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화 (20/35)

“동해 용왕 광해 제석천님을 뵙습니다.”

“앉아라.”

방안에서는 복숭아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광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지만 쉬이 먹을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사실 도리천에서는 큰 어려움 없이 구할 수 있는 복숭아라고 해도 줄과 뒷배 없이는 여느 과일을 구하듯 구할 수 없는 것도 저 

복숭아였다. 인간들에게는 불노불사의 영약으로 치부되고, 신장 신수들도 기꺼히 그 약효와 맛을 탐닉하는 하늘의 복숭아.

탁자위에 껍질이 깎여나간 복숭아의 잔해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 복숭아를 깎고 있던 자는 광해가 제석천에게 올리는 인사가 

끝나자 발딱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동해 용궁가의 미천한 우렁쉥이 백사 용왕님을 뵙습니다.”

“…….”

어째 이이는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일까.

광해가 처음 이 수라사 궁에 끌려왔을 때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 마치 저 이에게만은 시간이 멈춘 듯 보이는 한결같은 모습에 

광해는 잠시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감히 제석천의 정인 되시는 분의 허리를 숙이게 한 채로 한참동안 그대로 있는 다는 것이 엄청난 무례임을 알지만 동그란 어깨와 

통통한 목선을 보며 과거의 어느 시절에서 튀어나와 여기 서 있는 듯한 그의 모습은 광해에게 몹시 감격스러운 것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변했지만 저 백사만은 조금도 변하지 않아서 광해 자신이 과거로 되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아! 앉으세요. 백사. 그대가 진정 내 기억 속에 그이가 맞다면 세월조차 그대위에 머무르는 것을 제석천님이 투기하셨나 봅니다. 

내가 아주 어릴 때 보았던 그 모습에서 하나도 변한 것이 없어 잠시 넋을 놓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백사는 허리를 펴지 않았고, 광해가 먼저 자리에 앉고서야 조심스러운 태도로 자리에 앉았다. 그의 모습이 바뀌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의 성품 또한 한 치도 변질되지 않았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분의 총애를 담뿍 받으면서도 낮은 곳에 있는 자신의 신분을 

결코 잊지 않는 백사야 말로 어쩌면 정말 무서운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아주 잠깐이지만 광해를 섬뜩하게 만들었다. 세상에 

그럴 수 있는 자는 없다. 모두가 변화하고 모든 것이 바뀐다. 시간은 그렇게 천천히 공을 들여 세상을 변질시키는 것이었다. 

그 세월 앞에서 저토록 한 치도 변하지 않는 모습을 가질 수 있는 자라면 그야말로 제석천보다 더 무서운 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언제까지 반병신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을 게냐.”

“예?”

“그리고 언제까지 그 장단에 맞춰 나까지 반병신 가면을 쓰고 놀아줘야 하는 거냐.”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부드러운 모래 위에 얇은 방석이 하나 있을 뿐이라 앉아있는 채로 조금만 움직여도 푹푹 꺼지는 것 같아 보통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제석천은 화가 난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재미있어 하는 것도 같았다. 사실 그분의 표정으로 그분의 심기를 짐작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지만 광해는 지금 제석천이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아니, 못 알아듣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미친 광해. 자겸이 버린 용정. 쓸모없고, 난폭하여 모두가 꺼리는 미친놈 흉내를 언제까지 하고 다닐 셈이냐 이 말이다.”

“저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게 죄를 고할 것이 없더냐?”

“그런 일 없습니다.”

“후.후.후.후. 백사야. 저 아이가 날더러 죄 지은바 없다고 말하는 구나. 어찌하랴. 머리와 팔 다리를 모두 잘라 각각 다른 옥에 

가두고 매일 같이 불에 달군 인두로 지져대랴? 아니면 명부시왕의 여의편으로 살점이 떨어져 나가도록 장을 치고 소금을 뿌리는 

벌을 주랴? 네가 말을 해 보거라. 내가 저 아이를 어쩌면 좋겠느냐.”

“제…….”

광해는 정말로 낯색이 하얗게 질려 발발 떨기만 할뿐 대답조차 하지 못하는 백사를 보고 웃었다. 그는 정말 그런 자였다. 변하지 

않고 바뀌지 않았다. 그저 백사는 전에도 지금도 백사일 뿐인 것이다.

“지금 제석천님께서는 저를 미친 광해로 보십니까. 아니면 동해 용왕으로 보십니까. 제 신분이라는 것이 아무리 제석천님이라고 

하셔도 그리 말로 희롱하실 미천한 자리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 죄를 순순히 자복하지 않는 발칙한 놈에게 내가 어찌해야 하는 것이냐.”

“제 죄가 무엇인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실토할 것이 없지요.”

“그래? 정녕 그러하더냐?”

“죄 지은바 없습니다.”

“그럼 이건 어떻게 설명할 셈이냐.”

광해는 제석천이 탁자 밑에서 꺼낸 주머니에서 기어 나오는 삼충을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흥분하지 말자. 당황하면 끝장이다. 라는 말들이 머릿속에서 단호하게 광해를 붙들고 있었다.

다행히 그는 연기에 능숙한 사람이었고, 그 연기는 비단 미친놈 흉내를 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 모양이었다. 물론, 그것이 제석천의 

눈을 속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말이다.

“아직도 모르겠어?”

“모릅니다.”

“으하하하하하하. 역시 광해로구나. 대범하기 이를 데 없는 내 광해로구나. 그렇지 않느냐 백사야? 참으로 저 아이 하는 짓이 

귀엽지 않아?”

“제석천님…….”

광해가 동을 탐하여 삼충을 빼돌렸다 보아도 아무런 하자가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의도하여 그리된 것은 아니지만 길에서 주운 

삼충의 주인을 보고도 그 삼충을 원래 있던 곳에 돌려놓지 않은 것은 명백한 광해의 잘못이었고, 더불어 그것을 제석천에게 고하지 

않은 것은 그를 기망한 것이 되니 변명도 설명도 필요 없었다. 이대로 금옥에 끌려가거나 목이 잘리는 형을 받아도 광해로서는 

아무런 불평을 할 수 없는 명백한 위기. 광해는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담담하게 제석천을 바라보았다.

“이 수라사 궁의 모래가 어떤 것인지 알고 있느냐 광해?”

“그 모래 한 알 한 알이 모두 제석천님의 눈과 귀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하면 이 삼충이 또한 어떤 것인지 알고 있느냐?”

“삼충은 인간의 단전에 살며…….”

“원칙적인 것을 말하라는 게 아니잖아!”

“…….”

마음속으로 낭패를 부르짖고 있어도 광해의 표정은 뻔뻔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수라사 궁의 모래알들과 같이 삼충 또한 내가 심어둔 간자이며 내게 그간 보고 들은 것을 말하는 내 눈이며 귀다. 그것들이 

기생하는 인간의 단전에 있든 누군가의 소맷자락 속에 있든 아무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그들이 보고 들은 것이 곧 내가 보고 

들은 것이니 이제 너는 내게 뭐라고 할 셈이냐. 아직도 나를 속이지 않았으니 죄가 없다 말하려는 것이냐?”

“…….”

벼락같은 제석천의 호통이 광해를 후려갈겼다.

“네가 정녕 인간을 갖고 논 것이더냐!”

“…….”

“내 인간을 가벼이 취하지 말라 일렀다. 법력과 도술을 부리는 모든 자들에게 일러 인간을 함부로 취하거나 하찮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비록 지난 천년 동안 너희가 인간 외에 아무것과도 통하여 즐거움을 나눌 대상이 없었다고는 하나 그 천년 

동안에도 나는 제 권세를 등에 업고 함부로 인간을 유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엄격히 금하였다. 그것은 힘과 권능을 가진 

모든 자가 가장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하는 가장 근본 되는 책임이다. 네가 그것을 잊고 내 앞에서 아직도 죄 지은바 없다며 나를 

기만할 생각이더냐!”

광해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는 가장 먼저 무엇이 제석천을 저렇게 분노하게 만들었는지 생각해 내어야 했다. 물론,

그의 사고는 제석천이라는 분의 예측할 수 없는 돌발성을 무시해서는 안 되었다. 추상같이 화를 내고 있는 듯 보여도 실제로는 

그렇지 아니할 수 있으며, 또한 재미난 일을 보는 것처럼 웃고 있어도 사실은 참을 수 없을 만큼 화를 내고 있는 것도 제석천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광해가 자신을 속인 것을 분노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을 함부로 희롱하였다 화를 내고 있는 것일까. 희롱한 것이 

잘못일까. 기망한 것이 죄일까.

창칼이 없고 피와 살점이 없는 전투가 지금 광해의 머릿속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

‘싸우지 마라.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크게 이긴 전투다. 하지만 결코 이길 수 없는 상대와 싸워야 한다면, 결코 달아날 

곳이 없다면 때로 목을 내밀고 앞으로 내달리는 것이 주효할 수도 있다.’

전쟁의 신이라 일컬어지는 친우의 목소리였다. 그것이 과연 셀 수 없이 많은 수라사궁의 모래알갱이들을 헤치고 광해에게 전해지는 

전언인지 과거의 어느 날 쌀쌀맞은 표정으로 미쳐 날뛰는 광해를 말리던 그의 음성인지는 알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명백하게 

궁지에 몰린 광해를 구원해 주는 목소리임은 분명했다.

‘때로는 진실만이 가장 강한 거야.’

담뿍 정을 담은 목소리도 들렸다.

주작의 목소리였다.

‘용기를 내. 나는 할 수 없지만 너는 할 수 있잖아. 고개를 들어. 나는 광해 네가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있는 모습이 가장 

좋아 보여.’

이건 백호의 음성.

‘참아. 참으라고! 백번 지랄 할 거 아흔 아홉 번을 참아. 우린 힘이 없고, 저들은 강해. 백번 발광할 힘을 단 한 번에 모아 

반격하는 거야. 참아야 해.’

그렇게 청룡이 외치고 있었다.

오랜 벗들의 음성이 아득한 혼란에서 광해를 끌어 올렸다.

‘누가 뭐라고 해도 넌 용이야. 백룡이야. 나와 같은 피를 갖고 있어. 그건 절대로 변하지 않아.’

미쳤거나. 병신이거나. 상종 못할 왈패 짓을 해도 거렁뱅이처럼 저자 흙구덩이를 굴러도…….

지금 광해는 용이고, 백룡이고, 동해 용왕이었다. 그건 절대로 변하지 않는 거다.

“희롱한 적 없습니다.”

“없다?”

“희롱한 적도 없고 데리고 놀지도 않았습니다.”

제석천은 으하하하 하는 웃음소리를 내었다. 그 결에 놀란 백사가 움츠리며 발발 떨기 시작했지만 광해는 똑바로 그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만에야 눈 꼬리를 닦으며 광해를 보는 제석천의 눈이 즐거움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발칙한 소리를 하는 구나. 해괴한 물건들을 사고, 때와 장소도 구분하지 못한 채 놀아난 네가 인간을 데리고 논 적이 없다? 

희롱하지 않았다? 삼충이 떠난 빈자리를 용의 정으로 흠뻑 채우다 못해 질질 흐르게 만들어 놓아서 삿된 것들은 그 흔적도 찾을 수 

없게 해놓고서 그리하지 않았다? 날 더러 지금 그 말을 믿으라는 거냐?”

“통하긴 하였으나 희롱한 것은 아닙니다. 서로 정을 통하는 것이 언제부터 희롱하는 일이 되었습니까. 그와 제가 통한 것은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허나 데리고 놀았다 하심은 부당합니다.”

“그래. 그러면 그 아이도 네가 동해 용왕이며 백룡이라는 것을 아냐? 그 아이 몸에서 쿨쩍거리며 흘러나오는 것이 용의 정임을. 

자신이 삼충을 잃은 것과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를 알아서 너와 몸을 섞은 거냐 이 말이다.”

“알 턱이 있습니까? 그걸 함부로 토설하면 그 역시도 금옥행 편도 티켓 아닙니까.”

광해는 특유의 배 째라 식 태도를 되찾으며 더욱 유연해 졌다.

뭐 어차피 이 난국에서 벗어나기는 틀렸다 싶으니 마음이 편해진 탓도 있었겠지만 자신이 어디에 있든 벗들이 자신을 잊지 않을 

것 이라는 예감이 그를 든든하게 만들었다.

광해가 편안해지자 제석천 또한 건들거리며 광해의 말을 맞받아쳤다.

“그럼 둘이 배가 맞아 정을 통하기는 했지만 뭐 상호 합의 하에 일어난 성인들의 사정이니 관여치 말라?”

“제가 부인이 있어 간음으로 처넣을 겁니까. 아니면 그 사람이 성년 되지 못한 자라 미성년 성추행으로 잡아넣을 겁니까. 

어쩌실 건데요!”

“단지 배가 맞아 정을 나눴을 뿐이라면 지금 용부인 들이는 것을 꺼릴 이유가 없겠네.”

“……!”

“안 그래? 정분이 나서 그 아이에게 집착을 하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부인을 못들이겠어. 그저 배가 맞을 뿐이라면 수백의 처첩을 

거느린다 한들 누가 용왕을 탓하겠냐 이 말이다. 더군다나 용부인 되는 자가 용왕의 행실을 탓하여 투기하는 것도 웃긴 일이니까 

그럼 오늘 모든 신장과 원로들 앞에서 용부인 간택하자.”

“…….”

정곡을 찔린 기분이었다. 삼충의 이야기로 방심하게 만들어 놓고서 원래 목적은 저것이었다.

광해는 진짜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기분에 상당히 불쾌해졌다.

원래 저런 종자라는 것을 뻔히 알고서도 당했다. 뻔뻔한 제석천의 낯짝을 확 긁어주고 싶지만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저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 눌러 참는 수밖에 없었다.

“왜. 청명의 용정이 장성하여 돌아오면 용왕 자리를 내놓고 다시 반병신 노릇을 하며 살겠다는 네놈 계획이 틀어져 심사가 꼬이냐?”

“그……!”

광해는 더 할 말이 없었다. 세상 천지에 모르는 일이 없다는 제석천을 너무 우습게보았던 모양이었다. 마음 한구석에 감춰두고 

오랜 벗인 사방신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그 일에 관해 언급한 적이 없는데도 제석천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말하고 있었다. 

광해가 지금 앉아있는 자리를 한 번도 제 것이라 생각하지 않은 그 마음까지 말이다.

“그 자리가 본디 제자리는 아니었습니다.”

“그 자리가 또한 청명의 자리도 아니었다.”

“형님의 이름을 함부로 말씀하지 마십시오. 제석천님이라 할지라도 이건 동해 용궁의 일입니다. 용궁 가족사에 관련해 제석천님에게 

훈수해 달라 부탁드린 적 없습니다.”

“광해야…….”

선대 용왕의 이름이 함부로 훼손되는 것에 자신도 모르게 흥분하고 말았던 광해는 차분한 제석천의 음성에 퍼뜩 정신이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해도 그의 속내를 알 수가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 마음 안의 계획이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금옥으로 갈테냐. 아니면 용부인을 들일테냐.”

지금까지 건들거리며 권위나 위엄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게 말하던 것과 달리 제석천의 음성은 깊고 무거웠다.

“아, 그리고 삼충을 잃은 인간의 이름은 이미 천상의 명부에서 삭제하였다.”

자신을 금옥에 가두겠다는 말보다, 조카에 대한 의지를 꺾고 용부인을 들이라는 말보다 잊은듯 덧붙인 제석천의 말이 더 격렬하게 

광해의 머리를 쳐들도록 만들었다.

천상의 명부에서 그 이름이 지워졌다는 말.

그것이 뜻하는 바를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제석천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왕 위에 왕이시며 진리 위에 진리이신 분의 눈은 놀라움도 노여움도 없이 그저 아무렇지 않게 가라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 얼굴을 확인하는 것은 거역할 수 없는 제석천의 권위를 확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천상의 명부에서 동의 이름이 지워졌다. 그리고 그것을 마음 안으로 되새긴 광해는 지금까지 미친 척 하면서 놀아날 때와는 

확연하게 다른 스스로를 느꼈다. 그것은 격정적이고 위험해서 스스로를 헤어날 수 없는 나락으로 빠트릴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제어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마치 불처럼 일어나 바람처럼 빈틈없이 그의 전신을 핥고 그리고 먼지처럼 사그라들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