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7화 (7/212)

7. 수료

김호준이 속으로 안도하기도 잠시.

훈련병들은 자신이 쓰러지고 난 뒤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그놈이 갑자기 그런 행동을 했다고?”

“예. 그렇습니다.”

“…….”

본래대로라면, 당장 훈련소를 퇴소당해도 할 말 없는 짓이다.

던전을 공략하는 데 단독으로 움직이는 것만큼 자살행위가 없었으니.

하지만 이번 상황은 어쩔 수가 없었다.

훈련병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하는 조교들이 먼저 의식을 잃었으니까.

“당장 일어나서, 김민준 훈련병을 찾으러 간다.”

“조, 조교님! 저기!”

“뭐야?”

훈련병 한 명의 외침에, 시선이 자연스럽게 뒤로 돌아간다.

“저건 또 뭔….”

“저거, 하운드 맞냐?”

“맞습니다. 그런데… 덩치가 훨씬 큽니다.”

태평한 표정을 하고 걸어오는 훈련병 하나.

조교들은 하운드를 어깨에 메고 있는 김민준을 보고, 자신들이 환각 상태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의심했다.

“이런 미친… 저 큰 놈을 저놈 혼자서 잡았다고?”

“아까 하운드가 라이트급이면 저놈은 헤비급인데.”

“난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건 다른 훈련병들도 마찬가지.

김민준이 훈련 때마다 압도적인 성적을 보여 주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훈련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입구 뚫렸습니다. 바로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 하운드… 네가 혼자 잡은 거냐?”

“예. 혼자 잡았습니다.”

김호준 상병은 김민준의 대답에 고개를 한 번 끄덕인 뒤, 훈련병들을 먼저 밖으로 내보냈다.

“김민준. 너는 소대장님께 오늘 일어난 일 자세하게 보고해라.”

“알겠습니다.”

“네가 겪었던 일, 하나도 빼놓지 말고 보고해. 이번 일은 영창 가도 할 말이 없다. 훈련병들 놔두고 기절한 것 자체가 용납이 안 된다.”

아주 가끔.

우수한 훈련병들 중 혼자서 하운드를 처리하는 녀석들이 나오긴 했다.

기수로 따지면, 30기수 중에 한두 명 정도.

물론 저렇게 큰 하운드를 죽인 훈련병은 지금까지 없었지만.

‘저놈 아니었으면, 우린 다 죽었겠지.’

만약 김민준이 30조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면, 대참사가 일어날 뻔했다.

저 정도 크기의 하운드라면, 훈련병들이 아무리 많아 봐야 상대가 안 된다.

‘그런데… 아까 그건 도대체 뭐였지?’

김호준은 목이 없는 하운드의 시체로 시선을 옮겼다.

던전 안쪽에서,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었다.

하운드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 리는 없을 테고.

‘망할. 일단 보고는 해야지. 오늘 잠은 다 잤다.’

조교들이 먼저 던전 밖으로 나가고, 그 뒤를 김민준이 따라갈 때였다.

띠링-

“뭐야?”

그의 눈앞으로, 메시지가 하나 나타났다.

[오류가 수정되었습니다.]

오류?

무슨 오류를 말하는 거지?

김민준은 불친절한 메시지에 인상을 구겼다.

“개 같은 시스템은 이세계에서도 그렇고 여기서도 문제네.”

띠링-

그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걸까.

알림음과 함께,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상태창이 떠올랐다.

[김민준]

‘세리아 누나는 내 최애캐’ 교의 창시자.

힘: 60

민첩: 60

체력: 60

마기: 10

보유 스킬: 부패(E)

“뭔가 좀 이상한데.”

레벨이 없고, 스텟과 스킬만 나타난 상태창.

김민준은 ‘세리아 누나’라는 단어를 확인하고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저딴 건 상태창에 왜 뜨는 건데?”

세리아 누나는 내 최애캐… 같은 경우는 내가 반 재미 삼아 만든 집단이다.

흑마법사의 정점에 올랐을 때, 나를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는 광신도들을 떼어 놓기 위해 설치한 장치였다.

그놈들에게 엿 한번 먹어 보라고 던파 캐릭터 이름을 붙였는데, 오히려 좋아한 것은 미스였지만.

“많이 약해지긴 했네.”

이스가르드에서 귀환할 때 몸 안의 마기를 대부분 사용했다.

거기다 차원 이동의 페널티를 생각해 스텟 하락까지 예상하고 있긴 했는데, 이 정도로 낮아졌을 줄이야.

“이 정도 스텟이면… 보자. 병장은 가볍게 뛰어넘을 수준이긴 한데….”

상태창을 꽉 채웠던 스킬들이 겨우 하나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마기 스텟이 10이라 그런가. 부패 하나 가지고 뭐 하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기 스텟과 부패의 등급마저 바닥을 치고 있었다.

저 정도 수치라면, 부패 스킬을 헌터에게 사용해도 배탈 정도의 효과밖에 기대하지 못한다.

“이게 소설이면 ‘레벨 1부터 시작하는 흑마법사 생활’이 딱이겠는데.”

자신과 동기인 훈련병들과 비교하자면, 괴물 같은 스펙은 맞다.

훈련 마지막 차 훈련병들의 스텟은 대부분 10 후반에서 20 초반대였으니까.

하지만 이 정도 스펙으로는, 목표를 달성하기에 한참 모자랐다.

“이세계에서 한 번 만렙 찍어 봤는데, 여기서도 못 찍을까.”

던파 회사, 딱 기다려라.

몬스터들 때문에 개발이 늦어지고 있는 네오 플레이를 위해, 빠르게 힘을 되찾아 줄 테니.

**

그날.

헌터군 훈련소는 완전 뒤집혔다.

마지막 조인 30조가 들어가고 던전이 닫혀 버린 것.

거기에 조교들이 당해 내기도 힘든 몬스터를 고작 훈련병 혼자서 처리한 것까지.

본래 마지막 훈련이 끝나면, 훈련병들은 이병이라는 계급을 단다.

그 뒤 간단한 퇴소식을 거치고, 자대 배치를 받기 전까지 자유 시간이 주어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기수에 한해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아. 우리 기수 저주받은 기수네.”

“하필 마지막 훈련에서 그런 미친 일이 일어나냐.”

이제 이병을 단 훈련병들이 하나둘 불만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그들은 전투복을 입은 상태로, 내무반 안에서 대기하는 중이었다.

“그것보다 김민준 봤냐? 그놈 혼자서 하운드 잡은 거.”

“아. 그놈이 어깨 위로 메고 온 그거?”

“조교 두 명이 거품 물고 기절했다는 거, 실화냐?”

TV 시청도 하지 못하는 상황인 지금, 잡담을 나누는 것만이 이병들의 유일한 재미였다.

“난 김민준 정도면 2년 안에 병장까지 갈 것 같은데.”

“에이. 아무리 그대로 진급 시험이 얼마나 빡센데. 5년 다 채워도 상병에서 전역하는 헌터들이 대부분이라며.”

“재능 없는 헌터들은 더해. 난 일병으로 만기 전역한 헌터도 봤다.”

그들이 김민준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사이.

“충성! 이병 김민준입니다.”

김민준은 대대장을 마주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대대장 옆으로 기합을 받고 있는 간부가 있길래 누군가 했더니 소대장이었다.

“넌 이제 나가 봐.”

“예! 충성!”

소대장은 대대장의 말에, 엎드려뻗쳐 자세에서 빠르게 몸을 일으킨 뒤, 밖으로 나갔다.

자신이 잘못한 건 없지만, 괜히 찔리는 기분이었다.

“던전을 제대로 점검하지 못한 건 소대장 잘못이니까, 혼나야지.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이병 김민준! 예! 그렇습니다!”

김민준은 일단 대대장의 말에 동의했다.

던전의 변수 발생은 그 누구도 알 방법이 없다.

흑마법사 전성기 시절의 자신 정도라면 모를까.

‘이게 군대인가.’

아무 죄 없는 소대장을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커피 한잔하겠나?”

“예!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대대장이 캔 커피를 꺼내 와, 김민준에게 건네주었다.

“편하게 앉아. 자네한텐 내가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단 말이지.”

말은 그렇게 해도, 김민준은 의자에서 올곧은 자세를 유지했다.

이등병이 중령 앞에서 등받이에 등을 기대다니, 그건 좀.

“자네가 아니었으면, 훈련병들이 정말 죽었을 수도 있겠더라고. 들어 보니 조교들도 감당하지 못했다고 하던데?”

“조교들은 갑자기 발작 증상을 일으켜서, 제가 단독으로 움직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은 무슨. 지금 자네에게 무슨 상을 줘야 할지 고민 중이야.”

대대장은 흰 이를 드러내 보이며, 기쁜 듯이 웃었다.

헌터군 훈련소에서 훈련병들이 1명이라도 크게 다친다면, 그 순간 자신의 진급에 문제가 생긴다.

그뿐만이 아니라, 기삿거리에 굶주린 기자 놈들도 달려들 것이 뻔했다.

‘저놈은 평범한 부대에 보내면 안 된다.’

이전, 하운드의 시체를 두 눈으로 목격했을 때.

대대장인 최승범은 김민준을 꼭 최전방 부대로 배치해야겠다고 느꼈다.

저런 인재를 일반 부대에 보낸다니, 국가적 손실이나 다름없었다.

‘분명히 강원도 쪽에서 인원 보충이 필요하다고 했었지.’

최승범은 던전이 밀집된 부대 중에서도, 몬스터들의 출현이 잦은 지역을 정리했다.

‘여기가 딱이군.’

한동안 지도를 꺼내 유심히 살펴보던 최승범은, 결정을 내린 얼굴로 김민준에게 시선을 옮겼다.

“자네에게 제안할 게 있는데, 들어 보겠나?”

“예!”

“소대장한테 들어 보니, 자네는 훈련 성적도 매우 우수하다고 하던데.”

대대장의 제안은 이러했다.

강원도 철원에 있는 헌터군 부대에 들어가는 대신, 진급 시험을 바로 치를 수 있게 해 주겠다는 말이었다.

“이병 달고 1년 동안은 진급 시험 응시가 불가능하지. 그런데 특례가 있다면 말이 달라진다네.”

즉, 최전방 부대인 강원도 철원으로 간다면, 1년 동안 기다리지 않고 진급 시험을 치를 수 있다는 건가.

‘정말… 미칠 듯한 특례다!’

다른 헌터들 같으면, 속으로 욕부터 박았을 것이다.

하지만 김민준은 예외였다.

계급만 빨리 올릴 수 있다면, 어디라도 상관이 없었다.

진급 시험 같은 경우도 이병들은 합격률이 5%조차 되지 않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진급 시험이 어려워 봤자지, 뭐.’

평범한 헌터였으면 절망했겠지만, 김민준에게 있어서는 절호의 기회!

모든 병사가 이병 생활을 1년 동안 하는 것에 반해, 그는 그 과정을 넘길 수 있었으니까.

‘이건 무조건 고다.’

진급 시험은 1년에 2번 정도 있다고 했나.

계급이 높아질수록 활동 범위도 넓어지니, 무조건 가야 한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시원하구만. 자네 같은 사람이 참군인이란 말이야. 내가 부대에는 잘 말해 놓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말고.”

헌터들이 극도로 기피하는 최전방 군부대, 철원행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

시간이 흘러, 이병들이 자대로 떠나는 날이 다가왔다.

동기들은 짐을 다 싸고, 자신을 마중 나올 간부들을 가만히 기다렸다.

“넌 진짜 내가 본 사람 중 제일 또라이다.”

“내가 저놈 던파 할 때부터 알아봤다. 내 말 맞잖아. 던파 하는 놈들 중 제대로 된 놈 없다고.”

“뭐, 인마? 던파가 얼마나 갓겜인데.”

동기들은 1등으로 훈련소를 수료한 김민준이 강원도 철원을 자대로 고르는 것을 확인하고, 경악했다.

그 많고 많은 부대에서, 하필이면 강원도 철원을 간다고?

그것도 훈련 성적이 1등인 녀석이?

“너희들은 모르겠지. 나한텐 개쩌는 인생 목표가 있거든. 이건 다 그걸 위해서야.”

김민준은 동기들에게 빨리 꺼지라며 손을 휘휘 저었다.

“뭔데. 던파 만렙 100개 찍기 이런 거냐?”

“어제 자로 30개 찍었다. 그건 금방이야.”

“오우, 미친놈.”

동기들은 너 같은 놈은 평생 못 잊겠다는 말을 남기고, 하나둘씩 자대로 떠났다.

훈련소 생활관에는 어느새 김민준 혼자만이 남게 되었다.

“기어서 오나? 뭐가 이리 늦어?”

같은 강원도 안인데, 제일 오래 대기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김민준 이병.”

그 뒤로 1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간부가 군용 차량을 끌고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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