵다.

억지로 아르마게돈을 떼려고 하다가는, 오히려 가시가 몸 깊숙이 박혀 버리기 때문.

‘저놈은 주의를 잘 끌어야 하지.’

녀석을 보자마자, 재빠르게 공격해 어그로를 바꿔야 한다.

그야말로 순발력이 중요했다.

‘저놈이 얼마나 잘하는지 한번 볼까.’

김민준은 몸을 웅크리며, 실감 나게 소리를 질렀다.

“살려 주세요! 살려 줘요오오오!”

이전 민간인 역에 비해, 훨씬 우렁찬 목소리였다.

“끼익?”

아르마게돈은 김민준을 보자마자, 곧바로 몸을 말려고 했다.

타앙! 타앙!

김광식은 아르마게돈의 등껍질을 노리고 마나건을 발사했다.

“아아악! 몬스터다! 살려 줘요! 살려 달라오오오! 꿰에에에엑!”

“이런 미친… 뭔가 이상한데.”

보통 마나건을 연사하면, 아르마게돈이 공격 대상을 바꾼다.

그런데 김민준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컸다.

아르마게돈은 마나건을 신경 쓰지 않은 채로, 몸을 둥글게 말았다.

“나 죽네! 나 죽는다고! 군인 아저씨이이이! 빨리 안 구해 주고 뭐 해요! 뭐 하냐고요!”

“큭! 지금 가겠습니다!”

김광식은 순간 당황했지만, 김민준을 향해 재빠르게 달려갔다.

“빨리! 빨리 여기서 꺼내 줘요! 저놈이 날 죽일 거라고요!”

“진정하세요! 괜찮습니다! 소리! 소리 좀 낮춰 주세요!”

“꿰에에에엑! 나 죽어!”

“제발 입부터 닫아 주십쇼!”

“그게 민간인한테 할 소리예요? 당신 어디 소속이야! 관등 성명 딱 대!”

“진정하시고 조용히 좀 해 주십쇼, 제발!”

한편.

스크린을 통해 훈련 장면을 보던 헌터들은, 김민준의 실감 나는 연기에 폭소했다.

“이야. 저놈 물건이네.”

“아까 민간인 역도 괜찮았는데, 저건 진짜 민간인 그 자체네. 진상 부리는 게 소름 돋을 정도로 비슷한데.”

“으. 김민준 저놈 보니까, 1년 전에 민간인 상대했던 기억이 떠오르잖아.”

교육관 역시, 훈련에 성실하게 임하는 김민준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 뭐 하냐고요! 빨리 여기서 꺼내 달라고요! 당신이 그러고도 헌터야?”

“이런 개… 진정하십시오! 소리치시면 몬스터만 자극하게 됩니다!”

김광식은 김민준의 앞에 선 뒤, 재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이제 곧 있으면 아르마게돈이 달려든다.

어떻게든 상황을 넘겨야 했다.

“제 뒤에서 가만히 있으십시오!”

아르마게돈이 튀어 오른 순간.

김광식은 구석에 놓여 있는 드럼통을 집어 들었다.

속이 시멘트로 꽉 찬 드럼통이라, 몬스터의 가시가 밖으로 빠져나오지는 못했다.

‘워, 저놈 운도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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