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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오브블랙필드(2부)-63화 (482/520)

제2장. 반둔두래 닌자부터 우리 땅이야! (1)

부으응! 덜컹! 덜커덩!

지프가 도로의 굴곡을 타고 커다랗게 출렁이고, 다시 그 자리를 지나는 트럭들이 비슷한 모양으로 뒤뚱거렸다.

크르르르르! 크르르르릉!

그 뒤를 전차들이 시커먼 연기를 뿜으며 따르고, 전차 주변부터 까마득한 저 멀리까지의 도로를 북한군 병력이 가득 메웠다.

붉은 태양, 노릿한 냄새, 높다랗게 뜬 독수리.

산 사이에 뚫린 길을 지나면서 안철호는 좌우의 산을 노려보았다.

왼쪽은 강철규가 이끄는 특수팀이 해치웠고, 오른쪽은 제라르가 달려가서 청소했다.

전쟁에 나서는 게 뭐가 좋겠나.

어제까지 함께 밥 먹던 동료가 피투성이 시체로 돌아왔을 때의 심정은 남북이 따로 없는 거다.

그런데도 안철호는 펄펄 끓는 피를 주체하기 힘들어서 지프의 유리를 움켜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앞쪽에서 두껍고, 길게 올라온 저 연기가 바로 차동균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하늘로 올라가는 시커먼 연기에 노을이 겹치자 얼핏 보기에는 피로 만든 기둥처럼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다.

“멋지지 않네? 내래 절대루 지지 않갔어!”

양쪽에 적이 숨은 이 길을 돌아 달려가서 2만이 넘는 적이 버티는 반군 기지 안의 포탄을 폭파하다니!

차동균의 다부진 눈과 각진 턱, 그리고 듬직한 태도를 떠올린 안철호는 이를 굳게 깨물었다.

부으응! 덜커덩!

지프가 움푹 팬 길을 넘어설 때였다.

투웅! 삐이이-. 투웅! 삐이이-. 투웅! 삐이이-.

왼쪽에 보이는 산 너머에서 박격포 소리가 들렸고,

쿠으응! 쿠응! 쿠으응!

저 앞의 반군 기지에서 작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네 곳이나 되는 적의 매복을 제거한 것도 놀랄 일인데, 거기에 강철규가 이끄는 팀은 박격포로 북한군을 지원하고 있었다.

“이야! 남조선이래 저런 용사들을 지녔으니 오늘 전쟁에서 승리할 수밖에 없갔어!”

안철호가 가슴에서 피어난 열기를 입으로 뱉어낸 직후였다.

“그렇습네다!”

눈치 없는 운전병이 대뜸 맞장구를 치고 나왔다.

칭찬받고 싶은 눈치였다.

덜컹! 덜컹!

“조종이나 올케 하라!”

그러나 운전병은 화들짝 놀란 눈을 얼른 앞으로 돌렸다.

성남 공항에 도착한 강찬은 대테러 팀에 스웨이든과 도이슨을 넘겼다.

“한남동 안가에 데려다 놔.”

그리고 강찬은 석강호, 최종일, 우희승과 함께 사무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었고, 몇 군데 바쁘게 전화를 걸었다.

“얼른 와요!”

석강호가 김밥을 펼쳐놓고 강찬을 부를 때까지는 정말이지 숨 막히게 바쁜 일정이었다.

김밥을 먹으면서, 물을 벌컥벌컥 마시면서 석강호는 입맛을 다셨다.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 있었던 우희승의 빈자리 때문이었다.

“에이! 희승이가 없으니까 입맛이 안 나네!”

“여섯 줄 먹었으면 적당한 거 아니냐?”

“얼래? 홍콩에서 뛰어다닌 거 생각은 안 해요?”

최종일과 이두희가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는데 어쩐 일인지 석강호는 직접 커피를 타러 움직이고 있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이번은 놔둬. 내가 정말 맛있게 타줄 테니까 그거 마시고 너희는 다치지 마라.”

강찬은 석강호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지금은 다예에서 완벽하게 석강호가 된 느낌이었다.

“여기 있소! 그나저나 도이슨은 몰라도 스웨이든은 뭐하러 가져온 거요?”

“왜?”

테이블에 커피를 놓아준 석강호가 담배에 불을 붙이느라 잠시 말이 끊겼다.

“그 개새끼 때문에 일규 선배가 당한 거 아뇨? 뭐, 대장이 어련히 알아서 데려왔겠소만 그래도 그 새끼를 보고 있으면 자꾸 방아쇠로 손이 가는 거요.”

말을 쏟아낸 석강호가 커피를 소주처럼 마시고 머그잔을 내려놓았다.

“생각해 봐요! 일규 선배가 얼마나 억울하게 당했소? 후우!”

담배 연기를 뿜어낸 석강호가 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둠에 싸인 창밖 건물들은 군데군데 불을 켠 채 어제의 하루를 오늘도 이어붙이고 있었다.

“원래는 홍콩에서 스웨이든을 제거할 생각이었다.”

석강호의 눈이 빠르게 강찬을 향해 달려들었다.

“모레가 미국 대통령 방한이다. 그런 때 CIA 국장이 홍콩에서 시체로 발견되면 어떨 것 같냐?”

“그 새끼 짤렸담서요?”

“미국은 그렇게 말 안 할 거다. 그리고 범인을 잡겠답시고 온갖 지랄을 떨 거고.”

“그럼?”

석강호가 혹시나 하는 얼굴로 강찬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 앞이었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면 거기에서 제거했을 텐데, 이왕이면 남 선배에게 보내주는 게 좋지 않겠냐?”

석강호가 히죽 웃으며 눈빛을 빛낸 다음이었다.

“불행한 짐을 짊어지고 가겠다던 선배에게 주는 후배들의 위로다. 스웨이든 그 새끼는.”

“푸흐흐흐.”

석강호가 잔인한 웃음을 털어낼 때 최종일과 이두희는 올라온 감정을 감추려 머그잔을 노려보고 있었다.

강찬이 한남동 안가의 거실로 들어서자 축 늘어져 있던 스웨이든과 도이슨이 움찔한 뒤에 자세를 바로잡았다.

석강호가 내지른 개머리판에 얼굴을 제대로 맞은 스웨이든이 보기 흉한 꼴로 강찬을 힐끔 보았다.

손을 앞으로 모은 요원들 다섯이 지켜보는 앞이었다.

거기에 강찬의 뒤로 인상 죽여주는 석강호와 최종일이 들어서서는 잡아 죽이고 싶다는 눈빛을 쏘아대는 상황이고.

강찬은 두 인간의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스웨이든과 달리 이리저리 갈라진 얼굴에 코와 주둥이가 비참할 정도로 퉁퉁 부은 도이슨은 강찬을 보기 무섭게 바로 시선을 떨궜다.

저런 새끼가 사람을 4만 명씩이나 죽이다니?

“도이슨.”

고개를 떨궜던 도이슨이 화들짝 시선을 들었고, 스웨이든은 상황을 판단하려는 것처럼 좌우로 눈알을 굴려댔다.

“지진 발생기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

“위원장……?”

“두 가지가 궁금한데?”

도이슨이 침을 삼키려다가 목이 아팠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하나는 핵융합 발전 시설을 만들고도 왜 지진을 일으키려 애썼는지?”

질문을 던진 강찬은 피식 웃고 말았다.

도이슨이 힐끔 시선을 던진 곳에서 스웨이든이 정말이지 순간적으로 고개를 흔드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탐욕스럽게 움직이는 녹색의 눈동자가 강찬을 훑는 것도 보았다. 원하는 정보를 움켜쥐고 어떡해서든 강찬과 거래를 하겠다는 욕망이 담긴 눈빛이었다.

“후!”

강찬은 길게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서 최종일을 바라보았다.

“밖에 오광택이 와 있다. 가서 불러와.”

지시는 최종일에게 했는데 오히려 석강호가 화들짝 놀란 눈으로 강찬을 보았다.

“사무실에서 전화하는 거 못 들었었냐?”

“못 들었소. 그때 김밥 챙기고 있었잖소?”

이게 우리말이어서 망정이지, 스웨이든과 도이슨이 들었다면 좀 그럴 뻔한 거다.

최종일이 나가더니 강찬과 석강호가 말을 주고받는데, 뒤에선 요원들이 긴장과 웃음이 섞인 묘한 표정을 하고 있는 거다.

스웨이든과 도이슨이 번갈아가며 눈치를 살피는 순간이었다.

현관문이 벌컥 열리더니 오광택이 번들거리는 눈을 하고 뛰다시피 들어왔다.

“고맙다.”

그러면서 놈은 닭장을 들여다보는 늑대 같은 눈으로 스웨이든과 도이슨을 번갈아 보았다.

어느 놈이 스웨이든이냐는 의미였다.

“위원장?”

스웨이든이 급하게 강찬을 부르는 순간이었다.

“저 새끼가 스웨이든이다. 데려가서 아까 전화에서 한 대로 해줘.”

“이 씨발 놈아!”

오광택이 훅 달려들더니 대뜸 스웨이든의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

“크흑! 위원……장!”

놈은 오광택의 손목을 양손으로 붙들고 악착같이 강찬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내가 왜 너를 한국에 데려왔다고 생각하나?”

석강호와 최종일, 요원들이 빤히 바라보는 앞이었다.

프랑스 말이라 알아듣지 못했지만, 석강호가 히죽 웃으며 스웨이든의 낯짝을 노려보았다.

“남일규라는 양반이 너를 기다리거든. 그래서 데려왔다. 그 양반 앞에서 서울을 보여주려고.”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위해 스웨이든이 필사적으로 눈알을 굴린 직후였다.

“CIA는 무슨 짓을 저질러도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는 규칙은 이제부터 없어진다. 서울 구경 잘하고, 지옥에 가거든 그 양반에게 용서를 빌어. 잘못하면 거기서도 또 서울을 봐야 할 테니까.”

“위원…장! 이건……!”

휘익! 콰자작!

무언가를 말하려는 스웨이든 얼굴을 오광택이 힘껏 들이받았다.

“꺼윽!”

스웨이든이 까무룩 정신을 놓치고 축 늘어져 버렸다.

“고맙다. 다녀와서 전화할게.”

그러라고는 했지만, 오광택이 스웨이든을 끌고 가는 것이 보기에 별로 좋은 장면은 아니었다.

“푸흐흐.”

석강호의 웃음이 잔인하게 울려 퍼질 때, 요원 두 명이 오광택을 도와서 스웨이든을 들었다.

“어디로 데려가는 거요?”

혼자 있는 게 강찬에게 대드는 것보다 무서웠던 모양이었다. 축 늘어진 스웨이든을 들고 나가자 질문을 던지는 도이슨의 모양이 꼭 그랬다.

“도이슨. 앞에서 내가 분명 서울구경을 하게 될 거라고 말했는데? 이제부터 절대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스웨이든이 현관을 지나자 도이슨은 마음이 급한 눈치였다.

“아무리 위원장이라고 해도 이렇게 할 권리는 없소?”

피식.

강찬은 다시 자리에 앉고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물었다.

찰칵.

“후우. 무슨 위원장? 회의장에서 결의한 내용은 다 무시한 채 뒤에서 총질하다가 걸리니까 부르는 위원장?”

프랑스 말을 뱉어낸 강찬은 고개를 돌려 “커피가 있나?” 하고 물었다.

“가져오겠습니다.”

답을 한 요원이 주방으로 움직인 뒤에도 강찬은 묵묵하게 담배만 피웠다. 그리고 그 담배를 다 피웠을 때쯤 봉지커피 두 봉짜리 머그잔이 강찬 앞에 놓였다.

언제 어느 때고 하여간 이 냄새는 위로가 된다.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 마신 강찬은 다시 담배를 입에 물었다.

“내가 이 담배를 다 피울 때까지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으면 네놈도 모가지를 잘라서 걸어주마.”

강찬은 날카롭게 도이슨을 노려본 뒤에 라이터를 들었다.

찰칵.

“후우.”

정보국의 수장들이 모인 자리라기보다는 어쩐지 마피아 두목들의 암투를 보는 것 같은데 그런 건 상관없었다.

마피아든, 정보국이든 이 싸움에 지는 쪽이 고개 숙여야 하고, 책임자와 조직원이 죽어 나가는 건 다르지 않으니까 말이다.

“질문을 다시 말해주시오.”

“후우.”

강찬은 못 들은 사람처럼 담배 연기를 뱉어낸 후에 머그잔을 들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이 개새끼 죽여도 아쉬울 거 하나 없다.

막말로 이 살인마 새끼가 지진 발생장치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거 아니라면, 어차피 그거 깨부수러 달려가야 하는 거다.

“위원장! 질문을 말해주시오!”

강찬은 재떨이에 담뱃재를 털고서 다시 입으로 가져왔다.

담배는 이제 두 모금쯤 남았다.

도이슨이 긴장한 표정으로 강찬이 든 담배 끝을 보고 있을 때였다.

피식 웃은 강찬은 그대로 담배를 재떨이로 가져갔다.

꾹꾹.

그리고는 담배를 바로 꺼버렸다.

이런 개새끼하고 시간 끄느니 빨리 다음 일을 하는 게 맞다.

“다예.”

“예.”

“이 개새끼…….”

강찬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우리말로 지시를 내리는 순간이었다.

“핵융합 발전은 블랙헤드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프리카에서 블랙 헤드를 구할 생각이었고.”

도이슨이 급하게 말을 쏟아냈다.

“블랙헤드에서 에너지를 축출하면 같은 방식의 블랙헤드와 충돌이 일어나니까…….”

이게 뭔 소리지?

강찬은 선 자세에서 고개를 돌려 도이슨을 내려다보았다.

“둘 중 하나를 파괴해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나를 죽인 뒤에도 어차피 고성의 발전시설을 파괴할 생각이었다는 거지?”

무언가를 말하려던 도이슨이 숨을 커다랗게 들이마셨다가 작게 내쉬었다.

다른 거 없다.

그냥 그렇다고 답하기 미안해서 꿀꺽 삼킨 거 말고는.

“도이슨.”

놈이 얼른 고개를 들었다.

“담배를 끈 뒤였지만, 그래도 답을 했으니 한번은 기회를 더 준다. 내가 너를 살려둬야 할 이유를 말해봐.”

퉁퉁 부은 눈을 이리저리 굴린 도이슨이 자꾸만 마른침을 삼켰다.

“없지?”

강찬은 석강호에게 고개를 돌렸다.

차민정이 집에 들어선 것은 새벽 두 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조심스럽게 비밀번호를 누른 차민정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소파 앞에 남편이 서 있었다.

“후우-!”

길게 숨을 내쉰 남편은 그만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서럽게 울음을 터트렸다.

새로운 임무를 맡았다고 아들 동현이와 박수까지 쳐주더니 작전을 나가 있는 동안 내내 마음을 졸였던 모양이었다.

“왜 그래? 나 잘 다녀왔어.”

차민정은 동현이가 깨어나지 않도록 조용하게 다가가서 우는 남편의 어깨를 안았다.

“힘든 일 하고 왔을 텐데 이런 모습 보여서 미안해. 지난번 일 때문에 나도 좀 놀랐었나 봐.”

벌게진 눈을 손으로 닦으며 남편은 자꾸만 “후후!” 숨을 뱉어냈다.

송장명의 가족들도 이렇게 마음 졸이며 기다리고 있었을 테데.

차민정은 이내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 역시 최선을 다했다.

비록 이름없는 별이 되었지만, 그의 희생이 헛된 것이 아니듯, 그 책임이 강찬에게 있는 건 절대 아닌 거다.

“여보. 나 봐봐.”

차민정은 남편의 볼을 양손으로 잡고서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미안해. 하지만 지금은 이 일을 그만둘 수 없어.”

남편은 이해한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또다시 눈이 벌겋게 변했다.

“내가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후배들에게 물려줄 때까지만. 나는 당신의 아내고, 동현이의 엄마이면서 대한민국의 부름을 받는 사람이니까. 응?”

“알아.”

“그런데 왜 울어?”

차민정은 남편을 커다랗게 안았다.

“에효! 이 울보를 어떻게 하냐?”

그리고는 그의 등을 부드럽게 다독여주었다.

쿠우웅! 쿠웅!

투타타타타! 투타타타! 투두둑! 투두둑! 투두두둑!

총소리가 어둠이 깔리는 반둔두를 완전히 뒤덮었다.

반군 기지를 둘러싼 북한군은 포위망을 좁히듯 조금씩 기지를 향해 움직였다.

투두두둑! 퍼서서석! 투두둑! 피이잉! 투두둑! 퍼서석!

몸을 의지한 바위와 흙이 터져나가고, 이쪽에서 당긴 방아쇠에 반군 기지의 흙담이 커다랗게 퍼져나갔다.

크르르릉! 투타타타타! 투타타타타!

장갑차가 연신 기관총을 쏘아대며 움직이면 그 주변으로 북한군 병사가 몸을 숨긴 채 뒤를 따른다.

투두둑! 퍼버벅!

그런다고 희생자가 하나도 없겠나.

아침을 함께 먹고 새로운 보급품을 수도 없이 쓸어대던 병사가 적의 사격에 고꾸라졌고,

투두둑! 투두두둑! 퍼버벅!

다리나 팔, 어깨에 총알을 맞은 병사들이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져 버둥댔다.

그나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반군 기지에 다가간 것은 전적으로 안철호의 덕분이었다.

“가자우!”

그는 200명의 인원을 따로 선발해 가장 앞에서 밀고 나갔다.

투두둑! 퍼서석! 투두두둑! 퍼서서석!

“이보라! 내래 저 담까지 바로 가갔어! 뒤에서 기냥 갈기라우!”

투두두둑! 퍼서서석! 투두두둑! 피이이잉!

그의 명령을 알아들은 것처럼 적들의 사격이 집중되었다.

“뭐하네! 날래 가자!”

그러나 그는 사격이 끝나는 순간, 벌떡 몸을 일으켜 반군 기지의 담벼락을 향해 죽어라 달렸다.

투두두둑! 투두두둑! 투두두둑! 투두두둑!

빗발치는 총알을 향해 지휘관이 달리고 있었다.

마치 죽음처럼 보이는 어둠 속에서 말이다.

“가자우-!”

안철호를 보고 피가 끓은 지휘관이 고함을 버럭 질렀고,

“우와아-!”

그것을 신호로 2만에 가까운 북한군 병력이 일제히 안철호가 달린 곳을 향해 뛰어들었다.

투두두두둑! 투두두두둑! 투두두두둑!

끝없이 이어지는 총소리.

“끄아아!”

처절한 비명 속에서.

“와아아아-!”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안철호가 뚫어낸 반군의 담벼락 쪽에서 터져 나온 함성이었다.

“간나 새끼들! 반둔두래 닌자부터 우리 땅이야!”

안철호의 광기 어린 고함이 함성 뒤에서 또렷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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