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2부 11편)
건우는 영철이 놈으로부터 싫은 소리를 몇 마디들은 후 기분이 상해 입에 물었던 담배를 뱉고
모여 있는 자리를 떠나버렸다. 그들이 뒤에서 뭐라고
씹어대든 신경 쓸 바가 아니다. 그의 머릿속은 이미 다른 것으로 가득차 버렸으니까.
“ 쳇. ”
머리를 긁적이며 걸어가던 건우는 문득 전화부스에 누군가 주저앉아 있는 것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수업시간에 저렇게 나와있을 정도의 배짱이라…
…
오래 걸리지 않고 건우는 그가 아까의 상대라는 것을 눈치챘다.
뭐지, 수업에 들어간 줄 알았는데.
여기서 또다시 영철이 패거리들한테 걸리면 그야말로 수가 없다. 건우는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다가가려다가 다시 걸음을 멈추었다.
격하게 흔들리는 어깨와 얼굴을 가린 두 손 사이로 쉼없이 쏟아져 내리는 눈물이 애처롭다.
어째서 저렇게 서럽게 우는 걸까. 아까 그런 일이 있었을
때도 전혀 흔들리지 않던 그가.
건우는 한참동안 재중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는 좀처럼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다.
아까의 그도 무척이나 도발적이었지만 지금 울고
있는 모습은 그보다 더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그 때와는 전혀 다른 두근거림으로
자신의 심장을 애태우는 그를 보며 건우는 마음이 씁쓸해졌다.
똑똑.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전화부스의 투명한 유리문을 두드리자 그가 움칠한다.
그는 파묻었던 얼굴을 들고 멍하니 시선을 향했다. 온통 눈물로 젖어있는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건우는 다시 심장 한 구석에 저릿한 통증을 느꼈다.
“ 어디 아파? ”
건우가 겨우 꺼낸 말은 그게 전부였다. 좀 더 말을 했다가는 두근거리는 자신의 심장 때문에
목소리가 떨려나왔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는 잠시
눈을 깜박이다가 뒤늦게 건우의 얼굴을 알아보고 서둘러 고개를 돌려 난폭하게 얼굴을 닦았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벌컥 문을 열고 건우의 옆을
스쳐간다.
“ 어이, 어디가 아프냐고? ”
냉큼 팔을 붙잡고 물은 건우를 노려보며 그가 아직 흐느낌이 남은 음성으로 이를 갈았다.
“ 상관하지 마, 빌어먹을 새끼야. ”
“ 미인인데 입이 험하군. ”
건우는 한숨을 내쉬며 재중의 팔을 붙잡은 채 말했다.
“ 말하기 싫으면 그만 두고. 그보다 너 그런 얼굴로 어딜 갈 거야? 잘못 돌아다니다가는 또 아까 같은 꼴 당할 텐데. ”
“ …… ”
“ 나랑 같이 안 갈래? 기분전환으로 드라이브 시켜줄게. ”
건우의 제안에 재중은 잔뜩 가라앉은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 ……집. ”
“ 뭐? ”
“ 집에 갈 거야. ”
어린애가 투정을 부리는 것 같은 말투에 건우는 자신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 알았어, 집에 바래다줄게. ”
그리고 건우는 재중이 거절을 하기도 전에 돌아섰다.
“ 잠깐 기다려, 너네 교실 가서 가방 가져다 줄 테니까. ”
수업시간이야, 하고 말할 틈도 없이 그는 사라져버렸다.
남겨진 재중은 울던 것도 잊고 멍하니 그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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