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 (3)
심장이 무섭도록 두근거렸다. 재중은 눈을 꼭 감고 애써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입안이 바짝 마른다.
재중은 그의 가슴에 안긴 채 눈치채이지 않게 심호흡을 했다.
능숙하게 보이지 않으면, 어떻게 해서든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담하게… 하지만 세상일이 생각대로 되는 일이 있던가.
아무리 기를 써도 심장은 명령을 따라주지 않는다. 벗은 어깨에 부드러운 입술이 와닿는다.
꾹, 하고 찍히던 입술은 이번엔 쇄골을 확인하듯 짚어간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그의 키스는 천천히 가슴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아앗, 거기는 심장인데… 잘못해서 이렇게 마구 뛰고 있는 것이 눈치채이기라도 하면…
위험. 위험. 위험. 가슴이 계속해서 두근거린다. 가슴으로 옮겨갔던 입술이 떨어졌나 싶더니만
가늘게 떨고 있던 유두가 그의 입안으로 잠겨 들어갔다.
“ …ㅇ… ”
신음과도 같은 비음이 흘러나온다. 벗은 등줄기를 따라 내려갔던 손가락이 엉덩이 사이의 주름진 곳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아아, 어쩌지. 할 것 같다. 해버릴 것 같다. 이런 일, 처음이니까… 어쩌면 좋지.
당황한 재중은 감았던 눈을 뜨고 서둘러 자신의 것을 흘깃 내려다보았다.
남자의 몸에 가려져 잘은 보이지 않지만 아직 배출하기엔 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이 나오지 않은 것은, 계속해서 엉덩이 사이의 주름을 만지고 있는 남자의 손가락때문이었다.
불쾌하다. 이 남자, 더럽지 않은가. 이 손으로 나중에 또 밥을 먹겠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보니
어느 새 열기가 가라앉는다. 막 떨고 있던 재중의 물건도 조금 시들어 들었다.
좋았어. 재중은 일부러 생각을 과거로 되짚어가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사라지고 사채업자들이 집에 들이닥쳤을 때부터 외할머니의 곱지않은 시선까지.
아아, 민찬이는 밥이나 안 굶는지 모르겠네…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남자는 갑자기 재중을 애무하던 동작을 모두 멈춰버렸다. 에에, 하고 다시 현실로 되돌아오자,
남자는 재중에게서 손을 떼고 베개에 기대어 앉았다. 왜 그래요? 하고 멀뚱거리는 재중을 향해 남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손가락으로 자신의 것을 가리켰다.
“ 이제부터는 네 몫이지. ”
아, 그런가 보네요, 하고 웃을 수 없었던 것은, 그 때까지 보지 못했던 남자의 물건때문이었다.
천천히 시선을 떨어뜨렸던 재중은 점차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이 거대한 건 뭐란 말인가.
아직 발기전의 상태인데도 이렇게 크다면, 이것이 커졌을 때 도대체 어느 정도로 커진다는 얘기인 걸까.
재중은 하룻밤 좀 편히 자보겠다는 욕심이 이다지도 과한 것이었던가, 하고 잠시 패닉에 빠졌다.
그 때 남자의 음성이 의식을 가로지르고 날아왔다.
“ 입으로는 봉사해 본 적이 없나? ”
비웃는 음성. 흠칫 고개를 들자 남자는 여전히 입가를 일그러뜨리고 웃는 얼굴이었다.
재중은 서둘러 고개를 저으며 과장되게 웃었다.
“ 서 설마, 해봤어요! 저 잘 해요! ”
바보 같으니, 뒤의 말은 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재중은 웃는 얼굴 그대로 하얗게 질려버렸다.
괴기스럽게 일그러진 재중의 얼굴을 마주보며 윤호는 싱긋 웃었다.
“ 그럼, 잘 부탁해. ”
부탁하지 말아요…! 하고 절규하고 싶었으나 재중은 애써 웃으며 흠칫흠칫 몸을 숙였다.
다시 보고 뜯어 봐도 역시 엄청난 크기다. 키가 큰 놈들은 속이 비었다더니 죄다 거짓말이다.
빌어먹을. 재중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내키지 않는 손을 들어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는 그의 것을 들어올렸다.
한껏 입을 벌리고 가득히 받아들이는 순간, 재중은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조금씩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한번에 삼키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입안 가득히 머금었는데도 아직 다 들어오지 않았다.
깊숙이 찔러진 그의 물건 때문에 식도가 자극되어 금새라도 토할 것 같다. 하지만 해야 했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떻게든,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이건 모두 내가 자초한 일이니까.
재중은 기억을 되돌려 단 한 번 보았던 포르노 비디오를 어떻게든 떠올리려 애썼다.
그 때 제대로 봐두는 건데. 도통 흥미가 가지 않아 건성으로 본 것이 나쁘다.
분명히 펠라를 하는 장면도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을 더듬어 그의 것을 힘겹게 빨아들였다.
그러나 몇 번하지도 않고 벌써 지쳐버린다. 너무나 힘들다. 입안이 온통 헤지고 부어오른 것 같다.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잘해보려고 했지만 그것은 도무지 반응이 없었다.
보다 못한 듯 남자의 음성이 아련히 들려왔다.
“ 이봐, 혀를 사용해 보라고. ”
딱하다는 듯 말한 그의 지시에 따라 혀를 사용해 보려 했지만, 도무지 어떻게 사용하라는 말인지.
서둘러 머리를 굴렸던 재중은 겨우 기억의 한 편을 꺼내어 잔뜩 입에 머금었던 것을 빼내고 손으로 그것을 받힌 채
혀로 핥기 시작했다. 오, 조금 반응이 있는 것도 같다. 하지만 역시 그것도 오래지 않아 지치고 말았다.
남자가 깊게 한숨을 내쉰다.
“ 정말 못해도 너무 못하는 군. ”
그 말이 재중에게는 마치 사형선고처럼 들려왔다. 다시금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