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화 (25/35)

“흐읍!”

광해는 조수석에 동을 앉히면서 들은 달콤한 신음 소리에 저도 모르게 입가를 치켜 올리며 웃어야 했다.

식은땀을 빨빨 흘리고 있는데다 안색까지 창백하게 변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그를 누가 의심하겠는가. 영락없이 복통 환자가 되어 

광해의 손에 떨어진 가엾은 새는 그렇게 금요일 오후 일찌감치 강남구청을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차 뒤편으로 돌아 운전석에 앉을 때까지 여러 가지 생각을 하였지만 그가 핸들을 잡았을 때 가장 먼저 한 말은 유들유들하고 

능글맞은 대사였다.

“많이 괴롭냐?”

“아악!”

차문은 닫혀 있고 어지간한 큰 소리는 밖으로 새 나가지 않는데다 지하 주차장에는 사람도 없었다. 마음 놓고 질러 대는 달콤한 

교성은 다시 그를 웃게 만들었지만 이대로는 크게 미움을 살 것 같은 예감도 들었다.

“원래 스릴 있는 것이 재미나다고 해서 말이다. 그 물건 판 놈이 죽여주는 것이라고 하던데……. 혹시 아픈 거냐?”

그렁그렁 눈물이 고인 눈이 광해를 바라보았다. 엉거주춤 조수석에 엉덩이를 간신히 걸친 자세로 녹아 있는 동의 모습이 광해에게는 

새로운 재롱 스킬을 선보이는 주작의 것과 겹쳐 보였지만 주작의 것보다는 훨씬 생동감이 넘쳤다.

“울 뻔했습니다!”

“흐응?”

“이런 짓 어디서 배웠습니까.”

“역시 무리였나?”

“당신 대체 내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거 아닙니까?”

“……?”

“좋아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푸훗……!”

창문 위에 손잡이를 틀어쥐고 있는 손이 하얗게 질리도록 안절부절 못하면서도 살짝 입술을 깨문 얼굴은 관능적인 괴로움이 

얽혀 있었다. 그러면서도 곤란해 하고 또 기꺼워하는 동의 모습이 광해의 바짝 조여든 긴장과 두려움을 한방에 날려 버리자 

광해는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 진짜 마음에서 우러나는 속 편한 웃음을 말이다.

“크흐흐흣. 대체 넌 말이다…….”

“출발 하십시오. 구청 지하 주차장에서 당신을 덮쳐 버리는 게 아닌가 싶으니까 말입니다.”

“아. 그래.”

차가 출발하는 진동에도 끊어질 듯 괴롭게 앓아 대는 동을 곁눈으로 살피던 광해는 막상 도로에 나오자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참 네 차는 어째야 하는 거냐. 사람을 보내 가게로 끌고 오라고 하랴?”

“정비소 들어갔습니다.”

“응?”

“열흘이 되도록 전화 한통 없는 당신 생각하다 멋지게 아우디 Q7 엉덩이를 밀어 버렸지요.”

“으하하하하하하. 그거 수리비가 꽤나 나올 텐데?”

“뭐……. 그런데 어디로 가는 겁니까?”

“그러게나. 어디로 갈까?”

“문산으로 갈까요?”

“나쁘지 않지.”

광해는 선뜻 그러마고 차량의 방향을 잡았지만 계속 엉거주춤 의자에 허리를 걸치고 있는 동의 자세가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똑바로 앉아라.”

“저 죽는 꼴 보려는 겁니까. 아니면 둘이 나란히 한강에 다이빙 하고 싶은 겁니까?”

“흐응?”

“제대로 앉았다가는 이게 쿡쿡 찌르면서 제가 눈을 뒤집고 당신을 덮칠 겁니다. 그렇게까지 이성을 잃어버리는 일은 둘만 있을 때 

하고 싶군요.”

“그게 그렇게도 좋으냐?”

동은 창백하게 웃으며 입술을 핥았다. 그 모습이 참 교태스럽게 비춰져 광해는 살짝 미간을 찡그리고는 장난감 가게 점원의 말이

크게 과장된 것은 아니구나 흐뭇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대체 이게 뭡니까. 사람 잡겠습니다.”

“애네 뭐시기라던데 한 번 써 보라고 주더군. 마개를 사러 갔더니 칙사 대접을 하며 판촉이라길래 들고 왔다.”

“딕 앤 딕에 갔었습니까?”

“응. 왜. 몇 개 더 사랴?”

“여러 종류가 있습니까?”

“그런가 보더구나. 그게 그래 봬도 미제란다. 일제도 있다던데?”

“…….”

광해는 지그시 입술을 깨무는 동에게 혀를 찼다. 몸이 열려 있을 때는 그러지 말라고 몇 번 주의를 주었는데 습관인지 도통 

고치지를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곧장 튀어나온 앙큼한 목소리가 그를 다시 한 번 웃게 만들었다.

“딕 앤 딕에 들렀다 가면 안 될까요?”

“으하하하하하. 욕심이 나는 게로구나. 요런 앙큼한 놈 같으니…….”

겸연쩍은 듯 웃고 있지만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는 동의 눈빛은 장난감 욕심에 다른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임이 분명했다.

“그러면 똑바로 앉아라. 네 구멍 깊숙이 그 놈이 쑤시고 들어가 쿡쿡 쑤셔지도록 똑바로 앉아.”

“하아…….”

“아까 들었는데 일제는 진동 기능도 있다더구나. 다음번에는 일제를 그 안에 넣고 가죽옷을 입혀 주마. 주말 내내 목구멍까지 

차도록 정을 쏟아 내 줄 테니까 월요일에는 그놈을 넣고 회사에 가는 거다. 응? 지금도 질질 싸면서 오금을 펴지 못하는 

네 놈이 아주 죽어나겠구나.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는 게지?”

“흐윽!”

광해는 곤란해 하는 동이 거역하지 못하도록 단호하게 선언하였다.

“어서 똑바로 앉아.”

“읏…….”

그리고 동해 용왕의 말을 거역하지 못하는 인간은 두려워하듯 기대에 떨듯 몸을 움직여 폭신한 조수석의 의자 위로 몸을 기대앉았다.

“아악! 흑……. 흐으으윽!”

“좋으냐?”

“하읏…….”

“제대로 후련하게 싸지도 못하고 죽을 맛이겠지? 응? 어떠냐.”

뭐가 되든 상관없었다. 광해는 그의 안쪽으로 자신의 정을 쏟아 놓고서 그 입구를 막아 버리기만 하면 되었다. 다행히 이 

사랑스러운 것은 몸이 열린 채 정염이 극에 달하는 것을 꺼리지 않으니 비어 있는 단전으로 용의 정이 스며들도록 기다리며 말로 

그를 희롱해 주는 것도 광해에게는 기꺼운 일이었던 것이다.

주말 내내 광해는 동에게 말한 그대로 그의 공허한 단전이 용의 정으로 꽉 차게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없더라도 

그의 삶이 이어질 수 있게, 그가 사특한 것들의 놀이 감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는 지켜 줄 수 없더라도 다른 방도가 

생각날 때까지는 아무런 일이 없게 해줄 생각이었다.

웃고 있는 광해의 마음속까지 그렇게 속편하게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

앙드레 장은 다시 가게로 들어오는 남자를 탐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남자도 멋지고, 남자의 재력도 탐이 났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자의 저 거침없는 호기심과 탐구 정신. 이 얼마나 높이 살만한 

성인 용품 샵 우수 고객의 자질이란 말인가.

처음 남자를 보았을 때 남자 자체를 탐내던 욕심은 버린 지 오래. 이제 그에게 있어 광해는 두둑한 돈주머니와 다르지 않았다.

“아침에 준 것의 다른 유형을 사러 왔는데?”

“아니 벌써 그것을 사용해 보셨습니까?”

“지금 꽂아 놓고 올라온 거지. 밝히는 놈이 여간 좋아하는 게 아니라서 말이야. 그렇지 재롱동아?”

점잖은 사람이 본다면 악취미라고 밖에 말하지 못할 것이다. 남자는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와 같이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

“아……. 그, 그러시군요. 이쪽으로 오십시오. 애네로스와 에네마그라 라인은 모두 고가품이라 안쪽 진열대에 있습니다.”

등줄기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앙드레 장은 저 대단한 남자와 그의 대단히 밝히는 파트너의 음성을 안쪽 진열대로 안내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사내 하나뿐이되 첨단 기술로 연결되어 있는 사내의 파트너는 구매 의사를 결정하는데 있어 결정적인 몫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화상으로 연결해 두셨습니까?”

“음.”

“상품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쪽은 오늘 가져가신 애네로스 라인의 상품입니다. 모두 무전동 제품이지만 성능은……. 

보장할 수 있습니다.”

성능은 판매원의 보장이 아니더라도 광해 스스로가 알 수 있었다. 구청 위생과 사무실에서 만난 동의 몸에 쌓인 탁기가 

굉장히 빠르게 희석되어 가는 것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동의 비어 있는 단전으로 용의 정을 채워 넣는 일은 

그가 혼란스러운 생각을 조금도 할 수 없게 몰아붙이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이다. 그가 동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애네로스 라인에서 특별한 취향의 고객 분들을 위해 새롭게 개발된 신상품이 바로 이것입니다. 완전 삽입형으로 이 제품의 

경우 지난번에 구매해 가신 확장 기구와 고리형 겸자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플레이를 즐기시는 분들에게는 매우 반응이 

좋습니다.”

“흠…….”

광해는 할딱이는 귓전의 숨소리에 흥겨운 마음으로 집중하고 있었다.

[전에……. 산 물건들은 다 어디 있습니까?]

“그거? 집에 뒀지?”

집이라기보다는 궁이지만 굳이 그 차이를 동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그럼 오늘은 곤란하겠군요.]

“이건 빼랴?”

[다음번에는 사용해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으하하하하하.”

갑자기 큰 소리로 웃어대는 광해 때문에 앙드레 장은 깜작 놀라 버렸지만 그가 전화기를 통해 파트너와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납득할 수 있었다.

“다른 것도 보여줘.”

“예. 이것은 일본 제품으로 진동 기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방수 방열 기능도 확실하니까 그 점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잠깐. 재롱아.”

[제갈동입니다. 제 이름. 외자로 동입니다. 동이라든지 재롱동이라든지 하는 말로는 부르지 마십시오.]

앙드레 장은 이 남자의 파트너가 이 남자의 표정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부드럽고 관능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으면서도 처음으로 자세히 바라본 남자의 얼굴은 조금의 여유도 없을 만큼 싸늘하게 굳어 있었던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난잡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성인 용품 샵에서 어른들의 장난감을 고르면서도 저런 표정을 할 수 있는 남자를 그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하루 종일 이곳에서 일하는 자신조차 완구들이 연출해 내는 에로틱한 환상들로 때로 곤란을 겪을 때가 있는데 

그런 면역이 없는 남자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담겨 있지 않았던 것이다.

“똑바로 앉아 있는 게 맞겠지?”

[아…….]

“못된 녀석이군. 제대로 앉아라. 더 고약한 벌을 받고 싶지 않으면.”

남자의 표정은 고무 가면처럼 무표정했지만 남자의 음성은 부드럽고 달콤했다. 음란한 정사의 향기를 그대로 담은 듯 느리고 

퇴폐적인 목소리는 그의 표정과 상반되어 앙드레 장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아악!…….]

남의 이목을 생각하지 않는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남자의 이어폰을 넘쳐 앙드레 장에게까지 들렸다. 벌을 받는다는 달콤한 말이 

앙드레 장의 허리를 지끈지끈 울리고 있었다. 그는 특이한 취향도 가지지 않았고, 억압적인 섹스를 즐기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지만 

남자는 그런 앙드레 장에게서조차 달콤한 관능의 육즙을 뽑아낼 만큼 치명적인 매력을 갖고 있었다.

“착하구나. 자. 다른 물건을 보여줘.”

“예. 에, 에네마그라는 여러 가지 종류로 제품이 출시되어 있는데 애네로스와는 달리 모두 진동형 모터 상품입니다. 남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접객용 상품 설명서를 그대로 읽어 내듯 읊고 있는 앙드레 장은 처음 남자가 샵을 방문했을 때처럼 탐욕스럽게 판매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수화기 저편에서 비명을 질러 댈 정도로 벌을 받고 있는 남자의 파트너에게 동화되어 도무지 신경을 집중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기묘한 남자는 앙드레 장이 내미는 상품마다 주의 깊게 파트너의 반응을 살피며 구매를 결정하고 있었다.

“아. 이거 배터리로 사용하는 것인가?”

“예. 아직 에네마그라 상품은 모두 배터리를 사용합니다. 충전식으로 나오는 것은 스웨덴 LELO사의 상품들뿐입니다. LELO의 

IRIS라인의 상품들은 애널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한 것입니다. 2시간 충전으로 7시간까지 사용이 가능하십니다. 단순한 인터페이스와 

수려한 외관이 성인 완구로 보이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작품으로…….”

“배터리 좀 주지.”

“예?”

앙드레 장의 말을 중간에 끊은 남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안하다는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

“우린 지금부터 주말 내내 그 짓을 할 생각이니까.”

“그……!”

앙드레 장은 경악했지만 멍청하게 넋을 빼고 남자의 얼굴을 보는 대신 카운터 뒤의 선반으로 걸어가 상자 채로 배터리를 꺼내 놓았다.

다른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짐승 같은 성욕에 헐떡이는 이들에게 물건만 팔면 되는 것이다.

“배터리 값은 받지 않겠습니다.”

‘부디 그놈에 하늘이 내린 똥구멍과 뼈와 살이 타는 주말을 보내십시오.’란 말이 생략된 서러움을 휘황찬란한 계산서가 위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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