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 2부 36편
콰당―
재중은 갑작스러운 문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피곤한 몸을 겨우 일으켜 엉거주춤 앉았다.
방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들어온다. 어두워서 잘은 모르겠지
만 체구와 익숙한 느낌으로 그것이 건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 미안, 늦었어. 잠을 깨워버렸나 보구나. ”
방안이 어두워서 시계를 볼 수가 없었다. 재중은 그저 꽤 늦은 시간이겠거니, 하고 어림짐작을 했다.
“ 괜찮아, 지금까지 계속 잤어. ”
오래 잔 탓인지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건우가 예민한 음성으로 물었다.
“ ……울었니? ”
재중은 그의 날이 선 음성에 조금 놀라 고개를 저었다.
“ 아니야, 계속 자서 그래. ”
“ …… ”
“ 내가 허구헌날 울기만 하는 줄 알아? ”
화가 난 척 말한 재중을 건우는 묵묵히 보고만 있었다. 뭔가 이상한데, 하고 재중은 고개를 기울였다.
“ ……이 건우? ”
갑자기 건우가 재중의 팔을 붙잡아 거칠게 끌어당겼다.
재중은 예상치 못한 행동에 무방비한 태도로 건우에게 안겨버렸다.
말랐지만 억센 골격이 있는 어깨가 느껴진다. 건우가 재중을 꼭 끌어안은 채로 속삭였다.
“ 지켜줄게. ”
“ …… ”
“ 무슨 일이 있어도 너는 내가 지켜줄게. ”
건우는 그렇게 말하고 한동안 재중을 안고 있었다. 재중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지만
그냥 묵묵히 있었다. 무엇보다도 처음 안겨본
건우의 팔이 재중의 어지러운 마음을 가라앉혀 주었기 때문에 그것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이윽고 천천히 건우가 재중을 놓아주었다. 재중은 왠지 허전함을 느끼고 그를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건우는 표정을 알 수가 없었다.
“ 미안해, 난처하게 만들어서. ”
“ 아니, 나는…… ”
“ 저녁 먹고 약 먹어야지. 잠깐 기다려. ”
그리고 건우는 재중이 잡을 새도 없이 방을 나갔다.
탁.
등뒤로 문을 닫은 건우는 무너지듯이 문에 기대어 앉아버렸다. 후끈한 팔의 통증이 느껴진다.
아픈 팔을 한 손으로 감싸쥐자 손아래에서 두툼한 붕대
의 느낌이 전해져왔다.
괜찮아.
건우는 눈을 감고 문에 머리를 기대었다.
다 괜찮아. 내가 너를 지켜줄 거니까.
난 너를, 사랑하니까.
건우는 안이하게 깨닫고 있던 자신의 감정을 이제 정확히 말할 수 있었지만 재중의 마음에
자신이 존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또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차마 고백할 수는 없었다.
팔의 욱씬거리는 통증이 마치 심장에서 전해져오는 것 같았다.
네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나는 만족할 수 있어.
건우는 깊이 한숨을 내쉬며 자신을 위로해야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정말로 그것에 만족해 한 발자국 그에게서 물러나 그를 지켜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