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2부)-7화 (426/520)

제4장. 조국의 부름을 감사하게 (1)

2013. 5. 26. 15:26 경남 창원시 진해구

박점순은 평생을 수협 공판장 근처에서 살았다.

굴과 조개를 까는 일은 쉽지 않아서, 낮이면 막걸리를 한 사발 마시는 버릇도 생겼다.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바글바글한 파마머리는 신경 쓸 일 없고, 한번 볶아 놓으면 오래가기 때문이지, 그녀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아무튼, 바글바글한 파마머리에 커다란 꽃무늬 티를 입은 박점순은 오전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속이 없다, 없다 이렇게 없을 수가 있을까.

안다. 빤한 사정인 거.

거기에 전과 달리 몸뚱이가 아파서 지금은 일도 손주들 용돈 주기 위해 며칠 하는 게 전부였다. 더 무리하면 시쳇말로 약값, 병원비가 더 나가는 거다.

다 아는데 속에서 천불이 올라오더니 지금은 서럽기까지 했다. 언제부터 그렇게들 살았다고, 제주도 여행에 35만 원을 덜컥 내란다.

비상대기인 아들에게 말하면, 올이 풀어진 양말 꿰매 신는 며느리에게 말하면, 그깟 35만 원 당장 ‘어머니! 다녀오세요!’ 하고 내줄 거다.

박점순은 입술을 뾰루퉁하게 내밀고 집으로 들어섰다.

“어데 다녀와요?”

“비상대기라 안 했나?”

“잠깐 들렀다 아임니까. 노인네 표정이 와 그래요?”

“아이다!”

“뭐 있구만은. 와? 누가 또 뭐라 해요?”

“아이라!”

표정만 보고도 알아주는 아들이 고마워서 박점순은 대번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무신 일인데요?”

아들이 얼굴을 디밀고 물어보자,

“계모임에서 제주도 간다 안 하나?”

빌어먹을 주둥이가 대뜸 속없는 말을 쏟아냈다.

“신경 쓰지 마라. 내 괘안타.”

아들은 입술을 길게 늘이며 웃었다. 그리고 박점순을 안아 주었다.

“남사시롭꼬로.”

“어무이, 다음번에 태어나믄요. 내 딸아로 나오소.”

아들은 무뚝뚝해서 이런 낯간지러운 소리 한 적이 없다. 이렇게 안아 준 적도 없었고.

“무신 일 있나?”

“어데요! 다음번에 내 얼라로 태어나믄 호강시켜 줄라고 그라지.”

됐다. 이런 아들이 있는데 그깟 제주도 여행.

“어무이, 내 부탁 하나 들어주소.”

박점순은 고개를 비틀어 키가 훨씬 커다란 아들을 바라보았다.

“이번에 제주도 꼭 다녀오소.”

“어데!”

“그라지 말고 다녀오소.”

아들의 눈이 평소와 달랐다.

언제가 군대에 입대할 때 곱은 손을 잡아 줄 때의 눈빛이었다.

“일읍다!”

아들은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해군특수전전단의 중사였다.

늘 바다에 나가 힘겹게 훈련하고 돌아오는 아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 것 같아서 박점순은 또 눈시울을 붉혔다.

“와?”

“고마워서 안 그러나?”

아들은 그렇게 눈시울을 붉히는 박점순을 또다시 꼭 안아 주었다.

“다음번에는 돈 억수로 버는 아버지 될라카니까, 꼭 내 얼라로 태어나소.”

“괘안다. 내사 지금도 억수로 호강한다.”

조개를 까느라 휘어 버린 손가락이다. 박점순은 그런 손으로 아들 박노준의 등을 쓰다듬었다.

김영숙은 현관에서 군화를 신는 남편의 등을 쓰다듬었다.

비상대기라더니 짬이 났다고 달려와서 고작 봉지 커피 한 잔 마시고 다시 나가는 길이다.

저런 남편에게 해 준 말이 아이들 학원비 걱정이라니.

“당신, 정말 아무 일 없는 거지?”

이동술은 팔을 뻗어 김영숙을 안았다.

“왜 이래?”

“뭘? 좋구만.”

오랜만이다. 남편이 해 주는 입맞춤은.

커피 냄새, 그리고 찝찝한 담배 냄새가 확 풍겼다.

“이제 가!”

김영숙은 남편 이동술의 가슴을 툭툭 때렸다.

“나랑 결혼한 거 후회 안 돼?”

“너, 나한테 죄지은 거 있지?”

“그런 게 어딨냐?”

고개를 갸웃하고 바라보는 앞에서 남편은 진짜 멋진 미소를 짓고 있었다.

“후회한 적 없어. 당신 군인인 거 알고 결혼했고, 우리 애들 생긴 것 감사하고.”

남편의 눈빛 때문인지 김영숙도 오랜만에 결혼 전의 감정을 떠올렸다.

의창구의 담배 가게 아가씨인 김영숙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던 남편은 그 뒤로 3년을 변함없이 따라다녔다.

1년에 몇 번 없는 눈 오는 날, 몸을 웅크리고 가게를 나서는 앞에서 남편은 그제야 우산을 폈다.

그의 머리와 등, 어깨에 소복하게 쌓인 눈을 보는 순간, 김영숙은 눈물을 펑펑 흘렸고, 그때부터 이동술을 믿었다.

담배 가게의 만만한 아가씨여서가 아니라 그가 진짜로 사랑해서 기다린 거라고, 속는 한이 있어도 이 남자는 믿어 볼 거라고 결심한 순간이었다.

이동술은 우직했고, 변함이 없었다.

“당신한테 늘 고마워.”

모처럼 결혼 전의 미소를 찾은 김영숙은 이동술을 포근하게 안아 주었다. 그래 봐야 남편이 머리 하나가 더 커서 안긴 꼴이 나오지만 말이다.

2013. 5. 26. 16:01 증평 특수팀 훈련장

띠이! 띠이! 띠이!

부대 전체에 날카로운 사이렌이 울렸다.

와락! 와라락!

대원들이 관물대로 달려들었고,

철컥! 철커덕!

필요한 장비들을 몸에 걸쳤다.

두두두두두두두두!

헬리콥터의 프로펠러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나올 때, 왼쪽 어깨에 대검을 건 대원들이 우르르 뛰쳐나왔다.

헬멧, 복면, 회백색 군복, 어깨의 대검, 방탄조끼, 주렁주렁 달린 탄창과 수류탄, 권총, 허리와 발목의 대검, 그리고 왼팔의 태극기가 대원들의 각오를 제대로 보여 주었다.

철컥! 철컥!

윤상기와 대원 한 명이 헬리콥터의 출구를 지키는 동안, 대원들이 연속해서 뛰어 올라갔다.

강철규와 남일규의 뒤를 따라 곽철호가 올라갔고, 차동균을 끝으로 윤상기와 대원도 뛰어들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헬리콥터가 높다랗게 올라갔다.

2013. 5. 26. 16:01 국가정보원 대테러팀

위이이이이잉!

“대테러 비상!”

철컥! 철컥! 철커덕!

검은 군복에 복면을 한 대원들이 소총을 들고 달려 나갔다.

테스트 하루 전이다.

그리고 이건 실제 상황이었다.

신일국이 지켜보는 앞에서 대원들이 빠르게 검은색 버스에 올랐다.

부으으으응!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상황은 버스 안에서 들을 수도 있고, 아니면 목표 지점에 도착해서 알 수도 있다.

대원들이 맞은편에 앉은 대원들의 눈을 보며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대한민국에 위기가 왔다면, 가장 먼저 나서고, 가장 뒤에 나온다. 대원들의 각오는 그랬다.

2013. 5. 26. 16:01 606 특임대대

띠이! 띠이! 띠이!

“606 비상!”

당직의 고함이 떨어지는 순간에 대원들은 관물대에 붙어 있었다.

이 순간을 지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 따위 하지 못했다.

철컥! 철커덕!

왼팔에 달린 태극기는 그런 의미였다.

테스트 전날, 적은 어떤 식으로 도발할 거다.

그것이 북한이든, 예상하지 못했던 테러든, 각오는 하고 있었다.

국제빌딩에서 동료들을 잃었던 대원들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고,

와락! 와라락!

그 눈빛을 하고 뛰어나갔다.

2013. 5. 26. 16:05 진해 해군특수전전단

황태범이 들어서자 대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차렷!”

“쉬어.”

황태범은 그 흔한 절차까지 잘라 버리고 7명의 대원들을 돌아보았다.

“앉아! 쉬어!”

중위 진동수가 자리에 앉은 다음이었다.

“집에들 다녀왔어?”

“예!”

황태범이 전화로 내려 준 명령이었다.

분위기로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황이었고, 대원들은 이미 각오가 선 얼굴이었다.

황태범이 고개를 끄덕이자 조명이 꺼졌고, 이어서 앞쪽의 화면에 지도가 올라왔다.

“원산에 밀거래된 잠수함이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우리는 오늘 밤 잠수함을 폭파한다.”

찰칵.

화면이 바뀌었다.

“알다시피 이 지역은 수송기의 이동이 불가능한 지역이다. 60마일 지점까지 수송선으로 이동, 10마일 지점에서 IBS(고무보트)와 립(RIB, 고속단정)으로 이동한다.”

찰칵.

화면이 또 바뀌었다.

“2마일 근방부터 DPD(수중 추진기)를 이용해서 목표 지점에 도달하고, 밀거래된 잠수함이 있는지를 확인한 뒤에 폭파까지는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따른다. 질문!”

진동수가 손을 들었고, 황태범이 고개로 그를 가리켰다.

“트래거를 이용해야 하지 않습니까?”

황태범이 고개를 끄덕이자 묵직한 침묵이 회의장을 덮었다.

폐쇄회로 잠수법은 흔히 아는 공기통을 등에 지는 것이 아니라 압축산소를 가슴에 달고 하는 잠수다.

흔히 TV에서 나오는 잠수 장면과 다르게 트래거를 이용하면 뽀글거리는 기포가 전혀 안 나온다.

문제는 압축산소를 사용하는 잠수는 시간이 길어지면 대원들이 견디기 어렵다는 거였다.

2마일을 잠수해서 달려가고, 다시 잠수함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리는 데다, 폭파까지 하려면?

찰칵.

화면이 또 바뀌었다.

“작전 시간은 오늘 23시 05분이다. 이 작전을 위해 비무장지대에서 충돌이 있을 거고, 고성 지역에 대테러팀이 파견된다. 그 밖에 여러분의 귀환을 위해 606이 해상에서 대기할 예정이다.”

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606은 훈련의 30퍼센트를 해군특수전전단과 함께하는 사이다.

“어려운 임무다. 그래서 낮에 특별히 시간을 주었다.”

황태범이 중앙으로 나서자 그의 얼굴에 화면이 올라왔다. 지도 그림을 위장처럼 뒤집어쓴 그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부끄러운 일 아니다. 다들 이해한다. 이 작전에서 빠질 사람은 지금 조용하게 나가서, 내일 작전 종료 때까지 훈련소 막사에서 지낸다.”

전화를 비롯해서 일체 외부와 연락이 불가능한 곳에 있으라는 의미였다.

황태범의 말이 나왔음에도 누구 하나 움직이는 대원은 없었다.

“진동수!”

“중위 진동수! 조국의 부름을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중위 진동수가 던진 다부진 답에 황태범은 나직하게 숨을 내쉬며 볼을 씰룩였다.

“박노준!”

“중사 박노준! 조국의 부름을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이동술!”

“하사 이동술! 조국의 부름을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이름을 부르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다부진 답이 나왔다. 그리고 그때마다 황태범은 볼을 씰룩였다.

7명의 답을 모두 들은 다음이었다.

뒤편의 지도를 돌아본 황태범이 다시 시선을 가져왔다.

트래거 잠수(폐쇄회로 잠수, close circuit)로 지금과 같은 작전을 펼치는 것은 정말 위태로운 계획이다.

지금 눈앞에 있는 놈들이 누구보다 잘 아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대원들은 혹시나 작전에서 밀려날까 악을 바락바락 쓰며 답을 했다.

“출발은 17시 25분이다. 이상!”

“여단장님!”

중위 진동수가 몸을 돌리려는 황태범을 붙잡았다.

“군가 한 번 함께해 주십시오!”

황태범은 웃음이 픽 나왔다.

왜 내가 현역 때 이런 기회가 없었을까?

마음 같으면 저 놈을 밀쳐 내고 달려가고 싶은데, 지금은 고작 브리핑하고 군가 함께 불러 주는 게 전부인 거다.

고맙다, 이놈들아!

바다의 사나이로 살았고, 너희 같은 대원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에 정말 감사한다.

황태범이 고개를 끄덕이자 진동수가 대원들을 일으켜 세웠다.

“군가 준비!”

“으아!”

다함께 오른손 주먹을 위로 들었다.

“군가 시작!”

“우리는 사나이다! 강철의 사나이!”

지겹도록 부르고 들었던 군가다.

“나라와 겨레 위해 바친 이 목숨!”

그런데 오늘만큼은 전혀 다르게 들렸다.

“믿음에 살고! 의리에 죽는 사나이!”

그동안 바다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대원들이 악에 받쳐 하던 훈련들이 떠올라 황태범은 가슴이 울컥했다.

“나가자! 저 바다! 우리의 낙원!”

군가가 끝났다.

“차렷! 여단장님께 경례!”

“필! 승!”

황태범은 커다랗게 숨을 들이마신 뒤에 분명하고 확실하게 대원들의 경례에 답했다.

2013. 5. 26. 19:25 강원도 인제군 장승리 제21수색대대

증평 특수팀, 606, 그리고 국가정보원 대테러팀이 회의실에 집결했다.

대강 얼굴들을 아는 사이고, 그동안 몇 번이나 작전도 함께 뛰었다.

긴장감이 팽팽한 가운데 대원들 사이에 반가운 눈인사가 오갔다. 무엇보다 대원들 틈에 강철규와 남일규가 함께 있다는 것이 대원들에게 커다란 힘이 되는 눈치였다.

아직 누구도 왜 이곳에 비상 출동을 했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브리핑과 함께 오늘의 작전이 시작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다들 날카로운 얼굴로 기다릴 때였다.

덜컥.

오른쪽 문이 열리자 대원들이 빠르게 시선을 교환했다. 설마 강찬이 직접 특수팀 복장을 하고 나설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뒷문으로 석강호와 제라르, 그리고 최종일, 우희승, 이두희까지 복장을 갖추고 들어서고 있었다.

“딱딱하게 하지 말자.”

앞으로 나선 강찬이 차동균을 향해 손을 들었다. 경례 따위 넘어서자는 뜻이었다.

강찬은 대원들을 쭉 돌아보았다.

“이집트에서 우리 요원 한 명이 피살되었다. 그가 목숨을 대신해서 얻은 정보는 잠수함이 밀거래되었고, 그 목표가 고성의 차세대 발전 시설이라는 내용이었다.”

웅성거리는 소리 하나 울려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강찬은 뒤쪽을 향해 손짓을 했다.

조명이 꺼졌고, 이어서 강찬의 뒤로 고성 주변의 지도가 올라왔다.

“아프리카 잠비아에 파견된 우리 특수부대원 한 명이 일본의 위성 신호 발신기를 탈취했다. 현재 그 대원은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대원들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는 앞에서 강찬은 지도를 가리켰다.

“위성 신호의 내용은 잠수함이 북한의 원산 잠수함 기지에 집결했다는 거였다. 국가정보원 디지털 분석팀이 이 내용을 밝혀냈다.”

강찬은 한쪽으로 움직여 지도를 바라보았다.

“오늘 23시 05분에 해군특수전전단 대원 7명이 잠수함을 폭파하기 위해 침투한다. 나는 그 분야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서 들은 말만 전하겠다.”

시선을 돌린 강찬이 대원들을 돌아보았다.

“압축산소를 이용한 잠수라서 130피트가 한계선이고, 활동 시간 역시 극히 제한적이라고 들었다. 문제는 침투 방법이다. 2마일 전방에서 수중 추진기를 이용해 이동한다.”

대원들이 고개를 갸웃하거나, 혹은 의아한 시선들을 교환했다. 특수팀 출신들답게 해상 훈련을 경험했고, 그로 인해 알고 있는 지식 때문이었다.

“오늘! 우리는 UDT(Underwater Demolition Team) 대원 7명이 무사히 작전을 마치고 귀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강찬이 뒤편에 시선을 주자 화면이 바뀌었다.

“606은 UDT 대원 7명과 수송함을 이용해 함께 움직인 후, IBS와 립을 이용해 적 기지 2마일 전방에서 대기하고, 귀환하는 우리 대원들을 지원한다.”

“예!”

다부진 답이 나왔다.

“국가정보원 대테러팀은 이 시간부터 이번 작전이 종료될 때까지 고성의 모든 시설을 보호한다.”

“예!”

답을 들은 강찬은 시선을 돌려 차동균을 보았다.

“증평팀은 적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나와 함께 비무장지대로 들어가 국지전을 펼친다.”

“예!”

놀랄 만도 한데 차동균은 단단하게 답을 했다.

“어려운 작전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나는 그 일을 우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질문!”

강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차동균의 손이 불쑥 올라왔다.

“왜?”

강찬의 대꾸가 마치 귀찮게 구는 학생에게 장난치는 선생님처럼 보였다. 그래서 손을 든 차동균은 물론이고, 대원들 몇몇은 억지로 웃는 눈을 하고 있었다.

“대장이 직접 나서는 건 위험하지 않습니까? 이번 작전은 우리 대원들끼리 해내겠습니다.”

국가정보원 대테러팀도, 606도 이미 강찬의 위치가 어떤지를 짐작한다. 그래서 대개 고개를 끄덕이거나 동조하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강찬은 대답 전에 먼저 대원들을 쭉 돌아보았다.

강렬한 눈빛이었다.

“함께 간다.”

무언가 더 말할 것 같던 강찬이 국가정보원 대테러팀이 앉아 있는 왼편으로 시선을 주었다.

“다 같이 구호 한 번 외치고 출발한다.”

쩔걱! 쩔거덕!

대원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쩔걱!

대테러팀 지휘관 신일국이 몸을 돌려 대원들을 돌아보았다.

“우리의 구호!”

“태극기여! 받아다오! 내 영혼을! 조국이여! 받아다오! 내 뜨거운 피를!”

쩔걱!

606 지휘관 조득재가 몸을 돌렸다.

“우리의 구호!”

“우리의 군복은! 우리의 수의!”

쩔걱!

이어서 차동균이 몸을 돌렸다.

그는 구호를 외치기 전에 가장 왼편의 대테러팀부터 606, 그리고 증평의 특수팀을 날카롭게 돌아보았다.

“조국을 누가 지키나!”

차동균의 악에 받친 듯한 고함이 터져 나온 직후였다.

“우리가 지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과 답이 강당을 날려 버릴 것처럼 터져 나왔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우나!”

“국가와 동료입니다!”

강철규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이었고, 남일규는 붉어진 눈시울을 한 채 입술에 힘을 꽉 주고 있었다.

“우리의 구호!”

“가족아! 미안하다! 나는! 국가와 동료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구호가 우렁찼던 만큼 뒤따른 정적도 고요했다.

출발할 시간이었다.

강찬이 막 고개를 돌리려 할 때,

“부원장.”

강철규의 나직한 음성이 강당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대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강찬은 고개만 끄덕였다.

“나의 피로! 조국과 여러분을 지킬 수 있다면!”

강철규가 대원들을 쭉 둘러보았다.

“나는 행복하다!”

마지막 구절을 커다랗게 외쳐 준 대원들이 뜨거운 눈으로 강철규를 바라보았다.

“출발한다.”

강찬의 명령이었다.

대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할 때 강찬은 입구로 걸음을 옮겼다.

툭! 툭!

시선을 마주친 대원들의 헬멧을 두드려 주었고, 그들이 강찬의 어깨에 답을 한 뒤에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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