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2부 24편)
삑―
카드키의 체크소리가 난다. 벽에 기대어 주저 앉아있던 윤호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바라보았다.
“ 윤호씨, 어떻게 된 거야? ”
그는 화려한 화장을 하고 들이닥친 자신의 약혼녀를 보고 내심 실망의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서둘러 다가와 다시 시선을 돌린 윤호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말했다.
“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고 해서 와봤어. 꼴이 이게 뭐야? 무슨 일 있었어? ”
윤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영은 그런 그를 보며 자꾸만 불안해져 더욱 다급하게 말을 물었다.
“ 얘기해 줘, 윤호씨.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잖아. 무슨 일이야? 왜 이래? ”
윤호는 천천히 참아왔던 한숨을 내쉬었다.
“ …해. ”
“ 뭐? ”
윤호가 여전히 지영을 바라보지 않은 채로 중얼거렸다.
“ 파혼하자고. ”
“ ……뭐? ”
지영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윤호는 피곤한 얼굴로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
“ 들었잖아. ”
“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갑자기? ”
새된 소리로 비명을 질러버린 지영에게 고개를 돌린 윤호가 말했다.
“ 파혼해. 위자료는 충분히 줄 테니까 더 이상 나를 귀찮게 하지 말아. ”
“ 미치기라도 했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
지영은 이제 분노가 치미는 듯 음성을 격렬하게 떨며 윤호를 노려보았다.
“ ……그 새끼 때문이야? ”
“ …… ”
“ 대답해, 정윤호! 그 남창 새끼 때문이냐고!? ”
“ 그래. ”
너무 쉽게 긍정해버려 지영은 오히려 말문이 막혀 버렸다.
기가 막혀서 몇 번이나 입을 벙긋거렸지만 소리가 나와주질 않았다. 전날 창민으로부터 받
은 전화도 어이가 없었지만 이 것은 정도가 지나치다.
“ 그 새끼가 정말 대단하긴 한가 보군. ”
이를 갈며 말한 지영은 윤호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 그래서, 당신도 그 새끼를 사랑하네 어쩌네 헛소리를 할 셈인 거야? ”
윤호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하지만 지영은 자신의 직감이 틀리지 않다고 확신했다.
“ 좋아.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줄게. 위자료는 필요 없어. 나도 이제 내 멋대로 할 테니까. ”
그리고 그녀는 벌떡 일어나 요란한 하이힐 소리를 남기며 돌아갔다.
남겨진 윤호는 다시 눈을 감고 벽에 머리를 기댄 채 그렇게 앉아있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