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격 성인용품 전문샵 '딕 앤 딕'의 매니저 앙드레 장은 딸랑거리는 문종 소리와 함께 들어선 특이한 복색의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보기 드문 옷차림에 보기 드문 장신과 분위기를 가진 남자였다. 저런 얼굴이면 조금 더 늦은 시간에 와글대며 이곳을 방문하는
녀석들이 환장을 하며 쫙쫙 다리를 벌리고도 남을만한 명품 중에 명품이었던 것이다. 성인용품 점이라고는 해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흔해 빠진 업소와는 달랐다. 고품격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남녀 자위 기구부터 시작해 에로틱 코스툼과
SM용품은 물론이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물건이 존재하는 곳이 이곳 '딕 앤 딕'이었으니까 말이다. 매장 안은 환하고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었고, 근무하는 종업원들도 지극히 개인적이고 은밀한 고객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엄격한 교육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손님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앙드레 장은 좀처럼 이 손님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떤 놈인지 년인지 몰라도 저런 남자 품에 안기는 것이라면 허리가 부러져도 웃으면서 죽겠다는 부러움이 그를 약 오르게 만들었다.
"어이!"
"예. 손님."
앙드레 장은 손을 들어 자신을 부르는 손님에게 날아가듯 다가서 굽신거렸다. 그러면서도 손님의 얼굴로 눈길을 보내지 않도록
주의하는 앙드레 장은 유능한 종업원이었다.
"마개 종류 어디 있나."
"예?"
"응?"
앙드레 장은 조심스레 손님을 올려다보았지만 금세 가게의 규칙을 생각하고 눈을 내리깔았다. 하지만 되묻는 남자의 음성은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광해는 귀속에서 소근대듯 말하는 동의 음성에 껄껄대고 웃어버렸다.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하면 못알아 들을 겁니다. 애널용품을 사러 왔다고 말하세요.]
"애널용품?"
"아. 애널 용품을 찾으십니까? 이쪽으로 오십시오."
앙드레 장은 그제서야 남자가 통화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남자의 귀에 걸린 이어폰은 엠피쓰리가 아니라 핸드폰에 연결되어
있었다.
광해는 남자의 안내를 받아 간 진열장을 핸드폰 카메라로 비춰보이며 실없이 웃었다.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라 봐라."
우락부락한 모양의 성기를 본뜬 딜도에서부터 바이브레이터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가운데 '마개'라고 광해가 말하고 있는
용도로 사용됨직한 것은 있는거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했다. 그중 광해의 눈길을 끈 것은 깜찍한 토끼 꼬리가 있는 작은
사이즈의 딜도였다. 그게 원래 무슨 용도인지는 상관할 바가 아니라 물어보지 않았지만 광해는 대신 핸드폰의 카메라에 그것을
맞춰 점점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동에게 보여주었다.
"이거 어떠냐. 이런 꼬리를 달고 있는 꼴도 제법 귀여울 거 같은데……."
[그건 코스튬 용인거 같은데요? 그걸 하고 출근할 수는 없잖습니까. 손잡이쪽이 더 납작하고 작은 것이 좋지 않을까요?]
"이건 그냥 나한테 보여주는 용도로 하지. 난 이게 마음에 든다."
[그럼 다른 것도 보여주십시오.]
광해는 동이 바라는 대로 착용한 채 옷을 입어도 전혀 표시 나지 않을 것 같은 끝이 납작하고 넓은 것도 하나 골랐다. 그가 상품을
지시하면 종업원은 작은 메모지에 그것의 번호를 적었다. 진열하는 상품과 판매하는 상품은 따로 관리가 되는 모양이었다.
[아! 잠깐만요. 거기 그건 뭐죠? 아니 옆에……. 그거요. 설명해 달라고 하세요.]
"이건 뭐에 쓰는 물건이지?"
"아. 그건 벌륜 제품들 중에 가장 인기가 좋은 상품입니다. 애널용으로 사용하는데도 무리가 없고 오히려 애널섹스 용으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죠."
[어떻게 쓰는 건지 보여달라고 해주세요.]
광해는 종업원이 조심스레 꺼내 든 물건을 요모조모 살펴보았다.
"어찌 쓰는 건지 보여 달라는군."
핸드폰 카메라로 그쪽을 맞추며 말하는 광해를 보며 슬쩍 핸드폰 화면을 훔쳐보았지만 그것은 까맣게 가려져 있었다. 아무래도
신분노출을 꺼리는 상대는 카메라를 가리고 있는 것 같았다.
"일단은 이렇게 작은 모양이라 젤을 사용하면 쉽게 사용이 가능합니다. 애널 섹스 시에 확장용으로 사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여기 있는 레버를 잠그시고 이 동그란 공기 흡입기를 꾹꾹 누르면 삽입된 부위가 점점 부풀어 오릅니다."
"호오……."
[흑…….]
이어폰 때문인지 짧게 숨을 들이키는 동의 음성이 바로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떠냐 이 놈도 마음에 드는 거냐?"
[…….]
"주의하실 점은 라텍스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너무 크게 부풀리면 안쪽에서 터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 점만 유의하시면
안전하고 환상적인 밤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이것도 구매하시겠습니까?"
"내 귀염둥이는 그게 상당히 마음에 드는 모양인데? 공기를 뺄 때는 어떻게 하는 거지?"
"이 레버를 풀면 바람이 빠지면서 삽입된 부위가 쪼그라듭니다."
"흠."
[사요. 구입한다고 하세요.]
광해는 동의 절박한 음성을 들으며 이대로 가다가는 차로 돌아가자마자 다리를 벌리고 졸라대는 동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싶은 기분이었다.
"그것도 하나 주지."
"예. 벌륜 확장기 K14번 구매하셨습니다. 바이브레이터나 다른 모양의 딜도는 어떻습니까?"
"내 재롱동이가 그걸 하고 회사에 가고 싶다 졸라대니까 손잡이가 튀어나오지 않은 것으로 권해봐."
"……!"
앙드레 장은 놀랐지만 그것을 내색하지는 않았다. 상대에 대해서는 조금도 알 수가 없었지만 이런 명품의 사랑을 담뿍 받고 있는
놈이 상당히 얄궂은 취미를 갖고 있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부러워서 화가 치미는 심정을 꾹 눌러 참으며 매너 좋은 서비스 맨의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최고로 인기 있는 진주 구슬을 제외하고는 권하는 족족 사겠다고 말하는 남자가 더 탐이 났다. 물론, 이어폰 속에서 뭐라고
속삭이는 것인지 이 남자를 차지하고 있는 상대가 더 좋아하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아. 혹시 무선 리모컨으로 작동시키는 바이브레이터는 없는지 물어봐 주십시오.]
"뭐? 무선 리모컨으로 작동 뭐시기?"
"아. 원격조정 바이브를 원하신다면 그것은 이쪽에 있습니다."
오늘 남자가 고른 상품만으로도 하루 종일 입이 아프도록 떠들어야 판매하는 양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앙드레 장은
탐 나는 남자를 차지한 상대에 대해 배 아파 하는 것보다는 매상 올리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더 이득이겠다 마음먹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수치 플레이를 원하시는 것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수치 뭐? 재롱동아. 수치 플레이를 원하냐고 묻는데?"
[그런 쪽으로 상품을 권해줄 수 있겠냐고 하십시오.]
당췌 뭔 말인지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할딱대는 동의 음성은 광해로 하여금 그가 시키는 일을 썩 기껍게 만들었다.
"그런 쪽으로 추천해봐."
"이 상품은 자동차 원격 시동 원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장애물이 없다면 최장 1킬로 까지 제어가 가능한 상품입니다. 층간 조정은
안되지만 주차장과 같이 벽이 없는 공간에서는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상대를 수치스럽게 만들 수 있는 제품입니다."
앙드레 장이 자랑스럽게 꺼낸 물건은 원격 시동장치 리모컨과 유사한 것이었다. 광해는 핸드폰 카메라로 그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바이브레이터들은 최신상품으로 aaa 베터리 네 개를 넣게 되어 있습니다. 작동 시간은 연속 동작으로 6시간까지
가능하지만 발열이 거의 없는 신소재로 내부마감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화상 위험이 전혀 없습니다. 단지 무선 바이브레이터들의
경우는 수치 플레이로 심하게 느끼시는 분들의 경우 안쪽 깊숙이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나중에 빼내기 위해서는 부득이 확장기를
사용하셔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흐읏…….]
아주 야단이 났다. 광해는 이어폰에 부착된 마이크로 종업원의 설명을 다 듣고 있는 것인지 끊어질듯 야한 신음소리를 내는
동의 음성에 목 안으로 웃어버렸다.
"아주 좋아 죽는구나. 그렇게도 기대가 되는 거냐?"
"……."
앙드레 장은 저토록 아무렇지 않게 상대를 희롱하고 있는 남자의 언어유희가 보통이 넘는다는 사실에 지금껏 뻘짓을 한 게
아닌가 싶었다. 남자는 심리적인 SM플레이에 능숙한 사람이고, 남자의 상대는 수치를 기꺼워하며 쾌락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노련한 녀석이 분명했다. 그는 부끄러워서 샵으로 오지 않은 게 아니라 신분 노출을 꺼리는 것이다. 그런 손님을 상대 하면서
생짜 초보를 대하듯 하였으니 얼마나 자신을 비웃었겠는가.
앙드레 장은 심기일전하여 남자에게 지지 않겠다는 듯 노골적이고 상세한 표현까지 써서 제품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나라도 더 파는 게 남는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앙드레 장의 머릿속에서 시기심을 확실하게 눌러버리고 있었다.
"확장기와 겸자 세트도 보여드릴까요?"
"꼭 필요하다면."
"질 확장기와 유사한 모양이지만 아무래도 애널 확장기는 사용하시는 분이 드물기는 해도 전문적인 제품을 원하시기 때문에
훨씬 고가에 소재도 좋습니다. 깊숙이 삽입된 바이브레이터를 꺼내는 겸자는 보시는 것처럼 끝이 고리형으로 둥글게 처리되어
직장 내부를 상처 입히지 않으며 소재는 의료용품과 동일합니다."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면 병원에 갈 형편이 안되니까 그것도 있어야 할 거 같은데요?]
"후후후……."
광해는 메모장을 든 채로 묻는 듯한 시선을 보내는 종업원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목마나 방치 플레이 용품도 보시겠습니까?"
"응?"
앙드레 장은 남자를 보다 은밀하게 감춰진 샵은 안쪽으로 안내했다. 주렴이 드리워진 문을 지나면 본격적인 SM용품이 진열되어
있는 공간이 나오는데 사실 이쪽까지 손님을 안내하는 일은 한달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었다. 대신 쇼핑몰을 통해 판매되는
제품이니 상품 구색은 여느 성인용품점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목마나 플레이 용품들은 가격이 좀 되지만 제대로 플레이를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따로 장만해 두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 업소에서는 모두 안전성과 효과가 보장된 제품만 구비해 놓기 때문에 그 점은 안심하셔도 됩니다. 이쪽은 구속구
종류들입니다."
[아! 제가 지갑을 안드렸군요. 제가 쓸 물건이니까 제가 지불하겠습니다. 카드를 드리면 되지만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신분이
드러나는 것은 곤란해서……. 차로 돌아오시면 현금으로 드리겠습니다.]
"그러든지. 그건 뭐요."
자기 주머니에서 돈 나가는 일이 제일 싫은 광해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공 모양의 물건을 가리켰다. 공은 공인데
구멍이 뻥뻥 뚫려있는 데다 양 끝으로 끈이 달려 있었다.
"볼형 재갈입니다. 이 구멍을 통해 호흡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흥분해서 숨이 막힐 염려가 줄어듭니다. 요즘은 대부분 이런 것을
씁니다."
"재갈이라……. 그건 싫군. 우리 재롱동이는 우는 소리가 끝내 주거든?"
"예……."
너무 노골적이라 백전노장 앙드레 장까지 얼굴이 붉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재차 스스로를 다잡으며 상품 설명에 열과 성을
다했다.
"목마입니다. 최고급 마호가니를 사용해 깍은 수제품이라 가격은 상당하지만 무게감이 있고 수·족갑을 걸었을 때는 혼자 힘으로
전혀 움직일 수 없을 만큼의 중량이 되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상대를 속박할 수 있습니다. 이대로는 그냥 목마처럼 보이지만
이쪽 구멍을 통해 일반 바이브레이터도 고정시킬 수가 있습니다. 보통 플레이용 바이브레이터나 딜도는 바깥 매장에 진열된
상품들보다 고가의 안전성이 보장된 것이기 때문에 이쪽 매장에 있습니다만 가볍게 즐기실 요량이시면 일반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해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밖에 것이랑 여기 게 뭐가 다르지?"
"발열 방수 관리입니다. 아까 무선 바이브레이터를 설명하면서 말씀드린 것처럼 장시간 플레이 하실 때는 발열이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 상품은 그런 부분에서의 문제를 완전히 없앤 명품 중에 명품들이죠."
"흠……. 하긴 핸드폰도 오래 쓰면 뜨끈뜨끈 해지더군. 재롱동아. 너는 아무리 박아줘도 또 보채니까 이런 물건은 안전한 것이
좋겠지?"
[하악! …….]
광해는 도무지 이해 못할 물건들이 잔뜩 진열되어 있는 이 가게가 참으로 신기했다. 밖에 대단히 인기 있다는 진주 구슬이라는
놈도 진짜 진주는 아니고 모조라 그의 마음에는 차지 않았던 것이다. 용궁에 가면 그보다 큰 놈으로 깔리고 널린게 진주이고,
둥근 호박에 야명주도 손만 뻗으면 가질 수 있었다. 실에 꿴 놈이 필요하다면 공예방을 다그쳐서 실로 꿰게 만들면 될 것이고
그걸 넣었다 뺐다 하면 아주 요란하게 죽어난다고 설명을 하니 행여라도 동을 궁에 데려가게 된다면 진짜 보석들로 그를 할딱이게
만드리라 작정하고 있었다.
"이쪽은 체벌형 플레이 도구들입니다. 스팽킹은 즐기고 계십니까?"
[그건 싫습니다.]
"뭔지 몰라도 그건 싫다 그러는군."
"아. 죄송합니다. 그럼 방치나 수치 쪽으로 권해드릴까요?"
[…….]
앙드레 장은 눈치 빠르게 상대의 선호를 파악하며 흉악 살벌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는 곳에서 발을 돌렸다.
"이 상품은 정조대입니다. 안쪽에 사정 방지 링이 있고 뒤쪽으로 바이브를 장착할 수 있는 스타일입니다. 사정 방지 링은 개인의
체형에 따라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는데 발기 상태에서 딱 맞다 싶은 정도로 맞춰 한칸만 줄여주시면 됩니다."
"사정 방지 링?"
"완전히 사정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 하겠지만 조여든 요도를 통해 정액이 나오는 길이 좁아지기 때문에 시원하게
방출할 수가 없게 되는 기능을 갖고 있지요."
"흠……. 한마디로 질질 새기만 할 뿐 후련하게 싸지는 못한다?"
[흑! …….]
이제 광해는 동의 숨소리만 듣고도 그가 이 물건을 사라고 할지 싫다고 할지 구분할 수가 있었다.
"남성용 정조대의 경우는 안쪽이 부드러운 융으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앞쪽에 있는 사정 방지 링에 음경을 끼우고 뒤쪽은
바이브레이터가 삽입되게 한 뒤 평상복을 입어도 겉으로는 전혀 표시가 나지 않습니다. 아까 구매하신 무선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하시면 원거리에서도 상대분을 꼼짝 못하게 하실 수 있는 제품이지요."
"그 링인가 하는게 따로 떼지기도 하나?"
"따로 사정 방지 링만 구매하시는 것도 가능합니다."
"정조대하고 별개로 링도 한 개 줘."
"알겠습니다. 아……."
광해는 귓전에서 이제 겨우 할딱할딱 가쁜 숨만 몰아쉬는 동의 반응에 흥겨운 마음이 절로 일었다. 아무튼 어지간히도 밝히는
인간이었다. 거리낌도 없고 부끄러워 할 줄도 모르고 체력도 남다르기 짝이 없었다. 물론, 용의 정을 그만큼 먹여놨으니 기운 없이
비실거리면 그게 더 이상할 노릇이겠지만 말이다.
[저기……. 목마.]
"응? 목마?"
[다시 설명해 달라고 해주십시오.]
"난 그건 마음에 들지 않는데? 괜히 무겁기만 하고 말이다. 자고로 방사는 안아야 제맛인데 거기 묶어 놓고 뭘 하는게 영……."
"체벌은 가능하죠."
"흐응?"
앙드레 장은 눈치 빠르게 남자와 그의 상대 사이의 대화로 끼어들었다.
"예를 들어 상대분께서 벌을 받아야 하는 일을 하셨을 때 수·족갑을 사용하여 목마에 태우신 후에 방치하시는 겁니다. 물론,
이런 일은 상호간의 합의가 있으셔야 합니다만 대부분의 경우 그런 방치 플레이는 상상하지 못하는 즐거움을 선사하게 마련입니다.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말이죠. 제 판단으로는 두 분이 수치나 방치 플레이를 상당히 즐기시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더더욱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평상시에 세시간 정도 플레이를 즐기시는 분이라고 해도 혼자 그렇게 방치되어 있는 채 남겨지시면 삼십분도 버티지
못하실 겁니다. 나중에는 뭐든지 하겠다고 절대적인 사랑을 맹세하게 되지요."
[…….]
동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어쩐지 광해의 귀에는 마른침을 삼키며 고양이같은 눈을 반짝이고 있을 그가 훤하게 그려지는듯 했다.
"지금까지 제가 이 목마를 딱 세분께 판매했습니다. 만만찮은 가격이지만 목마를 사가신 분들은 모두 대단히 만족스러워 하셨습니다."
"흐음……."
광해는 곰곰이 어제 아침의 일을 생각해 보았다. 자신은 벌을 준다고 한 것인데 동은 기절까지 하고도 방긋방긋 웃지 않았는가.
사람이란 것이 저마다 특성이 있게 마련이니 동이 벌주는 듯한 과격한 행위를 좋아하는 것은 분명했다. 딱히 광해가 그것을 싫어할
이유도 없었다.
더군다나 젖은 숨결이 느껴지는 듯 이어폰을 통해 할딱이는 동의 소리만 들어도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대신 미끈미끈한 것이 오징어마냥 생긴 종업원이 극구 칭찬하는 그런 효과는 없겠지만 말이다.
"좋아. 그것도 사지."
"그럼 목마에 장착하실 바이브레이터를 보시겠습니까? 물론 정조대에도 장착하시는 것이 가능합니다. 크기는 일곱단계로 세분화 되어
있지만 보통 4번 사이즈가 가장 많이 나갑니다."
"푸훗! 모양이 웃기군."
앙드레 장은 흉측한 돌기들이 솟아 있는 남근 모양의 바이브레이터를 보고 낄낄대는 남자가 정말로 신기했다. 초짜인지 선수급인지
도무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이 돌기들이 진동하며서 바이브레이터 전체가 회전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소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발열 방수 처리는 확실합니다. 4번 사이즈로 하시겠습니까?"
광해는 아무리 봐도 우스운 모양의 남근들을 하나하나 비춰 보여주었다.
[4번은 당신 물건보다 작은데 그걸 어디다 씁니까.]
"4번은 내 물건보다 작다고 싫다는데?"
앙드레 장은 그러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절로 그의 시선은 남자의 비단 바지 고간으로 향했다. 한국 남자의 정상 사이즈가
2번이나 3번이고 4번은 상당히 무리한 사이즈였던 것이다. 무한한 자신감의 근원인 앙드레 장의 것도 3번 사이즈가 아니던가!
[하앗!]
광해가 들고 있는 핸드폰 카메라가 우람한 7번 사이즈의 바이브레이터를 비추자 광해는 크게 웃기 시작했다. 밝혀도 이렇게
밝히는 놈은 그가 처음으로 만나본 것이었다. 7번 사이즈의 양물은 확실히 동이 알고 있는 광해의 것보다 컸고 광해를 낄낄대게
만들었던 그 돌기들도 더 흉측하게 돌출되어 있었다.
이런 물건에 이리도 대놓고 욕심을 부리는 녀석이라면 용정을 배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었다. 지금까지 인간의
몸으로 용정을 밴 자는 아무도 없지만 광해는 동이라면 그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7번으로 달라는군."
"……."
앙드레 장은 자신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급하게 고개를 숙여 주문표에 번호를 적는 척 했다. 이 남자의
상대는 하늘이 내리신 똥구멍이라도 갖고 있는 것일까? 차라리 피스트 퍽을 하지 저건 쳐다도 보기 싫다는 게이들 원성이 자자한데
자청해서 저 물건을 사겠다고 말하는 녀석은 대체 뭐란 말인가.
"이 정도로 하지. 더 있다가는 이 녀석이 가게 전부를 통째로 사겠다 덤빌지도 모를 일이니까."
"예. 상품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차는 갖고 오셨습니까? 목마는 저희가 차까지 운반해 드리겠습니다."
"됐어. 그 정도도 못 들면 밥숟가락 놔야지."
주문표를 샵 마스터에게 넘겼을 때 마스터의 표정은 앙드레 장을 흥분 시켰다. 인센티브가 한달 월급 두배는 되는 양을 팔아치웠으니
이 손님이 아까워서 배가 아픈 것도 까맣게 잊어버릴 수 있었다.
계산을 치른 남자는 단단히 포장된 물건과 거대한 박스를 가볍게 들고 샵을 나섰다. 마스터와 나란히 서서 허리가 반으로 굽어질듯
인사를 한 앙드레 장은 할부 수수료가 아깝다며 결재를 일시불로 해버린 남자가 새삼 아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