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가 손을 내밀었을 때 동은 아무런 의심 없이 그 손을 잡았다. 등 뒤에는 입을 떡하니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광동수산의 주방장과 주방 직원들이 서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동에게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평범한 횟집의 수족관으로는 너무 큰, 그것도 지하에 위치한 수족관. 소독을 하고 자외선으로 관리하는 여느 식당의 수족관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확연한 자연의 냄새. 바다 냄새, 파도의 냄새, 햇살과 바람의 냄새.
선뜻한 물살이 온 몸을 휘감는 느낌은 중요하지 않았다. 푸른 물감을 풀어놓은 듯 일렁이는 시야의 머리 위로는 광동수산의 지하에
있는 수족관 위 전등이 있는 것이 아니라 노란 태양이 있었다. 이글거리며 화사하게 번지는 화려한 색감의 해가 있었다. 조금만
물을 차고 올라가면 망망대해 위에 떠 있는 태양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으로 동은 잠시 고개를 쳐들었지만 손바닥을 겹쳐 잡고
있는 광해의 손은 그를 부드럽게 이끌어 헤엄쳐 가고 있었다.
아직도 들고 있는 동의 여행 가방 안에는 무수히 많은 성인 용품들이 들어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그것들을 보고 처음 동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어머니께 휴가를 청하고
잠적하여 동이 간 곳은 뜨거운 주말을 보낸 파주 별장이었고, 그곳에서 동은 마음의 정리를 할 셈이었다. 하루 종일 빈둥거리며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다 문득 자신의 뒤를 막고 있는 플러그를 떠올렸고, 샤워나 할까 하고 욕실에서 그것을 빼내 바닥으로
던졌을 때 놀라운 광경을 발견한 것이었다.
젖은 욕실 바닥으로 던져진 플러그는 난로 위에 얹힌 플라스틱처럼 녹고 있었다. 연기나 냄새도 없이 그저 스물거리며 녹아
결국에는 덩그러니 플러그 손잡이만이 남아 버린 것이었다.
방금 전까지 자신의 뒤를 막고 있었던 것. 아직도 그의 몸 안에는 울컥이는 광해의 정액이 잔뜩 남아 있었다. 그는 진득진득 녹아
손잡이만 남은 플러그를 손에 쥔 채 발가벗은 몸으로 온 집안을 뒤졌다.
주말 내내 사용했던 에네로스, 애네마그라의 흔적은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들 모두 삽입부는 녹아 버린 채 몸 밖으로 나와 있어야 하는 부분들만 플러그와 똑같은 몰골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침대 헤드와 매트리스 사이에서 사용하지 않은 플러그를 발견한 동은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그것을
비문으로 밀어 넣었다. 섬뜩한 이물감과 쓰라린 느낌에 미간을 찡그렸지만 배에 힘을 주어 내부에 들어차 있는 광해의 정액을
밀어내려는 시도도 했다.
어쩐지 그럴 것 같았다.
꼭 꿈과 같고, 환상과 같은 광해라는 사람. 그와의 만남. 그리고 그와의 섹스.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이라면 그처럼 난잡하고 음탕한 동의 바람을 정확하게 짚어 낼 리 없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주말 내내
단 한숨도 재우지 않고 상대를 희롱하는 인간이 있을 것이라는 장담도 하기 힘들었고, 그렇게 괴롭힘을 당했음에도 이처럼 말짱한
스스로의 컨디션도 이해 불가였다. 금세 빼낸 플러그의 삽입부는 광해의 정액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그리고 공기 중에 노출
되자마자 부드러운 젤처럼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꿈을 꾼 적이 있었다. 외계인을 만나서 저 먼 우주로 여행을 떠나는 자신을 상상하기도 했고, 기대하기도 했었다.
산중에서 구미호를 만나 살림을 차리거나 풍광 좋은 계곡에서는 그 곳에서 목욕하는 선녀의 옷을 훔치는 바람을 가져 보기도 했다.
그것이 현실로 이루어지기는 너무도 허황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미래를 바라는 기대라는 것이 사라졌고, 사는 건 재미가 없어졌다.
남들처럼, 남들과 같이 태어나고 자라고 살다가 죽어질 삶이란 것이 어지간히도 심심하게 느껴졌던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마약을
하거나 가스를 흡입하고 본드를 부는 사람들을 이해했다. 정말로 세상은 심심하지 않은가. 사는 것이 너무 지겨울 만큼 따분하고
심심하지 않은가.
배가 불러서 호강에 겨운 소리를 한다고 할 테지만 적어도 동은 고초도 풍파도 없는 자신의 삶이 지겹고 따분했다.
서늘하고 아름다운 손가락에 거머잡힌 채 깊은 물속으로 헤엄쳐 들어가는 그들의 주변으로 수 없이 많은 물고기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줄돔에 오징어 멸치 저건 고등어일까?
동은 이것이 외계인에게 납치당하고 선녀의 옷을 훔쳐 선녀와 살림을 차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하고 생각했다. 그는 깊은
물속에서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얼굴 앞으로 커다랗게 생겨난 공기 방울들이 나선형 무늬를 그리며 머리 위로 태양을 향해 부상하고 있었다.
“어째 하나도 놀라지 않는 구나.”
“여긴 어딥니까?”
젖은 머리에서 물기를 짜내면서 동은 자신이 헤엄쳐 건너온 곳이 바다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입가로 짠물이 스며들고 있었다.
“용궁.”
“아……. 용궁이군요.”
“너는 어떻게 놀라는 일이 없는 거냐? 앙탈을 부리지도 않고 수줍어하지도 않고. 어찌 보면 참 대단하다 싶은데 또 어찌 보면 어디
한 군데 모자란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놀라면 뭔가 달라집니까?”
“그렇지는 않겠지.”
“소용없는 짓을 하면서 에너지 낭비할 까닭이 없잖습니까.”
“훗…….”
맨발의 광해가 젖은 발자국을 남기며 앞서 걸었다. 큰 어여머리를 화려하게 올리고 있는 여자들이 잠자리 날개 같은 옷을 걸치고
달려 나와 일제히 머리를 조아린 채 얼굴조차 들지 못하는 가운데로 광해와 동은 한참 동안 말없이 걷기만 하였다.
마침내 그들이 당도한 곳은 눈이 부시도록 화려한 방안이었다. 벽과 천장은 사람 얼굴만한 구슬들이 박혀 있는데 모두 부드러운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두어 단 정도 높은 방 가장 안쪽에는 푸른 비단 보료가 있었는데 광해는 물이 뚝뚝 흐르는 몸으로 그 위에 올라가 마치 이리
오라는 듯 손을 뻗었다. 푸른 비단에 은색 실로 수놓아진 용이 이 방 구석구석 많이도 보이고 있었다. 동은 그것들을 구경하느라
미처 광해의 손짓을 보지 못했고, 또 보았다 해도 그 편안한 품 안 보다는 새로 보는 이 신기한 광경들이 더 흥미로웠다.
“내게 할 말이 있다고?”
“그 대답은 이미 하신 거 같네요.”
“흥?”
한참만에야 입을 연 광해를 바라보며 동은 웃는 얼굴인 채 여행 가방을 열어 문산 별장에서 가져온 것들을 보여주었다.
모두 형편없이 녹아 일그러진 성인 용품들이었다.
“아……!”
“왜요?”
“그걸 처리해 두는 것을 잊었구나 싶어서 말이다.”
“별로 상관없습니다. 이렇게 설명해 주셨으니까 말입니다.”
“정녕 놀라지 않은 게냐?”
“아까 말했듯이 이미 벌어진 일에 경악하고 부정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으니까요. 이게 꿈이라면 깨나면 될 테고, 꿈이 아니라면
적응하는 일 밖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습니까?”
“하하하하하하하.”
서늘하게 느껴지는 방안의 공기 속으로 광해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번져 갔다. 어마어마하게 무거워 보이는 어여머리를 하고 있는
아가씨 넷이 화려한 술과 과일 그리고 떡과 과자가 올려져 있는 상을 들고 들어온 것이 그 때였다.
“놔두고 나가 봐라.”
“예. 마마.”
“마마?”
동은 작은 목소리로 그녀들의 말을 따라 했다. 마마란 궁에서나 쓰는 호칭 아니었나? 하는 의문도 잠시 여기가 용궁이라 했던
광해의 말을 기억해 내자 의문은 풀렸다.
“그런데 정체가 뭡니까?”
다시 둘만 방안에 남겨지자 동은 보료의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곱게 색을 입힌 한과로 보이는 과자를 집어 들었다. 벌써 며칠째
제대로 먹은 것이 없으니 심하게 공복감이 느껴졌다. 광해와 미친놈처럼 흘레붙어 놀 때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감각이었다.
“용왕.”
“……?”
“동해 용왕.”
알았다는 듯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동의 입안에서 살살 녹듯이 사라 없어져 버리는 과자는 달지도 짜지도 않았다. 하지만
목구멍으로 청량하게 넘어가는 감각이 너무도 기가 막힐 정도라 그는 재차 과자를 집어 들었다.
“배가 고프냐?”
“이상하게 그러네요.”
“아무 것도 먹지 않았어?”
“음……. 잘 기억이 안 납니다.”
겨우 사흘이 지났을 뿐인데 주말 내내 주었던 용의 정이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이곳이 용궁 아니라 인간 세상이었다면 틀림없이
그것들이 뻗는 탐욕스러운 손이 보여야 할 정도로 말이다. 광해는 서둘러 바지춤을 풀어 헤쳤다. 그런데 그것이 흠뻑 젖어
엉키는 데다 마음이 급하니 오히려 더 쉽지가 않았다.
“마개를 언제 뺀 거냐.”
“월요일 오전이요.”
“일이 이렇게 빠를 수는 없을 텐데……. 이리로 와라.”
“훗…….”
동은 광해가 자신의 허리춤 매듭끈과 씨름하고 있는 것을 보며 웃어 버렸다. 자신도 저 놈을 풀지 못해 끙끙댄 기억이 나서
그런 것인데 광해는 동의 웃음이 유쾌하지 않다는 듯 제법 사나운 인상을 쓰는 게 아닌가.
“그게 원래 그렇게 잘 안 풀리더군요.”
“지금 네가 한가하게 내 옷 매듭 걱정하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
난폭하고 위험한 기운이 흘렀지만 동은 광해에게 겁먹는 일이 없었다. 부욱-!하고 비단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성급한 광해의
손이 자신의 비단 바지를 뜯어버리자 거의 절반쯤 일어서 있는 그의 성기가 보였다.
“와서 핥아라.”
“제 옷은 부디 찢지 마십시오.”
“네 의복이야 손만 닿으면 벗길 수 있는 건데 찢기는 왜 찢어. 돈 아깝게.”
빈사과 가루를 입가에 묻히고 있는 동은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으며 광해에게로 기어왔다. 그는 망설이지도 않고 절반쯤 일어선
광해의 양물에 입술을 대고는 쪽쪽 소리 나게 입을 맞추더니 그것을 냉큼 입안에 넣고 맛있는 사탕이라도 빨듯 핥고 빨아대기
시작했다.
광해가 동의 허리띠를 풀고 바지와 속옷을 한꺼번에 내리자 동은 기다렸다는 듯 살짝 다리를 벌려 그가 바라는 바대로
몸을 열어 주었다.
서늘하고 부드러운 손가락이 엉덩이 골짜기 사이에 있는 주름을 어루만졌다. 그것이 생각만큼 부드럽지 않은 것인지 광해는
몇 번 무성의하게 그곳을 쓰다듬다 동의 볼기짝을 톡톡 두들기는 것이 아닌가.
“응?”
빨고 있던 남근에서 채 입을 떼지는 못하고 입술만 그 선단에 대고 있는 채 눈만 치켜뜨는 동의 모습을 보며 광해는 요 귀여운 것을
어떻게 벌을 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쉽고 서운하고 그리고 화가 났다. 앙큼한 것은 아직 제 혼인에 대해서는 입도 뻥끗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쪽은 얼추 감추고 가리던 것을 다 봬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제 처지는 일언반구 말이 없다. 고약한 놈이라
혀를 끌끌 차대며 광해는 상위로 팔을 뻗어 색색가지 과자와 과일이 늘어지게 차려져 있는 다과상을 휘휘 저었다.
와장창 요란한 소리를 내며 상에서 밀려난 접시들이 바닥에 떨어지자 호들갑 떠는 발소리와 함께 몇몇의 시중드는 아이들이 방으로
뛰쳐들어 왔지만 광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상위로 올라가 엎드려라. 내가 널 핥아 주는 게 빠르겠다.”
“아깝게…….”
“배가 고프면 과자 부스러기 말고 저기 복숭아나 먹어라. 그게 백약보다 효과가 빠를 게다. 냉큼 올라가.”
철썩!
동은 난데없이 볼기짝을 얻어맞고는 곱게 눈을 흘겼다. 바닥에 떨어져 깨지고 뒹구는 과자와 사탕을 보고 있던 허기도 말끔하게
잊어 버렸다.
그는 아연실색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꼼짝도 하지 못하는 어여머리 누님들이 보는 앞에서 꾸물거리며 상 위에 올라가 엎드렸지만
투덜대는 것은 그만두지 않았다.
“얻어맞는 건 싫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때린 게냐? 예뻐서 어루만진 게지.”
“그리고 전 복숭아 알러지가 있어서 복숭아는 못 먹습……. 흐읏! 아. 난 그거 좋습니다. 더요.”
섬세한 자개가 잔뜩 붙어 있는 상 위에 엎드린 채 동은 앓는 소리를 내며 속삭였다. 작은 목소리로 말했는데도 어째 알아들었는지
들쩍한 체온을 지닌 뭉둥하고 부드러운 것이 쑥하고 좁은 입구를 열며 들어와 그의 내부를 쿡쿡 쑤셔 주었다.
“마마. 부,부, 부르셨습니까.”
“흐으윽! 더 깊이…….”
동의 눈에는 바들바들 떨며 시립한 어여머리 아가씨들은 눈에 뵈지도 않았다. 사실 보인다고 별 상관할 그도 아니었다. 이곳이
인간 세상이고, 그래서 그 자신의 얼굴과 이름 팔릴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면 이런 행동 자체가 턱도 없는 것이겠지만 여긴
용궁이 아닌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사실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는 동은 괴물인 것이 틀림없었다.
광해는 흠뻑 적신 곳으로 수월하게 손가락 두 개를 밀어 넣고는 못마땅한 눈으로 시립한 시녀들을 바라보았다.
“여긴 신경 쓸 거 없으니 나가들 봐. 아주 걸신들린 것처럼 오물대는 구나. 그냥 뒀다가는 여기로 말도 하겠다.”
“뭐라고……. 할 거 같습니까.”
“으하하하하하. 배고파 죽겠으니 먹을 걸 내놔라. 아니면 구워 먹어 버릴 테다?”
“아셨으면 빨리 그 대가리나 내놓으시죠. 하악!”
“좀 더 맛을 보자. 나도 오늘이 마지막일지 내일이 마지막일지 모르는데 네 맛 좀 제대로 봐야 할 게 아니냐.”
“흐으윽! 흐응---.”
엎드려 내밀고 있는 동의 앙큼한 발바닥이 오므라드는 것이 보였다. 광해는 두 개의 손가락을 모아 푹푹 쑤시고 혀를 내밀어
주름진 구멍을 싹싹 핥아 주면서 제 욕심을 한껏 채웠다. 조금 더 지체했다가는 약이 올라 얼른 다른 것을 달라 보챌 것을 알기에
이쪽에서는 몸이 열릴 때까지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동의 인내심은 그리 길지 않았다.
자개 상 위에서 꿈틀대던 그가 그 위를 기어가 침대만큼 넓은 자개상 저편으로 기어 가 버리자 광해는 웃는 얼굴인 채 그를
바라보았다.
“그 위가 암만 넓어도 다과상이다. 버릇없는 아이처럼 상 위에서 뽈뽈대지 말고 이리 와.”
“칫…….”
동이 발라당 몸을 뒤집어 이제는 제 손으로 다과상 위에 접시들을 모두 밀쳐 버리자 다시금 와장창 하는 소리를 내면서 접시와
과일, 과자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당신이 이리 와요.”
대체 저런 요사는 어디서 배운 것일까.
팔꿈치를 기대고 비스듬하게 드러누운 동이 두 다리를 활짝 벌린 채 눈웃음치는 것을 보며 광해는 슬그머니 상위로 몸을 기댔다.
“내가 제일 갖고 싶은 걸 줘요. 안 그러면 정말로 물어 뜯어버릴 테니까.”
“발칙한 놈……. 세상 천지에 용왕을 협박하는 놈은 네 놈이 처음일 거다.”
“그래서 어쩔 겁니까?”
“하하하하.”
광해는 무릎을 치며 웃었다. 이런 판국에 와서는 제갈동이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세월의 선물이란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장 목숨 줄이 오늘 내일 간댕거리는 판국에 이놈과 함께 있을 때만은 모든 것을 잊은 채 웃을 수 있으니 이런 것이 바로 선물
아니겠는가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포기해야 했다. 욕심을 부리며 품에 끼고 있는다고 그를 탓할 자는 없겠지만 이 선물이
너무 귀해서 품에 끼고 있는 것보다는 제게 주어진 시간만큼 제대로 잘 살기를 바라는 소망이 컸기 때문이었다.
“얌전히 이리로 와라. 나는 네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지.”
“……?”
“허리를 꺾어 네 주름진 구멍을 보여주마. 거길 핥고 찌르는 내 혀와 손을 보여주마. 이래도 고집을 부릴 테냐? 세상에 내 양물
말고도 널 채워 줄 것은 많다.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앙탈 부리지 말고 이리 내려와.”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는 제안이었다. 동은 그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엉덩이를 굼싯거려 광해의 앞 자개상의 가장 끄트머리에
엉덩이를 가져다 대고는 무릎 뒤로 팔을 돌려 다리를 끌어안고 벌리는 것이 아닌가. 눈을 반짝이며 미소 지은 동의 얼굴은 기대에
가득 차 있었다.
“이제 아주 자동이구나. 응?”
“하루 이틀 해봅니까?”
광해는 낄낄대며 활짝 벌어진 동의 다리를 밀어 올렸고 부자연스럽게 구부러진 허리는 위험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았다.
발씬거리는 구멍을 실컷 핥고 혀를 내밀어 쑤시는가 하면 혀가 들어가 있는 그곳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기도 했다. 높고 안타까운
신음과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몸의 체온이 천천히 올라가는 것을 느끼며 광해는 꿈틀대는 불알까지 축축해지도록 정성껏 그를
사랑해 주었다.
동의 성기 끝으로 울컥울컥 탁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 어느 정도가 되자 그는 슬그머니 일어서 제 양물을 붙잡고 흔들었다.
“하악……. 하……. 뭐하고 있어요.”
그 끝을 엉덩이 사이에 가져다 대자 동의 입술은 암팡지게 다물어졌다. 아랫입술이야 옴찔거리며 광해의 양물을 보채도 살짝
입술을 깨물고 있는 동의 표정은 비장하게까지 보였다.
광해는 부드럽게 허리를 밀어 올리며 성기의 끝을 동의 살집 사이로 파묻었다.
“혼인한다는 말은 언제 하려는 게냐?”
“아……?”
살집과 살집 사이로 난 좁은 균열을 비집고 들어가 펄떡이는 붕장어처럼 균열을 헤집는 양물은 느리지만 쉬지 않고 동의 내부로
침입하고 있었다.
“세상 물정에 별 관심은 없다마는 네가 나를 속이려 드는 것은 그다지 좋은 기분이 아니로구나.”
“그건……. 하악!”
몰아붙여진 동의 얼굴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면 거짓이겠지만 그는 그의 몸에서 휘몰아치는 쾌락에 좀 더 정직했다. 이것이
매우 복잡하고 또 심기 불편한 사안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지금 동은 머리보다 몸의 욕구에 더 솔직하고 절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다리를 벌려 광해의 허리를 감아 안은 동은 뒤꿈치로 광해의 허리를 꾹꾹 누르며 보채고 애원했다.
“애태우지 말아요. 빨리……. 아악!”
광해는 귀한만큼 서운한 마음을 잘 갈무리하면서 동의 등으로 팔을 뻗어 그를 안아 올렸다. 주르륵 자개상에서 미끄러지는
동의 몸을 열고 그 끝까지 양물이 파묻히자 도리질 치며 울어대는 동을 제 품에 끌어안은 채 광해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동은 광해의 목에 매달려 이게 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잠깐 그를 바라보았지만 광해가 걸음을 옮기자 이제 완전히 생각을 포기한 듯
그냥 감각의 물결에 제 몸을 맡겨 버렸다.
“영영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더냐?”
“흐읏! 아으응…….”
“내도록 감추고 속이면서 나를 기만할 생각이었더냐?”
접견실로 구분되는 그 방을 나서자 볼일들을 보라고 말했음에도 복도 양 옆으로 시립해 있던 시녀 아이들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는 것에 광해는 미간을 찡그렸다.
“침전으로 갈 것이니 따라오지 마라.”
“하오나 마마…….”
“하악! 아……. 어디로 가는……. 흐응.”
오늘 당직 번을 서야 하는 인어 아가씨들은 저 난잡하고 몰상식한 용왕의 행태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아무리 궁 안에서
부끄러울 것이 없는 분이시라고는 해도 장성한 처녀 아가씨들 앞에서 저 무슨 해괴한 짓이란 말인가. 더군다나 지금 용왕의 품에
안긴 인간도 우람한 남근을 가진 수컷이 아니던가 말이다.
“내 말이 말같이 안 들리는 거냐. 내가 따로 부르기 전에는 지금부터 침전 근처에 얼씬거리는 놈은 모두 목을 벨 것이니 그리
알아라!”
그들은 지금 용왕을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그들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깨우친 것은 그들이 모셔야 할 용왕이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편전에서 신료의 목을 벤 일도 있는 왕께서 한낱 궁중 시녀의 목을 베는 것이 뭐가 어렵겠는가.
더욱이 지금 저런 표정으로 말하고 있는 용왕은 극도로 화를 내고 있는 것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가 있었다. 미친 용이라는 소문이
틀리지 않은지 화가 나면 화를 내면 될 것인데 오히려 유들유들 웃으며 상대로 하여금 경계하거나 겁을 먹을 틈도 없이 그 목을
뎅겅 썰어 내는 것이었다.
용왕은 인간 사내를 품에 안은 채 성큼성큼 걸어 침전으로 향했다.
용왕의 허리를 감아 안고 있는 사내의 다리가 연신 조여들고 펴졌다 오므라들며 흘리는 신음 소리가 시녀들의 입에서 난감한
한숨을 자아내고 있었다.
동은 침전 한켠에 있는 목마를 보고 느린 미소를 지었다. 작게 ‘저게 여기 있었구나…….’ 하는 혼잣말도 했다. 광해가 그를
목마에 기대 몇 번이고 강하게 찔러주자 자지러질 듯 높은 비명을 울리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목마는 생각보다 효용이 많은 물건이었다. 거기 동을 올려놓고 말 궁둥이 쪽으로 허리를 쑥 당기니 광해가 따로 무릎을 구부리거나
자세를 낮출 필요도 없이 동을 탐할 수 있는 그런 높이였던 것이다. 반면 장식이라 생각했던 등자에 발을 걸 수도 있어서 두 사람이
모두 편한 자세로 서로를 탐하는데 굉장한 도움을 주는 물건이기도 했다.
다소 가격이 비싸기는 했지만 광해는 이놈을 참 잘 샀다 생각하기도 했고, 이놈을 이제 또 어디 쓸 일이 있을까 싶어 아쉽기도 했다.
“아으읏……. 흐윽! 미치겠네 정말…….”
감도 높은 열락의 도가니에서 목재로 되어 있는 말갈기를 쥐어뜯으며 동은 애처롭게 울어댔다. 그리고 그의 몸을 열고 내키는 대로
꽉꽉 조여드는 그를 탐닉하던 광해도 머릿속이 아찔해질 만큼 높은 쾌감에 치를 떨었다.
아쉽고 아까워서 정말로 남 주기는 싫은 기분이었다. 이렇게 맞춤 맞는 녀석을 어디 가서 다시 만날 것이며 어떻게 제 품에
안을 수 있단 말인가. 광해의 흥분이 한창 높다란 능선을 따라 거칠게 기어 올라가는 그 때 광해는 뭔가 이상한 느낌으로 고개를
숙여 제 고간을 바라보았다.
“……!”
비록 몸은 생각을 따르지 못해 부지런히 좁은 구멍 속으로 들락날락 쾌감을 탐닉하고 있었지만 머릿속이 싸늘하게 식는 기분은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부지런히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광해의 정 양 옆으로 길고 유연하게 꿈틀대는 기와 신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에서 깨어났을 때 이것들로 인해 광해는 아비 되는 자에게 친히 버림을 받았다. 적손인 창명에게도 보이지 않았던 기와 신이
이제 막 알에서 깨어난 광해에게 있었으니 그 놀라움이 오죽했으랴. 더욱이 광해는 용부인의 몸을 빌어 태어난 적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적손의 기와 신이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상황에서 서자가 당당하게 선대용의 증표를 몸에 지닌 채 태어났으니
그 분란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자겸은 광해를 해도 달도 모르게 숨겼지만 자신의 아들이 가질 옥좌를 위협할 근심 덩어리라 광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용부인은 다른 방법을 택했다.
친분이 두터운 서왕모에게 읍소하여 천상 명부에서 광해의 이름을 지우는 것이었다. 그렇게 광해는 잊혀진 자가 되었고,
삿된 것들의 어둠도 빛도 아닌 세상으로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으며 유년기를 보내야 했던 것이다. 아비가 그런 사실을 알고
목숨을 걸고 제석천에게 아들의 구명을 간청한 것은 한참이나 지난 후였다. 제석천은 빛도 어둠도 아닌 삿된 공간으로 와 아직도
목숨 줄이 붙어 있는 광해를 보고는 혀를 차며 슬프게 중얼거렸다.
[너를 키운 것은 네 애비와 어미가 아니라 고통과 분노로구나.]
갓난쟁이 아기일 때 그곳에 끌려가서 살아남은 존재는 없었다. 하지만 광해는 피투성이 상처를 온 몸에 새긴 채 살아남은 것이었다.
좌절과 공포 그리고 분노와 원망만이 가득한 곳에서 광해는 능히 어디에 가서도 목숨을 위협받지 않을 만큼 강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제석천이 다시 천상 명부에 광해의 이름을 얹고 난 연후에도 광해가 바란 적 없는 이 기와 신 때문에 그가 살아 있는 것을 탐탁찮게
생각하는 자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다행히 형님 되시는 자겸의 적손 청명이 동해 용왕에 자리에 올랐고, 얼마간 경계의 끈이
느슨해진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그 분이 당당하게 옥좌에 계시는 동안은 광해가 기와 신 그리고 정을 모두 가진 용이라고 해도 문제될 것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광해는 자신이 어째서 버려졌는지, 어째서 그 험하고 무서운 곳에서 유년기를 보내야 했는지 이야기만 들었지 이렇게 직접
자신의 눈으로 기와 신을 본 적이 없었다. 선대용의 힘을 가진 용이 극도로 흥분하여 담뿍 정을 주는 이를 만나지 않는다면
결코 세상으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기와 신이 왜 지금 이 자리 이 상황에서 머리를 들이 내밀고 있는 것인지 광해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처음 본 이 두 개의 성기를 잘라 버리고 싶은 맹렬한 분노와 원망을 떨쳐 버리지도 못했다.
이것이 없었다면 다른 용왕의 서자들처럼 편안한 삶을 살았을 것이었다. 목숨을 위협받지도 않을 것이고, 미친놈 흉내를 내지
않으면 암살당할 처지에 처하지도 않을 것이다.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갓난쟁이 때 삿된 것들의 먹잇감이 되어 매일 매일 팔다리가
잘려 그들에게 먹히고 다음날이면 다시 돋아난 살점을 그들에게 물어뜯기는 일도, 달군 인두로 온몸을 담금질 당하고 매질에
숨이 끊어질 듯 괴로워해도 다음날이면 또다시 반복되는 그 고문과 같은 날을 겪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었다.
모든 것이 이것, 이 원망스러운 기와 신 때문인데도 그것은 당당하게 대가리를 쳐든 채 제갈동의 구멍을 노리는 듯 탐욕스럽게
꿈틀대는 것이 아닌가.
광해는 난폭하게 자신의 성기를 붙들고 그것을 동의 몸에서 쑥 뽑아내 버렸다.
“앗!”
그는 잔떨림을 하고 있는 동의 둔부를 부드럽게 쓰다듬고는 침의를 가져와 걸치는 것으로 흉물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기와 신을
가렸다. 제 욕심을 채우지 못한 정이 벌떡대며 움직이는 것이 얇은 비단 위로 고스란히 보이지만 그것은 상관없었다.
“뭐하는 겁니까!”
따지는 게 분명한 동의 상기된 얼굴은 인상을 찡그린 채 광해를 돌아보았다.
“네 혼인에 관해 내가 왈가왈부할 일은 못되지만 애인을 하기로 했으면 서로에게 숨김이 없어야지. 안 그러냐?”
“그래서요.”
“그러니 벌을 받아야지. 우리 귀여운 재롱동이는 벌 받는걸 아주 좋아하지 않아? 목마도 여기 있겠다. 지난번에 숨이 끊어질 듯
기대에 차서 할딱대던 넌 어디로 갔어.”
“흣!”
금세 표정이 바뀌어 마른침을 삼키는 동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준 광해는 목마를 포장했던 상자 안에 던져 둔 남근을 꺼내
들었다. 동이 입술을 깨물며 그것에서 채 눈을 떼지 못하는 모양을 보니 이렇게 은근슬쩍 넘어가는 것이구나 다행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래서 안 되는 것이었다. 광해는 자신이 동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을 경계하였으나 결국 그 마음의 갈피를 돌리지 못했다.
기와 신까지 난생 처음으로 몸 밖에 나와 껄떡대며 동을 탐하도록 넋을 빼고 있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한심했다.
주작에게 맡기기로 마음먹었다면 더 정이 깊어지기 전에 지금 하는 것이 옳았다. 이대로 시간을 끌다 때를 놓치는 것보다는
아쉽고 아까워서 화가 치밀어도 지금 넘기는 것이 좋을 것이다.
광해는 능글맞게 미소 지으며 상기된 동의 귓전에 속삭였다.
“어떠냐. 화상 전화 화면으로 보는 것과는 영판 틀리지? 요 울룩불룩 나와 있는 돌기들을 봐라. 더군다나 이건 내 것보다
더 크구나. 이런 걸 몸에 쑤셔 넣고 넌 얼마나 울어야겠냐. 응?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리면서 참지 못할 지경이 아니냐.”
“하악!”
“보채지 말어라 이놈아. 내 오늘 날 기만하려 든 네 놈을 단단히 벌 줄 생각이니 나중에 울며불며 잘못했다고 빌어도
용서 안 해 줄 거다. 내가 모질고 잔인한 자라고 말을 했었는데도 왜 그리 벌 받을 짓을 자주 하는 거냐. 응? 사실은 벌 받을 짓을
일부러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건…….”
철커덩! 하는 소리와 함께 동이 앉아 있는 목마 위로 굵고 흉측한 모양의 남근이 우뚝 일어섰다. 몸을 약간 비켜 광해가
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내준 동의 목구멍으로 꼴깍 침이 넘어가는 모양이 확연하게 보였다. 광해는 복숭아 색으로 상기된
동을 어린아이 안듯이 안아 올려 천천히 그 남근 위로 자리를 잡아 내렸다.
동의 내부에 이미 두어 번 정을 싸질러 두었으니 그것이 흡수 되면 또 당분간은 삿된 것들을 염려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 일을 가장 빠르게 하는 것이 요 밝히는 인간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것이니 광해는 씁쓸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여 절로
구겨지는 얼굴을 간신히 다잡고 있었다.
“흐으윽! 아악! 아으읏! 너무……. 큰데요?”
“이놈을 사자고 조른 건 너였다. 기억 안 나는 거냐?”
“흡!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동의 구멍은 거대한 남근을 꿀꺽 삼켜 버렸고 동의 몸은 얌전히 목마 위에 올라타
있었다.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아무도 그의 몸 안으로 뭐가 들어가 있는지 알지 못할 것이었다.
광해는 박스 안에서 꺼낸 수·족갑을 꺼내 조금 고개를 갸웃거리다 동의 손을 등 뒤로 돌려 일단 수갑부터 채웠다. 수갑에서 길게
늘어진 사슬을 따라 등자에 걸쳐진 발목에 족갑을 채우자 목마에 올라탄 동은 제 힘으로는 결코 일어설 수도 엎드려 삽입된
남근의 깊이를 얕게 할 수도 없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그제서야 광해는 요놈을 팔면서 의미심장하게 눈을 빛내던 그 점원 남자의
표정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정조대에 버금가는 벌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 분명했다. 더욱이 큰 물건을 좋아하는 동이 저만한 것을
담고 얼마나 기뻐할지는 보지 않아도 뻔한 사실.
“동아. 내가 많이 기분이 상해 좀 더 모질게 굴 텐데 그래도 좋으냐?”
“무슨…….”
너무 큰 물건이 떡하니 존재감을 주장하고 있으니 꼼짝도 하지 못한 채 발발 떨면서 동은 광해를 보았지만 나른하고 관능적인
목소리는 그의 긴장을 순식간에 무장해제 시켜 버렸다. 달뜬 쾌감이 무리하게 벌어진 뒤로부터 치밀고 올라와 생각은 모두
관능 속에 흐트러져 버렸다.
“탁기가 다 빠졌으니 지금부터 싸는 것은 정순한 내 기운이라서 그냥 둘 수가 없단다.”
딸각! 동은 이 경쾌한 소리를 알고 있었다. 생각만 해도 이가 갈리는 사정 방지 링이었다.
뒤로 올라오는 느낌이 아무리 강하고 괴로워도 그것을 꺼릴 동이 아니었다. 외려 더 반기며 흥분했지 마다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저 사정 방지 링만큼은 절대로 사양하고 싶었다. 꼭 맞아 조이는 링 자체가 주는 느낌은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지만 찌릿찌릿 고간을 괴롭히기만 하지 시원하게 방출해 버릴 수 없는 기분이란 뒤에서 오는 강렬한 자극을
고통스럽게 느끼도록 할 만큼 괴로운 것이기 때문이었다. 질금질금 정액이 새 나오면서도 결코 해방된 느낌은 주지 않고 견디기
힘든 능선이 계속 지속되기만 할뿐 잠시의 쉴 틈도 주지 않는 저것은 두려울 만큼 치명적인 것이 분명했다.
“아아악!…….”
지이잉--- 하는 미약한 소리가 나며 바이브레이터가 쑥쑥 올라왔다 빙빙 돌기 시작하자 동은 자지러질 듯한 비명을 지르며 허리를
숙이려고 하였다. 하지만 팽팽하게 발목을 조이는 족갑이 등 뒤로 돌려진 팔목을 당기면서 조금도 여유를 주지 않았다. 일어서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야말로 옴쭉달싹도 하지 못한 채 고스란히 이 기구들이 주는 쾌락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그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었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는 동의 성기 끝에서 질금질금 애액이 새 나오는 것을 보며 광해는 발발 떨고 있는 동의 귓불을
살짝 깨물었다.
“용궁의 시간은 길다. 별하에게는 한 시간 뒤에 오라 했으니 용궁 시간으로는 세 시간 뒤가 되지. 한 시간 남짓 남았구나.
손님이 오면 풀어 줄 테니 뭘 잘못했는지 반성하고 있거라.”
“흐으윽! 하악!”
질끈 감고 있는 동의 눈가로 흐르는 눈물을 핥으며 광해는 쓴 입맛을 다셨다.
아까워서 어이할꼬. 아쉬워서 어찌할꼬.
하지만 그는 곧 냉정하게 몸을 돌려 침전을 나가 버렸다. 저런 좋은 모양새를 계속 보고 있었다가는 영영 동을 놓아주지 못할 거
같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