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2부)-86화 (505/520)

제3장. 아군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1)

강찬의 무전은 적들에게 둘러싸인 강철규와 대한민국 특수팀 대위 차동균, 그리고 트럭의 뒤에서 미친 듯이 방아쇠를 당기는 허은실의 귀에도 고스란히 들렸다.

서글프게도 그 독기 가득한 강찬의 음성이 적들을 막아주지는 못했다.

“와아-아!”

무전이 들린 직후에도 아군의 가녀린 희망을 잘라버리겠다는 것처럼 적들은 악착같이 달려들었다.

터억!

제라르가 손으로 기다란 칼을 든 적의 손목을 때려내고,

휘익! 짜가각!

적의 미간을 들이받고는,

핏! 피윳! 피잇!

그 옆에 있던 적의 목을 갈라도, 회색의 물결은 끝이 없이 범람하는 강물처럼 밀려들고 또 밀려들었다.

“헉헉! 헉헉!”

가쁜 숨을 내쉬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체력이 떨어졌고, 이어서 집중력 또한 떨어졌다는 증명과 같았다.

쉐에엑! 피이윳!

결국, 제라르의 등이 또다시 크게 벌어졌다.

투두둑! 퍼버벅!

문바키의 결정적인 사격이 없었다면 휘청이던 제라르는 그대로 수도 없이 떨어지는 칼날의 밥이 되고 말았을 거다.

“대자-앙!”

문바키가 고함을 버럭 질렀다.

투두둑! 투두두둑!

그를 향해 적들이 방아쇠를 당겼는데도 문바키는 몸을 감추지 않고 다시 총구를 돌렸다.

투두둑! 퍼버벅!

안다. 저 마음을.

대신 죽어서라도 제라르를 지키고 싶어 하는 저 마음을 말이다.

아프리카의 절대자가 오고 있다.

그가 오고 있다고!

터억!

어깨로 옆에 있던 적의 몸뚱이를 들이받은 제라르가 또다시 대검을 휘둘렀다.

투두둑! 퍼버벅! 핏! 피윳!

문바키가 뒤쪽에서 달려들던 놈을 소총으로 잡아주었고, 그 틈에 제라르는 다시 두 놈의 목덜미를 갈랐다.

투두두둑! 퍼버버벅!

그리고 문바키가 총에 맞아 뒤로 처박히는 것을 보았다.

와락!

제라르는 문바키의 앞으로 달렸다.

이대로 두면 기다란 칼날의 밥이 돼서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게 된다.

가슴 앞에 든 제라르의 대검이 서글프게 떨렸다.

옆에서, 뒤에서, 저 건너에서 처절한 백병전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제라르를 둘러싼 적들은 칼을 좌우로 흔들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어떤 놈이든 소총 한 방 갈기면 제라르는 끝난다.

그런데도 놈들은 기다란 칼로 기회를 엿보며 주춤거렸다.

반드시 난도질해서 죽이겠다는 강렬한 의지였다.

“알라후 아크바르-!”

쉐에에엑! 콰악! 피잇! 핏!

처절한 싸움이 다시 시작되었다.

쉑! 피잇!

제라르의 팔뚝이 갈라지고,

쉐엑! 피이잇!

등이 또다시 벌어졌는데 제라르는 악착같이 버티고 있었다.

“대장…….”

문바키가 힘겹게 부르는 소리가 제라르의 마지막 힘을 쏟아내게 하고 있었다.

부아아앙! 콰당! 콰악! 철퍼덕!

트럭은 적들을 들이받으며 그대로 달려들었다.

투두둑! 타다다당! 푸슝! 푸슈슝! 투두둑! 타다당!

606은 RPG와 수류탄을 든 적을 노렸고, 남은 대원들은 주변에 있는 적들을 향해 사격을 가했다.

앞이 불쑥 튀어나온 트럭의 엔진룸에 튕긴 적 한 명이 운전석 유리에 처박혔다가 옆으로 떨어졌다.

투두둑! 투둑!

운전병은 적들이 보이는 근처에서 아예 머리를 바닥에 처박고 핸들을 똑바로 쥔 채 가속 페달을 있는 대로 밟았다.

콰자자작!

트럭은 담벼락에 부딪히며 멈췄다.

“들어가! 안으로 들어가서 지원해!”

푸슈슝! 푸슝! 타다다당! 타다당! 타다다당!

화물칸에서 운전석 지붕을 밟고 담벼락을 넘으려던 대원들이,

투두둑! 퍼버벅! 휘이익! 털썩!

적의 총에 맞아 떨어졌다.

푸슈슝! 푸슝! 푸슈슝!

“허은실! 이쪽은 내게 맡기고 들어가!”

푸슈슝! 푸슝! 푸슝! 푸슝!

허은실은 트럭의 운전석 지붕을 밟고 가장 먼저 안으로 뛰어들었다.

“와아-!”

푸슝! 푸슈슝! 푸슝! 푸슝!

달려드는 적을 소총으로 쓰러트리며 악착같이 버텼다.

와락! 와락! 와라락! 와락!

그리고 그녀가 만든 공간으로 대원들이 빠르게 넘어오고 있었다.

투두둑! 투두두둑! 푸슈슝! 푸슝! 푸슈슝!

미로 같은 담벼락에 의지해 적들을 쓰러트리는 동안, 담을 건너오는 숫자는 점점 더 많아졌다.

“들어가라고!”

임미옥의 거친 고함이 들렸고,

투두두두둑!

섬뜩한 적의 총소리가 있었다.

“가자-!”

허은실은 이를 악물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푸슝! 푸슈슝! 푸슝! 푸슈슝! 투두둑! 푸슝!

죽는 거?

지금은 안 무섭다.

지금껏 이런 지옥에서 버티는 아군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강렬한 의지만 있었다.

푸슝! 푸슈슝! 푸슝! 쩔걱!

허은실의 소총이 탄알이 다 됐다고 알렸을 때 적이 사정없이 뛰어들었다.

터억!

허은실은 칼을 휘두르는 적의 손목을 왼손으로 막아냈고,

휘익! 퍼어억!

헬멧을 쓴 머리를 날려 적의 미간을 들이받았다.

푸슝! 푸슈슝! 푸슝!

뒤따라 오던 대원들이 허은실을 둘러싸는 동안,

철컥! 철커덕!

탄창도 갈았다.

바보같이 살았었다.

그러니 이런 전투에 떨림 따위 없다.

그저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올라온 뜨거운 무언가가 허은실을 달구고 있었다.

박철수는 이미 피범벅이었다.

야전사령관이다.

한때는 날고 기었지만, 강철규와 같은 실력은 없었고, 나이가 많아져서 떨어진 체력이 지금은 모두 바닥났다.

쉐에엑! 콰악!

그래서 박철수는 적이 긴 칼을 휘두르면 무모하리만치 저돌적으로 적의 품에 뛰어들었다.

푹푹!

그리고 손아귀 쪽으로 든 대검을 이용해 적의 심장이나 목을 찔렀다.

“허억! 허억!”

대신 그의 왼쪽 어깨는 여러 번의 칼을 맞아서 움푹 파이다시피 했고, 왼팔은 아예 덜렁거리는 수준이었다.

쉐에에엑!

또다시 그를 향해 칼이 떨어졌다.

와락! 퍽! 푹푹!

왼쪽 어깨로 칼의 안쪽을 이겨낸 박철수가 대검으로 적의 심장을 찌른 직후였다.

푸욱!

뒤에서 기다란 칼이 박혔다.

“끄아-아!”

홰액! 피잇!

박철수는 칼을 허리에 꽂은 채 몸을 돌려서 적의 목을 갈랐다.

휘처-엉!

그리고는 두 걸음을 뒤로 밀려나 휘청였다.

휘어진 칼은 쑤셔 넣기가 어려운 데다, 방탄조끼를 입은 덕분에 칼이 깊게 박히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거친 호흡, 덜렁거리는 왼팔, 대검의 끝이 부들거리는 상황이었다.

그런 그의 앞에 적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중 한 놈이 처형이라도 하는 것처럼 박철수의 정면에 똑바로 섰다.

“알라후 아크바르-!”

고함을 버럭 지른 적은 기다란 칼을 머리 위로 높다랗게, 그리고 서서히 들었다.

저건 못 막는다.

막을 힘이 없었고, 달려들기엔 거리가 너무 떨어졌다.

“대한민국 만세-!”

최후를 짐작한 박철수가 높다랗게 올라간 칼을 보며 엉뚱한 말을 쏟아낼 때였다.

“이 간나 새끼들아!”

핏! 핏! 핏! 피윳!

안철호가 불쑥 튀어나와 양팔을 높게 쳐든 적의 목을 세 번이나 사정없이 갈라버렸다.

“장군 선생님! 내 뒤에 계시라요!”

피잇! 핏! 피이잇!

“장군 선생님이 쓰러지믄 우리 다 죽습네다!”

쉐엑! 콰악! 피윳! 핏! 핏!

역시나 온몸이 상처투성이여서 안철호 역시 피범벅이었다.

박철수는 물속에서 안철호를 보는 것처럼 사물이 흐릿했다.

걸음을 옮기려고 할 때 몸이 휘청였는데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쓰러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의지로 견딜 수 있는 한계는 벌써 지난 상태였다.

안철호를 도와야 했다.

죽는 그 순간까지 단 한 번이라도 더 적을 상대해야 한다.

“와아악! 오라우!”

안철호의 고함이 또다시 들렸다.

적들 사이에서 등과 팔뚝을 베였는데 그럴 때마다 안철호는 독기 어린 고함을 질러대곤 했다.

쉐엑! 피윳!

“이 간나 새끼들!”

쉑! 쉐에엑!

“오라우!”

고함을 지른 안철호가 박철수의 바로 앞까지 밀려왔다.

“허억! 허억!”

호흡만 들어도 안다. 안철호 역시 한계를 넘어섰다는 것을.

“장군 선생님! 내래 죽어서도 잊지 않갔습네다! 장군 선생님과 남조선 군관 동무들! 내래 절대 잊지 않갔습네다!”

마지막 힘을 쏟아내는 것처럼 안철호가 고함을 지른 뒤에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적을 향해 달려들 모양이었다.

적들이 여유를 보이며 조금씩 박철수와 안철호를 향해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푸슈슝! 푸슝! 푸슈슝! 푸슝! 푸슈슝!

익숙하고 반가운 소총 소리가 들리고, 헬멧과 복면을 한 606 대원들이 우르르 박철수의 앞을 막았다.

“606 특임대대 허은실입니다! 장군님! 뒤로 모시겠습니다!”

푸슝! 푸슈슝! 푸슝! 푸슈슝!

말을 전할 때도 허은실은 적을 향한 소총을 멈추지 않았다.

쩔걱!

허은실의 소총에 탄알이 떨어진 직후였다.

“와아아-!”

적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미쳤다. 미친 거다.

소총을 들어 사격해도 될 일을 이렇게 악착같이 기다란 칼을 들고 달려드는 것이 말이다.

스응!

대검을 꺼내 든 허은실은 단박에 안철호의 앞을 막아서며 적의 팔을 걷어냈다.

휘익! 피윳! 핏! 핏!

그녀가 세 명의 적을 상대할 때 박철수를 뒤로 뺀 대원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하아-!”

안철호는 허리를 굽혀 무릎에 손을 올린 자세로 거친 호흡을 이어갔다.

“남조선이래 려성 군관까지 대단하구만.”

혼잣말을 뱉어낸 그의 앞에서 허은실이 적에게 악착같이 달려들고 있었다.

휘이익!

곽철호의 몸이 뒤로 넘어갈 때,

터억.

그를 받치는 사람이 있었다.

“선배님…….”

강철규였다.

하얗게 색이 바랜 얼굴에 독이 얼마나 올랐는지 파랗게 빛나는 눈을 한 강철규가 그를 붙잡았다.

강철규가 피투성이인 곽철호를 등 뒤로 돌린 순간이었다.

와락! 와라락! 와락! 와락!

적들이 일제히 강철규와 곽철호를 향해 달려들었다.

홱! 으드득! 핏! 피윳! 홰액! 으드득!

강철규는 왼손을 뻗어 적의 머리를 돌렸고, 오른손의 대검으로 연신 또 다른 적의 목을 갈랐다.

털써-억!

결국, 곽철호가 바닥에 커다랗게 주저앉고 말았다.

터억! 으드득! 핏! 피윳! 쉐엑! 쉑!

강철규가 아니었다면 곽철호는 이미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을 상황이었다.

쉐엑! 피잇!

그대신 강철규의 늙은 몸에 상처가 늘어가고 있었다.

터억! 으드득! 피윳! 핏!

아무렇지도 않은 척 버티고 있었지만, 강철규가 돌린 적의 목이 이전에 비해 확실히 덜 돌고 있었다.

이제 정말 더 버틸 여력이 없었다.

쉐엑! 피이잇!

그 증거로 강철규의 팔뚝을 커다랗게 휜 칼이 거칠게 베고 지나가고 있었다.

저따위 칼질에 맞을 정도로 체력이 떨어졌다.

꽈악! 피윳! 핏!

“후우.”

달려들던 적의 목을 갈라버린 강철규가 좌우를 천천히 돌아보자 적들이 주춤거리며 달려들지 못했다.

그의 앞에 쓰러진 적들이 벌써 이십여 명이다.

그런데도 강철규는 독이 올라 번들거리는 눈으로 적을 노려보고 있었다.

철컥!

도저히 안 되겠다고 여겼는지 적들 사이에서 소총 소리가 들렸다.

피식.

그래도 마지막은 멋진 장소에서 맞았다.

군인 강철규에게 가장 어울리는 장소.

강철규는 적들의 머리 너머로 펼쳐진 하늘을 슬쩍 보았다.

저 서쪽 하늘 끝 어딘가에 대한민국이 있다.

‘조국이 준 임무에 감사합니다.’

강철규가 대검의 감각을 새삼스럽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쐐애애애애액! 쐐애애애애애액! 쐐애애애애액!

멀리서 반짝이는 불빛과 함께 하늘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반둔두의 기지를 덮쳤다.

치잇.

“대한민국 전투비행단 박승용 소령이다. 아군은 모두 기지 안으로 밀집해라! 반복한다! 대한민국 전투비행단 박승용 소령이다! 아군은 기지 안으로 밀집해라!”

무전은 몰라도 전투기의 날카로운 소리는 모두 듣는다.

적들이 멍한 눈으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푸시이이이! 푸시이이이! 푸시이이이이!

전투기의 아래에서 하얗게 불꽃이 피어나더니 그 불꽃이 기지 바깥을 향해 곧바로 날아왔다.

쐐애애애애액! 쐐애액! 쐐애애애액!

세 대의 전투기가 엄지와 검지, 새끼손가락을 벌린 것처럼 벌어졌고,

콰으으으응! 콰으으으응! 콰아아아아앙!

지금까지와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불꽃이 버섯처럼 솟아올랐다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쐐애액! 쐐애애액! 쐐애애액!

투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 투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

넓게 벌리며 날아간 전투기 뒤에서 또다시 세 대의 전투기가 모습을 드러냈고, 눈처럼 보이는 불꽃을 반둔두 기지에 쏟아부었다.

푸시이이이! 푸시이이이! 푸시이이이!

콰으으으응! 콰으으으응! 콰으으으응!

투타타타타타타타타! 투타타타타타타타!

당황한 적들이 썰물처럼 기지 바깥으로 빠져나갔는데 아군의 입장에서 보면 완벽한 자살행위였다.

여섯 대의 전투기는 학살처럼 적들을 향해 미사일과 기관총을 갈겨댔고, 그럴 때마다 불꽃과 함께 찢긴 적의 몸뚱이가 사방으로 튀었다.

투두두둑! 타다다당! 투두두둑! 푸슈슝! 푸슝! 푸슈슝!

칼로 달려들던 싸움이 총으로 바뀌면서 오히려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몸을 감추고 방아쇠를 당기면 되는 싸움은 오히려 아군이 조금 더 유리한 상황이었다.

도주하려는 적의 뒤를 치기 때문이었다.

투두둑! 타다다다당! 투투투툭! 투두두둑!

제라르는 문바키의 옆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허억. 허억.”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의 눈에 저 멀리 달아나는 적과 날카로운 전투기 소리, 그리고 기관총과 미사일이 터지는 소리가 연속해서 들렸다.

15분쯤 전투기가 맹렬한 공격을 퍼부은 뒤였다.

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

이번엔 강철규가 바라보았던 서쪽 하늘에서 깜박이는 불빛과 함께 헬리콥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밤에 저런 불빛은 RPG를 불러들이는 꼴이다.

그런데도 헬리콥터는 이쪽을 향해 공격하라는 것처럼 불빛을 깜박이며 나타나고 있었다.

치잇.

“늦어서 미안하다.”

강찬의 음성이 또렷하게 무전기를 타고 넘어왔다.

치잇.

“이쪽은 우리가 맡겠다. 전투기는 돌아가도 좋다.”

치잇.

“급유를 위해 돌아갑니다. 대한민국 전투비행단 박승용 소령이 대한민국 공군을 대표해 아군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쐐애애애액! 쐐애애애액! 쐐애애애액!

아군을 위로하는 것처럼 반둔두 기지 위를 커다랗게 선회한 전투기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췄고, 곧바로 헬리콥터가 기지 근처까지 날아왔다.

투타타타타타타타! 투타타타타타타타! 투타타타타타타!

기지 안쪽의 아군 주변에 멈춘 헬리콥터는 바깥을 향해 연신 기관총을 갈겨댔고,

푸시이이이! 푸시이이이!

꽈으으으응! 꽈으으으응!

쉬지 않고 미사일을 날려댔다.

두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두두!

수송용 헬리콥터는 그때쯤 도착했다.

레펠용 라인이 길에 내려오고, 대원들이 그 줄을 타고 줄줄이 아래로 내려왔다.

쩔걱쩔걱. 쩔걱쩔걱.

대원들이 빠르게 안으로 달려오는 뒤에서 강찬이 모습을 드러냈다.

비튼 것처럼 삐딱하게 튼 머리, 맹수처럼 빛나는 눈빛, 그리고 다부진 체형.

“대장…….”

강찬은 제라르의 앞에 서서 이를 깨물었다.

“제라르. 수혈부터 하자.”

씨익.

제라르가 피를 뒤집어쓴 얼굴로 웃을 때,

“애새끼가 약해 빠져서는!”

그를 부축하면서 석강호가 툴툴거렸다.

“끄으응!”

제라르는 참지 못하고 신음을 뱉어냈다.

투타타타타타! 타다다당! 투타타타타!

기관총 소리가 요란하게 어둠을 찢어대는 동안, 석강호는 제라르의 팔을 어깨에 걸치고 그의 가슴을 안았다.

석강호의 눈이 분노를 이기지 못해 잔인하게 번들거렸다.

허은실은 사람에게서 아우라나 카리스마가 뿜어진다는 말을 처음 실감했다.

지금 강찬이 그랬다.

쩔걱쩔걱. 쩔걱쩔걱.

수송용 헬리콥터에서 중국의 화이트울프가 연속해서 내려와 기지 주변을 감쌌고, 부상자들을 빠르게 옮겼다.

치잇.

“대테러 팀은 외곽 경비를 맡는다.”

치잇.

“알겠습니다.”

강찬의 지시에 대테러 팀 지휘관이 답했다.

치잇.

“606은 병동을 맡아라.”

치잇.

“알겠습니다.”

이번에 내린 강찬의 지시는 임미옥이 받았다.

치잇.

“화이트 울프는 지금부터 이곳 주변에 있는 적들은 물론이고, 도주한 적들을 모조리 사살한다.”

치잇.

“알았습니다.”

어쩐지 어색한 한국말 답이 있었다.

그때부터 반둔두의 기지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병동 앞에 선 허은실이 퍼뜩 시선을 돌렸다.

저 멀리에서 자동차의 불빛들이 줄줄이 달려오고 있어서였다.

치잇.

“의료팀입니다. 기지에 접근합니다.”

무전을 통해 또다시 어색한 한국말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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