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 3부 2편
아침을 먹고 난 후 재중은 목욕탕으로 향했다.
같이 가겠다는 건우를 한 번 노려본 후 떼어낸 뒤 혼자 씻고 돌아오자,
건우가 호스로 물을 뿌려 오토바이를 닦고 있었다.
“ 네 동생 만나러 가는 날이잖아. ”
재중은 생각지도 못했던 세심한 면을 그에게서 발견할 때마다 놀랐지만 이번에는 특히 놀랐다.
할 말을 잃고 서있는 재중을 보고 건우가 피식 웃었다.
“ 나 머리 그렇게 나쁘지 않아, 기억하고 있었다고. 주말마다 가는 거잖아? ”
“ ……아니…… 네가 머리 나쁘다는 소리가 아니라…… ”
말을 더듬어버린 재중은 쓴웃음을 지어버렸다. 그래, 이렇게 새롭게 시작하는 거겠지.
잊을 수 없다면 묻어버리면 되는 거야. 흉터는 남아도, 상처는 치유되는 거니까.
……그렇게…… 나을 수 있겠지……
재중은 건우에게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 우리 오늘 학교 제꼈다는 거 알고 있어? ”
건우가 마주 웃는다.
“ 신혼에는 회사도 빠지게 되어 있다고. ”
갑자기 건우가 재중을 끌어당겼다. 맞닿은 입술이 부드럽다.
아직은 서툴게 입안으로 들어오는 혀를 맞아 달콤한 키스를 했다.
얼마 후 입술이 떨어지고 시선이 맞닿자 둘은 어색하게 웃어버렸다. 건우가 다시 재중의 콧등에 키스를 했다.
“ 어제 내가 아프게 해서 화나지 않았을까 걱정했어. ”
키스만큼이나 서툴렀던 그의 행위를 기억해낸 재중이 피식 웃었다.
“ 그다지 안 아팠어…… ”
“ 나, 별로 경험이 없어서…… ”
말을 얼버무리는 건우를 보며 재중이 고개를 저었다.
“ 정말 괜찮아. ”
“ 그래…… ”
어색하게 서로를 마주보았던 둘은 뭔가 이상한 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건우가 하얗게 질려 비명을 질렀다.
“ 내 오토바이!!! ”
엔진에 호스의 물이 가득 부어지는 바람에 시동조차 제대로 걸리지 않는 오토바이 때문에 낙담한 건우를
위로하느라 재중은 진땀을 뺐다. 건우는 고개를 저었다.
“ 괜찮아, 어차피 저거 고물이라서 자주 고쳤었어. 이 기회에 타이어도 갈지 뭐. ”
“ 가는 길에 맡기자. ”
“ 아니야, 그럼 인찬이한테 가는 거 늦어지잖아. 인찬이한테는 그냥 버스 타고 갔다 오고 내일 일요일이니까
월요일에 맡기는 게 나아. ”
건우가 말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여겨졌다. 재중은 고개를 끄덕이고 건우를 위로하는 차원에서 입술에 살짝 키스를
해주었다.
“ 금방 고칠 거야. ”
“ 그래. ”
건우는 평소처럼 웃으며 말했다.
“ 지금쯤 인찬이 끝날 시간 됐을 텐데, 학교로 마중갈래? ”
“ 그래. ”
그리고 재중은 건우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