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2화 (2/212)

2. 입대

민간인으로 여겼던 남성은 몸길이만 3m 가까이 되는 하운드를 두 손으로 잡고, 종이를 접듯 반으로 접었다.

뚜두둑- 뚜둑-

“크레엑! 크렉…!”

하운드는 피거품을 물며 괴성을 뱉더니, 그대로 절명했다.

“이런 개 같은 거. 마기를 다 써 버리니까 나를 그냥 밥으로 아네. 내가 힘이 약해졌어도 잡몹들한테 맞고 다닐 정도는 아니지.”

김민준은 반으로 접힌 하운드를 적당히 땅에 내팽개쳤다.

마기를 다 소모해 흑마법을 사용하진 못하지만, 이스가르드에서 단련했던 신체 능력이 남아 있었으니.

“어… 어?”

최인호 상병은 반으로 접힌 하운드를 보고, 김민준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리고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들고 있던 마나건을 땅에 떨어트렸다.

“군인 아저씨. 제가 궁금한 게 좀 있는데….”

“어, 어어! 가까이 오지 마십쇼!”

김민준이 가까이 다가가자, 군인은 뭐가 그리 놀랐는지 뒷걸음질을 쳤다.

무섭게 생긴 얼굴치고 겁이 많은 사람인 듯했다.

‘한 방짜리 왈왈이한테 뭐 저렇게 애를 먹어?’

하운드와 비슷하게 생긴 몬스터가 이스가르드에도 있긴 했다.

물론 그놈들이 더 악독한 놈들이긴 했지만.

“최, 최인호 상병님! 하운드를 반으로 접으신 겁니까?”

때마침 상황이 끝난 대원들이 그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그들 뒤편으로 다수의 하운드들이 쓰러져 있었다.

“와, 미쳤다. 전 최인호 상병님이 하운드를 반으로 접을 수 있다길래 당연히 구라인 줄 알았습니다.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아니, 진짜 저걸 네가 했다고? 너 사람 맞아?”

대원들은 최인호와 하운드를 번갈아 보며 칭찬을 쏟아 내기 바빴다.

그중 몇 명은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

“아, 아니. 내가 한 게 아니고….”

최인호 상병은 김민준을 가리키며, 사실을 해명하려 했다.

믿지 못하겠지만 어쩌겠는가.

저 학생이 하운드를 반으로 접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제가 했는데요?”

“…뭐?”

그 말에 다른 대원들의 시선이 김민준에게로 집중되었다.

“그냥 두 손으로 잡고 쥐어뜯으면 되는데요? 어려워요?”

“학생. 지금 장난할 때가 아니야. 우리 심각하다고.”

“아니, 잠깐만. 내가 봤는데? 저 학생이 하운드를 두 손으로 잡고….”

최인호 상병이 얼른 나서서 김민준의 편을 들었지만, 중간에 그의 선임이 말을 끊었다.

“인호야. 이럴 시간 없다. 빨리 자대에 돌아가서 보고부터 해야 한다고.”

“상병 최인호! 알겠습니다.”

헌터군들은 1명을 제외하고, 재빠르게 현장에서 철수했다.

남은 1명은 그를 대피소까지 데려다주었다.

“학생. 왜 거기까지 들어갔는지 모르겠는데, 이거 원래 징역감이야. 사단장님이 일 크게 키우지 말라 하셔서 그냥 넘어가는 거고.”

“아, 네. 죄송합니다.”

김민준은 적당히 군인의 말을 맞춰 주며, 정보를 얻기 위해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진짜 모르는 거야? 요즘 웬만한 고등학교에서는 배울 텐데.”

“네. 제가 해외에서 살다 와서요.”

정확히는 이세계지만.

“그래. 그럼 내가 아는 건 다 가르쳐 줄게. 내가 이래 봬도 대학 다닐 때 몬스터학이랑 던전학은 A 플러스 맞았거든.”

“요즘 대학은 그런 것도 배워요?”

“안 배우는 대학교가 더 드물걸.”

김민준은 교육 정책이 참 많이 바뀌었구나, 생각하며 군인의 말을 경청했다.

“기본적인 건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잘 나오니까, 찾아봐. 네가 지금 몇 살이지?”

“저요? 21살이요.”

21살이라는 말에, 군인이 안타깝다는 듯 김민준을 바라본다.

“그래? 그럼 너도 입대 얼마 안 남았네. 20대 청춘의 절반이 날아가겠구만.”

군대라.

군 복무는 남자가 일반군으로 복무하면 3년, 헌터군으로 복무하면 5년 아니었나?

거기에 일반군이 징병제, 헌터군이 모병제였고.

이것도 내가 고등학교 한창 다닐 때 법이 바뀌면서 굉장히 말이 많았었는데.

“지금 알다시피, 한국뿐만이 아니고 세계가 많이 변했어. 심심하면 몬스터들이 튀어나오거든. 그걸 막을 인력은 한정되어 있고.”

군인은 한 손을 들어 활짝 펼쳐 보였다.

“그리고 최근에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일반군이든 헌터군이든 5년으로 통합됐다. 이제 20대 청춘의 절반을 날려야 하는 거지.”

“…5년이요?”

“그래. 너도 21살이니까 영장 나왔겠네. 그래도 군인 월급은 많이 올랐어. 전역하면 뭐 하나라도 할 수 있을 거야.”

군인은 힘내라고 말하며 김민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이거, 심각한 거 맞지?’

귀환하자마자 이게 뭐냐?

‘아니, 그것보다 5년이라고? 왜 이렇게 길어졌어?’

물론 앞으로 수천 년은 살아갈 그에게 있어서, 5년쯤이야 별것 아니겠지만.

평범한 남성들에게 있어 매우 긴 시간일 터.

“북한은 15살에 입대해서 40살에 전역이란다. 그냥 인생을 쌩으로 군대에서 날리는 거지. 걔들 월급도 3천 원씩밖에 못 받는다던데.”

“그건 정말 탈북 마렵겠네요.”

-국가의 부름!

군인과 간단한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문자가 도착했는지 스마트폰이 울렸다.

‘효과음 한번 괴상하네.’

[입영 일자 안내]

뭐야, 이게.

요즘은 스팸 문자도 이따위로 보내나?

그렇게 생각하며 삭제하려는 순간.

“뭐야. 너 내일 입대였냐?”

군인이 민준의 스마트폰에서 들리는 효과음을 듣자, 화들짝 놀라며 어느 부대에 지정받았냐고 물어 왔다.

‘아니, 이스가르드에서 귀환한 지 얼마나 됐다고 군대야? 말이 안 되잖아.’

김민준은 군인에게 별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한 뒤, 자기 갈 길을 갔다.

“너 부대 이름 들어 보니까 강원도더라! 그리고 그거 스팸 아니고 진짜야!”

군인은 그렇게 의심되면 근처 피시방에라도 가서 조회해 보라며 몇 번이고 당부했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이게 뭐냐.”

김민준은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대피소 근처에 있는 피시방으로 향했다.

그가 알던 한국이 아니다.

이대로는 정보가 부족했다.

“내가 2018년에 이스가르드로 소환되었으니까, 대략 이쯤부터 싹 훑어보면 되겠네.”

김민준은 인터넷을 뒤지며 기사라는 기사를 싹 긁어모아 정독했다.

[던전에 이상 현상이 발생.]

[몬스터의 출현 빈도가 갈수록 잦아져.]

쉽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2년 사이.

던전과 몬스터들의 덩치가 엄청나게 커졌다.

그 여파로 일반 시민들까지 위협을 끼치게 되었으며, 이젠 그것을 감당할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말.

그래서 정부는 임시방편으로 군인들의 군 복무 기간을 늘리고, 던전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헌터군을 적극적으로 양성하는 듯했다.

“내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네.”

한국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전체가 던전과 몬스터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

자신이 이스가르드에서 힘을 온전히 가지고 왔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귀환해서 힐링이나 하려고 했는데, 상황 한번 잘 돌아간다.”

보통 입대 전, 신체검사를 먼저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1급부터 3급은 현역.

4급은 공익.

5급은 제2 국민역이었나.

“그런데 일단 싸그리 훈련소에 집어넣고 본다라.”

그만큼 이곳의 상황이 안 좋다는 건가.

김민준은 병무청 사이트에 접속해 입영 일자를 확인했다.

스마트폰에 적힌 그대로, 내일이었다.

“원래 같으면 안 가고 배 째면 되는데.”

그는 한 손을 들어 턱을 괴며, 고민에 빠졌다.

마기를 대부분 잃었다고 해도, 가지고 있는 완력만 행사하면 어떻게든 넘길 수 있지 않을까.

‘아니지.’

김민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랬다간, 일이 커지게 된다.

지구의 헌터들이 얼마나 강한지도 모르는 상태고.

“병역 거부가 무기 징역이라. 엄청나네.”

국방부 장관을 찾아가 입대를 취소하라고 말할까 생각했지만, 곧 그만두기로 했다.

“내가 한국에서 난동 부리려고 귀환한 게 아니니까.”

그리고 헌터군에 대해 알아보니, 상당히 받는 대우가 좋았다.

“일단 던전부터가 그래. 헌터군 소속이 1순위로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네.”

기본 급여도 높고, 무엇보다 실적제였다.

즉, 실력만 증명된다면 어디까지고 올라갈 수 있다는 말.

“주문하신 라면하고, 삼겹살 세팅하고, 김밥 세트랑, 우동이랑….”

김민준이 머릿속으로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도중.

피시방 알바생이 음식을 한가득 가지고 왔다.

“일단 먹으면서 생각하자.”

**

“이거다! 이렇게 하면 되네!”

“…예?”

피시방 알바는 빈 접시를 옮기는 도중, 기쁜 듯이 소리치는 남성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미친놈이다.’

입대 날짜를 띄워 놓고 저렇게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니, 가까이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빠르게 멀어졌다.

“내가 5년 안에 별을 달고 던전이란 던전은 모조리 부숴 버리면 되잖아.”

한동안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던 김민준은, 헌터군에 들어가겠다고 결심했다.

[던파 10주년 특별 이벤트! 군인분들! 힘내세요!]

물론 던파에서 진행하는 이벤트 때문이 아니다.

10주년으로 군인들에게 12강 종결 무기, 헌터군에게는 13강 종결 무기를 주는 이벤트는 확실히 군대를 가고 싶게 만들긴 했지만.

“분명히 되찾을 수 있다.”

던전을 부수다 보면, 분명히 마기를 품은 몬스터들이 나올 터.

마기를 흡수하며 잃어버린 힘을 되찾는다면, 던전이라는 현상 자체를 지워 버릴 수단이 생기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던파 회사도 안심하고 콘텐츠 개발을 할 수 있겠지. 완벽해.”

김민준은 던전 브레이크와 몬스터에 대한 피해로 개발이 늦어진다는 던파 홈페이지의 공지 글을 보며, 결정했다.

내일 입대하기로.

**

입대 당일.

김민준은 긴급 재난 지원금으로 받은 200만 원을 1원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사용했다.

아마 그가 살던 집이 통제 구역이 되면서 들어온 돈인 듯했지만, 딱히 개의치 않았다.

돈이야 앞으로 부족하지 않게 벌 수 있을 테니까.

“피자랑 족발도 먹었고, 치킨도 먹었고.”

하나하나 리스트를 체크해 나가던 김민준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적당히 몬스터들을 처리해 가며 여유로운 생활을 즐길 생각이었다.

“앞으로 몇천 년이나 더 살지 모르는 인생, 직업 하나 정도는 가져 봐야지.”

훗날, 내 손자가 ‘할아버지는 무슨 일 했었어요?’라고 묻는다면 별 달아 본 군인이라는 말 정도는 할 수 있어야지.

‘던파 만렙 셀 수도 없이 많이 찍었단다.’라고 말할 순 없잖아.

[조국은 당신을 원한다!]

보충대와 가까워질수록, 짧은 머리를 한 남성들이 눈에 들어왔다.

연인이나 가족들이 그들을 격려하기도 했고, 몸 성히 돌아오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민준은 당연히 혼자였다.

부모는 고등학교 들어가고 나서, 연락이 끊겼으니까.

“밖으로 나오자마자 13강 무기 받아야지.”

정작 본인은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김민준은 밝은 표정으로 연병장을 향해 걸어갔다.

암울한 표정과 한숨만 푹푹 내쉬는 다른 남성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군대라고 해 봐야 이스가르드만 하겠어?’

거기서 당한 취급을 생각하면….

오히려 군대가 천국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직접 경험해 보기 전까지는 판단할 수 없겠지만.

시간이 지나자, 군악대와 함께 입소식이 시작되었다.

간단하게 식을 진행하고, 부모님을 향해 거수경례를 하는 차례.

“부모님께 대하여 경례!”

“충! 성!”

조교의 말에, 장병들이 어색한 자세로 거수경례를 한다.

‘어우 씨. 조질 뻔했네.’

김민준은 거수경례가 아닌, 이스가르드식 경례를 하려다가 재빠르게 손 위치를 바꿨다.

습관이라는 게 이래서 무서운가 보다.

앞으로 5년.

가족들은 제발 몸만 성히 돌아와 달라며, 오열했다.

그중에는 조교들에게 다가가 우리 아들 다치지만 않게 해 달라는 부모도 있었다.

‘군대가 예전 군대가 아니니까.’

운 나쁘면 몬스터의 습격에 죽을 수도 있었고, 군부대는 주로 던전이 자주 출현하는 곳에 위치했으니.

입소식이 끝나고, 남성들이 어색하게 오와 열을 맞추고 훈련소로 향했다.

대강당으로 들어가자마자 조교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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