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 3부 45편
“ 기다렸어? ”
숨이 턱에 차 달려온 창민을 보고 재중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 아니에요. 혹시 제가 방해된 건 아닌가요? ”
“ 괜찮아, 어차피 지루해하던 참이었어. ”
막 앉으려는 창민을 제지한 재중은 급히 일어났다.
“ 죄송해요, 지금 아르바이트 시간이 빠듯해서 어서 가야할 것 같아요. 길 많이 막히죠? ”
“ 아아, 그래. ”
창민은 시계를 흘깃 보고 빌지를 집어 먼저 걸어갔다. 재중이 음료수 대금을 자신이 내겠다고
고집하기도 전에 이미 계산은 끝나고, 창민이 열어준 문을 통해 나가며 재중은 쓴웃음을 지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조금의 친절은 받아도 괜찮을 거야.
창민의 차에 올라타자마자 재중은 그가 안전벨트를 하기 전에 주머니에서 선물을 꺼냈다.
“ 크리스마스 선물이에요. 올 한 해 감사했어요. ”
창민이 놀라 눈을 깜박인다. 이런 보너스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눈치다.
그는 입을 가리고 잠시 눈만 깜박이다가 한참만에 겨우 입을 열었다.
“ ……고마워. ”
“ 예. ”
미소짓는 재중을 잠시 바라보고 있던 창민이 물었다.
“ 키스…… 해도 돼? ”
“ 메리 크리스마스. ”
재중이 먼저 말하며 미소와 함께 창민의 입에 입을 맞추었다.
살짝 스쳐간 것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만족하는 듯 창민은 마주 웃었다.
“ 메리 크리스마스. ”
어느샌가 하늘에서는 하얀 눈이 소리 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 수고하셨습니다. ”
자정이 지나 끝난 케익점에서 뒷정리까지 마친 아르바이트생들은 입을 모아 크게 인사를 하고 허겁지겁 거리로 나왔다.
저녁부터 내린 눈 때문에 거리는 온통 새하얗다.
다행히 가게가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덕에 어깨를 움츠리고 다급히 뛰어간 재중은 입김을 불어대며
겨우 집안으로 들어갔다.
훈훈한 방안 공기에 겨우 한숨을 돌린 재중은 가게에서 나눠준 케익을 꺼내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바빠서 저녁도 못 먹었다. 초를 하나씩 꽂고 성냥을 킨다.
형광등을 끄자 방안은 오직 촛불만이 희게 밝혀져 있을 뿐이다. 라디오에서 캐롤송이 울려왔다.
크리스마스구나……
잔뜩 찌푸렸던 하늘이 어느새 눈을 뿌리기 시작했다.
“ 메리 크리스마스. ”
재중은 외로이 앉아 초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메리 크리스마스 건우, 메리 크리스마스 창민씨,
메리 크리스마스 인찬이, 메리 크리스마스…… 윤호씨.
재중은 무릎을 세워 거기에 얼굴을 묻었다.
너무나 추운 크리스마스. 이렇게 방안이 따뜻한데 나는 왜 이렇게 추울까. 귓가에서
울려오는 캐롤송이 서글프게 울려오는 크리스마스의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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