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꼭꼭 숨은 거 같지? (1)
[차세대 발전 시설의 가동을 앞둔 한국의 비무장지대에서 교전이 일어났습니다.]
멀리서 잡았는지 흔들리는 화면 속에서 커다랗게 불꽃이 피어올랐고, 이어서 폭발음이 들렸다.
스웨이든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화면에 상체를 기울였다.
이건 너무 이른 시간이다.
그리고 장소도 저기여서는 안 된다.
[북한은 남측 철책선을 향해 지속적이고 위협적인 포격을 계속 가하고 있습니다.]
어두운 화면에서 커다란 불꽃이 연속으로 보였다.
[남측은 아직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현재 전군 비상령을 내렸으며, 그에 따라 전투기를 모두 발진시킨 상태에서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전투기가 어쩌고 어째?
[추가로 들어온 소식입니다. 전군 비상령이 내려진 가운데 동해와 서해에 한국의 모든 군함이 항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미연합사령관 브라이튼은 한국 정부에 추가적인 교전을 삼가해 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미친 인간아! 이 기회에 전쟁을 일으켜야지!”
스웨이든의 고함이 채 가라앉기 전이었다.
[속보입니다. 중국이 항공모함과 전투기를 발진시켰습니다. 또한, 러시아가 전군 비상령을 내린 상태에서 한반도의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군함이 항구를 출발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털썩!
스웨이든은 의자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 정도라면 한미연합사령관은 한국을 다독이고 매달릴 수밖에 없다.
“갓 오브 블랙필드.”
새삼 그의 능력과 위력이 무섭게 다가왔다.
“아직 끝이 아니다. 두고 보자.”
그는 시계를 향해 독기 가득한 시선을 주었다.
***
[대통령님! 지금은 참으셔야 합니다!]
청와대 지하 회의실로 한미연합사령관 브라이튼의 음성이 들렸고, 깔린 것처럼 동시통역이 전하는 우리말이 들렸다.
[사태를 예의 주시하다가 북한의 추가 도발이나, 보다 위협적인 도발이 발생하면 그때 반응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입니다.]
문재현은 고건우를 본 뒤에 앞에 놓인 마이크로 상체를 기울였다.
“사령관, 우리는 우리 주권과 영토를 침범하는 그 어떤 도발에도 강력하게 대응할 것입니다. 이 점은 이미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그것은…….]
“주한 미군의 협조가 없더라도 최소한 포격을 가한 기지는 공격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문재현이 강하게 의견을 전했을 때, 비서관이 빠르게 지하 회의실로 들어섰다.
<미국 대통령 전화 대기>
그가 내민 메모지에 적힌 내용이었다.
“귀국의 대통령이 전화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령관, 나는 사령관의 약속을 믿겠습니다. 대신 사령관의 약속이 필요합니다.”
[말씀하십시오.]
“이 시간 이후로 이번 사태가 끝날 때까지, 주한 미군이 군사행동을 할 때는 무엇보다 나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이 점을 약속한다면 나 역시 한미연합사령부의 의견을 존중하겠습니다.”
동시통역의 음성이 끝난 뒤에도 잠시 답은 없었다.
이런 통화는 모두 녹음된다.
브라이튼이 함부로 답을 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사령관의 의지는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주한 미군의 일방적인 행동에 우리의 운명을 맡기기보다는 중국, 러시아와 분쟁이 일어나더라도 반격을 가할 것입니다.”
미국 대통령이 전화를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브라이튼은 그와 통화하기 어렵고, 만약 문재현이 공격 지시를 내린 뒤에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게 되면 모든 책임은 한미연합사령관의 몫이 된다.
[약속하겠습니다. 대통령님께 분명하고 확실하며 신뢰 있는 약속을 전합니다.]
한미연합사령관의 답이 떨어지자 문재현의 입가에 스치듯 미소가 지나갔다.
“고맙습니다, 사령관. 그렇다면 귀국의 대통령과 통화하겠습니다.”
상체를 들자 마이크에 켜져 있던 붉은색 등이 사라졌다.
“후우.”
셔츠의 목 단추를 하나 풀어내며 문재현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를 연결하세요.”
맞은편에 앉은 황태범은 꼼짝도 못한 채, 문재현에게서 잠시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미국의 대통령을 기다리게 하고, 한미연합사령관이 매달리는 세상이라니.
황태범은 목과 팔등에 소름이 끼치는 느낌이었다.
달라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그는 이제야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었다.
***
가와구치는 아예 넋이 나간 눈으로 화면에 나오는 보도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이 통화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백악관은 긴급하게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이번 사태를 현명하게 넘기기를 희망하며, 주한 미군의 군사행동을 포함한 모든 조치에 대해 문재현 대통령의 판단을 적극 지지하며, 그에 따를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백악관 동아시아 담당관이 단상에서 발표문을 읽는 장면이 나왔다.
[또한, 미국은 한국의 영원한 혈맹으로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에 대해 엄정하고 우려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가와구치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제 남은 것은 한 가지밖에 없다.
비록 한 가지이긴 하지만 아직 남은 것이 있으니 끝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것마저 실패하게 된다면 가와구치는 분명 목이 홱 돌아간 시체로 발견될 거다.
강찬과 잔인한 도살자라는 석강호, 그리고 벽안의 용병 제라르는 물론이거니와, 증평의 특수팀을 상대할 병력이 현재 일본에는 없다.
그는 전쟁 영웅들을 떠올렸다.
‘할아버지, 힘을 주십시오.’
군복에 군모를 쓰고, 허리에 칼을 찬 조부가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사진이 그의 뇌리에 떠올랐다.
***
퇴역한 선배 대원들은 TV를 최대 볼륨으로 틀어 놓는다. 기압 때문에 고막이 상했기 때문이다.
그건 나중 문제다. 이 작전을 마치고 살아서 돌아갔을 때.
신기하게 물속에서도 소리가 들린다.
목표 지점 900야드까지 접근했을 때였다.
진동수는 수중 추진기의 동력을 껐다.
적의 잠수함은 이 앞의 바다에 몸을 감추고 있다.
승조원이 대기한다는 의미였고, 그들이 수중 추진기의 모터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대원들이 진동수를 따라 수중 추진기의 동력을 끈 뒤에 팔뚝만 한 케미컬라이트를 꺾어 손잡이에 매달았다.
이래 놓으면 탈출할 때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원들의 준비가 끝났다.
깊고 어두운 바닷속에서 야광봉의 파르스름한 빛이 뿜어져 나올 때 진동수는 좌우를 둘러보았다.
‘가자!’
이제부터는 체력으로 버텨야 하고, 체력이 다 떨어지면 정신력으로 이뤄 내야 하는 작전이었다.
흔히 ‘산소통’이라 부르는 등에 지는 잠수 장비는 엄밀히 말하면 ‘공기통’이다. 산소와 질소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서 외부에서 호흡할 때 들이마시는 공기와 비슷하게 만든다.
질소만 마셔도 사람은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헬륨가스도 같은 역할을 한다. 때문에 간혹 헬륨가스가 가득 든 애드벌룬에 들어간 사람은 숨이 막히는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저 어지럽다고 느낀 뒤에 쓰러지면 산소 공급이 안 돼서 그냥 인생 끝나는 거다.
진동수는 시계에 달린 나침반을 확인하며 방향을 잡았다.
조류에 휙 쓸려서 방향이 틀어지면 엉뚱한 곳에 도착한다.
어둠, 깊은 동굴에서 울려 나오는 것처럼 음침한 소리, 간혹 들리는 찰박이는 파도 소리, 조류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바닥의 모래와 해초들.
깊은 바다는 사람의 공포심을 있는 대로 자극한다.
방향을 확인한 진동수는 다시 좌우를 돌아보았다.
사람은 숨을 들이마셨으면 뱉어야 한다.
바닷속에서 숨을 뱉으면 방울이 보글보글 올라가서 ‘저 속에 수중 폭파팀이 있어요.’ 하고 알려 준다.
폐쇄회로 잠수법은 그래서 압축된 산소를 써서 들이마시는 양을 극도로 줄이고, 또 그래도 나오는 숨을 기계에 몰아넣는 방식이다.
산소를 너무 많이 들이마셔도, 이산화탄소를 제대로 뱉어 내지 못해도, 한순간에 술 취한 사람처럼 멍했다가 의식을 잃고 뻣뻣하게 굳는다.
지금은 대원 중 누군가 그런 일을 당해도 구해 줄 방법이 없다. 깊은 바다 저 아래로 가라앉는 것을 지켜보다가 다시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거다.
바다를 지키는 일은 힘겹다.
누구 한 사람 제대로 알아주지도 않는다.
제대하고는 고막이 나가서 TV를 볼 때마다 옆집의 항의를 들어야 하고, 일찍 제대한 이들은 스킨스쿠버 강사를 하며 살아간다.
겨울에는 끔찍하고, 여름에는 잔인한 훈련이 이어진다.
심지어 여름에 바다에 있는 게 얼마나 좋겠냐며 부러워하는 미친 인간들도 있다.
바다를 지키는 일이 사명이라고 여기지 못하면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진동수가 세 번째로 방향을 확인한 후에 고개를 들었을 때였다.
바다 위로 조명등이 훅 하고 지나갔다.
‘기지다!’
그의 심장이 조금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
대원들을 향해 시선을 돌린 진동수는 검지와 중지로 눈을 가리켰다. 앞으로 나가서 목표하는 잠수함을 찾으라는 의미였다.
지시를 받은 대원들이 능숙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진동수 역시 앞을 향해 움직였다.
다들 알고 있다.
돌아가기 어렵다는 것을.
이동 거리가 너무 길었다.
그래서 C4를 설치한 뒤에 다시 돌아가려고 해도 900야드 바깥에 둔 수중 추진기까지 가기 전에 정신을 잃고 뻣뻣해진다는 것을 모두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누구 한 사람 주저하지 않고 앞으로 움직였다.
이 어두운 바닷속을 폭탄을 간직한 채 나아간다는 것을, 그 끝에 매달린 죽음을 각오했다는 것을 알아주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물결을 타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대원들의 오리발이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저놈들의 가족을 모두 안다.
박노준의 노모가 평생 공판장에서 조개를 까느라 오른손 엄지와 검지가 칼 모양으로 뒤틀려 있는 것도 알고, 이동술이 그의 아내를 처음 보고 끙끙댈 때 함께 소주잔도 기울였었다.
그러니 모두 죽음을 각오했겠지만, 어떡해서든 한 명이라도 살려서 보내야 한다.
진동수는 몸을 앞으로 움직이며 배가 잔뜩 부른 아내를 떠올렸다.
늦둥이를 가져서 남사스럽다던 아내의 퉁퉁 부은 얼굴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 없었다.
한 번만 더 볼 수 있다면…….
진동수의 생각은 거기에서 끝났다. 눈앞에 시커먼 몸뚱이를 숨긴 잠수함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둥근 대가리, 날렵하게 빠진 꼬리.
북한군의 잠수함은 모두 바다 위로 올라가 있어서 새삼스럽게 구별할 필요도 없었다.
진동수는 대원들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염병할 새끼들!
잠수함을 6대나 가지고 왔을 줄은 몰랐다.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 줄 알아?
국가정보원 요원이 목숨을 던져 정보를 얻고, 특수팀 대원이 절벽에 떨어져 가며 위치를 찾아냈으며, 이 작전을 위해 비무장지대를 뛰어 들어간 동료가 있는 나라.
몰랐다면 이제부터 알게 될 거다.
원래는 2인 1조로 움직일 예정이었다. 그런데 잠수함이 6대나 되는 바람에 각자 한 대씩 맡아서 추진 부위에 폭탄을 설치해야 했다.
조심스럽게 잠수함의 뒤쪽 아래로 움직인 진동수는 허리춤에 꼭 끼워 놓았던 C4를 천천히 뽑았다.
폭탄을 감싸는 똑딱이 단추는 생각도 못한다.
잠수함에 탄 승조원 중 날카로운 놈은 물갈퀴를 젓는 소리까지 구별해 낸다.
C4를 붙이는 작업은 그래서 더욱 섬세해야 한다.
조류에 휩쓸릴 때 잠수함에 부딪치기라도 하면 상황 더러워지는 거다.
이걸 몇 번쯤 연습했을까?
진동수는 능숙하게 C4에 뇌관을 꽂아 넣고 성냥 쌓기 마지막 칸을 올리는 사람처럼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숨이 턱턱 막힌다.
그런데 이럴 때도 압축산소를 제대로 삼켜야 하고, 나오는 숨이 거꾸로 돌지 않도록 분명하게 기계에 뱉어 내야 한다.
320명 지원해서 16명만이 교육에 통과했는데, ‘이번엔 왜 이렇게 통과자가 많아?’ 하고 놀라는 곳이 UDT다.
진동수가 C4를 붙이고 몸을 비틀며 방향을 돌릴 때였다.
우우우- 웅!
오른쪽에서 섬뜩한 잠수함의 엔진 소리가 울려 나왔다.
놀란 시선을 돌린 곳에서 스크루에 빨려 들어가는 대원이 진동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붙잡아! 붙잡으라고!’
멀리 떨어져서 눈을 바라보지도 못했다.
그래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C4 설치 완료.’
엄지를 위로 세워 보인 박노준이 그대로 스크루에 말려드는 것을 말이다.
‘노준아! 괜찮으니까 붙잡으라고!’
잠수함을 붙잡고 버틸 수 있었다. 충분히 시간도 있었고, 그의 실력이라면 잠수함 대가리까지 넉넉하게 갔을 거다.
그런데도 박노준은 그 작은 소리가 작전을 망칠까 봐 그대로 스크루에 빨려 들어갔다.
‘야! 이 멍청한 새끼야!’
우우우웅!
스크루에 감겼던 박노준의 몸뚱이가 튕긴 것처럼 뒤로 날렸다가 축 늘어진 채 바닥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오냐! 기다려라! 여기 놈들 다 보내 줄 테니까.’
진동수는 잠수함 위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를 따라 대원들이 위로 올라올 때, 남은 5대의 잠수함이 차례대로 엔진을 가동했다.
기폭 장치는 무선으로 연결했다.
손아귀 힘을 단련할 때 쓰는 악력기와 비슷한 형태의 스위치를 꽉 움켜쥐면 잠수함은 끝인 거다.
딥스위치를 A에 두면 정한 시간만큼 있다가 폭발, B에 두면 바로 폭발한다.
대원들이 진동수 쪽으로 움직여서 차례대로 엄지를 얼굴 앞에 세워 보였다.
준비가 끝났다는 의미였다.
대한민국 최고의 수중 폭파팀이다.
이놈들이 끝났다면 폭발은 의심할 것 없다.
대원들이 각오한 눈빛으로 수경 너머 진동수를 바라보았다.
이 상태에서 잠수함이 폭발하면 물속의 충격을 이기지 못해 어차피 다 죽는다.
진동수는 아래로 늘어져 있는 박노준의 몸을 힐끔 본 뒤에 대원들에게 돌아갈 방향을 가리켰다.
‘출발해!’
그는 왼손을 둥그렇게 말아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그 위로 지나쳤다.
‘이곳을 빠져나가면.’
이어서 손가락 2개를 위로 들었고, 너울처럼 움직였다.
‘물 위로 헤엄쳐서 움직여라.’
누구도 물러서지 않으려 했다.
우우우우웅!
시간이 급했다.
진동수는 검지와 중지로 왼쪽 팔뚝을 가리켰다. 군복에서 태극기가 새겨진 자리였다.
‘대한민국을 지켜! 서둘러!’
진동수는 날카로운 눈으로 대원들을 노려보고는 폭파 스위치를 들었다.
우우우우웅!
엔진 소리가 조금 더 거칠어졌을 때, 진동수는 이동술의 수경 바로 앞에 얼굴을 디밀었다.
‘가! 이 새끼야! 해군특수전전단이 이따위 감정에 시간을 끌 정도로 여유 만만한 곳이었어? 다음번에 이런 순간이 오면 그때는 네가 이걸 맡아! 알았어!’
눈과 눈이 똑바로 마주친 다음이었다.
시커먼 바닷속에서도 확연하게 보일 정도로 충혈된 눈을 한 이동술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렸다.
‘고생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진동수는 멀어져 가는 대원들을 돌아보았다.
가라! 그리고 후배들과 함께 이 바다를 반드시 지켜라!
내가 남길 당부는 그것뿐이다!
대원들의 모습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우우우우웅!
발아래에서 으르렁거리는 잠수함을 보며 진동수는 산소에 취한 사람처럼 웃었다.
그렇게 보채지 않아도 다 보내 주마!
정보국 요원과 특수팀 대원이 알아냈고, 비무장지대에서 교전을 벌여 주는 동안, 해군특수전전단 수중 폭파팀이 적의 잠수함을 폭파하는 거다.
이 작전을 지휘한 사람은 누굴까?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그래도 진동수는 스위치를 손에 건 채 악착같이 버텼다.
대원들이 1야드라도 더 갈 수 있도록 최대한 시간을 벌어 줘야 했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우우우웅!
엔진음이 좀 더 거세졌다.
여기까지인 것 같았다.
그는 손에 들린 발파 장치를 보았다.
여보, 미안하다.
먼저 가야겠다.
당신과 우리 아이가 살 대한민국을 지키는 일이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을 당신 남편이 한다.
그렇게 이해해 주라.
달칵.
진동수의 눈앞에서 화끈한 불꽃이 터졌고, 무엇엔가 얻어맞은 것처럼 그의 몸이 거세게 뒤틀렸다.
***
[속보입니다. 북한의 원산 기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폭발은 모두 여섯 차례였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수중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아 잠수함과 관련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