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2부 8편)
민철이 얘기한 대로 과학실은 비어있었다. 먼저 들어간 재중은 실험대를 가로질러 창가에 섰다.
너무나도 당당한 그의 태도에 오히려 기가 죽어 쭈삣 거리며 들어온 패거리들에게 그는 선언했다.
“ 내가 얌전히 당해주는 대신, 조건이 있어. 난 한꺼번에 여럿은 상대 안 해. 그리고 뒤로도 안 해.
원한다면 입으로 해주겠어. 그게 싫다고 나를 강제
로 어떻게 하려 한다면 난 지금 여기서 뛰어내릴 거야. 어떻게 할래? ”
의미심장하게 창가로 시선을 흘끔 주었던 재중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해보지도 못하고 놓쳐버리는 것보다는 낫긴 하겠지만 뭔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
이다. 그렇게 기고만장하던 영철이도 생각지 못한 전개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어느새 그 상황을 즐기고 있던 건우는 슬쩍 주변을 둘러
보았다가 다들 눈치만 살피는 것을 알고 어깨를 으쓱했다.
“ 좋아, 나 먼저 하지. ”
건우는 성큼성큼 재중에게 다가갔다. 그의 눈에 금새 경계의 기색이 떠오르며 온 몸이 긴장했다.
건우는 웃으며 말했다.
“ 걱정하지 마, 약속은 지키니까. 이 새끼들 딴 소리하면 내가 책임질게. ”
그리고 건우는 재중의 바로 앞에 서서 고개를 숙여 눈을 마주보며 속삭였다.
“ 대신 봉사는 확실히 해라. ”
건우가 허리를 펴고 피식 웃었다. 재중의 표정은 무표정하게 굳어져 변화가 없다.
건우는 보란 듯이 실험대에 기대서서 말했다.
“ 지퍼 정도는 내려줄까? ”
재중은 여전히 창가에 선 채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지나치게 무표정한 얼굴 때문에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건우는
그가 지금이라도 잘못했다고 제발 그만 해달라고 빌면 그냥 놔줘야지, 하고 생각했다.
행여나 싶어서 혹시 만용을 부린 것일지도 모른다는 짐작을 하
고. 하지만 역시 재중의 다음 행동은 또다시 그의 계산을 넘어섰다.
그는 창가에 기대었던 몸을 떼고 똑바로 건우에게 걸어왔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때,
그리고 그들을 이끌고 여기까지 왔을 때와 똑같이 흔들림 없는 걸음걸이로.
건우는 바로 앞에 멈춰선 그가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었을 때까지도 지금
의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
지익.
지퍼가 내려갔다. 건우는 놀라 커진 눈으로 재중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재중은 정말 기계같이 무감각한 손으로 건우의 브리프 밖으로 그것을 끄집어
냈다.
“ 자, 잠깐! ”
뒤늦게 놀라 건우가 소리쳤을 때는 이미 재중이 그것을 물은 다음이었다.
건우의 얼굴에 피가 몰려 금새 빨갛게 변색되어버렸다. 눈을 감은 채 자신
의 것을 입에 물고 있는 그의 모습이 섬뜩할 정도로 도발적이다.
“ ……읏! ”
건우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삼키고 급히 손으로 입을 막았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건우의 동요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그는 능숙하게 그것
을 빨아들였다. 뜨거운 입안으로 삼켜지는 감각은 뇌를 날카롭게 할퀴는 것 같이 자극적이었다.
건우는 자신이 실험대에 기대어 서있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며 실험대의 모서리를 세게 움켜쥐었다. 할짝이며 빨아들이는 음란한 소리가 귀를 어지럽힌다.
건우는 실험대를 붙잡았던 손을 떼고 재중의
머리를 끌어당겼다. 그가 더 깊이 자신의 것을 삼켜주기를 기대하면서.
지금까지 어떤 상대로도 이렇게 흥분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건우는 멈출 수가
없었다. 오히려 재중이 지금 멈춰버리면 어떻게 하나, 하고 조바심이 날 지경이었다.
조바심이 나는 것은 재중 또한 마찬가지였다. 건우가 빨리 사정
을 해줘야 다음 상대로 넘어갈 텐데, 도무지 쉽지 않은 상대였다.
처음을 이렇게 길게 가면 다음은 또 어떻게 끝을 내나. 재중은 마음이 급해져서 더욱
잔인하게 건우를 괴롭혔다.
“ ……ㅎ! ”
갑자기 재중이 그것을 이빨로 물고 입술을 움직여 빨아들였다. 뇌수가 얼어붙는 것 같다.
건우는 참지 못하고 그대로 그의 입에 배설을 해버렸다.
“ 콜록, 콜록. ”
갑자기 들이차는 정액 때문에 재중이 고개를 들려고 했지만 건우가 머리를 붙잡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어렵게 그것을 문 채로 기침을 했다. 건우의
손을 떼어내려고 재중이 버둥거렸다. 건우는 뒤늦게 자신이 그를 붙잡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서둘러 손을 치웠다.
“ 콜록, 콜록. ”
재중은 자지러지게 기침을 하며 입안에 든 것을 뱉어냈다. 그의 입안에서 흩어져 나오는 하얀 체액이
또다시 마음을 어지럽힌다. 건우는 붉게 상기된
얼굴로 숨을 몰아쉬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까지 둘을 보고 있던 패거리 중에서 영철이가 끼어든다.
“ 건우 이 새끼 너 완전히 맛이 갔구나. ”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이어졌지만 그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아직도 괴로워하며 기침을 하고 있는 재중을 보면서 그는 당장이라도 그를 눕혀 바
지를 끌어내리고 싶은 것을 참느라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지퍼를 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옆에서 영철이가 막 물건을 꺼내려는 참이다. 한
손으로 물건을 잡고 다른 손으로 아직 기침을 하는 재중의 머리를 붙잡았다.
건우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고 말았다.
“ 잠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