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2부 12편)
“헤에, 정말 호텔이네. ”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건우는 중얼거렸다. 처음 행선지를 말한 재중에게 ‘ 설마 ’ 하고 웃었던 건우는
아마도 그 근처로 가서 또 다른 주소를 찾을 거
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건우의 오토바이 뒤에 매달려서 올 때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던 재중은
그가 오토바이를 멈추자 일어나 돌아섰다.
“ 정말 여기 살아? ”
걸어가는 재중의 뒤를 쫓아와 물은 건우에게 재중은 말했다.
“ 그래. 너희들이 제대로 봤어. 난 남창이야. ”
“ 돈 많은 사모님 상대로? ”
때마침 호텔의 회전문을 통과하며 소문에 있던 말을 기억해내 물은 건우에게 재중은 고개를 저었다.
“ 아니, 돈 많은 사장. ”
“ 헤에…… ”
그는 눈을 깜박이다가 다시 웃었다.
“ 그 아저씨 정말 운이 좋구나. 돈으로 너를 살 수 있다니. ”
“ …… ”
“ 너는 꽤 비싸겠지? 얼마면 살 수 있어? ”
“ 불가능해. 몸을 팔면서 마음도 줘버렸거든. ”
재중의 대답에 건우는 어이가 없는 표정이었다. 재중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 알았으면 이제 내 곁을 어슬렁거리는 건 그만 둬.
네가 진심이건 아니건 나는 네 장단에 놀아줄 여유도 생각도 없어. 네 친구들에게도 그렇게 전해. ”
“ ……마음을 줬는데 받지 못했니? ”
건우의 조용한 물음에 재중은 처음으로 말문이 막혔다.
로비를 가로지르던 걸음을 멈추고 물끄러미 그의 얼굴을 바라보자 건우는 희미한 미소를 지
으며 말했다.
“ 대단한데, 그 아저씨. 몸도 마음도 다 가져가고선 그것도 모자라서 울리기까지 하다니.
나라면 절대로 안 그럴 텐데. ”
“ 헛소리…… ”
“ 진심이야. ”
“ 네가 날 뭘 알아서? ”
짜증스럽게 소리친 재중에게 건우는 기죽는 기색없이 말했다.
“ 그러니까 이제부터 알아가면 되겠지. 말했잖아, 난 인내심이 강하다고. ”
“ …… ”
“ 언제든 필요하면 부르라고. ”
그리고 건우는 갑자기 돌아서서 카운터로 향했다.
“ 누나, 죄송하지만 메모지랑 볼펜 좀 빌려주시겠어요? ”
친밀하게 말을 건네고 메모지와 볼펜을 받아온 건우는 거기에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적더니 재중에게 건네주었다.
“ 24시간 풀 서비스. 언제든 부르시면 달려옵니다. ”
건우는 재중의 손에 억지로 메모지를 쥐어주고 장난처럼 그의 콧등을 손가락으로 튕겼다.
“ 혼자 울지 말고. ”
“ 이봐, 너 혼자 멋대로…… ”
재중은 소리쳤지만 건우는 벌써 등을 돌려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재중은 어이가 없었지만 차마 메모지를 버리지는 못한 채 만지작거리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