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2부)-38화 (457/520)

제9장. 얼굴쯤은 보여주고 가야지. (2)

철컥.

강찬은 소총을 들어 입구를 겨눴다.

짙은 선팅을 한 것처럼 2층부터는 유리 안쪽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뭐, 이건 강찬의 사무실도 비슷한 상황인 거다.

작전 개시 명령이 떨어지고 5초쯤 지난 다음이었다.

건물 현관 앞에 서 있는 일본 요원의 이마에 붉은색 레이저가 떠올랐다.

옥상에 있는 저격팀의 조준이었다.

후욱. 후욱.

새벽 4시 근처다.

누구나 가장 지치고, 피곤하며, 어딘가 방심하게 되는 시간.

일본 정보국 요원들과 개인적인 원한은 없다.

그러나 허은실에게 총질한 놈도 일본 요원이고, 부산에 침투한 놈도 일본 요원이라면 이건 이야기가 다르다.

정보국 간의 전쟁이 시작된 마당에 요원들 개인의 안위는 차후의 문제가 되는 거였다.

강찬이 달려들어 가야 할 입구 안쪽으로 시선을 돌릴 때였다.

부-슈웅! 퍼어억! 털썩!

저격용 소총 소리가 울렸고, 일본 요원의 이마가 야구 방망이에 맞은 수박처럼 터져 나갔다.

와락! 와락! 와라락!

그와 동시에 강찬이 달려나갔고, 뒤에 있던 강용준과 요원들, 그리고 함께 움직이던 대테러 팀 대원 넷이 뒤를 따랐다.

철컥! 푸슝! 퍼서석! 푸슝! 퍼서석!

현관 입구의 유리창이 조각으로 바닥에 떨어졌고,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로비에 있던 일본 요원들의 이마가 커다랗게 터져 나갔다.

띠익! 띠익! 띠익! 띠익!

로비의 천장에 붙어 있던 붉은 경광등이 거북한 경고음과 함께 반짝였다.

와라락!

그리고 그 순간에 건물의 왼쪽과 오른쪽 바깥에서 대기하던 한국의 특수 요원들이 우르르 안으로 뛰어들었다.

띠익! 띠익! 띠익! 띠익! 띠익!

‘그가 왔구나! 정말 도쿄에……!’

가와구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공포와 놀라움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띠루룩!

“현관이 당했다! 계단 봉쇄해!”

띠루룩!

“계단 봉쇄!”

급한 무전이 들린 다음이었다.

띠루룩!

“VIP를 옥상으로 모셔!”

가와구치를 탈출시키라는 지시가 곧바로 들려왔다.

“국장님! 비상 상황 1호입니다!”

방으로 달려온 요원을 세워 둔 채로 가와구치는 CCTV 모니터를 통해 1층의 상황을 살폈다.

고작 저 인원으로?

그는 빠르게 통제실 무전기 버튼을 눌렀다.

띠루룩.

“국장이다. 적의 숫자가 정말 저 인원이 전부인가?”

띠루룩.

“맞은편 건물에 저격수가 있는 걸 제외하면 당장은 20여 명이 전부로 보입니다!”

가와구치는 어처구니없는 심정으로 한숨을 툭 뱉어냈다.

3분이면 이 건물에 지원 병력이 도착한다.

그런데 고작 저 인원으로 여길 밀고 왔다고?

미쳤군! 자만이 하늘을 찌른다더니!

“국장님! 일단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가와구치는 고개를 끄덕인 후에 방을 나섰다.

지금은 일단 피한다.

그러나 이 건물에 있는 한 제아무리 강찬이라도 독 안에 든 쥐와 다를 것 없는 거다.

츠츠츠츠츠츠츠.

방화 셔터 내려오는 소리였다.

와락!

강찬이 먼저 계단으로 달렸고,

“부원장님을 지원해!”

강용준의 고함에 건물 오른쪽에서 합류한 특수 요원들이 강찬을 따라 계단으로 뛰어들었다.

츠츠츠츠츠츠츠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이미 셔터로 막혔다.

“서둘러!”

강찬의 지시와 동시에 특수 요원 한 명이 엄지손톱만 한 크기의 C4를 셔터의 중간에 가로로 다섯 개쯤 붙였다.

낱개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줄줄이 사탕처럼 폭탄들이 전선으로 연결된 형태였다.

“폭파!”

요원이 지른 고함이 복도를 쩌렁쩌렁 울릴 때, 요원이 고개를 무릎에 처박았고,

콰으으으응!

귀를 찢는 듯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이럴 때가 제일 위험한 거다.

띠익! 띠익! 띠익! 띠익!

새로운 경고음이 계단에 울려 퍼질 때,

철컥!

강찬은 찢겨 나가는 셔터의 중간으로 소총을 겨눴다.

후욱. 후욱.

아래로 떨어져 나가는 셔터, 피어오르는 연기, 폭파를 담당했던 요원이 급하게 고개를 드는 동작, 함께 움직였던 대원 넷이 악착같이 달려드는 모습이 천천히 시선에 담겼다.

셔터 건너편 계단 위쪽에서 권총과 소총이 보였다.

푸슈-웅!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강찬이 먼저 앞쪽 적들의 이마를 냅다 뚫어버렸고,

푸슈슝! 퍼버벅! 푸슈슝! 퍼벅! 푸슈슈-웅! 퍼버벅!

대원들과 요원들이 뒤편의 적들을 향해 연신 방아쇠를 당겼다.

와락!

강찬이 위를 향해 달렸고, 대원들과 요원들이 뒤를 따르는 순간에,

치잇.

“15초경과.”

국가 정보원 일본 분실장 조양수의 무전이 들렸다.

가와구치는 요원들에게 둘러싸여 옥상으로 올라갔다.

“달려! 달려! 국장님만 나가시면 대어를 잡는다!”

침침한 조명 아래에서 요원들의 급한 숨소리, 들고 있는 무기가 쩔걱이는 소리가 복도를 가득 메웠고, 계단을 한번 돌자 마침내 옥상으로 통하는 문에 도착했다.

가장 앞에 섰던 일본 요원이 문을 슬며시 열었다.

“국장님! 이쪽으……!”

밖을 힐끔 살핀 그가 입을 여는 순간에,

부슈-웅! 퍼억!

그의 머리가 수박처럼 퍽 터지며 뒤쪽으로 튄 피가 가와구치의 얼굴과 셔츠를 덮쳤다.

타아앙! 타다당! 타앙! 타다당! 타아아-앙!

일본 요원들이 건너편 옥상에 권총과 소총을 발사했는데,

부슈-웅! 퍼억! 부슈-웅! 퍼어-억!

역시나 머리통이 터져 뒤로 자빠졌고, 그중 한 명은 대가리가 반이나 날아간 몰골로 계단을 타고 굴러떨어졌다.

콰아앙! 콰으응!

저 아래에서 두 번째 폭발음이 들렸다.

아직은 좀 멀리 있는 느낌이었다.

타다당! 타다다당! 타다당!

띠루룩!

“3층이 뚫렸다! 지원해! 3층을 지원해!”

띠루룩!

“1호 상황을 정리하고 지원하겠다! 잠시만 버텨라!”

다급한 무전과 소총 소리가 들렸는데 당장 그쪽으로 인원을 빼줄 여유는 없었다.

띠루룩.

“건너편 건물의 저격수를 제거해! 그래야 VIP가 대피한다!”

부슈-웅! 카아앙!

무전을 날리던 일본 요원이 화들짝 놀라 머리를 아래로 처박은 직후였다.

콰으으응!

푸슝! 푸슝! 푸슝! 푸슝! 푸슝!

띠루룩.

“4층이 뚫렸어! 이쪽을 지원하라고!”

급한 무전이 또다시 들려왔다.

벌써? 층마다 요원들이 열다섯 명씩 배치되었는데?

무전을 들은 가와구치는 완전히 얼이 빠진 얼굴이었다.

철컥! 푸슝! 퍼억! 푸슝! 퍼억!

강찬이 적 두 명의 이마를 뚫었고,

타다당! 피이잉! 타다다당! 피비비빙!

적의 사격이 있었는데,

푸슈슈-슝! 퍼버벅! 푸슈슝! 퍼버벅!

우리 대원의 사격에 몸뚱이를 이리저리 비틀다가는 훌쩍 뒤로 넘어갔다.

치잇.

“1분 경과.”

강찬은 휙 방화 셔터 아래로 몸을 날렸다.

셔츠에 방탄조끼를 걸쳤고, 정장바지 차림이었는데 소총을 겨눈 자세만큼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타다다당! 퍼버버벅!

위쪽에서 갈긴 소총에 바로 앞 계단에서 불꽃이 사정없이 튀었고,

철컥! 푸슝! 퍼억!?

그 즉시 강찬이 위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휘이이이익! 철퍼덕!

위쪽 계단에 있던 적이 난간에 부딪히고는 그대로 떨어져 저 아래로 처박혔다.

“올라간다! 서둘러!”

3분이면 기동대가 도착하고, 5분이면 자위대 헬리콥터가 도착한다.

그전에 가와구치의 대가리를 뚫고 빠져나가야 이곳에 온 대원들과 요원들을 살려낼 수 있는 거다.

특수팀 요원이 5층으로 이어진 방화 셔터에 C4를 붙이고는 곧바로 고개를 처박았다.

콰으으응!

귀가 찢어질 것 같은 폭발음이 계단을 타고 위아래로 달렸다.

옥상 출구 앞은 머리가 날아간 일본 요원들이 널브러져 처참한 모습이었다.

“일제히 밀고 나간다!”

소총을 든 채 문밖을 살피던 나루히토가 이를 악물고 말을 뱉어냈다.

“앞에 다섯이 먼저 뛰어나가고 그 뒤에 국장님을 모신다! 다시 뒤에 다섯이 준비해라!”

그가 독기 가득한 눈으로 요원들을 돌아볼 때였다.

콰으응! 드드등!

폭발소리와 함께 계단이 흔들렸고,

타다당! 타다다당! 타다당! 타다다당!

일본 요원들의 기관총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서둘러! 국장님이 살아가셔야 오늘의 치욕을 간코쿠의 정보국에 돌려줄 수 있다! 내가 가장 선두에 서겠다! 해가 떠오르는 일본을 위해 희생할 요원은 앞으로 나서라!”

“하이!”

“요르시!”

곧바로 일본 요원 네 명이 그의 곁에 섰다.

“국장님! 오늘의 치욕을 꼭 되돌려 주십시오!”

붉게 충혈된 눈으로 가와구치를 노려본 요원이 볼을 씰룩이며 당부의 말을 전했고,

“음!”

가와구치가 다부지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여기만 빠져나가면 강찬이 오히려 이 건물에서 끝나는 상황이었다.

몸을 돌린 나루히토가 밖을 살피고는 다시 몸을 움츠렸다.

“달려나가는 순간, 일제히 사격한다. 뒤편의 비상 탈출로에 국장님을 모시면 이 위기도 끝이다! 대일본 정보국의 명예를 지켜라!”

콰으으응! 드드등! 타다당! 타다다당! 타다당!

그 사이 또다시 폭발음과 기관총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띠루룩.

“6층이 뚫렸다! 6층이 뚫렸다!”

벌써?

도대체 층마다 있는 열다섯 명의 요원들은 뭘 하길래?

일본 요원들의 눈에 담긴 불안함 때문에라도 더는 시간을 끌기 어려웠다.

앞에 다섯 명의 요원이 무기를 다부지게 든 채로 이를 악물었고, 그 뒤에 가와구치가 붙어섰으며, 다시 뒤로 요원들이 매달렸다.

콰으으응! 드드드드등!

폭발음과 함께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진동이 옥상을 울렸다.

띠루룩.

“인원이 부족해! 지원해라! 당장 이곳이……!”

푸슈-웅!

띠루룩!

무전을 통해 급한 상황이 그대로 넘어오고 있었다.

“준비해! 요이!”

나루히토의 지시였다.

가와구치까지 열 명이 넘는 인원이 상체를 숙인 채 앞을 노려보았다.

“가자!”

와라락!

부슈-웅! 퍼억! 부슈-웅! 퍼억! 부슈-웅! 퍼억!

세 명의 머리가 터지면서 앞을 가로막는 꼴이 되었다.

타다당! 부슝! 퍼억! 타다당! 타다다당! 부슈-웅! 퍼억!

일본 요원들이 죽기 살기로 소총을 갈기는 동안, 또 한 명의 머리가 커다랗게 터져 나갔다.

콰으으응! 드드드드등!

폭발음이 커다랗게 들렸는데 이번엔 보고조차 없었다.

부슈-웅! 퍼억!

앞을 막아준 요원의 머리가 터져 나간 직후에 가와구치는 머리를 감싸다시피 하고 옥상의 출구를 빠져나왔다.

“달려! 달리……!”

부슈-웅! 퍼억!

“이쪽……!”

부슈-웅 퍼억!

콰으으응! 드드드드등!

가와구치는 옥상 문의 반대쪽을 향해 달렸다.

그의 얼굴과 상체가 일본 요원들의 피로 시뻘겋게 변한 상태였다.

강찬은 깨진 방화 셔터 아래로 빠르게 뛰어들었다.

치잇.

“1분 45초 경과! 타겟이 비상 탈출로로 이동 중!”

이를 악문 강찬은 계단을 뛰어 올라가며 탄창을 뽑았다.

차칵! 철컥! 철커덕!

마지막 방화 셔터가 눈앞에 있었다.

“서둘러!”

강찬의 고함이 떨어지기도 전에 요원이 C4를 붙였고, 곧바로 고개를 처박았다.

콰으으으으응!

너무 가까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폐에서 폭발이 일어난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폭발음이 크게 들렸다.

치잇.

“2분 경과!”

강찬은 마지막 방화 셔터 아래로 몸을 날렸다.

타다당! 퍼버벅! 철컥! 푸슝! 퍼억!

위쪽에서 기관총 사격이 있었는데 강찬의 사격에 이마를 뚫리고는 그대로 계단에 널브러졌다.

염병!

오른쪽 어깨가 욱신거렸는데 지금은 돌볼 겨를이 없었다.

계단을 달려 올라가는 강찬을 따라 대원들과 요원들이 악착같이 함께 뛰었다.

계단만 열 개 층이다.

그냥 올라가라고 해도 적지 않은 높이를 죽을 힘을 다해 뛰어 올라간 터라 숨이 턱턱 막혔다.

치잇.

“우리가 나간다! 저격수 사격 중지!”

치잇.

“저격수 카피!”

강찬은 널브러진 일본 요원들 사이를 달려 옥상으로 올라갔다.

치잇.

“출입구 뒤쪽입니다!”

상황을 지켜보았던 저격수가 방향을 알려주는 모양이었다.

강찬이 입구를 끼고 오른쪽으로 도는 순간에,

타다다당! 퍼버버벅!?

곧바로 적의 사격이 있었다.

봤다! 가와구치가 비상 탈출기에 몸을 반쯤 싣는 것을 말이다.

후욱. 후욱.

옥상 입구에 몸을 숨긴 강찬이 숨소리를 들을 때였다.

“저희가 반대쪽으로 돌겠습니다.”

말을 건넨 특수 요원 한 명이 대뜸 반대편으로 몸을 돌렸다.

와락! 와라락!

말리거나 다른 말을 할 틈이 없었다.

푸슈슝! 타다당! 퍼버벅! 푸슝! 퍼억! 푸슝! 퍼억!

먼저 뛰어나간 요원이 총을 맞았고, 그 사이 강찬이 남은 두 놈을 해결했다.

와라락!

다리부터 허리까지를 주머니에 담은 꼴로 가와구치가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푸슝! 카아앙! 푸슝! 카앙!

염병할!

불이 났을 때 탈출하는 장비처럼 로프에 연결된 승강장치였다. 거기에 건물 바깥쪽으로 만들어진 커버가 묘하게 휘어 있어서 당장 총으로 맞히기는 어려웠다.

치잇.

“2분 30초 경과! 철수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저 개새끼를 놓쳐?

이를 악문 강찬은 곧바로 허리에 걸었던 권총 지갑을 풀어냈다. 그리고는 왼손 안쪽에 끼워 넣고는 로프를 움켜쥐었다.

“아래로 내려가서 탈출로 확보해! 서둘러!”

요원들이 말릴 틈도 없이 강찬은 그대로 몸을 던졌다.

지이이이익!

‘끄으응!’

왼손 손바닥과 손아귀가 생으로 타들어 간 다음에 결로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었다.

지이이이익!

이 개새끼! 이대로 그냥 가게 둘 것 같아!

‘끄으으!’

아예 그대로 떨어지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번쩍! 번쩍!

멀리서 기동대의 사이렌이 보일 때 강찬의 바로 아래에 가와구치의 머리가 있었다.

바깥쪽으로 난 커버가 휘어 있어서 여기에서 놓치면 가와구치는 이대로 지하를 통해 빠져나가는 구조였다.

강찬은 왼손을 놓았다.

휘이이익! 콰아아악!

떨어지는 상태에서 가와구치의 어깨를 밟았고,

꽈악! 터억!

그의 목을 움켜쥔 오른손으로 비상 탈출기의 멈춤 고리를 당겼다.

휘처-엉! 콰당!

둘의 몸이 커다랗게 흔들렸다가 벽에 세게 부딪혔다.

“가와구치! 사람이 왔으면 얼굴쯤은 보여주고 가야지.”

“위원장! 오해요!”

가와구치가 겁에 질린 눈으로 어색한 한국말을 쏟아냈다.

“무언가 오해가 있는 거요!”

피식!

가와구치는 완전히 혼이 날아간 사람처럼 보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