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짓말-105화 (105/123)

거짓말 3부 30편

“ 저기, 이 이건…… ”

창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윤호는 아무 말 없이 딱딱한 표정으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창민이 다시 말을 하려고 했을 때 비로소 윤호가 입을 열었다.

“ 비켜. ”

그제야 창민은 그 때까지 자신이 재중의 위에 넘어져 있었고 재중이 그 밑에서 낑낑거리며 나오려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 아, 미 미안. ”

서둘러 몸을 일으키자 윤호가 여전히 바닥에서 버둥거리고 있는 재중을 붙잡아 일으켰다.

묵묵히 재중의 옷을 털어주지만 얼굴을 차갑게 굳어져 깊이 화가 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 윤호야, 지금 이건…… ”

“ 다치진 않았어? ”

창민의 말을 무시하고 물은 윤호에게 재중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윤호는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재중의 팔을 잡아 그를 방으로 끌고 갔다. 재중은 휘청거리며 쫓아갔다. 윤호의 발걸음이 지나치게 빨라

질질 끌려가다시피 했지만 이 상황에서는 도저히 ‘ 좀 천천히 걸어주세요 ’ 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재중의 방문을 열자마자 윤호는 던지듯 재중을 밀어 넣고 문을 닫았다.

당황한 얼굴로 뒤따라온 창민이 윤호의 어깨를 붙잡았다.

“ 이봐, 정윤호.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

퍽―

창민은 생소한 충격을 얼굴에 받고 그대로 나가떨어져 버렸다. 윤호가 분노로 잔뜩 굳어진 얼굴로 이를 갈았다.

“ 나가. ”

“ 야, 정윤호, 너 사람 말을…… ”

“ 나가, 이 새끼야! 죽여버리기 전에! ”

창민은 격하게 내지르는 윤호의 고함소리에 움칠해서 엉거주춤 일어섰다.

제길, 도저히 대화를 할 상태가 아니다. 저번에 지영이와 뒹굴고 있는 것을 봤을 때도 멀쩡하던 녀석이.

창민은 설마 재중이에게 저렇게 화를 내지는 않겠지, 하고 위안하며 허겁지겁 윤호의 집을 나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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