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수산의 주방은 작은 소요에 휘말려 있었다.
대대적으로 라기는 뭐해도 그저 바다 백성들을 착취하여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있던 용왕께서 광동수산에 근무하는 백성들의
복리 후생을 보살펴 주는가 싶더니 거기 든 금전을 뽑아내기라도 하겠다는 듯 영업에 박차를 가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도리천으로 올라가 별 해괴한 짓을 다했다는 소문이 흉흉하게 나 버린 용왕이 광동수산으로 돌아온 그 날 맛집 촬영을 하겠다는
방송국에 연락이 있었고, 그 다음 다음날 나타난 것은 인간 세상에서 굉장히 유명하다는 배우였다.
인간 세상에 알려진 바로는 배우이나 사실은 도깨비라 아무리 안하무인의 용왕이라 해도 함부로 취급할 인물이 되지 못했다.
본디 도깨비란 것이 깨달은 자도 아니고 삿된 것도 아니고 존재하지도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닌 존재였다. 어둠에도 속하지 않고
밝음에도 구속받지 않으며 하늘 위 제석천님이라고 해도 하대하여 대할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존재가 그들이니 용왕이라고 해도
이 분에게만큼은 깍듯한 예를 갖추리라 기대했던 것이다.
돈벌레, 안하무인에 양아치 저리 가라는 배포를 가진 용왕이 어르신 도깨비에게 얼마나 예를 갖출까 싶어 동해 바다 백성들은
모두 눈과 귀를 쫑긋거리며 홀의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였다.
유명하다는 말이 허세는 아닌지 그가 광동수산에 촬영차 들어온 직후부터 꾸역꾸역 몰려든 사람으로 인해 홀은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고, 그와 촬영 팀의 사람들이 자리를 잡은 2층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사람이 몰려들면 돈도 따르게 마련이라 주장하는 사장은 직원들을 윽박지르며 동해 바다 백성의 살과 뼈를 팔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도 백성을 못살게 구는 용왕에게 인자한 어르신 도깨비께서 호통이라도 쳐주길 기대하던 광동수산 직원들은 입만 삐죽거리며
부지런히 주방에서 올라오는 횟감을 정신없이 나를 뿐이었다.
“별하 성. 별하 성은 도깨비를 본 적이 있소?”
“흐응? 도깨비? 두서너 명 본 적이 있지?”
“나는 바다에만 살아서 도깨비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소. 대체 어떤 양반들이시길래 우리 사장님도 발발 떨 것이라고 저 야단들이오?”
“아아…….”
별하는 영진의 휘황찬란한 옆얼굴을 흐뭇하게 감상하며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채를 썰어야 하는 팽준이와 그 패밀리들이야 쌓인 일감을 미리 해 놓아도 상관없는 일이겠지만 회를 쳐야 하는 별하나 영진의
경우는 그때그때 일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오늘같이 손님이 많은 날은 손목이 시큰거리도록 횟감을 다듬어야 했다. 하지만 영진이
주방으로 들어온 이후 별하는 난데없는 봄날을 맞이하고 있었는데 그 첫 번째가 영진의 얼굴이요, 그 두 번째가 영진의 신기에
가까운 칼솜씨였다.
더욱이 영진은 사지 육신 멀쩡하고 튼튼한데다 의외로 강단 있는 별하의 손목이 톡! 부러질 것 같다는 망발을 서슴지 않으며
근자에 들어 손님이 뜸한 밤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주방에 붙어살다시피 하고 있었다.
“그건 그들이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이야.”
“예? 아무 것도 아니라니 그게 뭔 말이요? 인간들처럼 하찮아서 그렇다 이 말이요?”
“아니. 말 그대로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 그거지. 살아 있지만 산 것이 아니고 또 죽은 것도 아니며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고,
도력을 갖고 있지만 더불어 갖고 있지 않기도 하다는 말이다.”
“그게 무슨 말이요. 내사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소.”
“그러니까 즉, 하늘과 바다 땅과 바람 같은 존재라서 존재하는 우리들로서는 가늠키 어렵다 이것이다. 요놈아! 용왕님께서 바다를
다스리지만 바다를 함부로 할 수 없는 것과 같이 도깨비는 쉽게 말해서 바다와 똑같은 존재라는 뜻이란다 아가.”
“흐음. 거 참말로 어려운 자들이로구만.”
“아니야. 지금까지 내가 만난 도깨비들은 모두 너무 놀기를 좋아해서 그렇지 성품들이 한결같이 유쾌하고 좋은 자들이었어. 그리고
도깨비들은 결코 삿된 존재가 되거나 욕심을 부리거나 습하고 어두운 일을 하지 못한다고도 하니까 오늘 오신 어르신 도깨비도
좋은 분이실 게야.”
팽준은 미심쩍은 눈으로 별하를 보았다. 별하야 시종일관 칼질하는 영진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으니 팽준의 표정이 보일 리
없지만 말이다.
“그 말 믿어도 되는 거요? 우리 사장님도 도깨비한테는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라는 그 말 말이오.”
“그럼. 도리천의 제석천님도 도깨비들에 대해서만큼은 한 수 접어주고 들어 가신다잖냐. 우리 사장님이 무슨 빽이 있다고
도깨비들을 막대하겠냐. 암만 양아치 개잡놈에 미친 용이라고 해도 말이다.”
“미쳐서 미안하다 별하야.”
“으헤엑!----.”
일간에는 광해의 취미 생활이 광동수산 직원들이 모여 앉아 사장 뒷다마 까는데 끼어들기라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지금처럼 딱
결정적인 순간에 기척도 없이 불쑥 나타나는 것을 보면 그게 저 용왕의 유일한 취미 생활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팽준이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까지 사장과 도깨비의 우위에 관해 열심히 탐구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는 전혀 생각되지 않을 만큼 열심히 무채를
썰기 시작했다.
“아씨. 진짜! 기척 좀 하고 다녀요. 기척 좀! 자라 간 떨어지는 거 보려고 그래요?”
“그런 걸 왜 해. 내 뒷다마 까는 놈 덮치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데.”
“진짜 자꾸 그러면 옷에다 방울이라도 달 거예요!”
“해 보든지. 영진이 네가 수고가 많네. 어쩌랴. 반한 게 죄지. 응?”
영진은 건들거리는 광해의 말에 시퍼런 칼을 손에 쥔 채 온몸을 배배 꼬며 얼굴을 붉혔다.
덥수룩하게 머리를 내려 얼굴을 가리고 있을 때는 저런 포즈마저도 음흉하고 기괴해 보이더니 훤하게 잘생긴 얼굴이 드러나자 그
모양새는 수줍은 소년의 모습처럼 신산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별하는 넋을 잃은 듯 영진을 바라보면서 저절로 기묘한 신음 소리가
나는 주둥이를 콱 틀어막았다.
“참, 별하야 네가 손이 놀면 올라가서 채랑이한테 방송국인가 뭔가에서 나온 놈들 우라지게 많이 처먹는데 갈 때 계산 꼼꼼하게
하라고 일러라.”
“예? 방송국 촬영 팀한테도 돈 받으라구요?”
“그럼 그 놈들 주둥이로 들어가는 횟감은 동해 아니라 서해서 잡아온 게냐? 요즘은 인어들이 원정도 가나 보지?”
별하는 뭐 이런 작자가 다 있나 싶었다. 저 화상이 삼십육천만 떠돈 게 아니라 인간 세상에서도 잔뼈가 굵었다는 인사인데 세상사는
이치를 모르는 것인지 모른 척 하는 것인지 통 분간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 가게 홍보 해주러 온 사람들이잖아요.”
“걔네들 먹는 쌀이며 야채며 흙 파면 나오는 거냐?”
“아니 그래도 방송국 사람들한테 음식 값 받는 식당이 어디 있냐구요.”
“너 우리 가게 메뉴판 위에 뭐라고 써져 있는지 모르냐?”
“암만 그래도요!”
별하는 정말로 난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오늘 찍는 프로는 정규 채널에서 황금 시간대에 방송되는 인기 프로인데다 그런 프로에 절대로 안 나오던 도깨비님이
물 나이트 태수 어르신의 부탁을 받고 어렵게 여기까지 걸음을 해 주신 것이었다. 당장만 봐도 그 어르신 한 분 온 것으로
오늘 하루 매상이 세 배는 늘어난 것이 분명한데 방송국 팀들에게 음식 값을 받으라는 저 천하에 자린고비 말을 들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홍보비로 빼요! 홍보비. 마케팅 비용! 태수 어르신이 하시는 말씀 못 들었어요?”
“거참 그 놈 진짜 말 많네. 맞고 갈래 아니면 그냥 갈래.”
“맞지도 않을 거고 가지도 않을 겁니다!”
성격 좋고 똑똑하고 능력 있는데다 출세까지 한 별하에게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저 울컥증이었다. 그를 아는 이들이 그의
지병이라고까지 일컫는 저 울컥증은 위아래도 때와 장소도 가리지 않고 발현하여 그 위세를 떨쳤는데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한번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아무도 말리지를 못했다.
“너 요즘 많이 컸다. 응? 오늘 등딱지에서 불똥이 튀게 한 번 맞아 볼래?”
광해는 빙글빙글 웃고 있는 얼굴로 한 발 성큼 별하에게 다가갔는데 방금 전까지 해실해실 웃음을 감추지 못하며 회를 치고 있던
영진이 불쑥 별하와 광해 사이로 끼어들었다.
“패려면 차라리 절 패세요. 우리 별하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
“찾아보면 많거든? 비켜라. 응?”
광해는 나른하게 말하면서도 영진의 어깨를 밀어 고 뒤에 숨은 별하 머리통을 쥐어박으려 주먹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우애애앵--- 영진아. 사장이 날 막 팰라고 그런다. 내가 이런 꼬라지를 당하며 살아야 하는 거야? 응?”
“별하야 울지 마. 사장님이 설마 널 패겠어. 아니, 사장님이 패려고 그러면 내가 대신 맞아줄 테니까 울지 마. 응?”
“……!”
저런 꼴을 보고 놀라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더군다나 별하는 광해가 잘 알았다.
용이라는 것과 이름이 광해라는 것. 딱 그것 두 가지를 갖고 삼십육천과 명부까지 뒤져 기어이 자신을 찾아낸 놈이 아니던가.
아무도 그에게 광해의 종적을 알려주지 않았을 것이다. 광해가 세상으로 나오기를 바라지 않는 자들은 그것을 숨기려 했을 것이고,
광해에게 관심이 없는 자들은 광해가 어디에 있는지 진짜로 알지 못했을 테니까 말이다. 제석천이나 사방신의 도움을 받지도 않았다.
별하는 그들에게 다가가기에는 너무 미천한 신분을 갖고 있었고, 그만큼의 주변머리도 갖지 못했다. 순전히 독과 깡으로만 뭉쳐진
등딱지는 눈에 뵈지도 않는지 영진의 저 초점 풀린 눈은 대체 뭐란 말일까.
더군다나 그 독하고, 독하고, 독해서 광해마저도 가끔은 치를 떨게 만드는 저 별하는 또 어디 가서 약 먹은 물고기라도 잡아먹었는지
왜 저렇게 반짝반짝 초롱초롱한 눈으로 영진을 바라보는 것인가 말이다.
광경 자체가 쇼크요 상황은 아예 머리가 접수하는 것을 거절했다.
광해는 고개를 모로 꼰 채 싸늘한 표정으로 한숨짓는 팽준을 볼 수밖에 없었다.
“저것들 뭐냐?”
“잘은 모르겠지만……. 요즘 들어 쭉------ 저런 분위기입니다요. 예.”
“……고생이 많구나.”
“아닙니다요.”
팽준의 목구멍으로 ‘고생은 니가 시키고 있잖아. 이 새꺄!’라는 말이 울끈불끈 솟구쳤지만 어떻게 감히 자신과 같이 미천한
신분이 용왕님의 면전에다 대고 삿대질을 할 수 있겠는가. 그는 그저 꾹 눌러 참으며 어색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럼 팽준이 너라도 올라가서 채랑이한테 이야기하고 와라.”
“예. 사장님.”
별하와는 달리 고분고분 주방을 나가는 팽준을 보내고 난 후 광해는 눈꼴신 별하와 영진의 애정 행각을 그저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다른 이들이 광해를 일러 미친 용이니 양아치나 파락호니 하는 말을 하지만 그 이전에 들었던 욕은 변태 관음증 환자라는
말이었다.
즉, 광해는 별하나 영진이 지금 코앞에서 무슨 짓을 해도 그들이 앙큼하게 서로의 본성을 숨기지만 않는다면 집중하여 봐 줄 의사가
충분하다는 말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별하는 영진의 가슴에 코를 박은 채 어리광 부리는 것을 금세 멈추었다.
“진짜 그러고 싶어요?”
“응.”
“정말 방송국 사람들한테까지 밥값을 받아야 하는 거냐구요.”
“당연하지.”
“대체 그 돈 벌어 다 어디다 쓰려는 건데요! 물어나 봅시다.”
“빌딩 지으려고.”
의자까지 가져다 놓고 별하와 영진의 작태를 구경하던 광해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곰방대까지
나른하게 입에 문채로 말이다.
“벌써 여섯 채나 있잖아요.”
“그런 잔챙이 말고 큰놈으로.”
“얼마나 큰 거요!”
“육삼빌딩보다 높은 걸 지으려고.”
별하는 숨이 콱콱 막히는 것 같아 제 가슴을 두드리며 물었다.
“그런 빌딩을 지어서 어디 쓰게요.”
“어디 쓰기는 수족관 만들어서 돈 받고, 워터 파크 만들어서 돈 받고, 횟집도 하고……. 빌딩이 없어서 그렇지 있기만 해 봐라.
장사할 게 없나.”
“거기다가 또 우리 바다 백성들 끌어다 쓸 작정이죠?”
“당연하지. 미쳤냐? 판판히 노는 놈들 내버려두고 인건비 들여가며 인간 노동자를 쓰게.”
“하아…….”
영진은 별하가 숨넘어갈까 걱정이 되어 죽을 지경이었지만 용왕과 그의 제1비서관이 하는 돈 이야기에 끼어들기는 머쓱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그저 별하를 안타깝게 바라볼 뿐이었다.
“돈이 그렇게 좋아요?”
“당연하지. 남는 건 돈 밖에 없어.”
“이제 곧 장가도 들 거잖아요! 그럼 왕자님도 생기고 용궁 일에 전념하셔야 하는데 인간 세상에 돈 벌어서 뭐에 쓰려구요.”
광해는 지금으로써는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들으며 길게 곰방대를 빨아 댔다. 대답 대신 그렇게 연초 연기를 피우는 광해를
보며 별하 역시 난감한 표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를 보필하는 자이기 때문에 그가 결코 혼인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용왕들이 옥좌에 오르기 전에 이미 마음을 나눈 용부인이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연애도 하지 않는 용왕이 죽기 전에는
그 혼인을 파기할 수 없는 용부인을 강제로 들여야 하는 것이 망설여지는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별하의 눈에
부득불 장가들지 않으려는 광해에게는 단지 그것만이 이유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기분……. 상했어요?”
“원로원에서 다시 처녀 단자는 내려왔냐?”
“그게 어떻게 벌써 내려와요. 인간 세상 시간으로 따져서는 닷새가 지났지만 도리천 시간으로 한나절도 안 지났을 텐데…….”
“내려오면 니가 적당히 한 사람 찍어서 올려 보내라. 그 사람한테 장가 들 테니까.”
“예?”
별하는 제 팔을 더듬더듬 주무르고 있는 영진의 손까지 뿌리치며 소리쳤다. 그의 울컥증이 도지는가 싶기도 하지만 사실 저런 말을
들으면 누구라도 혼백이 달아나는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혼인은 별하가 하는 것이 아니라 광해가 하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그것은 여느 혼사도 아니고 용왕이 용부인을 들이는 세기의
혼례였다. 그런데 모시는 용왕의 부인될 자를 제1비서관인 별하에게 낙점하라는 말은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차피 내 마음에 드는 이로 부인을 삼을 수 없다면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모실 네 마음에라도 들어야 할 게 아니냐. 나는
상관없으니까 네가 알아서 낙점해 올려 보내라.”
“요……. 아니, 사장님!”
광해는 이제 별하 놀리는 것도 심드렁해졌다는 표정으로 일어서 버렸다. 사실 그가 도리천에서 내려와 광동수산에 돌아온 이후 줄곧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별하도 알고 있었지만 저렇듯 눈에 띄게 울적해 하는 모양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나 찾는 사람이 있으면 뒤에 새로 지은 숙소로 보내 다오. 나는 좀 들어가서 쉬련다.”
“어디 불편하세요?”
“으하아아암……. 주말에 과하게 놀았더니 나른하구만.”
길게 기지개를 펴며 주방을 나가는 광해를 붙잡을 수는 없었지만 별하는 마음이 아팠다.
선견성 대연회장에서 양물을 내보이며 광기 어린 짓을 하는 광해도 남들이 다 돈독 오른 미친 용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광해도
별하에게는 그저 하늘 같이 모시고 받들어야 하는 용왕님이었다. 그리고 측은하고 애잔해서 가끔은 절로 눈물이 나는 그런 분이셨다.
“영진아. 우리 용왕님 어쩌냐?”
답답한 마음이 아무리해도 가셔지지가 않았다.
평생을 해로해야 할 부인마저도 등 떠밀려 마지못해 들여야 하는 저 용왕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