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2부)-69화 (488/520)

제4장. 시작해볼까? (2)

박근수는 아들이 자랑스럽다.

사실은 둘쯤 낳고 싶었다. 살갑게 구는 딸 하나 꼭 있었으면 싶었지만, 부인의 건강 탓에 아들 하나로 만족했다.

아들 박진우는 솔직히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래도 박근수는 건강하고 튼튼한 아들이 정말 좋았고, 몸 날랜 아들이 마냥 좋았으며, 보는 것만으로도 그냥 아무튼 좋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치킨집 가면 맥주 한두 잔, 명절이면 음복 술도 한 잔씩 나눠마셨다.

아들이 박근수 삶의 커다란 위로고, 선물이니까.

아버지의 마음을 알았을까?

공부는 떨어졌지만, 아들 박진우는 착했다.

고민도 잘 털어놓는다.

부친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서인지 한 달 전에 준 용돈을 거의 고스란히 가지고 있기도 했다.

“친구들한테 얻어먹기만 하면 안 돼!”

“괜찮아요. 우리 친구들은 다들 돈 별로 안 써요.”

고등학생이 왜 돈 쓸 곳이 없겠나.

그 흔한 PC방도 가고 싶을 거고, 또 입고 싶은 옷도 있을 거다.

박근수가 수십 번을 매만지다가 전세금 올려주느라 남들 다 입는 브랜드의 검은 패딩 대신 싸구려 패딩을 사다 주었을 때도 아들은 정말 기쁜 얼굴로 웃어주었다.

그리고 단 한 번의 불평 없이 그것으로 2년의 겨울을 보냈다. 덩치가 커져서 그 패딩은 지금 박근수가 입는다.

“아빠.”

“왜?”

언젠가 토요일에 아들과 시장 통닭 시켜놓고 맥주 한잔 마실 때였다.

“나는 아빠도 취미가 있었으면 좋겠어.”

“취미?”

“맨날 일만 하고 아빠를 위한 시간이 없잖아. 낚시 같은 거 해보면 어때요? 엄마랑 둘이서 영화도 한번 보구요. 나, 아빠가 주말을 이렇게 보내고 일하러 나가는 거 보면 마음이 안 좋아.”

왜 그런지 박근수는 왈칵 눈물이 나와서 엉뚱하게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때부터 아는 사람, 동료들에게 물어서 싸구려 낚싯대 세 대와 받침대, 그리고 이런저런 것들을 샀다.

한 달에 두 번 나갔다.

아내와 고등학생인 아들과 셋이서.

아들이 2년제 대학을 다니는 동안, 녀석은 아르바이트를 한 달에 꼭 네 번 쉬었는데, 그 두 번을 박근수와 낚시를 가는데 썼다.

군대를 마치는 동안은 어쩔 수 없었다.

하사로 근무하는 2년 동안에도 제대로 다니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제대한 첫주 주말에 가장 먼저 한 것도 세 식구가 강가에 나가 낚싯대 던져놓고, 삼겹살, 라면, 봉지커피 마시고 온 거였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런 아들 박진우가 멋진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아버지 박근수에게 인사하는 거였다.

평생을 거친 일만 했던 박근수는 이상하게 삐죽이는 입술을 하고 억지로 웃었다.

아들의 넥타이 묶음도 만져줬고, 부인이 깨끗하게 준비해 놓은 재킷의 어깨도 공연히 털어댔다.

“아침에 오냐?”

“예.”

아들은 국가정보원의 요원이다.

이거, 절대로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되는 거고, 명함에도 준양실업이라고 찍혀 있지만, 특전사를 나온 아들은 그 어렵다는 시험을 통과해서 국가정보원 특수 요원이 되었다.

“늦겠다. 서둘러라.”

“다녀오겠습니다. 제 걱정 마시고 주무세요. 아셨죠?”

이젠 훌쩍 커버린 아들을 보낸 박근수는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그렇게 좋아?”

“내가 태어나서 가장 크게 얻은 복이 저 녀석이잖아.”

“당신도 참 유별나.”

좋았다. 박근수는.

아들 박진우가.

저녁을 먹은 강찬은 석강호, 최종일, 이두희와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

치잇.

“장충동 호텔로 이동한다.”

앞과 뒤에서 함께 움직이는 대테러 팀 승합차 두 대와 요원들이 탑승한 승용차 한 대에 최종일이 무전을 보냈고, 이두희가 운전했다.

“아무래도 이동 경로가 수상한 거요?”

“전 실장님 당부도 있고, 어제부터 감도 안 좋고 해서 눈으로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강찬은 장충동 호텔 주변의 지도를 펼쳐놓고 도로 주변 상황을 머리에 담았다.

내일 13시 도착이다.

성남공항에서 20분 정도 행사가 있고, 교통 통제가 이루어질 테니까 공항에서 장충동 호텔에 도착하는 데는 30분이면 뒤집어쓰고 남는 시간이다.

동호대교를 건넌 승용차가 장충동 호텔로 향할 때였다.

“국가정보원 무전입니다.”

최종일이 귀에 걸어놓은 이어셋을 검지로 누르며 강찬을 돌아보았다.

출발하기 전에 무전기와 권총을 챙겼던 참이다.

강찬은 셔츠의 깃 안에 넣어두었던 이어셋을 꺼내 귀에 걸었다.

치잇.

“3조, 이상 없음.”

역시나 이어셋을 귀에 건 석강호가 확인하는 것처럼 강찬을 바라보았다.

“근처에 행사가 있나?”

“오늘 보고된 행사는 없었습니다.”

강찬이 물었고, 최종일이 답했다.

그러는 사이 터널을 지난 승용차는 장충동 호텔로 향하는 신호 앞에서 멈춰 섰다.

국가정보원은 각 팀의 업무를 차장급들이 위로 보고하고 부원장과 원장이 조율하는데, 강찬은 그것들을 관리하지는 않았다.

치잇.

“입구에 잠시 세워.”

치잇.

“알겠습니다.”

강찬이 무전을 마친 다음이었다. 신호가 바뀌어서 유턴처럼 좌회전을 한 승합차가 호텔 입구를 향해 방향을 틀었고, 호텔 진입로 앞의 널따란 광장에 줄줄이 차를 세웠다.

삑! 삑!

내용을 모르는 호텔 주차 직원들이 호루라기를 날카롭게 불며 다가왔고,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 이두희가 차에서 내렸다.

“차를 빼 주셔야 합니다.”

“공무 때문이니까 우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내일의 행사 때문에 호텔 직원들 역시 신경이 날카로운 모양이었다.

차에서 내린 강찬은 최종일과 석강호와 함께 사거리를 향해 걸었다.

얼른 끝내고 이동하는 게 승합차에서 대기하고 있는 대원들을 위한 거고, 아무것도 모른 채 본인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호텔 직원에 대한 예의다.

뒤편 승용차에서 내린 요원 네 명이 주변에 흩어져서 혹시나 주변 건물에 이상은 없는지, 행인 중에 수상한 이들은 없는지를 빠르게 살피고 있었다.

사거리에 선 강찬은 호텔에서 나오는 차들이 움직이는 동선을 확인했다.

당장 눈에 거슬리는 건물이 있는지를 살폈고, 만약 미국 측이 이곳에서 출발해서 청와대로 향하는 동안 일을 벌인다면 어디가 적당한지를 알아보고 싶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강찬이 사거리 대각선 건너에 서 있는 정장 차림의 남자를 보면서 픽 웃을 때였다.

치잇.

“2호 경계!”

또다시 국가정보원의 무전이 강찬의 귀에 들어왔다.

힐끔 최종일을 본 강찬은 재킷에 걸어놓은 무전기의 버튼을 눌렀다.

치잇.

“부원장이다. 이곳에 행사가 있나?”

강찬의 무전이 건너갔고,

치잇.

“특수 요원 윤장훈입니다. VIP 이동입니다.”

답이 바로 나왔다.

국가정보원 무전을 도청하기도 어렵지만, 도청했다고 부원장을 사칭할 리도 없는 데다, 이미 윤장훈 역시 앞서서 호텔 입구에 차를 세우란 명령을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바로 답이 건너온 건 그래서일 거다.

“저 친구들 같지?”

강찬은 석강호에게 시선을 준 뒤에 사거리 건너편의 남자 두 명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푸흐흐.”

석강호가 특유의 웃음을 웃었고, 최종일이 입가에 미소를 달았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지만, 경호를 책임진 특수 요원의 자세로는 솔직히 어설픈 점이 많았다.

분명 처음 임무를 나왔을 거다.

주변을 환히 밝힐 만큼 활활 타오르는 사명감을 어깨에 매단 모습이 그랬고, 그런 와중에도 남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 애쓰는 어설픈 모습이 또 그랬다.

저런 요원들이 경험을 쌓으면 엄지환이나 김형정처럼 유능한 요원이 되고, 저들이 앞으로 국가정보원을 이끌 주역이 된다.

강찬은 무전 마이크를 잡았다.

치잇.

“호텔 대각선에 있는 두 명, 코너를 중심으로 좌우로 갈라져서 서. 간격은 직선거리로 7미터 정도 떨어진다.”

무전이 떨어지자 강찬의 시선에 있던 두 사람이 화들짝 놀란 것처럼 이쪽으로 시선을 주었다가 빠르게 지시대로 움직였다.

치잇.

“자세를 풀어. 그러고 있으면 이마에 우리 특수 요원입니다, 하고 써 붙인 것 같다. 앞에 있는 횡단보도 보이지? 신호를 기다리는 것처럼 태연하게. 힘도 좀 빼고.”

강찬의 무전에 따라 두 사람이 자세를 바꾸고 있었다.

“훨씬 나아 보이우.”

저 정도만 해도 일반인은 눈치채기 어렵다.

그러나 저들이 상대해야 할 적들은 절대 일반인 수준이 아닌 거다.

치잇.

“죄송합니다, 부원장님. 오늘 첫 실습인 요원입니다.”

석강호의 말이 떨어진 직후에 변명처럼 윤장훈의 무전이 들어왔다.

치잇.

“우리는 황 전 원장님을 잃은 아픈 기억이 있다. 그리고 배우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경험 많은 선배들이 전해주는 것들을 악착같이 익혀라.”

강찬의 무전이 전해지는 동안, 차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많은 요원들이 이름없는 별이 되면서 오늘을 만들었다. 그들의 빛이 퇴색되지 않도록 부탁한다.”

강찬의 무전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치잇.

“부원장. 납니다. 지나는 길에 멋진 말을 들었습니다. 일정에 지쳐 있는 나에게 주는 따끔한 교훈 같아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고건우의 무전이 바로 뒤를 이어 나왔다.

치잇.

“부원장과의 만남을 소중하게 담고 가겠습니다.”

무전은 그렇게 끝났다.

검은색 승합차와 승용차가 빠르게 지나가고, 요원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강찬은 5분쯤 주변을 둘러본 뒤에 승용차로 걸음을 옮겼다.

“여기에서 청와대 앞까지 이동한다.”

강찬이 승용차에 타는 것과 동시에 요원들이 뒤에 있던 승용차에 올라탔고, 차는 그렇게 출발했다.

고건우 원장이 지나가면서 상황은 끝났다.

오늘 처음 실습을 나온 박진우는 동기와 함께 두 사람을 태우러 올 승합차를 기다렸다.

“멋지지 않냐? 아까 그분이 부원장님이라는 거잖아? 어후! 대테러 팀과 훈련할 때 선배들이 해준 얘기가 떠오르는데 숨이 턱 막히더라.”

박진우는 동기의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사거리 대각선에 서 있던 강찬의 모습과 그 옆에 서 있던 석강호, 최종일의 모습, 그리고 주변에 흩어져서 능숙하게 경호하던 선배 요원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꼭 선배들이 자랑스러워할 요원이 되겠습니다.’

박진우가 굳은 다짐을 떠올릴 때였다.

“야!”

멍하니 있던 박진우를 동기가 불렀다.

서너 걸음 떨어진 곳에서 비상등을 깜박이는 승합차가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쉬었다가 고건우가 돌아오는 길에 다시 실습이었다.

강찬은 장충동 호텔에서 청와대로 가는 동안, 세 번이나 차를 세웠다.

도로 좌우에 유독 눈에 걸리는 건물을 발견한 건데, 이럴 때 정말 문제 될 건물 앞에서 심장이 두근거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마저 들었다.

“최종일. 저기 광고판 걸린 건물, 경호실에 확인하고 옥상에 반드시 대원들 배치하라고 지시해.”

“알겠습니다.”

차에서 내리지 않은 것이 두 번, 그리고 차에서 내려서 건물 앞까지 걸어간 것이 한 번이었다.

유리가 시커먼 승합차와 승용차가 두 대씩 움직이는 거였다. 거기에 강한 인상의 석강호와 최종일, 요원 네 명이 강찬을 따라 움직이고 있어서 당연히 사람들의 시선을 끌 만한 조합이었다.

힐끔거리는 행인들의 시선, 뒤따르는 요원들과 앞과 뒤를 지키는 대원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대충 넘어갈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주변을 천천히 둘러본 강찬은 승용차로 움직였다.

언제부터였을까?

누군가 지켜보는 듯한 불쾌한 느낌이 허벅지에 붙은 껌처럼 강찬에게 달라붙고 있었다.

“사무실로 가자.”

강찬의 지시에 최종일이 바로 무전을 보냈고, 이두희가 차를 움직였다.

“왜 그래요? 안 좋은 감이라도 느낀 거요?”

“두 번의 이동이 연습이 아니더라도 이 동선을 경계해야 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흠. 건물 옥상이라면 몰라도 도로를 향한 유리창을 다 막을 수는 없는 거잖소?”

“할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해야지.”

강찬의 답을 들은 석강호가 무거운 눈빛으로 창밖의 건물들을 둘러보았다.

미국 대통령을 노린 테러가 한국에서 발생한다면 어떤 이유에서건 후폭풍이 작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별! 하다, 하다 이제는 미국 대통령이 자해하는 걸 막아야 하는 거 아뇨?”

긴장된 상황에서 석강호가 툭 뱉은 말에 강찬은 픽 하고 웃고 말았다.

자해라고?

그렇게 해서 얻을 게 뭐가 있는 거지?

그러나 강찬의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전대극의 당부로 그렇고 미국이 자해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상황이 극단적이기 때문이었다.

강찬은 창밖으로 시선을 주었다.

도대체 저놈들이 원하는 게 뭘까?

***

그라펠트는 손에 들어오는 작은 물병을 들어서 단숨에 모두 마셨다.

“후우.”

시간이 지날수록 긴장감이 점점 높아지더니 이제는 목덜미가 따끔거리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띠르르. 띠르르. 띠르르.

전화만 해도 그렇다. 거의 5분에 한 번꼴로 울려댄다.

그라펠트는 얼른 전화기를 들어서 통화 버튼을 엄지로 눌렀다.

“보고해.”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인원은?”

[총 42만 명입니다.]

바로 앞에 놓인 서류를 밀쳐낸 그라펠트가 지도를 가져오고, 그 위에 두 장의 A4 용지를 올려놓았다.

“작전 시간을 잊지 마라. 이번 작전은 동시에 감행해야 한다. 알았나? 이동을 들키지 않는 것, 정해진 시간에 일제히 밀고 들어가서 단숨에 전멸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이미 절반은 이동을 마쳤습니다. 그 외에는 라마단을 앞둔 순례라고 해서 이미 이동 중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의심받을 일도 없습니다.]

“좋아. 행운을 빈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은 그라펠트는 소리 나지 않는 숨을 내뱉었다.

이건 뭐, 바로 눈앞에 있는 강찬이 서 있는 기분인 거다.

그가 피식 웃으며 손을 뻗어서는 그라펠트의 머리를 움켜쥐고 홱 돌려버릴 것 같은 공포가 스멀스멀 책상을 타고 넘어와서 유령처럼 주변을 떠돌고 있었다.

“어떻게 할 건데? 위성에서 에너지를 발사하면 당신도 결국 죽을 수밖에 없어! 아니, 살아있다고 해도 당신이 가진 모든 것들이 사라져 있을 거라고!”

앞쪽 벽에 걸린 액자들이 강찬이라도 된다는 양, 그라펠트는 이를 악물고 으르렁거렸다.

“스웨이든을 제거하지 말았어야지! 그를 제거하더라도 쿠흐만 정도는 품어줄 아량이 있었어야지! 적이라고 판단하면 모조리 죽여대니까 이렇게 뭉칠 수밖에 없는 거 아냐!”

액자를 노려보던 그라펠트가 고개를 저으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강찬이 이 소릴 들었다면 어땠을까?

그는 틀림없이 또 그 빌어먹을 피식하는 웃음을 웃고, 번들거리는 눈으로 손을 뻗었을 거다.

“오늘 밤부터 시작이야. 어디 한번 해보자.”

뱉듯이 혼잣말을 던진 그라펠트가 전화기를 들어 번호를 찾았다.

꾹.

그가 엄지로 통화 버튼을 누른 다음이었다.

[관광객입니다.]

묵직한 대꾸가 건너왔다.

“타겟의 위치는?”

[파란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나오는 길에 제거할 예정입니다. 특이사항이 있습니다.]

“특이사항?”

[그가 코드 원의 숙소 앞에 나타났었습니다.]

그라펠트는 대꾸하지 못했다.

[단순하게 상황을 살폈고, 무언가를 무전으로 지시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도착해서 떠날 때까지 대략 7분 정도 코드 원의 숙소 앞에 있었습니다.]

“상황을 봐서 이상이 없다면 계획을 진행한다.”

[알겠습니다.]

“행운을 빈다.”

그라펠트는 통화를 마치고 독한 눈으로 서류를 살폈다.

고건우의 제거가 작전의 첫 번째 신호탄이다.

“후우.”

죽지 않으면 죽는다.

이제는 돌이킬 수도 없다.

그라펠트는 오른손을 굳게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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