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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0화 (10/212)

10. 사격-1

“신기하네. 어떻게 한 발도 안 빗나가고 저렇게 잘 맞히지. 너 훈련소 때는 사격 성적 어땠어?”

“20발 만발이었습니다.”

“2차 사격 때도?”

“아마 그랬을 겁니다.”

“와. 대단한데? 그럼 포상으로 통화 같은 거 했겠네?”

통화라.

하긴 했다.

필요 없다고 했는데 소대장이 꼭 하라고 말해서, 무려 두 번이나 했다.

‘네오 플레이 고객 센터에 전화했지.’

대부분의 훈련병이었다면, 부모님이랑 통화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부모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통화할 곳을 궁리하는 것도 나름 고역이었다.

‘헌터군 훈련병이라고 하니까 친절하게 힘내라고 응원해 주었지.’

역시 근본부터 다른 회사였다.

“넌 이쯤 해도 되겠다. 나보다 사격 잘하겠네.”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그 뒤로 20분이 더 지나고 나서야, 이동진은 이제 일어나자고 말했다.

다른 헌터들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단 김민준에게 있어 사격 훈련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다.

‘그래도 시간 때우기 정도는 됐네.’

뭐라도 하나 챙겨 주려는 마음에서 한 행동이라는 걸 알아서 그런지 딱히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았다.

“사격 성적 안 좋아서 선임들한테 혼나더라도, 그냥 그러려니 해. 몇몇 선임들은 처음엔 맞았다더라. 물론 구타야 거의 사라졌지만.”

“제가 혼나면, 이동진 일병님도 혼나십니까?”

“맞선임이니까 그렇겠지? 근데 뭐, 나야 익숙해서 괜찮지. 일병인데 짬은 많아서, 네가 신경 쓸 정돈 아니다.”

이동진은 별것 아니라고 대답한 뒤, 밖으로 나갔다.

김민준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네가 혼날 일은 절대 없을 거다.’

왜냐.

이 뒤에 있을 사격 훈련.

내가 사격이 뭔지 보여 줄 거니까.

**

오전 10시.

헌터들이 사격 훈련을 위해 연병장 앞으로 모였다.

“아… 단독 군장으로 구보 뛰자마자 사격이네.”

“훈련 일정 엿 같은 거 봐라.”

헌터들이 불만을 품으며, 총기를 챙겼다.

일반 사격은 M16과 유사한 모델링을 가진 총으로 하는 훈련.

특수 사격은 말 그대로 특수한 상황에서의 사격 능력을 기르는 훈련이다.

“마나건 챙기라고 하는 거 보니까, 특수 사격은 인질극 비슷한 거겠네.”

“마나건이면 백 퍼지.”

나름 짬이 찬 상병장들은 뻔하다고 투덜대며, 허리춤에 권총 형태의 마나건을 찼다.

“각 병장들. 인원 보고해라.”

“1분대 총원 열세 명! 현재 인원 열세 명! 이상 없습니다!”

“2분대 총원 열한 명! 현재 인원….”

헌터들은 연병장 앞에서 인원 파악을 마치고, 사격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마력이 담겨 있는 마력탄을 사용하는 만큼 건물의 내구성은 엄청났다.

겉보기에는 허름한 구식 시설이었지만, 하급 몬스터들이 떼로 달려들어도 10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중급 몬스터들에게는 5분도 못 버틴다고 한다.

이 정도가 최선이라나.

“민준아.”

“이병 김민준.”

“사격 시간은 제한 없는 거 알지? 뒤에 선임이 재촉해도 신경 쓰지 마라. 몇 발이나 맞혔는지가 가장 중요하니까.”

“알겠습니다.”

사격에 대한 주의 사항을 듣던 도중.

이동진 일병이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그냥 처음에는 혼난다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먹어.”

“예. 감사합니다.”

헌터군의 총기는 일반군과는 달리 다루기 까다로웠다.

몬스터는 일반군이 사용하는 탄으로는 그리 좋은 효과를 볼 수 없다.

그렇기에 대부분 마력탄을 사용한다.

영점 조절을 하면 아주 조금 도움이 되는 정도.

결국엔 사격 횟수를 늘리면서 감으로 익혀야 한다는 말이었다.

“1사로 이상 무!”

“2사로 이상 무!”

“3사로 이상 무!”

김민준이 배정받은 곳은 2사로.

“신병 사격 실력 좀 볼까?”

대기열 바로 뒤에는 병장이 서 있었다.

“네가 훈련소에서 최우수 병사였다며? 그건 영점 조절을 하고 쏴서 그런 거야. 이번이 실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예. 알겠습니다.”

“우리 부대는 신병이라고 해서 봐주는 거 없다. 잘 맞혀야 안 혼나.”

“알겠습니다.”

역시 헌터군.

부대에 배치받은 지 하루 지난 이병에게도 자비는 없었다.

“시간은 신경 쓰지 말고, 천천히 해라. 느긋하게 기다려 줄 테니까.”

“예, 알겠습니다.”

병장은 하품을 하며 전방을 응시했다.

“사로 전체, 사격 준비!”

“사격 준비!”

“사로 전체, 마력탄 장전!”

“마력탄 장전!”

잠시 후.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교육관의 목소리 아래로, 사격 훈련이 시작되었다.

“준비된 사로부터 사격 시작!”

쿠와앙!

마치 대포라도 발사되는 듯한 굉음과 함께, 마력탄이 발사된다.

헌터들은 순간 눈을 찡그리면서도, 표적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러게 국방비 좀 팍팍 써 주지.’

최소한의 비용으로 총기를 개조해야 했기에, 이런 단점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예전, 서울 쪽에서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해 몬스터가 쏟아져 나온 적이 있었다.

그때, 사람들은 너무 소리가 크다며 군대에 민원을 넣기도 했었다.

돌발성 난청이 생겼으니 보상하라 했던가.

물론 지금은 헌터군의 대우가 좋아졌지만.

헌터군의 일반 사격은, 일반 군대와 거의 흡사하다.

대략 30m쯤 떨어진 표적지에 탄을 적중시키면 끝.

쿠와앙!

쿠와아앙!

곧 사격 훈련장이 굉음으로 가득 채워졌다.

엎드려 쏴 자세.

김민준은 적당히 표적을 조준하며, 방아쇠를 당겼다.

‘이 정도야 쉽지. 훈련소 때랑 느낌은 좀 다르긴 하네.’

김민준이 이세계에서 훈련받은 원거리 무기는 조잡하게 생긴 총이었다.

한 발 쓰면 한 발을 일일이 재장전해 줘야 하는, 개 쓰레기 같은 총!

거기에 총알도 이상한 방향으로 날아갔었고.

심심하면 총알이 걸려서 발사도 되지 않았었지.

‘그 엿 같은 총에 비하면야 이건 거저지.’

김민준은 20발을 고민도 하지 않고, 시원하게 발사했다.

쿠와앙!

쿠와앙!

한 발 한 발 정성 들여 쏘는 헌터들과 달리, 단 2분 만에 사격을 마쳤다.

“…뭐야.”

20발 중 19발.

헌터 부대의 평균이 10발임을 감안하면, 괴물 같은 성적이었다.

‘아. 까비. 한 발이 빗나갔네. 당연히 만발인 줄 알았는데.’

정작 김민준은 아쉬운 표정이었다.

뒤에 대기하던 병장은 사격이 끝난 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표적지를 회수해 왔다.

“하나, 둘… 이게 말이 되나?”

그는 혹시라도 잘못되진 않았는지, 표적지를 뚫어지듯이 들여다보았다.

“이 정도면 괜찮습니까?”

“…….”

병장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짬을 3년 이상 먹은 자신이라도, 19발이나 맞힐 실력은 없었으니까.

거기에 MX16은 운으로 다룰 수 있는 총이 아니었다.

“와… 저거 봐라. 뭔 이병이 19발이나 맞혀?”

“그냥 기곈데? 너 이름 뭐야.”

“이병! 김민준입니다!”

뒤늦게 사격을 끝낸 다른 헌터들이 김민준의 표적지를 보고 입을 떡하니 벌렸다.

그건 간부들도 마찬가지.

“이거 봐라. 머리 쪽에만 10발은 꽂힌 거 같은데?”

“최우수 병사라더니 헛소문은 아니었구만.”

잠시 웅성거리던 사이.

-헛짓하지 말고 다음 사격 준비해!

교육관의 일갈로, 김민준에게 몰린 시선이 사라졌다.

“아. 병장이 신병한테 뒤처지게 생겼네. 너 좀 쏜다?”

“이병 김민준. 감사합니다.”

병장은 김민준의 어깨를 툭 친 뒤, 엎드려 쏴 자세를 취했다.

“사로 전체, 사격 준비!”

“사격 준비!”

일반 사격이 끝나고, 선임은 14발을 맞췄다.

헌터 부대의 평균보다 살짝 높은 수준.

“아오. 눈깔에 힘 빡 주고 쐈는데 14발이네.”

병장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표적지 회수하고 자리에서 잠시 대기.

“대기!”

사격 훈련이 끝나고, 잠시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너 김민준 맞냐?”

“이병! 김민준! 그렇습니다!”

“야! 표적지 좀 구경하자!”

“예! 알겠습니다!”

휴식 시간이 되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헌터들이 몰려들었다.

김민준은 선임들에게 표적지를 건네주었다.

그들은 머리 쪽이 벌집이 된 종이를 보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 미쳤다. 19발이다.”

“하나, 둘… 아니, 19발이 전부 머리 쪽에 갔는데?”

“이게 사람이 할 수 있는 거냐?”

“민준아. 너 이거 어떻게 한 거냐?”

“훈련소에서 배운 대로 쐈습니다!”

“훈련소에서 몇 발 맞혔는데?”

“만발이었습니다!”

그 말에, 다른 헌터들이 감탄사를 뱉었다.

“워. 지금껏 19발 맞힌 놈이 있긴 한가?”

“없지. 병장 라인 중에 가장 사격 잘하는 놈이 17발 아니었냐?”

“그쯤 될걸.”

그야말로 압도적인 성적.

헌터들은 한동안 표적지를 돌려 보기에 바빴다.

‘늬들도 이 세계에 가서 K98 비슷하게 생긴 총을 다뤄 봐.’

한 발이라도 못 맞히면 죽는다고 생각하고.

물론 ‘이세계에서 질리도록 사격하다가 와서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한다면, 그대로 관심 병사행이다.

이럴 때는 그냥 열심히 했다고 말하는 게 최고지.

“어쨌든 오후에 있는 특수 사격에서도 잘해 봐. 왠지 그것도 잘할 것 같은데?”

“이병 김민준! 감사합니다!”

“그래. 괜히 최우수 병사가 아니네.”

선임들은 김민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자, 일반 사격 훈련은 이것으로 마친다. 다들 수고 많았다. 특히 김민준!”

“이병 김민준!”

“그래. 첫 사격이었을 텐데, 19발이나 맞히다니, 잘했다. 앞으로도 그런 모습을 보여 주도록!”

“알겠습니다!”

교육관의 칭찬을 끝으로, 일반 사격 훈련이 마무리되었다.

‘미친. 교육관이 칭찬하는 건 처음 봤네.’

‘야. 저건 장교가 와도 힘들겠다.’

다른 헌터들은 분위기에 휩쓸려,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짝짝짝!

‘아니, 이게 뭐라고….’

김민준은 머쓱한 마음에 괜히 콧등을 만졌다.

“다들 복귀해서, 총기 정비하고 오후 1시까지 연병장 앞으로 모인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사격장에서 돌아가는 길.

생활관에서는 김민준에게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던 상병들이 그에게 다가와, 미친 듯이 질문을 퍼부었다.

“만발이면 6박 7일 휴간데! 보는 내가 아깝네.”

“19발은 뭐 없나? 내가 교육관이었으면 뭐라도 줬다, 진짜.”

선임들은 ‘한 발만 더 맞히지.’ 하며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아쉬워했다.

“야야. MX16 잘 쏘는 꿀팁 좀 가르쳐 줘라. 내가 PX 사 줄게.”

“머리로 계산하고 쏘면 오히려 안 맞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런 시벌. 이놈 재능충이었네.”

“그게 대답이냐, 막내야. 미니언 피 조금 남았을 때 막타 치면 돈 들어온다는 페이커랑 다를 게 뭐냐.”

“죄송합니다.”

“장난이야, 장난. 어쨌든 엘리트 병사가 들어온 건데 우리야 좋지.”

분대원들은 김민준의 어깨를 한 번씩 두들겨 주며, 오후 사격에서도 잘해 보자고 말했다.

“일반 사격은 잘했다. 특수 사격에서도 그렇게만 해라.”

그러던 도중.

이승호 병장이 한마디를 뱉고 슥 사라졌다.

“오. 이승호 병장님이 훈련 쪽으론 되게 깐깐하신데. 네 성적이 마음에 든 것 같은데?”

“근데 이승호 병장님은 몇 발 맞히셨냐?”

“16발 맞히셨을걸?”

“잘 맞히긴 하셨는데, 그래도 막내보다 못 맞혔는데?”

“다 들린다, 닥쳐.”

“예….”

그렇게 잡담을 나누던 헌터들은 생활관에 도착하자마자 오후에 있을 사격을 대비해 총기 손질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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