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2부 30편)
바이크는 빠르게 차 사이를 빠져나가는가 싶더니 이내 대로로 나왔다.
“ 여기서 어떻게 가? ”
요란한 바이크 소리 때문에 고함을 지르는 건우의 물음에 재중 역시 소리쳐 대답했다.
“ 오른 쪽으로 꺾어서 곧장! ”
“ O.K! "
신호를 놓칠까 두렵기라도 한 듯 더욱 속도를 높여 요란하게 뛰쳐나가는 오토바이에 매달려 가면서 재중은
행여나 실수로 날아가 버리지나 않을까
두려워 건우의 허리를 꼭 붙잡았다. 화창한 토요일이라는 말에 걸맞게 좋은 날씨였다.
“ 안녕하세요. ”
초인종을 누르자 냉큼 나온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하자 그녀는 항상 그렇듯 재중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말했다.
“ 어르신 안 계시는데? ”
내심 잘 되었다, 생각하면서 재중은 말했다.
“ 저, 인찬이 좀 불러주세요. ”
그녀는 귀찮아하는 기색을 역력히 드러내며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요란한 소리가 나더니 인찬이가 뛰어나온다.
“ 형! 형! 형! ”
구르듯 달려와 덥썩 뛰어드는 작은 동생을 꼭 안고 재중은 말했다.
“ 우리 인찬이, 그동안 얼마나 컸나? ”
“ 왜 저번에 안 왔어, 형? 기다렸는데! 많이 많이 기다렸는데! ”
인찬이는 또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 재중은 한숨을 내쉬고 사과했다.
“ 미안, 형이 좀 바빠서…… ”
“ 뭐하는 게야? 데리고 안 나가? ”
재중의 말을 가로막고 매몰차게 말하는 아주머니에게 등을 떠밀려 둘은 곧장 집에서 쫓겨났다.
그래도 인찬은 신경 쓰지 않는 듯 재중에게 꼭 매달려
있었다.
“ 우리 인찬이, 뭐 먹으러 갈까? ”
“ 갈비! ”
“ 안돼, 요즘 고기 먹으면. ”
“ 치킨! ”
“ 그래, 그럼 치킨 먹으러 가자. ”
인찬이의 손을 붙잡고 골목길을 돌자 그 때까지 기다리고 있던 건우가 손을 흔들었다.
인찬은 처음 보는 상대에 대해 경계를 감추지 않고 후다닥 재중의 뒤에 숨어 건우를 노려보았다.
“ 네가 재중이 동생이구나? 반갑다. ”
재중은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는 인찬을 보고 민망해져 뒤에 숨어있는 그를 끄집어내며 말했다.
“ 인찬아, 인사해. 형 친구야. ”
억지로 머리를 꾹꾹 눌러서 겨우 인사를 시키자 인찬은 기어들어가는 음성으로 말했다.
“ ……안녕하세요…… ”
“ 그래. ”
건우는 인찬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으며 말했다.
“ 잘 부탁해. 형이라고 불러. ”
하지만 인찬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재중의 뒤로 냉큼 숨어버렸다.
“ 미안, 얘가 낯을 좀 많이 가려. ”
어쩔 줄 몰라하며 하는 말에 건우는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 괜찮아, 신경 쓰지 마. ”
그리고 건우는 재중의 뒤에 숨어 눈만 내밀고 있는 인찬을 보며 말했다.
“ 이제 친해지면 되니까. 자, 어디로 갈 거야? ”
휘파람을 불며 앞서가는 건우의 뒤를 쫓아가며 재중은 역시나 지나치게 성격이 좋아,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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