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짓말-35화 (35/123)

거짓말 - (2부 1편)

드르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소란스럽던 교실은 금새 조용해졌다. 재중은 표정 없는 얼굴로 들어와 빈 자리에 앉았다.

“ 안녕. 방학 잘 보냈어? ”

변함없이 웃으며 말을 거는 민철에게 재중은 고개만 살짝 끄덕여 보였다.

반 아이들은 수군거리며 흘깃흘깃 눈치를 살폈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재중은 어렴풋이 알 것 같았지만 그다지 관여하고 싶지도 않았다. 멀리서 종소리가 들리고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 개학식을 시작합니다. 교실에 있는 학생들 모두 운동장으로 집합하세요. 개학식을 시작합니다… ”

여기저기서 소음이 일어나는 가운데 불만이 터져 나왔다.

“ 씨발, 개학식은 무슨 개학식이야. 비디오로 대충 끝내지. ”

“ 3월인데 뭐가 이렇게 춥냐. ”

“ 선생 새끼들 지들은 교무실에서 편하니까 염병… ”

시끄러운 소란 속에서 재중은 묵묵히 일어나 교실을 나왔다. 봄방학이 끝나고 그는 3학년이 되었다.

“ 이제 새로운 학기를 맞이해 여러분 모두 심기일전해서 장차 밝은 미래를… ”

따분하게 이어지는 음성이 옥상까지 들려온다.

“ 영감 지랄맞게 주절거리네. ”

영철이 씹듯이 말을 내뱉으며 담배를 입으로 가져갔다. 아직 차가운 3월의 공기가 몸 속에 스며와 슬쩍 오한이 든다.

건우는 차갑게 굳어진 손가락으

로 담배를 입에서 떼어냈다.

“ 저 새끼 특기잖아. 기운도 좋아, 영감. ”

그는 담배연기를 깊숙이 들이마신 후 내쉬며 영철에게 말했다.

“ 이제 슬슬 뱉어 보시지. ”

“ 뭘? ”

건우의 눈이 웃고 있었다.

“ 갑작스레 호출한 이유. 개학식에 일부러 영감 설교 듣자고 학교로 부르지는 않았을 거고. 또 뭐야? ”

영철은 피식 웃는다. 한 빠름 하는 건우의 눈치를 어떻게 속일 수 있겠는가.

“ 별 건 아니야. 오늘은 그냥 보기만 할 거니까. ”

“ 보기만 한다고? ”

되물었던 건우는 이내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그는 저번 학기부터 어떤 녀석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어찌된 일인지 아직 탐색중인 듯

했지만. 건우는 말로만 전해들은 그에 대해서 알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에 깊이 묻지도 않았었다.

“ 이럴 때는 기억력도 좋군. 난 포기한 줄 알았는데. ”

“ 난 맛있어 보이는 건 먹기 전엔 안 잊거든. ”

“ 보기만 하고 맛을 어떻게 안다는 거야? ”

우습다는 듯이 말하는 건우를 보며 영철이 고개를 젓는다.

“ 감이라는 게 있잖아. 하여튼 넌 몰라. ”

“ 하긴 난 남자 엉덩이보고 발정하는 취미는 없으니까. ”

한 마디 비웃으며 덧붙인 건우의 말에도 영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패거리 중 하나가 나서며 묻는다.

“ 저 새끼 언제 깔아볼 거냐? ”

영철이 낮게 웃었다.

“ 곧. 기다려, 모두에게 마음껏 돌게 해줄 테니까. ”

“ 난 저 새끼 엉덩이 볼 때마다 아랫도리가 불이 나. ”

역겨운 웃음소리를 흘리며 저질스러운 농담을 주고 받는 그들을 바라보던 건우가 피식 웃었다.

하여튼, 사내고 계집이고 가리지 않고 물건 박아 넣는 새끼들이란.

자신과 무관한 얘기인 듯 딴 생각을 하던 건우는 개학식이 끝나는 벨소리를 듣고 담배를 던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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