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 3부 17편
미쳐버릴 것 같은 초조와 긴장 속에 경우가 다시 수술실로 들어간 후에도 몇 시간이 다시 흐르고, 겨우 수술은 끝났다.
수술실 문이 열리고 재중이 누워있는 침대가 나왔을 때, 윤호는 하얗게 질려버렸다.
재중의 전신에는 붕대와 튜브가 가득해서 성한 곳이라고는 찾을 수가 없었다.
굳게 닫혀져 있는 눈과 늘어진 육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게 만들었다.
“ 곧장 중환자실로 갈 거야. ”
경우가 지나치면서 말했다. 윤호는 그들을 쫓아가지도 못하고 한참동안 망연히 그렇게 서있기만 했다.
면회가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윤호는 그 날 회사에서 밤을 새웠다. 수술 경과에 관한 얘기는 경우로부터
대충 들었지만 그다지 희망적이지는 못했다. 조용한 사무실에 혼자 앉아 윤호는 단 한가지 생각만을 곱씹어야 했다.
“ 일찍 나오셨군요 사장님. ”
정확히 출근시간에 모습을 드러낸 비서가 인사를 한다. 역시 녹차를 가져온 그에게 윤호가 말했다.
“ 어제는 잘 들어갔나? ”
이마에 길게 묶여져 있는 붕대를 보니 꽤 상처가 심했던 모양이다. 그는 평소처럼 무뚝뚝한 얼굴로 대답했다.
“ 네. 일찍 들어가서 쉬었습니다. ”
“ 그래. 급히 끝내야 할 일이 있으니 이 일을 마치고 나면 특별 휴가를 주지. ”
“ 감사합니다. ”
“ 어제 그 녀석들에 대해서 조사해 봐. 하루면 충분하겠지? ”
“ 알겠습니다. ”
“ 그 녀석들하고 신 지영 사이에 있었던 거래에 대해서도 모두. ”
“ 알겠습니다. 윤화기업에 대해서도 조사할까요? ”
윤화기업은 지영의 집안이다. 윤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 모두 하루면 가능하겠지. ”
“ 알겠습니다. ”
비서가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때를 같이 해 전화벨이 울렸다.
“ 정윤호입니다. ”
“ 어제 왜 그렇게 연락이 안 됐어? ”
다짜고짜 흘러나온 창민의 음성에 윤호는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 바빠, 별 얘기 없으면 끊어. ”
“ 이봐, 경과가 어떻게 됐는지 정도는 얘기해 줘야 하잖아?! 그 애 행방불명 되었던데! ”
“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
“ …… ”
“ 포기한 줄 알았더니 아니구나, 심창민. ”
윤호가 악의에 찬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 계속 앞에서 걸리적거리지 마, 또 다시 네가 참견한다면 나에 대한 도전으로 알겠어.
너까지 다치게 할 생각은 없으니까 얌전히 물러서. 그렇지 않으면 너 또한 그냥 두지 않을 거야. ”
명백한 협박의 말에 창민은 놀라 마른침을 삼키고 겨우 물었다.
“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
윤호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지어졌다.
“ 보고 있으면 알아. ”
“ 윤…… ”
창민이 뭐라고 소리쳤지만 윤호는 전화를 끊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