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 3부 6편
“ 사랑해. ”
자신을 향해 건우가 말했다. 언제나처럼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을 향해 재중은 또한 그렇게 대답해주고 싶었지만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다.
“ 괜찮아, 언제까지라도 기다릴 테니. ”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슬퍼 보였다.
왜 너는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을까.
나는 이렇게나 이기적이고, 맹목적인데. 단 하나밖에는 보지 못하는데.
네가 그 무엇도 해주지 못하는데 어째서 넌 나를 사랑한 걸까.
전신에서 피를 쏟아내며 쓰러져 있던 건우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재중은 의식이 돌아왔다.
……울고 있었던 것 같다.
어둡게 켜져 있는 불빛조차 눈이 부셔 재중은 몇 번씩 눈을 깜박이다가 다시 감았다. 눈물이 다시 흘러내린다.
건우는 어떻게 됐을까……
“ 깨어났어? ”
갑자기 들려온 달콤한 목소리에 재중은 다시 눈을 떴다.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얼굴은 낯이 익다.
그녀를 알아본 재중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졌다. 그녀가 빙긋 웃었다.
“ 기다리느라 얼마나 지루했는지 몰라. 이제 겨우 일어났네. ”
재중은 그제야 자신이 벌거벗고 있으며 두 손은 위로 넓게 벌려져 각기 묶여 있고 다리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았다.
무릎을 세워 굽어진 채 허벅
지와 발목을 함께 묶고 넓게 벌려진 두 다리가 저린다. 자유로운 머리를 움직여 주변을 둘러보았던 재중은
자신이 누워있는 곳이 당구대이고 주변에
있는 것이 그녀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꽤 많은 사내들이 비릿한 사내의 냄새들을 풍기며 서있었다.
재중은 나쁜 예감에 마른침을 삼키며 겨우
물었다.
“ ……건우는…… 어떻게 됐어? ”
“ 건우? ”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던 지영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 아아, 너의 그 얼간이 기사님을 말하는 거야? ”
“ …… ”
“ 난 그저 혼내주라고만 했을 뿐인데, 좀 지나쳤던 모양이야. ”
“ …… ”
“ 순순히 너를 내놨으면 그렇게까지는 안 됐을 텐데 말이야, 불쌍하기도 하지. ”
마지막으로 보았던 피투성이로 물든 건우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갔다.
“ 건우를 어떻게 했어?! ”
하얗게 질려 고함을 지르자 지영이 크게 웃었다.
“ 바보는 일찍 죽는다잖아? ”
재중은 어이가 없어 황망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죽었다고? 건우가 죽었단 말인가? 정말로?
“ 정말 어리석지 뭐야, 감히 내게 덤비다니. 버릇을 고쳐주려고 했을 뿐인데 바보같이. ”
그녀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숙여 재중의 귓가에 속삭였다.
“ 너를 위해서 내가 특별한 준비를 했거든. 즐기도록 해. ”
“ …… ”
“ 넌 남창이잖아? 남자를 상대로 하는 것쯤 아무 것도 아니겠지. ”
지영이 허리를 펴 재중을 향해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 얼마나 고마운 일이야, 남자를 좋아하는 네게 원없이 남자를 제공해 주겠다니. ”
“ …… ”
“ 내게 감사하라고. ”
그리고 그녀는 뒤로 물러섰다. 그 말이 신호라도 되는 것처럼 사내들이 한 걸음씩 다가왔다.
재중은 하얗게 질려 어떻게든 달아나려 했지만 사지가
묶여 있어 불가능했다. 머릿속이 온통 공백이 되어버려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가장 먼저 다리를 붙잡은 것은 윤 영철이다.
“ 어디, 건우새끼랑 했던 만큼 나한테도 해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