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결혼 이야기가 나왔다. 처음 어머니를 통해 권유하는 듯한 말을 들었을 때는 광해와의 일이 들킨 건 아닌지 긴장했다.
하지만 그것은 아닌 듯싶었다. 만일 그가 광해와 하고 있는 짓을 어머니가 알게 되었다면 그처럼 조심스럽게 혼사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성품이시니까 말이다.
그렇다 해도 이제 겨우 스물다섯이 된 외동아들을 장가보내겠다는 발상은 어딘지 모르게 껄끄러운 면이 있었다. 물론, 아버지를
위해서나 어머니를 위해서나 그 분들이 권해 주는 양가집 처자와 혼인을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딱히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되겠다 싶은 사람도 없었고, 자신의 성격으로 보아 그런 사람이 생길 확률도 희박했다.
그러나 시기가 참으로 미묘했다. 광해는 벌써 열흘 가까이 소식이 없고, 어머니는 광해와의 연락이 두절 된지 사흘 만에 그
이야기를 꺼내고는 맹렬하게 사안을 추진하고 있었으니 사라진 광해에 대한 염려가 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동에게 잔소리가 좀 많기는 해도 좋은 모친이었다. 아버지 역시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의 성격을 갖고 있어도 하나 밖에
없는 외동아들에 대한 애정이 남 달랐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에 한해서 그렇다는 것이지 그 분들의 사회생활이 그러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어머니는 기업을 이끌어 가는 다른 남성 CEO못지않은 배포를 갖고 있었다. 아버지 역시 아직
젊은 나이에 외교부 장관이라는 요직을 차지하는데 있어 언제나 청렴결백하고 정당한 일만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에 반해 광해는 그저 영업이 잘되는 음식점의 사장일 뿐이었다. 평범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비범하여 함부로 손 쓸 수 없는
상대는 아니라는 말이었다. 자신과 놀아난 것을 알게 된다면 어머니나 아버지 그 어느 쪽도 광해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더군다나 그런 의심은 광해의 연락이 두절되고 광동수산에서도 그를 볼 수 없는 나날이 길어질수록 거의 확신에 가깝게 동을
사로잡았다. 경쟁상대로 알려져 있는 국내 대 기업의 장손녀 되는 이와의 혼인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는 것에 동은 그저
광해의 신변을 걱정하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스스로를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의 신경줄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와중에 광해가 나타났다. 푸른 비단 저고리에 비단 바지를 입고서 휘적휘적 팔 다리를
저으며 하나 급할 것이 없다는 얼굴을 한 채 구청 위생과를 찾은 것이었다.
“아니, 김 사장 여긴 웬일이에요.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왜 직원 분들 모시고 회식이라도 한 번 오시라니까 어째 연락도 없으셨습니다.”
“하하하하. 아이고……. 설마 그것 때문에 바쁘신 분이 여기까지 오신 것은 아닐 테고. 무슨 일이십니까?”
“아쉬운 소리 좀 하러 왔습니다. 사정 좀 봐 주십시오.”
동은 자신 쪽으로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면식 있는 안 과장과 너스레를 떨고 있는 광해를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열흘이
되도록 전화 한 통화 하지 않은 작자가 여기까지 와서 속을 뒤집어 놓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아 우리 정신 나간 주방장이 지난번 위생 검열 받은 서류를 분실했다지 뭡니까. 그게 없으면 큰일 난다고 발발 떨면서 난리를
치는데 어쩌겠습니까. 이렇게 안 과장님 뵙고 청탁을 좀 드려야지요.”
“어이쿠! 무슨 소립니까. 청탁이라니요. 그런 말 하지 마십시오. 무섭습니다. 하하하하. 그날 분명 저와 제갈동 씨가 위생 검열을
했고, 또 그 때 그냥 육안 검사만 한 게 아니라서 검사 결과까지 서류로 남아 있으니 분실했다고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여기까지 오셨으니 차나 한 잔 하고 가십시오. 앉으세요. 서류는 새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안 과장님. 하하하하. 그런데 저…….”
동은 안 과장 쪽으로 몸을 기울여 뭔가 작은 소리로 말하는 광해를 다시 한 번 노려봐 주고는 신경질적으로 서류를 뒤적이며
열불 난 속을 가라앉히려 했지만 그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안 과장의 커다란 너털웃음과 그에 따르는 광해의 웃음소리는 결국 동의 부아장을 완전히 뒤집어 버리는데 성공했고, 그래서
그는 더 이상 그 꼴을 보고 싶지 않아 사무실을 나가 버린 것이었다. 마음속은 그렇다 해도 언제나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동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그가 제대로 빈정이 상해 꼬라지를 부린다는 것에 관해서는 눈치 채지 못했다.
“빌어먹을!”
거울 속에 비친 남자의 얼굴은 색정적이고 신경질적으로 보였다. 동은 그것이 자신의 것임을 알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심하게
동요하고 있는 저 얼굴을 부셔 버리고 싶었다.
어째서 이토록 흔들리고 있는 것인지. 광해가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하였으니 안심되어야 할 텐데 그는 그러지 못했다. 저렇게
태연한 모습을 바란 것이 아니라는 어두운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을 위해 속삭이는 그가 아니라면
차라리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저 남자를 망가트리고 싶었다.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 거짓말인 것처럼, 음울하게 가라앉아
온통 그의 안위에 대한 생각뿐이었던 지난 열흘이 꿈이었던 것처럼 동은 격렬하게 소용돌이치는 파괴 욕구에 눈을 감아 버렸다.
차가운 물에 얼굴을 씻고, 그리고 잊어버리자. 광해는 무사하고 자신은 기업의 인수합병과 비슷한 이 혼인을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그러면 이렇게 광해를 놓아주는 것이 서로에게 가장 상처 없는 선택일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달아오른 피부에 선뜻하게 느껴지는 차가운 물로 몇 번이고 얼굴을 씻던 동이 고개를 들었을 때 거울 속에 그 남자의 얼굴이 있었다.
동요하고 있는 얼굴이 아니라 조롱하고 있는 얼굴. 초조하게 보이지만 또 태연하게도 보이는 얼굴.
“다……. 읍!”
커다란 손이 동의 입을 막았다. 쏘아 붙이고 닦달하면서 묻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이야기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듯 남자는
유연하게 손을 뻗어 수도꼭지를 잠그고는 거울 속의 동과 눈을 마주쳤다.
그는 모양이 좋은 입술을 가로질러 손가락을 갖다 대었고, 직장의 화장실에서 소란을 떨고 싶지 않았던 동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반항을 하려거나 하는 시도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등으로 느껴지는 광해의 가슴 근육 만으로도 그와 자신 사이에 얼마나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있는지 확연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광해는 마치 일신의 힘을 잘 갈무리하고 있어 게으르게 보이는
맹수와 같았다.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음에도 불구하고 광해는 동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 손에서 힘을 빼지 않았다.
어째서 그 눈이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것일까.
나른하고 부드러운 시선이지만 거부할 수 없는 단호함은 최면이라도 걸고 있는 듯 동을 사로잡았다. 벌벌 떨리는 손으로 그는
부드러운 비단의 허리끈을 잡았고, 아무리해도 잘 풀어지지 않았던 그것은 터무니없을 만큼 쉽게 몸을 열어 주었다.
‘벗어.’
광해는 여전히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대신 웃고 있는 얼굴인 채 입술로만 명령했다.
이곳은 동의 직장이고, 그리고 민원인의 방문이 많은 공공 기관이었다. 미약한 동의 부정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실없이 웃고
있지만 광해의 시선은 거부할 수 없을 만큼 강렬했고, 귓속을 울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만큼 그의 목소리는 동에게 익숙했다.
시선이 동의 온 몸을 발칙하게 더듬었다.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벨트를 풀고 바지를 내리는 동의 손가락과 그의 팔과 드러난
하복부를 애무하듯 응시하는 것이었다.
‘완전히.’
엉거주춤 바지를 붙잡고 있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무기력한 거부는 산산이 흩어져 버렸고, 잔인한 명령은 그 뒤를 따랐다.
‘그것도 벗어. 내게 너를 완전히 열어 보여 봐.’
“흐윽!”
‘쉿!’
입을 틀어막고 있는 손에도 불구하고 희롱 당하는 몸은 의지와 상관없이 헐떡거렸다. 파렴치한 성욕을 꾸짖듯 미간을 찡그리는
광해의 책망을 두려워한 동은 미련 없이 브리프마저도 벗고는 뚜껑을 내린 변기 위에 올라가 제 스스로 다리를 벌렸다.
이명이 들리는 듯 멍한 머릿속으로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음란한 시선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광해의 눈과 소리 없이
명령하는 광해의 음성뿐이었다.
‘아- 아.’
속옷을 입지 않는 광해의 바지 속에는 우람하게 융기한 성기가 있었다. 동이 가장 좋아하고, 그를 참을 수 없을 만큼 달아오르게
하는 것을 쓰다듬으려는 시도는 짧은 경고를 받았다.
‘손 치워. 그리고 빨아.’
‘……?’
‘입술과 혀만 사용해서 적셔. 잘한다면 상을 주지.’
세상의 어떤 것이 저처럼 선명한 푸른색으로 빛날 수 있는 것일까. 눈이 부실 것 같은 광해의 미소를 보며 동은 넋이 나간 것처럼
멍해진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거대한 성기를 핥기 시작했다. 그것은 매우 크기 때문에 쉽게 입안에 들어오지도 않았지만
학습된 기억은 필사적으로 그것을 적시라고 말하고 있었다.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동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남자의 살몽둥이가
줄 상이 무엇인지 동은 알고 있었다. 자존심 없는 강아지처럼 정신없이 엉덩이를 뒤채면서 지금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었다.
발씬거리는 뒤를 위로하고픈 손이 저절로 다리 사이를 움켜쥐었다. 그러자 못마땅한 시선이 동의 전신을 후려갈겼다.
‘넌 상이 아니라 벌을 받아야겠구나.’
광해는 소리 내고 있지 않지만 그의 목소리는 동의 귓전을 울렸다. 무슨 조화 속인지 알 수 없지만 작게 입술만 움직이는
그 언어들이 귓속으로 머릿속으로 그리고 털구멍 하나하나에까지 속속들이 파고들면서 싸늘한 두려움을 불러 일으켰다.
‘참을성 없는 놈.’
명백한 비난이었다. 광해는 살짝 미간을 찡그린 채 동이 벗어 놓은 그의 브리프를 구겨 동의 입에 쑤셔 넣었다. 동그랗게 커진
동의 눈이 영문 모를 상황을 이해하기도 전에 그는 동을 돌아서게 하여 그의 두 다리를 넓게 벌렸다.
아무런 보살핌을 받지 못한 성마른 구멍으로 꾸역꾸역 밀고 들어오는 것에 꽤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를 낼 법도 하지만 실제로
동은 무릎이 꺾일 듯 동요하고 있었다. 몸이 열리며 끊어질 것 같은 숨이 눅눅한 섬유에 가린 채 호흡을 방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거역할 수 없는 것은 광해의 박력도 아니고 불안한 상황에서 벌이는 정사의 짜릿함도 아니었다.
익숙한 것. 능히 알고 있는 것. 그래서 결코 달아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이 남자의 몸이 주는 느낌말이다.
다소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지만 몸이 섞이는 순간 지난 열흘간의 공백은 아무 것도 아닌 게 되어 버렸다. 자신의 브리프로 재갈을
물린 치욕이나 직장의 화장실에서 뒤를 열어 사내를 받아들이는 수치는 거칠게 마찰하는 두 사람의 피부가 문질러질 때마다
휘발되어 날아가 버렸다.
울컥! 하면서 뜨거운 정액이 사출되어 나오고 난 직후 몸 안쪽에서도 또 다른 성기의 사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자신의 성기를
통해 분출되는 정액의 느낌보다 더 짜릿하고 강렬해 동은 경련하듯 몸을 조이며 뱃속에서 퍼지는 남자의 것을 꽉꽉 조여 물어야 했다.
짧지만 정신이 나가 버릴 만큼 강한 정사의 후유증은 결국 그를 화장실 바닥에 무릎 꿇리고 말았다.
입에서 브리프를 빼낸 동은 비릿한 신음 소리를 참기 위해 어금니를 꽉 깨물어야 했다. 하지만 후련하게 한방 쏘아 내고 난 광해는
개운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고 있었다.
‘곤란합니다. 여긴 직장이에요.’
동이 광해의 방식을 따라 하듯 입모양만으로 이야기하자 광해는 살짝 고개를 내저었다.
‘변기 위에 올라가.’
‘……?’
그는 웃고 있지만 그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이제 벌을 받아야지.’
‘무슨…….’
동은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는지 종이 쇼핑백 안에서 뭔가를 꺼내는 광해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기만 하였다.
‘머뭇거리면 벌 받는 시간만 더 길어질 텐데?’
그것은 기묘하게 생긴 물건이었다. 딜도나 바이브 같기도 했지만 확실한 것은 여느 때의 플러그와는 다르다는 사실이었다.
플러그는 뒤를 넓히거나 막아 두는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짧고 단조로운 모양 대신 납작하게 끝마무리가 되어 있지만 그것은
부드럽게 휘어진 삽입부와 체형에 맞춘 듯 둥근 곡선을 그리는 C자형 돌출부가 있었던 것이다. 정확하게는 뭔가를 누르는 듯한
모습이지만 동은 그것을 자세히 관찰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다리를 벌려. 이걸 넣어 줄 테니까.’
‘……?’
동은 묻는 대신 광해의 명령을 따랐다. 어째서 그렇게 되는지는 그도 알 수 없었다. 대부분의 경우 몸을 섞는 와중에 광해가
하는 말을 동으로서는 도저히 거역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조금씩 흘러내리기 시작하는 애액이 빠져 나오지 못하게 하려는 것처럼 별 거부감이 없을 만큼의 부피가 구멍 안으로 삽입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방금 전에 그보다 훨씬 크고 우람한 것이 들락거리며 넓혀 놓은 곳이 아니던가.
하지만 동은 광해가 빙글빙글 웃으며 이것을 벌이라 말한 이유를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앗……!”
‘쉿!’
광해가 경고하지 않아도 동 스스로가 제 입을 틀어막으며 경악에 찬 눈을 크게 뜬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히 아직 화장실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는 장담은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기묘한 물건은 빨려 들어오듯 동의 내부로 들어와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안쪽을 찌르고 문질러 대고 있었다. 그 때마다 방금 전에
정액을 방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벌떡 일어선 음경에서 울컥울컥 애액이 흘러 나왔다. 더군다나 용도를 의심케 했던 돌출부의
유연한 곡선은 동의 움직임이 격해 질 때마다 그의 회음부를 꾹꾹 누르며 더 높은 성감을 유도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벌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쇼핑백 안에서는 동이 익히 알고 있는, 그것을 구입할 때 했던 난잡하고 음란한 상상을
차마 입으로 말할 수도 없는 물건이 튀어나온 것이었다.
광해는 아랫도리를 완전히 벗은 채 변기 위에서 다리를 넓게 벌리고 있는 동에게 손쉽게 정조대를 착용시켰다. 동이 그것을
구입하며 했던 말할 수 없이 야한 상상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었다. 발기한 성기를 조이며 링이 장착되고 커다란 남자의 손에 의해
동은 단단한 가죽 속옷을 입게 된 것이었다.
차가운 섬유의 느낌과 허벅지 안쪽으로 쓸리는 가죽의 감각은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를 곤란하게 한 것은 그저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눈앞이 아찔해지는 이것을 몸 안에 담은 채 자신이 이 화장실 밖으로 나갈 수나 있나 하는 것이었다.
정조대의 잠금장치까지 순식간에 마무리한 광해는 흘러내린 바지를 추켜올려 옷매무새를 바로하며 정말로 기분 좋은 웃음을 웃었다.
핀에 꽂힌 나비처럼 바르작거리기만 할뿐 넓게 벌어진 다리를 오므릴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동의 창백한 얼굴을 보면서 그는
부드러운 햇살처럼 웃었다.
‘일어나. 그리고 바지를 입어야지. 그러고 사무실로 돌아갈 건가?’
그건 절대로 불가능.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면 안쪽의 것이 방전이라도 하듯 오금이 저려 왔다. 하지만 빠져나가야 하는 애액이 제대로 방출되지
못한 채 몸 안으로 맴도는 것은 더 고통스러웠다. 음경의 선단 부분이 눅눅하게 젖어 드는 것은 느낄 수 있었지만 지금으로서
동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광해가 그를 일으켜 세우고 바지를 입게 하는 동안에도 그저 하악하악 거친 숨으로 비명을 억눌러 참는 것 밖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럼 여기 밤새도록 있을 테냐? 조퇴를 하려고 해도 일단은 사무실로 돌아가야 할 텐데?”
“미쳤……. 흐윽!”
“같이 돌아가도록 하지. 서류를 받고 갈 테니까 적당히 둘러대라고.”
라고 말하면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동을 화장실에 버려둔 채 광해는 미련 없이 후끈한 열기로 가득 차 있는 그곳을 나가 버렸다.
그가 그토록 기분 좋아 보였던 이유를 이해하면서 동은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곤란하지만 또 그 당혹스러움의 내밀한
쾌락에 치를 떨었다. 이대로는 온몸이 망가져 버릴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