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 3부 11편
째깍…… 째깍…… 째깍……
시계소리가 다시 들린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단 하나, 그것뿐인 듯 들리는 것은 그것뿐이다.
“ 쿨럭…… ”
기침과 동시에 피가 터져 나왔다. 재중은 바닥에 머리를 처박은 채로 몇 번이나 기침과 함께 피를 토해냈다. 기침을 하면서 몸이 울리자 통증이 몇 배로 증가하는 것 같았다.
“ 아, ㅇ…… 우…… ”
심호흡을 하고 싶지만 가슴이 아파서 그것도 불가능했다. 늑골이 나가기라도 한 모양이다.
얕은 호흡을 자주 뱉어내면서도 재중은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웠다. 이대로 죽어버리는 걸까.
이런 허름한 창고 같은 곳에서, 초라하게 혼자 죽어버리는 걸까. ……건우야…… 많이 아팠니? 고통스러웠지……
이제 나도 너를 따라 죽어버릴 것 같아…… 하지만 어떡하지. 난 살고 싶은데…… 너무 살고 싶은데……
나 죽으면…… 내 동생
인찬이…… 많이 울 텐데…… 아니, 거짓말이야. 미안해…… 인찬이 때문만은 아니야.
난 사실은…… 사실은 그 사람이 보고 싶은 거야…… 내가 힘들어서 그만 두겠다고 한 주제에.
다시 내밀어진 손을 거절한 주제에. 지금 와서 이렇게 그 사람이 보고 싶어지다니. ……이런 거 너무하잖아……
난 끝까지 네게 미안하기만 해……
희미한 의식너머로 다시 발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재중은 흠칫 놀라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잔뜩 부어있는 눈두덩을 겨우 움직여 시계를 본다. 야광시계가 같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잠시 후, 괘종시계가 울린다. 그와 동시에 문이 열리고 그들이 들어왔다.
“ 어이, 예쁜이. 기다렸지? ”
영철이 히죽 웃으며 다가왔다.
“ 마침 깨어 있는 걸 보니 우릴 기다린 모양이네~ ”
재중은 다시 이어질 구타를 예상하며 공포에 질려버렸다. 하지만 그들은 재중의 앞에 서더니 자기들끼리
뭔가를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긴장한 얼굴로 그들을 지켜보자 영철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했다.
“ 좋아, 그럼 그렇게 하지. ”
무슨 짓을 하려는 걸까.
재중은 잔뜩 긴장해서 그들의 다음 행위를 기다렸다. 영철이 고갯짓을 하자 다른 패거리들이 재중을 일으켜
무너지려는 몸을 당구대에 묶었다.
“ 카드를 하려고 하는데 말이야…… ”
영철이 빙글거리며 말했다.
“ 칩을 안 가져왔지 뭐야. ”
그가 주머니를 뒤져 재크 나이프를 꺼냈다.
“ 걱정하지 마, 너도 놀이에 끼워 줄 테니까 말이야…… ”
그리고 영철은 위로 묶여져 있는 재중의 손을 붙잡고 나이프를 가져갔다.
“ ……아!!! ”
처절한 비명소리가 창고에 터져 나갔다. 재중은 온 몸의 통증에도 불구하고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었다.
“ 시끄러워, 씨발새끼야. ”
패거리 중의 하나가 사정없이 재중을 걷어찬다. 입에서 다시 피가 터져 나왔다.
영철은 비열하게 웃으며 재크 나이프를 손톱 밑으로 사정없이 처박았다.
손톱이 벌어지고 그 밑의 살이 갈라지며 피가 스며 나왔다. 나이프를 손톱과 손가락 사이에 박아 넣은 채
영철이 돌아섰다.
“ 자, 게임을 해볼까? 승자가 칩을 갖는 거야. 많이 가진 쪽이 최후의 승리. ”
그리고 영철은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재중을 힐끗 보고 덧붙였다.
“ 칩은 열 개나 있으니까, 얼마든지 게임은 가능해. ”
지영은 콧노래를 부르며 차에서 내렸다. 웨이브진 긴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흩날린다.
경쾌한 하이힐 소리가 지하 주차장에 울려 퍼졌다. 혼자 살고 있는 아파트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집으로 향하면서
그녀는 전날 밤에 들었던 보고에 대해서 떠올렸다.
아직 살아있다니 놀랍지 뭐야.
키득거리며 그녀는 생각했다.
쉽게 죽이지는 않을 거야. 감히 남창주제에 내 것을 뺏아? 무릎꿇고 빌어도 이젠 늦었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버튼을 누르자 엘리베이터는 곧장 위로 올라갔다. 전날 만난 새로운 사내는 꽤 테크닉이 좋았지,
따위의 생각을 하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던 지영은 순간 놀라 멈춰서버리고 말았다.
윤호가 담배를 물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 오랜만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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