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 현대물, 연예계, 동거/배우자, 재회물, 미인공, 무심공, 짝사랑공, 아이돌공, 미남수, 적극수, 잔망수, 사랑꾼수, 배우수, 달달물, 잔잔물, 3인칭시점 빛나는 외모와 빼어난 연기 실력으로 회사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신인 배우 윤도하는 회사의 스폰서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단숨에 찬밥 신세가 된다. 다행히 어딜 가나 눈에 띄는 마스크 덕분에 몇 년간 웹 드라마 주연 자리를 꿰차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었지만, 팀장에게 단단히 미움 털이 박힌 탓에 대중들에게 기억될 만한 작품이 들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힘들게 따낸 일거리조차 후배에게 빼앗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리고 이를 안타깝게 여기던 매니저는 한 작품의 오디션을 볼 것을 제안한다. 현대 퇴마물이라는 신선한 이야기에 끌려 조연 오디션을 본 결과, 도하는 덜컥 TV 드라마 ‘이노센트 알파’의 공동 주연으로 발탁된다. 하지만 원작이 BL 소설이라는 특이점 때문에 이후 드라마는 남은 주연 한 자리를 두고 거물급 배우들의 외면을 받으며 캐스팅 난항을 겪는다. 그러던 어느 날 도하는 9년 전 자신과 함께 연습생 시절을 보낸 마슈크 강세진에게 이노센트 알파의 주연 제안이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그에 반가워할 새도 없이 캐스팅이 확정된다. 그리고 대망의 대본 리딩 날, 도하는 자신과 함께 공동 주연을 맡은 이가 정말 마슈크 강세진임을 알고 깜짝 놀라는데……. *** 도하는 자신이 쓰던 삼색 볼펜을 세진의 대본 위에 올렸다. 세진이 뭐 하는 거냐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한참 다른 배우가 리딩 중이었기에 말은 안 하고 빨간색을 누른 후 아까 세진이 받은 피드백들에 동그라미를 쳤다. 이러면 본인 것이 한눈에 들어오겠지. 그 모습을 본 세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쓰던 검은색 볼펜을 도하에게 주고 삼색 볼펜을 받아 들었다. 조용한 물물 교환이었다. “세진아, 세진아. 슈퍼스타 강세진.” 대본 리딩이 끝나고 나서야 도하는 잠그고 있었던 입 지퍼를 열었다. 얼마나 답답했는지 터져 나온 목소리가 통통 튀어 올랐다. 방정맞게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짐을 챙기던 세진이 단정한 눈썹을 꿈틀 움직이며 고개를 돌렸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나 진짜 깜짝 놀랐어!” “뭐가 그렇게 놀라운데?” 자연스럽게 나오는 퉁명한 대답에 도하의 표정이 헤벌쭉하게 변했다. 몇 년 만에 만난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몸을 앞으로 숙여 반듯이 앉은 세진의 얼굴을 비스듬히 올려다보며 웃었다. “갑자기 튀어나온 것도 그렇고, 네가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도 그렇고! 와, 맨날 TV에서만 보다가 이렇게 보니까 너무 반갑다. 너는? 너는 나 안 반가워?” 여기 왜 있냐고 묻기도 전에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반가움을 숨길 수 없었다. 처음에는 당황했었지만 이내 뭉게뭉게 피어나는 기쁨이 그것을 집어삼켰다. 도하는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며 애교를 부렸다. 세진의 입가가 움찔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