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2부 33편)
저녁 늦게까지 인찬과 함께 있었던 셋은 느즈막이 인찬을 할머니댁에 데려다주고 돌아섰다.
언제나 그렇듯 헤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인찬을 겨우 떼
어낸 재중은 건우의 집에 돌아가는 내내 침울한 얼굴이었다. 건우 역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 시종 침묵을 지켰다.
마침내 집에 도착해서 초라한 자취방의 문을 열었을 때, 건우가 입을 열었다.
“ 너 입학했을 때 전교 톱이었다면서? ”
“ 그런데? ”
시큰둥하게 대답하는 재중을 보고 건우가 말을 이었다.
“ 지금도 꽤 하겠지? 듣기로는 상위 5위안에는 항상 든다던데. ”
“ 저번에는 떡쳐서 10등 겨우 했어. ”
빨래줄로 경계를 그은 38선을 사이에 두고 피곤한 얼굴로 사온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하는 재중의 맞은 편에 앉은
건우가 말했다.
“ 그럼, 나 공부 좀 가르쳐 줘. ”
“ 뭐? ”
갑작스러운 얘기에 재중이 얼굴을 찌푸리고 고개를 들었다. 건우가 말을 계속했다.
“ 네 말대로 고교는 제대로 공부해야 뭐라도 할 거 아니야. 나 공부 굉장히 못 하거든. 중
학교 때는 그래도 꽤 했었는데, 고등학교 와서는 전혀 하지 않아서 말이야. ”
“ 갑자기 왜? ”
“ 너 먹여 살리려고. ”
“ …… ”
어이가 없어 입을 딱 벌리고 있는 재중을 보며 건우가 말했다.
“ 대학은 못 가더라도 성적이 좋아야 그나마 어디라도 갈 거 아니야. 나, 한다면 하는 성격이니까. ”
“ …… ”
“ 방세 대신이라고 생각해도 좋아. ”
웃고 있었지만 눈만은 그지없이 진지한 건우를 보고 재중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 나라도 괜찮다면. ”
“ 그래. ”
건우가 웃는다. 매일 학교에서 돌아오면 2시간씩 과외를 해주기로 약속했지만 재중은 내심 건우가 어느 정도로
진심인지 파악을 하기가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