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 (10)
“ 왜 그래? ”
한동안 말없이 담배만 피우고 있던 윤호가 눈가에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재중은 흠칫 놀라 뒷걸음질을 쳤으나 이내 벽에 등이 닿아버렸다.
“ 뭐, 뭐가요? ”
잔뜩 바이브레이션이 들어가 버린 음성에 윤호가 피식 웃는다.
“ 이런 꼴로 복도에 서서 얘기하다가 누구 눈에 띄기라도 하면 피차 곤란하니 우선 방으로 들어가지. ”
손목을 붙잡혀 끌려가면서 재중은 두려움을 감추려 애써 말을 걸었다.
“ 이 이 집은 아무나 아무 방에나 들어가도 되는가보죠? ”
윤호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성큼성큼 걸으며 대답했다.
“ 원래 대부분 자신들의 방은 3층이나 1층을 쓰지. 2층은 객실이니까.
게다가 이런 파티를 열게 되면 손님들을 위해 일부러 방을 비워둔다고. ”
“ 일부러 비운다고요? ”
앵무새처럼 말을 되풀이한 것은 전신을 휘감고 있는 긴장 때문이다. 윤호는 뭘 하려는 걸까?
끌고 간 재중을 먼저 방안에 밀어넣은 윤호는 등뒤로 문을 닫았다.
철컥.
문이 잠기는 소리에 재중은 소스라치게 놀라 온 몸을 떨기 시작했다.
윤호는 큰 걸음으로 다가와 거의 다 피워가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끄고 다시 새로운 담배를 입에 물었다.
“ 돈이 모자랐던 모양이지? ”
“ 네? ”
비명처럼 새어나온 자신의 목소리에 재중은 서둘러 입을 틀어막았다. 두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윤호의 온 몸에서 풍겨나오는 위압감이 어마어마하다. 당장이라도 기절해버릴 것 같다. 무섭다.
윤호는 그러나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 새로운 손님을 찾아다닌 모양이니까 말이야. 아니면 놀아줄 상대가 없어서 심심했던 것 뿐인가? ”
재중은 깜짝 놀라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 새 새로운 손님이라니, 그 그런 건 저는… ”
급히 부정했지만 윤호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눈을 가늘게 뜨고 재중의 모습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 그렇지 않으면 그 꼴은 뭐지? 너와 함께 사라졌던 그 남자하고 무슨 일이 있었던 게 아니야? ”
보고 있었구나. 재중은 당황해서 고개를 저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야속한 감정이 뭉클하고 치솟아 올라왔다.
그럼 진작에 도와줄 것이지. 나는 맞고 터지고 정말 고생했는데…
복도에서도 설마 우연히 부딪힌 게 아니라 기다렸던 건…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재중은 더더욱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럼 내가 끌려가는 걸 다 봤으면서 그냥 있었다는 건가. 그런데다가 이번에는 취조까지?
“ 봤으면 도와주지 그랬어요! ”
자신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른 재중은 원망에 찬 눈길로 윤호를 노려보았다.
윤호는 처음으로 눈썹을 찌푸리고 담배연기를 천천히 뱉어내며 말했다.
“ 네가 좋아서 간 것 아니야? 그런데 어째서 내가 도와야 하지? ”
“ 그렇지 않아요, 난 실수로 끌려간 거였다고요! ”
“ 그래도 결론은 같아, 넌 나 이외의 남자한테 몸을 준 거잖아. ”
“ 안 줬어요! 직전에 도망나왔단 말이에요! ”
내가 왜 당신에게 이렇게 구차하게 변명을 늘어놓아야 한단 말인가. 안 도와준 것도 미워 죽겠는데.
맞았던 자국이 소리를 지르니까 얼얼해진다. 보나마나 얼굴이 팅팅 부어있을 것이다.
윤호는 볼을 감싸쥐는 재중을 바라보며 말했다.
“ 너도 남자잖아, 네 몸 정도는 스스로 지키라구. 하지만 하나는 분명히 해두지.
만약에 네가 나 이외에 다른 녀석과 관계를 가진다면 너와 나는 끝이다.
나를 상대로 할 때는 장사 따위는 하지 말라고. 돈이라면 얼마든지 줄 테니까.
이 놈 저 놈 거쳐 다니는 녀석과 재수 없게 한 번 잤다가 병이 옮는 것 따위는 질색이야. ”
고결하기도 하지. 그럼 왜 처음부터 남창을 사냐구. 저런 놈이 꼭 나중에 결혼해서 와이프가 처녀였네 아니었네
하면서 발광하지.
아직도 원망에 찬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재중을 향해 윤호가 재차 물었다.
“ 왜 대답을 안 해? ”
“ 알았어요. ”
볼멘 음성으로 말하고 나자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취조가 끝난 건가,
하고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재중은 다음 순간 윤호가 다짜고짜 손목을 잡아채는
바람에 놀라 비명을 질렀다.
“ 와앗! ”
곧장 재중을 침대로 던져버린 윤호는 한 마디 덧붙였다.
“ 그래도 잘못한 건 벌을 받아야지. ”
“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
재중은 급히 항의했지만 그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윤호는 재중을 억지로 눕히고 곧장 바지를 팬티째 끌어내렸다.
이미 단추고 지퍼고 모두 열려진 상태였던 터라 그것은 손쉽게 무릎까지 내려가고,
재중이 반항을 하기도 전에 윤호는 지퍼를 내리고 단숨에 그의 몸안으로 질러 들어왔다.
“ 아… 아아아아아악! ”
비명이 터져 나왔다. 오일이고 로션이고 아무 것도 없이, 그렇다고 전희는 더더욱 없이 곧장 뒤에서 꿰뚫어지자,
생각지도 못했던 격통이 재중의 모든 감정과 이성을 앗아가 버렸다.
윤호에게 거칠게 머리를 붙잡혀 침대에 처박힌 채로, 억지로 무릎이 세워져 뒤로 당하는 모습을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정말 자살이라도 하고 싶었겠지만,
지금의 재중으로서는 앞으로 당하건 뒤로 당하건 제발 누가 자신을 도와준다면 평생 은인으로 삼고 싶은 심정이었다.
“ 시끄러워. ”
결국 크게 울어버린 재중에게 윤호가 냉정한 음성으로 말했다. 입에 물고 있는 담배 때문에 발음이 조금 부정확하다.
“ 아무에게나 페로몬 뿌리고 다니지 마. 불쾌하니까. ”
“ 으… 흐… 아악…! ”
윤호는 제대로 삽입이 되지 않자 재중의 허리를 들어 난폭하게 끌어당겼다. 재중이 자지러질 듯 비명을 지른다.
내부가 찢어 졌는지 무언가 더운 것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덕분에 삽입은 좀 더 쉬워졌다.
윤호가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하자 재중은 이제 쉴 새 없이 소리를 질러댔다.
어느새 비명과 함께 흐느낌이 새어나왔다. 재중은 큰 소리로 울며 윤호에게 빌기 시작했다.
“ 자,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다신… 다신 안 그럴께요… 제발… 아악… ”
이미 시트는 온통 눈물과 체액으로 젖어 있었다. 그러나 재중이 아무리 애원을 해도 윤호는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재중이 기절해버린 후에야 비로소 윤호는 재중의 몸안에 사정을 하고 그를 놓아주었다.
털썩, 하고 쓰러져버린 재중의 얼굴은 눈물과 땀으로 얼룩진 데다 맞은 부기까지 있어서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시트를 온통 적셔버린 정액과 피를 보고 윤호는 돌아섰다.
단지 지퍼를 올리는 것만으로 처음 들어왔을 때와 같이 말쑥한 모습으로 돌아간 윤호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연결음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기하고 있었던 듯 상대편의 음성이 들려온다.
윤호는 꺼져버린 담배를 재떨이에 버리고 입을 열었다.
“ 아침이 되면 대영물산에 원조했던 자금 모두 회수해. 어음은 받지 않겠다고 얘기하고.
그 쪽에 항의가 들어오면 아들 관리 잘 하라고 전해주도록. 남의 물건을 함부로 건드리는 건 도둑질이라고 말이야… ”
전화를 끊고 새로운 담배에 불을 붙이던 윤호는 문득 재중의 다리 사이로 번져 있는
다량의 선혈을 보고 짜증스럽다는 듯 머리칼을 쓸어올렸다.
“ 빌어먹을, 손이 많이 가게 하는 꼬마로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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