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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오브블랙필드(2부)-64화 (483/520)

제2장. 반둔두래 닌자부터 우리 땅이야! (2)

콰으응!

수류탄이 터지면서 반군 세 명이 허공으로 훌쩍 뛰어올랐다가 바닥에 처박혔다.

투두둑! 투두두둑!

안철호는 그런 반군을 향해 냅다 총을 갈기고는 또다시 미로처럼 서 있는 벽으로 달렸다.

“비키라! 이거이 우리 땅이야!”

투두두두둑! 퍼버버벅! 투두두둑! 퍼버버벅!

인민무력부장 박상식이 왜 안철호를 아끼는지 그는 이번 반둔두 전투에서 여실히 보여주었다.

철컥! 철커덕!

AK소총은 탄창을 교체하는 소리가 유독 크다.

전투에 들어서고 그는 벌써 몇 번이지도 모를 탄창을 교체했고, 그래서 그를 따르는 병사들까지 남은 탄창이 없을 지경이었다.

철컥!

소총을 돌린 그는 불쑥 튀어나오는 반군의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투두두두둑! 퍼버버버벅!

담벼락과 함께 그 뒤로 올라왔던 머리통에서 커다랗게 피가 튀어 올랐다.

“와아-아!”

안철호가 서 있는 오른쪽 담 너머에서 또다시 북한군 병사들의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목표했던 지점을 확보한 모양이었다.

풍족한 식사, 북한에서는 상상도 못 할 새로운 보급품, 이리저리 알게 된 차동균 팀의 활약, 거기에 안철호의 용맹한 지휘가 더해지자 북한군의 사기는 끓어오르는 용암 같았다.

안철호가 뚫어낸 진입로를 통해서 물이 스며들 듯 북한군 병사들이 계속 쏟아져 들어와 반군 기지를 향해 넓게 퍼져나갔다.

투두두둑! 투두두두둑! 투두두둑!

아군이나 적군이나 모두 AK소총을 주무기로 사용하고 있어서 총소리만 듣고는 어느 쪽의 공격인지 알기 어려웠다.

“와아-아아!”

그러나 북한군 병사들의 함성이 점점 더 자주 나오는 것만 봐도 승패는 이미 짐작하고 남았다.

이미 반군 기지 안으로 들어온 병력이 5만이 넘는다.

이제는 완전히 가라앉은 어둠 속에서 안철호가 이마에 엉긴 피를 소매로 닦고 났을 때였다.

“소좌 동지!”

“뭐이네?”

제3 경보대대 지휘관이 불렀고, 안철호가 날카로운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반군 아새끼 세 놈이 투항했는데 우두머리처럼 보입네다!”

안철호가 경보대대 지휘관을 노려보느라 잠시 시간이 흘렀다.

“앞장서라!”

그리고 그가 지시를 내리자 경보대대장이 빠르게 몸을 돌렸다.

쩔걱. 쩔걱.

몰려있던 북한군 병사들이 안철호를 보고는 물이 갈라지듯 길을 열었다.

조명 하나 없는 반군 기지다.

한 마리의 살쾡이가 걸어오는 것처럼 눈이 번들거리는 안철호를 북한군 병사들이 존경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안철호는 담벼락 앞에 있는 세 명의 반군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무릎을 땅에 댄 채 쭉 폈고, 양손을 머리 뒤로 돌렸다.

회갈색 곱슬 머리칼과 플라스틱 빗자루처럼 두꺼운 수염이 구불구불 얼굴 아래를 완전히 뒤덮은 세 명이 안철호를 보고는 겁을 먹은 듯 좌우를 둘러보았다.

투두두두둑! 투두두둑!

반군 기지 저쪽에서 터진 AK 소총 소리가 안철호를 지나쳐 사라진 다음이었다.

“보라우!”

소총의 총구를 아래로 향하게 해서 어깨에 걸친 안철호가 주변을 둘러싼 북한군 병력을 쭉 돌아보았다.

“우리가 개새끼네?”

뜻밖의 말이었다.

“아니믄 우리가 돼지 새끼들이네?”

진짜 살쾡이가 아닌 데도, 어둠 속에서 고함을 지르는 안철호의 눈은 새파랗게 번들거렸다.

투두두둑! 투두두두둑! 투두두둑!

멀리서 또다시 소총 소리가 들려온 다음이었다.

“들어보라-! 우리의 동무들이 저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데! 니네는 여기서 고작 반군 셋에게 정신이 팔려 시간을 보내고 있는 기야!”

둘러싼 병사들의 시선이 바닥으로 뚝 떨어졌고, 무릎을 꿇고 있는 반군 셋은 지금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눈알을 굴려댔다.

“단 음식 처먹고! 기깔난 거 걸치니까니! 위대한 과업을 이루겠다는 투쟁심! 동무들이 흘리는 피의 소중함을 다 잊어버린 개돼지가 된 거이냐, 이 말이다!”

스으응!

말을 마친 안철호가 허리 뒤에서 대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가장 왼쪽에서 눈알을 굴리고 있던 반군에게 똑바로 걸어갔다.

당황한 눈으로 안철호를 바라보는 놈의 옆에서, 양손을 뒤통수에 걸친 두 놈은 겁에 질린 나머지 아까의 여유 따위 아예 찾을 수가 없었다.

안철호는 가장 왼쪽 놈의 뒤로 걸었다.

터억!

그리고 놈의 구불거리는 머리칼을 사정없이 움켜쥐었다.

“내래 단순히 외화벌이를 위해 나온 줄 알았어야! 기카지만 말이지! 우리가 개돼지가 아니라믄 말이야! 적어도 먹은 거! 입은 값은 할 줄 알아야지 않갔네!”

투두두두둑! 투두두둑! 투두두두둑!

멀리서 AK소총 소리가 커다랗게 들렸다.

“저 소리를 들으라! 아직도 우리 동무들이 싸우는 소리를!”

총소리가 난 곳을 가리키는 것처럼 안철호는 칼을 쥔 오른손을 위로 들었다.

“내래 니네들의 모가지를 자르지 못하는 대신 이 종간나 새끼의 모가지를 잘라주갔어! 지옥은 내래 가갔다! 기카니까니! 니네들은 동무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함께 달리는 위대한 전사가 돼라!”

말을 마친 안철호가 머리카락을 붙든 놈의 목에 칼을 힘껏 안으로 밀었다.

서걱! 서걱! 피쉬이이이!

“내래 지옥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내 동무들이 개돼지가 되는 꼴은 못 보갔어! 이 종간 새끼들아!”

목에서 뿜어진 피가 이를 악문 안철호의 손과 팔뚝, 턱을 적시는데도 안철호는 칼질을 멈추지 않았다.

털썩!

목이 잘린 반군의 몸뚱이가 바닥에 널브러질 때, 안철호는 들고 있던 머리통을 휙 뒤로 던졌다.

철컥!

그리고 소총을 당겨서 남은 두 놈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투두두두둑! 퍼버버벅! 투두두둑! 퍼버버벅!

숨도 쉬기 어려울 정도로 살벌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위대한 과업을 이루기 위한 우리의 자세를 말해보라!”

그때 느닷없이 안철호가 버럭 고함을 질렀고,

“가열차고, 뜨겁게! 철마처럼 달린다!”

그에 대한 답이 쏟아진 다음이었다.

“와아아아-!”

파랗게 눈빛을 빛내는 안철호를 중심으로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문재현은 집무실에 있었다.

그는 중앙아프리카에 차세대 발전시설을 건설한다는 발표문을 벌써 열댓 번째 수정하고 있었다.

뭐 어려운 문구라고 그 정도 수정이 필요하겠나.

그것도 비서실에서 검토에 검토를 거쳐 건네주는 발표문인데 말이다.

새벽 3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달칵.

발표문을 들여다보던 문재현이 연필을 내려놓았다.

오늘 반둔두 점령 전투에서 희생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가능하다면 그 희생이 많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미래를 결정할 이 중요한 전투에서 승리하기를 소원했다.

강해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전투가 될 거다. 물론 이번 전투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강대국의 시기와 견제가 단숨에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이제는 세계 그 어디에 내놓아도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런 나라임을 증명할 수는 있다.

“후.”

숨을 토해낸 문재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뒤뜰로 나가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맡으며 정신을 조금이나마 맑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때였다.

뚜르르. 뚜르르. 뚜르르.

그의 책상 위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달칵.

선 채로 수화기를 든 문재현은 긴장을 꿀꺽 삼켰다.

“여보세요?”

덤덤한 음성을 내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며 던진 대꾸였다.

[박철수 장군으로부터 지금 막 연락이 있었습니다. 반둔두의 반군 기지를 완전히 점령했다는 보고입니다.]

털썩!

문재현은 의자에 주저앉다시피 앉아서 나직하게 숨을 토해냈다.

[대통령님?]

“들었습니다. 박철수 장군과 대원들의 노고에……. 후!”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대한민국이 아프리카 땅을 점령하다니!

그것도 남과 북의 연합군이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아프리카의 중심을 차지하다니!

“부원장은 이 소식을 알고 있습니까?”

문재현은 이상하게 강찬의 반응이 궁금했다.

[한남동 안가에서 라노크 대사와 우즈만을 맞으러 공항으로 이동 중입니다. 이미 알고 있습니다.]

“뭐라고 했는지는 혹시 들었습니까?”

[부원장 특유의 웃음소리만 들렸다고 들었습니다.]

고건우의 답이 뜬금없으면서도, 어쩐지 강찬은 능히 그럴 것 같다는 생각에 문재현은 그만 실없는 사람처럼 웃고 말았다.

대테러 팀 승합차의 뒤편에 구겨지다시피 앉은 스웨이든은 무릎에 고개를 숙인 자세로 있었다.

개머리판에 얼굴을 맞았고, 이어서 기절할 정도로 오광택의 이마에 얻어맞은 바람에 실제로 통증이 엄청나긴 했는데 그렇다고 고개를 숙일 정도는 아니었다.

부으으응.

승합차는 빠르게 도로를 달렸는데 쭉 뻗은 길이 아닌 모양인지 몸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멍청한 놈들.’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스웨이든은 찢어진 입술에 웃음을 담았다.

비행기에서 한 번, 그리고 승합차에서 또 한 번, 구두에 장착한 위치 발신기를 눌렀으니 지금쯤 한국에 침투했던 요원들과 UIS 전사들이 이 승합차를 쫓고 있을 거다.

아무렴 CIA가 이런 무식한 놈들에게 당할 수준이겠나.

이 승합차에 타고 있는 놈들은 내리는 순간에 곧바로 미국의 요원들과 전사들에 의해 벌집이 돼서 죽을 테고, 그때면 강찬도 스웨이든을 함부로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스웨이든은 조심스럽게 상체를 반쯤 세웠다.

불쑥 안가에 뛰어들어와 느닷없이 이마로 들이받았던 무식하디 무식하게 생겨 먹은 놈이 맞은 편에서 아직도 눈알을 부라리고 있었다.

부으으응.

커브를 도는 바람에 몸이 쏠려서 옆에 앉은 대원에게 몸이 닿았던 스웨이든이 얼른 자세를 바로 세웠다.

홍콩에서 넘어오는 비행기 안에서 강찬에게 협상안을 제시할까 고민도 했었다.

스웨이든에게 적당한 보상만 해준다면 코리아라는 나라를 지금보다 강대국이 되게 해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승합차에 탄 한국의 대테러 팀 대원은 모두 여섯 명이었다.

거기에 무식한 인간 하나, 운전석과 조수석에 한 명씩.

웃음이 나올 것 같아서 스웨이든은 고통스러운 척 고개를 숙였다.

안가에서는 방법이 없었지만, 강찬이 없는 대테러 팀 대원은 스웨이든이 기다리는 요원들의 적수가 되질 않는다.

‘이놈들의 시체를 보면 그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그걸 못 보는 것이 아쉽구만.’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지금의 스웨이든은 완벽하게 여유를 되찾았다.

인천 공항에 도착한 강찬은 곧장 활주로로 들어섰다.

대테러 팀 대원들이 앞과 뒤에서 지켜주었고, 석강호와 최종일, 이두희와 함께 이동하는 길이었다.

노란등을 반짝이며 달리는 가이드 차량을 따라 활주로를 달린 강찬의 자동차가 터미널 한쪽으로 들어섰다.

쩔걱쩔걱. 쩔걱쩔걱.

대테러 팀 대원들이 소총을 앞으로 들고 총구를 아래로 내린 자세로 주변을 둘러싼 가운데 강찬은 승용차에서 내렸다.

습기를 머금은 눅눅한 공기가 훅 다가왔다가 머리와 양복을 붙들고 매달리는 새벽이었다.

“홍삼이라도 달여먹어야 하는 거 아뇨?”

강찬이 시선을 돌린 곳에서 석강호는 피곤을 푸는 것처럼 목을 좌우로 꺾어댔다.

“전투도 아닌데 먹는 것도 부실하고 영 기운이 안 나요! 기운이!”

“너 차에서 빵 먹지 않았냐?”

“그러니까 말이오. 김밥도 그렇고, 빵도 그렇고. 이건 뭐 간식으로 겨우 허기만 때우는 거니 사람이 어디 견딜 수가 있겠소?”

“미친놈.”

정말 오랜만이었다.

둘이서 이렇게 킬킬거리는 것은.

“반둔두를 점령했다는 말을 들으니까 어쩐지 아프리카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강찬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살면서 아프리카를 점령할 줄은 이전엔 정말이지 꿈에서조차 생각해 본 적 없었다.

강찬은 활주로를 따라 촘촘히 박힌 불빛을 보았다.

다시 태어나면서부터 염병할 일들이 저렇게 줄을 선 것처럼 달려드는데 하나둘 해결할수록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더 커다란 일을 꼬드겨 함께 달려든다.

“사는 건 참 재미있는 일인 거요.”

석강호답지 않게 착 가라앉은 음성이 건너왔다.

강찬이 시선을 주었는데도 석강호는 말을 잇지 않고 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냈다.

라노크나 우즈만이 탄 비행기가 아직 도착하기 전이다.

석강호가 건네주는 담배를 받았고, 이어서 놈이 켜준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검지와 중지에 끼운 담배를 석강호는 깊게 빨아들였다.

“후우-!”

“뭔 일 있냐?”

“그냥 대장 옆에서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떠올려보니까 그런 생각이 듭디다. 결국은 아프리카가 우리를 또 부르는 건가 싶기도 하고.”

강찬이 무언가 대꾸를 하려는 참이었다.

어두운 하늘에서 활주로를 향해 내려오는 비행기의 불빛이 보였고,

두근두근. 두근두근.

느닷없이 심장이 커다랗게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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