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 3부 40편
끼이이이익―
도로를 할키우는 날카로운 소리에 재중은 놀라 멈춰섰다. 차가 눈앞에서 크게 그라운드를 하더니
저 멀리 처박힌다. 다행히 충돌은 아슬아슬하게 면한 듯 큰 소리는 이어지지 않았다.
“ 괜찮아? ”
쾅 소리가 나도록 세게 문을 닫고 다급하게 뛰어오는 창민을 보고 재중은 멍하니 눈만 깜박였다.
창민은 재중의 표정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듯 얼굴을 찌푸리고 다시 말했다.
“ 왜 그러지? 안색이 너무 창백하잖아, 이봐! ”
창민이 다시금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비로소 재중은 정신이 돌아온 듯 깜짝 놀랐다.
“ 아, 아아…… ”
재중은 몇 번씩 눈을 깜박인 후에야 비로소 겨우 입을 열었다.
“ ……미안해요…… 제가 당신 차에 부딪힐 뻔 했나 봐요…… 제대로 보질 않아서…… ”
“ 나 누군지 알겠어? ”
잔뜩 찌푸린 얼굴은 낯이 익다. 하지만 재중은 그저 계속해서 눈만 깜박일 뿐이었다.
“ 이런. ”
창민은 얼굴을 찌푸린 채 한숨을 내쉬더니 재중의 팔을 잡아끌고 걷기 시작했다.
“ 우선 어디든 가자. 너 그 상태로 보냈다가는 큰일나겠어. ”
재중은 엉거주춤 그에게 끌려가다가 멍하니 기억을 되살렸다. 아아…… 그래…… 이 사람……
“ 어디로 가려고요? 당신 아파트? ”
조금 날카롭게 새어버린 음성에 창민은 그가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을 깨닫고 걸음을 멈췄다.
“ 아니, 근처 카페라도…… ”
“ 됐으니까 이거 놔요. ”
난폭하게 창민의 손을 뿌리친 재중이 다시 돌아섰다. 창민이 급히 쫓아왔다.
“ 어디로 가려는 거야? ”
“ 당신이 상관할 바 아니잖아요. ”
“ 윤호가 상태가 이상하다며? ”
재중이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창민을 돌아보았다. 재중의 얼굴에 떠오른 경멸의 표정을 보고
창민은 입을 다물어버렸다.
“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 "
“ 지영이가…… ”
중얼거리듯 대답한 창민에게 재중은 어두운 안색으로 낮게 뭐라고 중얼거린 후 다시 돌아섰다.
“ 잠깐 기다려! 너 정말 갈 데 있어? ”
“ 공원에서 자든 지하철에서 자든 상관말아요. ”
“ 고집 좀 그만 부려! ”
창민은 이제 화가 난 듯 난폭하게 재중의 팔을 붙잡아 끌어당겼다.
재중이 다시금 뿌리치려고 했지만 이번만큼은 완강해서 도무지 창민의 손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결국 창민의 차까지 질질 끌려간 재중은 억지로 차에 태워진 채 창민의 아파트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