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화 (27/35)

주말의 도로 사정이란 것은 익히 알고 있는 것이지만 오늘은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강변 북로를 타자마자 시작된 

정체는 아무리 해도 풀릴 기색이 없어 벌써 두 시간을 꼼작 없이 운전대에 잡혀 있었던 광해는 살짝 짜증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허나 그것도 사실 그의 전반적인 기분의 일부분만을 차지하는 것일 뿐이라는 사실에 심술궂은 미소를 지어야 했다. 차가 

막힌다는 것은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것을 뜻하고 꼼짝없이 정조대와 새로 구입한 마개의 성능을 온몸으로 느끼는 동의 

달콤한 비명 소리를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조수석 창 위에 있는 손잡이에 거의 매달리다시피 가쁜 신음을 흘리고 있는 동은 이제 

거의 울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독한 교통 체증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이어지고 있었고, 아무리 승차감이 좋은 차라고 해도 그것은 달릴 때를 

말하는 것이지 오늘 같은 정체 구간에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아흑! 하아앗! 으윽!”

“쯧쯧쯧……. 누가 보면 어디가 아픈 줄 알겠다. 그렇게 괴로운 거냐?”

“놀리는 아아악!…….”

정조대 안쪽이 흡수력 좋은 융으로 되어 있는 것이라 해도 이미 동의 바지 앞섶은 오줌을 지린 것 마냥 짙은 색으로 젖어 들고 

있었다.

“으하하하하하. 조금만 더 참아 봐라. 이제 곧 도로 사정이 풀릴 듯하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주말 교통 정체는 자유로 끝부분에서 더 심한 거 모르십니까?”

“흐음…….”

물론, 광해야 인간과 보는 눈이 달라 행주대교만 지나면 그럭저럭 달릴 수 있는 길이 된다는 것을 알지만 동이야 이 끝도 모르는 

아득함이 어떻게 쉬울 수 있겠는가. 붉은 색으로 달아오른 얼굴을 한 채 잔뜩 인상을 쓰고 있는 동은 제법 요령을 피우는 것인지 

살짝 엉덩이를 든 채 손잡이에 매달려 엉거주춤하게 서 있었다.

“이제 곧 벌 받는 일이 끝난다고 생각하는 게 정신 건강에는 더 좋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한손을 가져가 동의 앞섶을 만지면 그저 평평하고 딱딱한 가죽의 느낌 밖에 알 수 없었지만 광해는 그것이 축축하기도 하고 

뜨거운 것 같기도 하다면서 아까부터 내도록 거기에 손을 대고 있었다.

“다른 차에서 봅니……. 아아악!”

“앉으래도. 그러다 접촉 사고라도 나면 크게 다친다. 대체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흐으으읏. 아흐……. 너무……. 너무해!”

“내가 뭘?”

원망을 가득 담은 젖은 눈이 반짝이며 광해를 노려보았지만 그런다고 끄떡할 광해도 아니거니와 동의 시선이 모질게 원망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동은 이 체증이 무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지만 또 한켠으로는 끝이 없을 것만 같은 극감의 쾌락으로 빠져들어 이제 영영 복잡한 

일상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예감을 하고 있었다.

이 남자로 인해 걱정하고 이 남자로 인해 울게 되지만 뒤돌아서 달아날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았다. 연애를 시작하기로는 하였으되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던 그는 몸을 섞음으로 마음이 가는 일도 이렇게 가능하구나 싶어 흐느끼며 고약하게 

제 앞섶을 누르고 있는 광해의 손을 노려보기만 하였다.

세 번의 밤 그리고 세 번의 아침.

이미 한 번 경험해 본 것이었지만 그것은 발정기의 짐승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었다.

정신없이 얽혀들다 기절하듯 잠이 들고 깨어나면 밥을 먹고는 그리고 다시 몸을 섞었다.

목이 쉴 정도로 울어대고 소리를 질러도 광해는 조금도 사정을 봐주는 법이 없었다. 심지어 혼백이 나가 버려 까무라친 후에도 

용서 없이 제 욕심을 채우듯 동의 몸을 헤집는 것이었다.

금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새벽까지 그들은 잠시도 쉬지 못한 채 몸을 섞고 정을 쏟으며 서로를 탐닉했다. 아니, 실제로 광해의 

난폭한 살몽둥이에 후드려 맞고 쑤셔지며 우는 것은 제갈동 혼자였다. 그가 담뿍 정을 토해 놓고 나면 살벌할 정도로 예리한 물건이 

동의 입구를 막은 채 끝도 없이 진동했던 것이다. 그것이 주는 감각은 견뎌 내기 힘들 정도로 집요하고 참혹해서 발버둥 치며 

벗어나려 해 봤자 소용이 없었다.

동은 힘으로 광해를 이길 자신이 없었고, 빙글빙글 웃으며 동의 팔다리를 구속한 채 기구를 사용하던 광해는 그를 묶어 놓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일요일 오후쯤이 되어서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그를 억지로 식탁에 끌어다 앉히고 밥 먹기를 강요했던 광해는 식탁 위에서 

졸고 있는 동의 뒤를 덮쳐 제멋대로 욕심을 채운 뒤 식탁 위에 그를 엎어 놓고서는 그의 팔 다리를 식탁 다리에 묶어 버린 것이었다.

자신은 한가롭게 차를 마시면서 동의 속에 싸질러진 것은 한 방울도 흘리지 못하게 하겠다며 침실에서 기구를 가져오는 모습에 동은 

저도 모르게 애원하듯 도리질을 치고 말았다.

그가 주는 모든 감각이 참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지만. 자제할 수 없을 만큼 욕심이 났지만 몸 안 깊은 곳에서 녹아 흐르는 

용암처럼 뜨거운 것이 내장을 태우고 척추를 녹이는 것 같은 감각은 더 견디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광해는 조금의 용서도 없었다. 표본실의 청개구리처럼 납작 엎드려 꼼짝도 하지 못하는 동의 뒤로 윙윙거리는 기구를 찔러 

넣은 그는 펄떡펄떡 뛰어오르는 동을 흐뭇한 시선으로 관찰하기만 했다.

숨이 끊어질 것 같다고 애원하면 ‘사람 목숨이 그렇게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라는 얄미운 소리만 했다. 그러면서 동이 어떻게 

느끼는지 어떤 기분인지 쉴 새 없이 말하도록 했다. 울어대느라 정신이 쏙 빠져 버린 동이 조금이라도 대답을 늦추면 가혹한 형벌이 

뒤따랐다. 그것은 지나치게 달콤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괴로움에 더 가까운 경험이었다.

끈적거리는 쾌락에 목이 졸리듯 까무라치고 혼을 뒤흔드는 쾌락에 깨어났다. 그는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탈진하고도 남을 만큼 격한 정사에 자신의 몸이 어떻게 버티는지를 생각할 만큼의 사고력이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어이! 네 집이 잠원동이라는 말은 들었는데 정확하게 어디냐. 곧 한남대교다.”

“……헉!”

동은 소스라치게 놀라 눈을 번쩍 떴다. 그가 기억하는 것이 식탁 위에서의 정사였는지, 별장 거실 바닥에서의 그것이었는지 아니면 

욕실인지 흐리멍텅한 머릿속으로는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놈아. 정말 탈진해서 쓰러질 지경인 게 누군데 네 놈이 정신을 놓아 버리는 거냐. 출근 안하냐?”

“아…….”

“금요일날 구청에서 바로 문산으로 갔으니 옷은 갈아입어야 할 게 아니냐. 출근 안 해?”

“해야죠. 여긴 어딥니까? 별장에서는 언제…….”

“조금 마음먹고 논 걸 갖고 빌빌대기는…….”

동은 반항 어린 눈으로 광해를 노려보았다.

조금? 그저 조금? 그게 말이 되는 소린가. 성생활에 관해 문외한이나 진배없는 자신이라고 해도 듣는 것이 있고, 보는 일이 있다. 

주말 내내 뒷구멍 내버려 둔 시간이 없을 정도로 사람을 괴롭혀 놓고 겨우 조금?

기가 막히지만 아쉽게도 사람이 탈진해 기절할 정도로 해대는 것도 칭찬 받을 수는 없는 행사 아니냐고 따지기에는 몸의 상태가 

너무 좋았다.

그렇게 쑤셔 댄 뒤도 좀 얼얼하기만 할 뿐 다른 증상은 없었고 말이다.

이러니 따진다고 해도 명분이 서지 않고, 닦달을 해도 상대가 코웃음 치면 그만인 것이다.

“대교 위에서 올림픽대로 쪽으로 빠졌다가 바로 잠원동 압구정 방향으로 커브를 도십시오. 경부고속도로 타지 마시고 우측으로 

빠져서 그대로 직진 하시면 됩니다.”

“몸은 괜찮으냐?”

“일찍도 물어보십니다.”

“그래서 안 괜찮다고?”

“좀……. 뭐가 끼어 있는 거 같기는 합니다.”

“당연하지. 아깝게 그 안에 싸 놓은 것을 그냥 질질 흘리랴? 마개로 막아 놨다.”

“훗…….”

“왜. 내 말이 엽기적이라는 말이라도 하려고?”

자신이 깨어 있는 동안 내내 광해는 깨어 있었고, 자신이 기절해 버렸을 때도 광해는 깨어 있었다. 주말 내내 한 시간이라도 

잠든 기억이 없으니 저 위험한 향기를 잔뜩 품고 있는 남자도 고단하기는 매한가지일 듯. 하지만 동은 자신이 피로를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광해 역시 피곤하거나 졸린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야 했다.

정말로 짐승 같은 체력이었다.

“잘했다고 칭찬하려구요.”

“으하하하하하. 대체 널…….”

“당신 말마따나 아깝잖습니까. 퇴근 후에 가게로 갈까요?”

대체 어디에 저게 있었던 것일까.

운전을 하면서도 곰방대를 어디선가 꺼내 입에 문 광해의 옆모습은 마른침이 삼켜질 만큼 매력적이었다. 동은 주말 내내 애원하듯 

울어대면서 이제 더는 못한다 소리쳤던 자신이 어디 먼 나라 이야기인 것처럼 다시금 그에게 발정하는 스스로를 어이없어 했다.

“그럼 그 마개 네 손으로 빼려는 거냐?”

“아뇨. 빼 주셔야지요.”

“그것까지는 서비스다. 퇴근하고 가게로 와라. 조퇴하거나 하면 안 된다. 알았지?”

“왜요?”

“월급 깎이는 거 아니냐? 난 직원들이 근무시간 안 채우면 월급 깎는다.”

“저 공무원입니다.”

“응?”

“저 앞 신호등에서 좌회전 하십시오. 좌회전 하고 바로 골목이 있으니까 우회전해서 들어가시면……. 아닙니다. 그냥 길가에 

세워 주세요.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 말 못 들어보셨습니까?”

부드러운 연초 향기가 차안을 가득 매웠다.

“철밥통?”

“월급 깎이는 일이나 해고되는 일 당하기 힘듭니다.”

“체엣! 원로원이나 진배없는 것들이구만. 돈은 많이 주냐?”

“대기업하고는 다르지만 잘 받는 편이죠.”

“대기업이 더 많이 주냐? 얼마나?”

“후훗……. 당신보다는 덜 벌 겁니다. 매출 상당하죠?”

“여기 내려 주랴?”

동은 그의 성품과는 달리 운전 할 때만큼은 광해가 참으로 얌전하고 모범적으로 운전자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해야 했다. 

막무가내식으로 험하게 차를 몰 것 같은데 절대로 신호나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응.”

“운전 참 곱게 하십니다. 저도 참 까칠하게 운전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말이죠. 저보다 더 얌전하게 차를 모셔서 안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고 내거나 딱지 끊으면 돈 나간다. 내려라. 주정차 위반으로 딱지 떼기 싫다.”

동은 미소 지으며 광해를 바라보았다. 돈에는 전혀 아무런 감각이 없을 것 같은데 그것도 이상하다. 남자는 지나치게 농염한 정사를 

하지만 동의 직장 생활에 지장을 주는 일은 결코 하지 않았다. 아무리 밤이 아쉬워도 출근 시간은 칼같이 배려해 주는데다, 열흘이 

넘도록 소식 한자 없다가 만난 지난 금요일마저도 확실하게 비주얼적인 효과를 준 연후에나 조퇴하라고 말할 만큼 돈 욕심은 대단히 

많았다.

만일 아버지나 어머니가 그를 동에게서 떼어놓으려 한다면 폭력적인 방식이나 다른 여타의 수단보다는 돈 봉투를 던져 주는 게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동은 쓴웃음을 지어야 했다.

“그럼 저녁때 뵙죠.”

“그래. 일 열심히 해라. 윗사람 눈 밖에 나지 않게.”

“철밥통이라니까요.”

“어쨌든. 절대 불변의 무결성을 가진 제석천이 아닌 이상 사회생활은 제 몫을 단단히 챙겨야 하는 법이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고.”

동은 기묘한 말을 하는 광해를 차 안에 남겨둔 채 내려 아파트로 향했다.

가끔 못 알아들을 소리를 하지만 그의 연인은 동에게 하늘이 준 것처럼 마음에 드는 남자였다. 특히 뜨겁고 커다란데다 좀처럼 

풀이 죽지 않는 성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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