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3화 (3/212)

3. 헌터군 훈련소-1

“야이 씨벌 새끼들아! 굼벵이처럼 움직일래?”

“고개 똑바로 쳐들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여라!”

갑자기 언성을 높이는 조교들.

이제 훈련병이 된 장정들은 당황스러워하며 우물쭈물했다.

‘이야. 저긴 그래도 때릴 생각은 없나 보네.’

김민준은 목에 핏대를 세우고 소리를 지르는 조교들을 보며, 착하다는 생각을 했다.

말은 저렇게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 주기는 했으니까.

“앞으로 밀착해라! 앞에 가는 놈 밀어서 죽이겠다는 생각으로 힘껏 밀어!”

“복명복창은 왜 안 하나!”

“아, 앞으로 밀착!”

장정들은 조교들의 엄포에, 앞 사람과의 간격을 짧게 좁혔다.

의자도 없이, 그대로 서 있길 잠시.

단상 위로 대대장이 올라왔다.

“자.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헌터로서의 재능이 있는데 헌터군에 지원을 못 했다, 손들어라!”

대대장은 지금 바로 말하면, 헌터군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 준다고 알렸다.

“알겠지만, 헌터는 일반 군인과 받는 대우부터 다르다.”

대대장은 헌터군이 받는 수많은 혜택을 하나하나 나열했다.

“너희들은 병장 달아 봐야 70만 원도 못 받아. 헌터군 소속이 되면 이병 기본급이 300만 원에서 시작이다.”

그렇게 말했지만, 장병들은 간부를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헌터의 소질은 누구나 가지는 것이 아니었기도 하고, 있었으면 당연히 헌터군으로 지원을 했을 터였기에.

“흠. 없나.”

새로운 훈련병이 들어올 때마다 하는 형식적인 질문.

대대장은 3분도 지나지 않아, 단상으로 내려가려 했다.

“대대장님. 저기 한 명 있습니다.”

“뭐?”

조교의 말에, 대대장의 시선이 구석으로 향한다.

“방금 손든 놈, 앞으로 튀어나온다. 빨리 나와!”

조교의 말에 장병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린다.

손을 든 사람은 당연히 김민준이었다.

“예!”

그는 대대장의 말대로 발에 힘을 실어 아예 단상 위로 점프했다.

“어, 어어!”

“미친!”

우직!

목재로 된 바닥이 부서지며, 장병 한 명이 공중으로 치솟는다.

장병들은 공중에 붕 뜬 김민준을 보고 입을 쩍 벌렸다.

“…….”

그리고 그건 조교와 대대장도 마찬가지.

대대장은 순식간에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김민준을 보고 헛기침했다.

빨리 오라고 한 건 맞는데 저렇게 날아서 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자네는 헌터의 재능이 있으면서 왜 일반군에 지원했나?”

김민준을 대하는 대대장의 태도가 조금이지만 부드러워졌다.

만약 일반군에서 진짜 헌터의 재능이 있는 장병이 나온다면, 앞으로의 진급에 있어 플러스였으니까.

“지원 시기를 놓쳤습니다.”

“그래. 너는 나를 따라와라.”

“예.”

김민준은 대대장을 따라, 강당 밖으로 나갔다.

다른 장병들은 그 모습을 부럽다는 듯이 힐끔거렸다.

“고개 돌려!”

“시선 앞으로 향한다!”

“앞으로 밀착해!”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조교가 응징했지만.

**

김민준은 훈련소 내부에 있는 대대장실로 들어갔다.

“여기서 기다리면 헌터군 소속의 병사가 올 거다.”

“예. 알겠습니다.”

대대장은 부드럽게 웃으며, 믹스 커피를 두 잔 탔다.

“그러게 지원 공고 좀 잘 읽지 그랬나. 헌터군에 가면 많이 혼날 텐데.”

그리고 한 잔을 김민준에게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입대 첫날부터 대대장이 타 주는 커피를 마시게 될 줄이야.

10분쯤 지났을까.

“충성! 헌터에 소질이 있는 훈련병이 이 녀석입니까?”

군복을 입은 거한 한 명이, 대대장실로 들어왔다.

2m 가까이 되는 듯한 키에, 우락부락한 덩치.

병장 계급장을 단 병사, 이승호는 대대장을 향해 가볍게 경례했다.

“오셨군요. 보고 드린 병사입니다.”

대령이 병장에게 말을 높인다고?

헌터군의 계급 체계는 일반군이랑은 다르다고 듣긴 했는데, 실제로 보니 신선한 장면이었다.

“헌터의 자질이 있다고 했나. 상태창을 열어 스텟을 하나씩 불러 봐라.”

헌터로 각성한 사람들은 자신의 힘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상태창을 불러올 수 있었다.

그래 봐야 힘이나 민첩 등, 간단한 항목이 숫자로 수치화된 것일 뿐.

무슨 게임처럼 레벨이나 직업 같은 것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쉽게 말하자면, 지구에서 헌터는 캡틴 아프리카와 같은 강화 인간 느낌이었다.

“예.”

김민준은 자리에서 바로 상태창을 불러왔다.

그러고 보니 이스가르드에서도 상태창이 있긴 했는데, 여기는 어떻게 되어 있을지.

[ERROR]

“…에러라고 나옵니다.”

힘, 민첩, 체력.

거기에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직업 스킬과 마기 등.

전부 제대로 읽을 수가 없었다.

성녀의 힘이 아닌, 온전한 내 마기만을 사용해 귀환한 탓일까.

시스템이 에러투성이었다.

“나랑 장난하자는 거냐?”

에러라는 대답에, 이승호는 김민준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상태창 에러라니.

그런 현상은 3년 넘게 군생활하면서 들어 본 적도 없었다.

“헌터의 재능이 없으면서 헌터군에 들어오려는 병사가 해마다 있었지.”

이승호는 급기야 김민준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상태창을 다른 사람이 열람할 수 없는 허점을 이용해, 헌터군의 혜택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간혹가다 나오긴 했으니까.

물론, 그것도 길어 봐야 일주일 안에 탄로 났지만.

“잠깐, 제가 두 눈으로 봤습니다. 저 장병이 5미터 이상 점프해 단상 앞까지 한 번에 오더군요.”

상황이 심각해지는 것을 느끼자, 대대장이 재빠르게 중재에 나섰다.

“…대대장님이 직접 보셨다니, 일단 위에 보고 먼저 하겠습니다.”

병장 이승호가 헌터군에 보고를 하는 사이.

대대장은 안절부절못하며 다리를 덜덜 떨었다.

‘일반군이랑 헌터군이 클라스가 다르다고 듣긴 했는데.’

저 정도일 줄이야.

‘이거 꼭 헌터군에 들어가야겠는데.’

김민준은 편안한 마음으로 이승호의 보고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본부에서 결정이 내려졌다. 너는 특이 케이스기 때문에, 내가 직접 헌터의 소질이 있는지 테스트하겠다.”

만약 소질이 없는데 자신을 이곳까지 부른 거라면, 큰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네, 알겠습니다.”

김민준은 험상궂게 생긴 병장의 따귀를 때리고 싶은 욕구가 들었지만, 참기로 했다.

헌터군에 들어가 저놈보다 계급만 높아지면, 그런 일은 언제든지 가능할 테니까.

“그럼 수고하십시오, 충성!”

“충성!”

이승호 병장은 대대장과 경례를 주고받고, 대대장실을 떠났다.

김민준은 이승호를 따라 헌터군 부대로 이동했다.

“내가 그래도 짬이 몇 년인데, 저 정도 피지컬 가진 훈련병은 처음 보네.”

훈련을 거치치 않은 병사가 5미터 이상 점프를 한다라….

“저놈 저거, 물건이다. 내 눈은 확실해.”

대대장은 창밖으로 보이는 김민준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

군용 차량을 타고 산길을 달리길 1시간 정도.

김민준은 헌터군 전용 훈련소에 도착했다.

‘미쳤네.’

방금 전까지 있던 훈련소와는 전혀 다른 외관이었다.

최신식 설비가 즐비한 것이 딱 봐도 세금을 엄청나게 들이부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거 보이나?”

이승호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연병장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시뻘건 돌을 가리켰다.

“네.”

“저걸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통과다.”

“그게 끝입니까?”

“무슨 자신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끝이다. 시간은 10분 준다.”

겉보기에 무게가 100㎏쯤 나갈 것 같은 돌이었지만, 저 돌은 던전에서 만들어진 부산물, 레드 스톤이었다.

‘저 정도 크기면 500㎏ 이상. 보통 훈련병들은 죽을 듯이 기를 써야 조금 움직이는 정도지.’

저 레드 스톤 때문에, 매년 절반 이상의 헌터군 지망생들이 입소하지 못하고 떨어졌다.

‘상태창 에러라. 개소리하고 자빠졌네.’

이승호는 저놈이 레드 스톤을 움직이지 못하면, 곧바로 헌병에 넘겨 버리기로 했다.

‘이 정도면 그냥 가뿐하게 들겠는데?’

한편.

김민준은 돌을 단숨에 들어 올리려다가, 순간 멈칫했다.

‘한 손은 살짝 불안정하니까, 두 손으로 들자.’

군대에서는 너무 눈에 띄면 좋지 않다고 했었나?

‘잠깐, 그렇게 눈치 봐서 언제 별을 달아?’

김민준은 레드 스톤을 번쩍 들어 올렸다.

“허억….”

그 모습을 본 이승호는 너무 놀란 나머지, 뒤로 자빠졌다.

레드 스톤을 두 손으로 들어 올린 훈련병은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없었다.

직접 보고 있었음에도 믿기지 않았다.

“도, 동작 그만! 멈춰! 그만 다가와라! 위험하니까 멈추라고!”

“예? 예.”

레드 스톤을 들고 보라는 듯이 가까이 다가가자, 이승호는 손을 빠르게 저으며 이제 그만 내려놓으라고 말했다.

“너, 상태창 에러 났다고 한 거, 진짜냐?”

못 볼 것이라도 본 듯한 눈이다.

얼굴 표정 하고는.

“예. 거짓말 아닙니다.”

“…그래. 오늘부터 다른 훈련병들하고 훈련받으면 된다.”

김민준은 잠시 이승호와 대화를 나눈 뒤, 훈련소 내부로 향했다.

“이상하네. 레드 스톤은 멀쩡한데.”

이승호는 레드 스톤을 밀어 보았다.

레드 스톤의 상태는 정상이다.

병장인 자신 정도는 되어야 이렇게 가뿐하게 밀리는 정도.

“우리 부대에서 힘 스텟이 가장 높은 나 정도는 되어야 저렇게 쉽게 움직일 정돈데.”

아무 훈련도 거치지 않은 훈련병이 저걸 그냥 들어 올렸다고?

“미친 괴물 놈이 한 명 들어왔구만.”

**

1시간이 지나고.

연병장 안으로, 훈련을 마친 훈련병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무슨 훈련을 했는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

“전원 편히 앉아라.”

병장 이승호가 단상 위로 올라가, 새로운 훈련병이 들어왔다며 김민준을 간략히 소개했다.

‘조교였나.’

그는 이전과 다르게, 빨간 모자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럼 다시 일어나서, 다음 훈련으로 간다. 새로 온 녀석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니까, 너희들이 잘 챙겨 줘라.”

“예!”

“알겠습니다!”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훈련병들은 이승호의 말에 다른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앞으로 4주 동안 지옥입니다. 잘 버텨 봅시다.”

“잘해 봅시다.”

이제 동기가 된 헌터군 훈련병들은 간단히 인사만 한 뒤, 앞으로 받을 훈련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었다.

“헌터군은 훈련 기간이 끝나자마자 바로 실전이기 때문에, 4주 동안 미친 듯이 훈련만 받습니다.”

“정말 죽기 전까지만 굴리는 것 같습니다.”

“그 대신 주말에는 자유롭습니다. 빡센 만큼, 쉬는 날에는 확실하게 풀어 줍니다.”

지옥 훈련이라고 해 봐야, 김민준에게는 그냥 평범한 운동 수준이었다.

이스가르드에서 죽을 위기만 몇 번을 겪었는데 이 정도쯤이야.

“여기 PC방도 있나요?”

“싸지방 말입니까? 웬만한 건 다 있습니다.”

동기의 대답에, 김민준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안 그래도 이번 주 주말부터 던파 버닝 이벤트 하는데, 딱 좋다.

“전원, 주목!”

산길을 올라가길 30분쯤.

이승호가 계단 앞에 멈춰 섰다.

“지금부터 모래주머니를 단 채로, 계단 끝까지 올라간다.”

계단의 개수는 6,000개.

모래주머니의 무게는 약 80㎏.

보통 사람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훈련 강도였지만, 헌터의 소질이 있는 장병들에게는 가능한 수준이었다.

“알겠습니다!”

“목소리가 고작 그거밖에 안 되나!”

“알겠습니다아!”

훈련병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을 보며,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꼈다.

“하… 저런 훈련을 미친 듯이 받아야 스텟이 조금 오르는 정도랍니다. 제가 생각했던 헌터랑은 너무 다릅니다.”

훈련병 한 명이, 김민준을 보며 불만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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