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화 (18/35)

문산에 있는 별장에서 바로 출근을 하였지만 미리 갈아입을 옷을 챙겨갔기 때문에 사무실의 누구도 동의 일탈을 눈치채지 못했다. 

싸늘하고 오만한 그가 내부를 가득 채운 사내의 정을 플러그로 막아놓고 있다는 것은 더군다나 알 도리가 없는 일이었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는 무난한 플러그는 하루 종일 동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채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불편한 것 같기도 

하고 어색한 듯 느껴지기도 했지만 처음 그 플러그를 삽입하였을 때 느꼈던 짜릿하고 흥분되는 감각은 어떻게 해서도 느낄 수가 

없었다.

점심시간이 지나서는 그것의 존재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플러그는 동에게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루 종일 거기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아침과 같은 위력으로 동의 발걸음을 휘청이게 한 것은 광동수산의 주차장에서 

이제는 낯이 익은 남자에게 차 키를 맡긴 직후였다. 차를 얌전하게 모는 발렛 파킹 요원이 그의 차를 건물 뒤편에 있는 별도의 

주차장으로 몰아가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서려는 순간부터 하루종일 얌전히 광해가 기막혀 하며 좋아하는 동의 주름진 입구를 

막고 있던 플러그에서부터 욱씬거리며 향긋한 감각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척추를 짜릿하게 흔들어 놓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움찔거리며 조여든 구멍의 기묘한 감각을 일깨우기 시작했다. 절로 무릎이 

꺾일만큼 치명적인 열감이 금세 동의 창백한 얼굴을 건강한 복숭아 색으로 바꿔 놓았다.

[금일 휴업.]

“……?”

하지만 광동수산의 출입문에는 생각해 보지 못했던 문구의 종이가 한 장 붙어 있었던 것이다.

홀에는 불이 켜져 있었지만 손님은 하나도 없었다. 좀처럼 비지 않는 광동수산의 홀을 생각하면 저 문구의 위력이 얼마만한 것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겠지만 동은 난감하게 차가운 유리문에 손을 댄채 거기 한참동안 그러고 서 있어야 했다.

퇴근 후 이곳으로 오겠다 하였고 발렛 파킹을 하는 사람 또한 아무말을 하지 않았으니 그는 저 안 어딘가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건물을 돌아 주차장에서 이층 내실로 올라가는 길을 택하거나 주차관리요원에게 물어볼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중심은 

이미 아프도록 발기해 음란한 물을 질질 흘리기 시작한 단계였기 때문에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 것 말고 동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루 종일 본래 거기 있던 것처럼 존재감마저 희박하던 마개가 왜 갑자기 이다지도 자신을 곤란하게 만드는지 

이해하지 못한채 동은 한참동안 유리문에 슬쩍 몸을 기댄채 서 있어야 했다.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플러그는 움찔거리며 움직였다. 그것은 불씨처럼 발화하고 있었다. 동의 숨결에 새빨갛게 타올라 열을 내기 

시작하는 불씨처럼, 예전에는 까맣게 죽은 것처럼 위장하고 있었으나 바람이 불면 깜쪽같이 속여버린 상대를 비웃듯 활기차게 

날아오르는 불씨처럼 동을 태우기 시작하는 것이다.

정말 이대로 주저앉아 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절박한 순간 동은 동그란 얼굴에 커다란 눈을 하고 있는 소년을 발견했다.

“어디 아프세요?”

“……아니.”

“혹시 형도 여기 볼일이 있는 거에요?”

“아…….”

반짝반짝 윤이 나는 둥그런 뺨을 하고 있는 소년은 난감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훤하게 비춰 보이는 가게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이 근처에 광동수산이라고 또 다른 곳이 있는 건 아니죠? 혹시 아세요?”

“그런 건 없어.”

“이상하다. 분명히 이리로 오라 그랬는데?”

“오늘은 장사를 하지 않는 모양이니까…….”

“밥 먹으러 온 게 아니고 누굴 만나러 온 거거든요. 친구가 하는 횟집이라고 오늘 회 먹여 준다고 했는데. 씨----. 구라친 거 

아니야?”

젊은 소년에게서는 마치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부드러운 황금빛의 빛무리를 끌어안고 있는 것처럼 동의 눈에 소년은 모든 것이 

반짝이고 있었다. 기묘한 일이지만 동이 처음 본 사람에게 함부로 반말을 한 적도 없고, 낯선 사람을 향해 이처럼 편한 마음이 

든 적도 없는데 이 소년은 동의 완강한 가시와 딱딱한 껍질을 단숨에 벗겨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발갛게 달아오르며 동의 몸을 태우기 시작하던 플러그의 존재감도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아무런 의식 없이 

플러그를 몸에 담고 있는 채 일할 수 있었던 것처럼 성욕이 가라앉자 제대로 된 생각도 가능해 졌다.

그는 주머니에서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은 뒤에 전화기를 꺼내 번호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우앗! 쓰리디 폰이다. 히야…….”

“……?”

“그거 백만원도 넘게 하는 거잖아요. 우아! 우아! 구경해도 되요? 예? 내 주변에 그거 갖고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거든요. 

내 것도 절라 구려서 새로 사야 되는데……. 부럽다.”

동은 자신의 핸드폰을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바라보는 소년에게 쉽사리 그것을 건네 주었다. 이어폰을 꽂고 있으니 통화에는 

문제가 없었고 무엇보다 소년의 열망이 어린 그 얼굴이 너무도 기분좋게 느껴져 의심없이 너그러워졌기 때문이었다. 요모조모 

핸드폰을 어루만지며 구경하는 소년에게서는 여전히 부드러운 황금빛의 광채가 느껴지고 있었다.

통화 연결음 소리가 나고 한참만에야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접니다.”

“이야! 이거 화상 전화 하는거 나 처음 봐요. 우아---- 캡이다. 쨩 무찌다.”

[뭐냐.]

소년이 들고 있는 핸드폰 화면은 동에게도 보였다. 황당하다는 표정의 광해 역시 이어폰을 꽂은채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그 

이어폰은 지난번에 동이 핸드폰에 연결해준 그것이었다.

“아. 여기 누굴 만나러 왔다는 꼬마라는데요? 저희는 가게 앞에 있습니다. 어디십니까.”

[너 이름이 뭐냐.]

“이름이 뭐냐고 그러는데?”

동은 화면을 통해 보이는 광해의 눈빛이 마치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강렬하게 소년을 바라보는 것이 미약한 질투를 느꼈다. 

하지만 소년은 자신의 눈에도 황홀할 만큼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아직 여물지 않은 청춘, 시작되는 젊음의 기운이 그의 곁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확실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제갈동 자신도 한창 젊은 남자이지만 그는 이 소년만큼 빛나는 청춘을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자신은 경험한 적도 없었던 것 같았다.

“저는 지영보구요. 여기 사장님이랑 우리 태수형이 친구라고 오늘 이리로 오라 그랬는데요?”

“지영보랍니다. 태수라는 사람 아십니까?”

[흐응……. 곧 나가마 기다리고 있어라.]

전화는 금세 끊어졌다. 더 기다리고 뭐고 할 것도 없이 훤하게 불이 밝혀진 홀 저편 계단참에 광해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에 동은 

뒤늦게 전화 연결을 끊고 이어폰을 귀에서 빼냈다.

아직도 영보라는 이름의 소년은 신기한듯 핸드폰을 요리조리 뒤집어 보며 관찰하는 중이었다.

광해를 보자 플러그는 다시금 발화하기 시작했다. 욱씬거리고 저릿하게 움직이며 착실히 동의 체온을 덥히는 것이다. 그것은 지난 

이십오년 동안 한번도 인식하지 못하다 어느날 저 남자로 인해 발견한 삶의 즐거움과 같은 것이었다. 하루종일 아무런 위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계기가 마련된다면 얼마든지 잔인한 창끝처럼 몸의 균열을 비집고 들어와 무례하게 들쑤시기 시작한다.

“아…….”

작은 신음소리를 내며 동이 유리벽에 몸을 기대자 핸드폰을 살피던 소년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정말 어디 아픈거 아니에요?”

“아니.”

문이 열리자 그 문에 기대 서 있던 동의 몸이 기울었다. 광해는 가볍게 그런 그를 품에 안고는 친절한 얼굴로 손짓하며 영보를 

가게 안으로 불러들였다. 동은 그의 가슴팍에서 맡아지는 낯선 냄새에 미간을 찡그렸다.

아름다운 푸른 비단 저고리에는 제멋대로 튀어오른 불씨로 동그랗게 타버린 자국이 남아있는 것이었다. 고급 견직물이 탄 

자리에서는 희미하게 불꽃의 냄새가 나고 있었다. 광해의 품안에 안기자 플러그는 더 맹렬하게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마치 푸른 

비단 저고리를 태운 것은 이 플러그가 달아오르며 피워낸 불똥으로 인한 것 같은 미약한 죄책감이 동을 사로잡았다.

“니가 황룡이냐?”

“으액!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에요!”

“후훗…….”

동은 소년이 왜 커다랗게 팔을 휘저으며 소리치는지 알 수 없었다. 아니, 그가 외치고 있는 말을 절반도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저 부드러운 금색 빛무리처럼 보였고, 거칠게 귓전으로 불어대는 바람소리처럼 들렸다.

“미친놈들……. 저런 코딱지만한 놈과 이 광해를 비교해? 후후후……. 저 계단으로 올라가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제일 끝 방에 있다.”

“옷…….”

“흐응?”

동은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광해를 노려보던 소년이 계단으로 뛰어 가 버리자 꺼질듯한 숨소리로 말했다.

“망가져버렸네요.”

“아……. 친구놈이 불장난을 해서.”

“마음에 들었는데…….”

“넌 내가 벗고 있는걸 더 좋아하지 않았더냐?”

입구에 서서 동을 부축하고 있는채로 광해가 팔을 올려 다시 유리문을 잠그었다. 동은 금방이라도 꺾어질 듯한 다리를 추스르며 

혼자 힘으로 섰다.

“둘이 있을 때는.”

“뭐?”

“하지만 남의 눈이 있는 곳에서는 싫습니다.”

“까탈스럽기는……. 오늘 예기치 못한 손님이 와서 너랑 놀아줄 수 없을 거 같은데 어때. 합석 할테냐?”

“싫은데요?”

광해는 비틀거리면서도 부축하려는 것을 거절하는 동이 앞서 걷는 것을 뒤따랐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군. 하루종일 마개를 끼우고 있었으니 애가 닳아 죽을 것 같았나 보지?”

“뭐…….”

“후들후들 무릎이 떨린다. 보기 좋은 광경인걸?”

“재미있습니까?”

말투는 뾰족하지만 뒤돌아보는 동의 얼굴은 웃고 있었다. 계단은 그에게 난공불락의 철옹성 같았다. 한계단으로 발을 올리는 

것 만으로 작은 신음소리를 내며 벽을 짚어야 했던 그는 치명적인 관능이 찌르고 스며드는 감각을 참아내느라 한참동안 움직이지도 

못한채 서 있어야 했다.

“오라! 움직일 때마다 안쪽에서 삐죽삐죽 들쑤셔 대는가 보구만. 어쩌냐? 층계는 아직도 많은데 그전에 싸버리는 게 아닌가 몰라?”

동은 고개를 돌려 바로 뒤에 따라붙은 광해를 바라보았다. 홀을 건너 유리벽 밖에 있는 거리는 천천히 어두어지고 있었고, 내려앉은 

어둠보다 훨씬 밝은 빛이 옹골차게 그 자리를 차지하는 중이었다.

“홀에 불을 끄십시오.”

“응?”

“어차피 오늘 장사 안한다면 훤하게 불을 켜둘 필요가 없잖습니까.”

“별하 이놈이 잊어버린 모양이로군. 전기세는 땅 파면 나오는줄 아는건지 원…….”

투덜대며 전기를 내린 광해는 다시금 그의 재롱동이를 놀리러 계단으로 갔다 이미 한번 경험해 본 바와 같이 멱살을 잡히고 말았다. 

물어뜯을듯 덤비는 입술은 서툴지만 충분히 과숙하여 농익었다는 것을 광해는 알고 있었다.

“속셈이 이거였냐?”

“당신 가게 전기세가 많이 나오건 적게 나오건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어둠속에서 동이 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층의 내실로 올라가는 계단은 훤한 불빛 아래서도 그 존재를 찾기 쉽지 않은 곳이었다. 

더군다나 밝은 거리와는 달리 새까맣게 어둠이 장악한 홀을 가운데 두고 그들은 어둠이라는 벽 속에 숨은채 탐욕스러운 욕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입술과 입술이 겹쳐진 채 서로의 혀를 희롱하고 열이 오른 동의 허리춤에서는 바지가 흘러내렸다.

“흐윽!”

“어디 보자. 내가 질러 넣은 그대로 있나…….”

팬티 위로 엉덩이를 주무르던 손이 실수인 듯 골짜기 사이에 파묻혀 있던 플러그의 끝을 눌렀다. 동은 자지러질듯 밭은 숨을 

내뱉으며 광해의 목에 매달려 울었다.

“애 태우지……. 핫!……. 마십시오.”

“허긴. 그러면 머리를 잘라 구워 먹겠다고 했었지?”

광해는 껄껄대며 동의 속옷까지 훌러덩 벗긴후 계단참에 그를 엎드리도록 하였다.

플러그는 동의 체온에 동화되어 따끈따끈하게 느껴졌고, 원래의 목적대로 동의 내부에 싸질러진 용의 정이 배출되지 못하도록 

착실한 마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광해가 그것을 사납게 건드리자 동은 앓는 소리를 내며 허리를 휘었다.

보채는 것이 분명한 음성이지만 광해는 오늘 그와 놀아줄 생각이 별로 없었다. 제갈동은 광해에게 맞춘듯 구미 당기는 만찬이었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천년만에 만난 벗과 술잔을 나누는 것이 더 중요하게 생각되었던 것이다.

플러그를 뽑아내는 동안 동의 양물에서는 질금거리며 애액이 쏟아져 나왔다. 삼충이 빠져 나간 빈자리를 채우던 탁기는 지난 

주말의 과도한 정사로 모두 빠져 나가고 그 빈자리는 용의 정을 잔뜩 넣어두었으니 당분간은 염려할 것이 없었다. 더군다나 

자연스레 흘러 빠져야 할 것을 막아놓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코르크 마개를 개봉하는 듯한 소리를 내며 동의 균열에서 뽑혀나온 

플러그는 제 소임을 다한듯 푸시시하는 소리를 내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사람이 만들어내는 보통의 물건이 용의 정을 하루 종일 

막고 있었으니 그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지만 광해는 그것을 동이 볼까 염려하는듯 슬쩍 녹아내리는 플러그를 저만치로 밀쳐 

버렸다.

“어디 보자……. 안쪽으로 잔뜩 싸놓은 것을 다 먹었나 남겨뒀나.”

손가락 두 개를 모아 아직 동그랗게 입을 벌리고 있는 곳으로 밀어 넣은 광해는 제가 한 말 그대로 요리조리 문지르고 들쑤시며 

그때마다 숨넘어가게 앓아대는 소리에 낄낄대고 웃었다.

“어이쿠. 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인지 한 방울도 안남기고 싹싹 긁어 먹어버렸구만. 요 음탕한 것……. 그게 그렇게도 좋았던 거냐?”

“흐으윽!”

“이제 내 손까지 뜯어먹겠다 달려드는군. 옴찔거리면서 부드러운 구멍 입구가 손가락을 씹고 있다. 너도 느껴지지?”

“으으으…….”

광해는 주먹을 움켜쥔 채 앓는 듯 신음하는 동의 볼기짝을 제법 큰 소리가 나도록 철썩 쳐주고는 미련 없이 손을 거두고 무릎께에 

걸린 그의 속옷을 끌어올려 입혀 주었다. 언제 사방신이나 용하가 나와 이 꼴을 볼지 모를 일이고, 방금 들어간 황룡에게 특히나 

이런 꼴을 보여서는 안될듯 했기 때문이었다.

제갈동 역시 그런 사정을 짐작이라도 하는 듯 보채거나 협박하는 일도 없이 깔끔하게 일어나 제 손으로 바지를 주워 올려 입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분이신가 봅니다.”

언제나 그렇듯 정사를 나누는 중의 동과 그렇지 않을 때의 동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깔끔하고 도도한 얼굴이 언제 그렇게 

죽게 앓아대며 몸을 뒤챘냐는가 싶게 단정한 허리를 펴고 광해를 내려보고 있었다. 그는 계단 위에 있었고, 광해는 계단 아래에 

서서 잠깐 시선을 마주하다 동은 미련없는 태도로 돌아서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응. 오랜만에 만난 벗이지. 참으로 오랜만에 만난 벗이야.”

“좋은 시간 가지십시오. 친구는……. 좋은 거죠.”

“함께 해도 좋을텐데?”

“그건 제가 싫습니다. 일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전 남의 이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후후후……. 차는 어디 둔 거냐.”

“아마 건물 뒤편 주차장에 있겠죠.”

“정말 이대로 가도 좋을거 같으냐? 너처럼 밝히는 녀석한테 불만 당겨놓고 고약한 짓이 아닌가 싶은데?”

계단위로 올라선 동은 그들이 올라온 계단과 뒷문으로 향하는 복도가 뻗어 있는 정면 그리고 양옆의 내실복도가 교차하는 곳에 서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싸늘하고 차가운 얼굴에 아주 잠깐이지만 그렇게 웃음이 어리면 광해는 매번 그를 꿀떡 삼켜버리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다.

“원래 참았다가 하면 더 재미난 게 그 짓 아닙니까? 가끔은 참을 줄도 알아야죠.”

“으하하하하하. 그래. 그래. 내가 연락 할 테니 꾹 참고 있어라. 기특하게 잘 참으면 두둑한 보상을 해주마.”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전 그럼 뒷문으로 나가죠.”

“귀여운 놈…….”

광해는 껄껄대고 웃으며 어둠 속으로 사뿐사뿐 동이 사라지는 것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