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꼭꼭 숨어라 (2)
서울은 당장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다.
초봉이 몇백만 원이네, 시급이 1만 5천 원을 넘었네, 그래서 밀입국이 어마어마하게 몰려온다는 말만 들었지, 아직 피부로 실감하지는 못했다.
바뀐 거라면 강찬을 둘러싼 경호요원들이 좀 더 많아졌고, 사람들의 옷차림과 길거리의 차들이 좀 더 고급스러워졌다는 것 정도였다.
잘 먹고, 잘사는 방법을 떠드는 방송들이 좀 더 많아진 것도 있었다.
승용차는 곧바로 강찬의 건물 지하로 들어섰다.
평범한 경비 복장의 남자가 지하 입구를 가리켰다.
건물에 입주한 사람들이 그를 무시하곤 하는데, 저 경비원이 대테러팀에서도 손꼽히는 베테랑이라는 걸 알면 절대 그따위로 대하지는 못할 거였다.
강찬과 시선이 마주치자 대원은 경비원의 자세에 맞게 허술한 동작으로 경례했다.
저런 남자, 참 멋지다.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선 뒤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곧바로 사무실로 움직였다.
“어서 오쇼.”
자리에서 일어난 석강호가 고개를 갸웃하며 강찬을 살폈다.
“무슨 일 있었소? 테스트가 연기된 거요?”
“일본이다.”
“뭐요?”
재킷을 벗어 옷걸이에 건 강찬의 맞은편으로 똬리 트는 구렁이처럼 석강호가 엉덩이를 걸쳤다.
찰칵!
“후우! 은실이가 목숨 걸고 챙겨 왔다는 위성 발신기 말이다. 그게 일본 위성 방식이란다.”
“햐! 이 개새끼들! 하여간 얍삽해요!”
최종일이 탁자에 커피를 놔주는 동안 석강호가 냉큼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그래! 어쩔 거요?”
“솔직히 불 것 같냐?”
“그 새끼들, 얼굴 바꾸는 게 전문 아니요?”
“그렇겠지?”
석강호가 확신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한 번쯤 물어는 봐야 하지 않겠소?”
커피를 입으로 가져가던 강찬이 피식 웃었다. 어쩐지 석강호가 한 말이 깨물어 주자는 말처럼 들려서였다.
“증거가 부족해. 그리고 지금은 뭔가를 독촉할 때가 아니다. 이집트에서 우리 요원 한 명이 살해되었는데 그가 마지막으로 넘긴 정보가 잠수함, 그리고 목표가 차세대 발전 시설이란다.”
“잠수함? 가만! 요원이 살해당했다고 했소?”
강찬의 표정을 본 석강호가 ‘이런 씨발 놈들이!’ 하고 욕을 뱉어 냈다.
“잠수함이 뭔지를 찾아야 할 거 아뇨?”
“정보총국과 중국, 러시아, 독일에 이미 연락해 뒀어. 국가정보원에서도 위성 신호를 분석하려고 애쓰고 있고.”
“그러지 말고 일본 정보국에 전화하도록 합시다!”
강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테스트를 하루 앞두고 생사람 잡는 꼴이 나오면 곤란해. 그리고 지금은 저 새끼들이 노리는 게 뭔지를 알아내서 대책을 세우는 게 더 급해.”
뭔가를 말하려던 석강호가 얼른 입을 다물었다. 강찬의 눈빛이 그만큼 매섭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수팀 전체에 비상령 내려졌지?”
“그렇소.”
창밖은 봄이었다.
시선을 돌린 곳에서 강한 5월의 햇살이…
“점심 먹읍시다.”
석강호의 낮게 깔린 말에 밀려서 저만치 멀어졌다.
먹을 수 있을 때 먹겠다는 의미였다.
석강호는 다예의 눈을 하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난 뒤부터 세계 각국에서 엄청난 정보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대개는 국가정보원에서 1차로 거른 것이었는데 정보총국과 러시아, 그리고 독일에서 곧바로 보낸 것도 있었다.
강찬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을 향해 섰다. 몸에 꼭 맞는 정장 바지에 셔츠 차림이었다.
잠수함, 목표가 차세대 발전 시설이란 정보를 얻기 위해 또 아까운 요원이 별이 되었다.
‘전쟁을 하자는 거냐?’
북한과 이간질만 잘해 놓아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고성은 바닷가다. 그러니 잠수함이라면 이야기가 좀 더 확실하긴 했다.
강찬은 전화기를 들어 국가정보원의 번호를 눌렀다.
“디지털 분석실.”
[연결하겠습니다.]
신호음이 떨어진 직후였다.
[디지털 분석실 실장 기수호입니다.]
“위성 신호 분석은요?”
[죄송합니다.]
“어려운 일인 줄 알고 있습니다. 혹시 잠수함과 관련된 사항이 나오면 내게 바로 알려 주세요.”
[알겠습니다, 부원장님.]
전화를 끊은 강찬은 창에 한 손을 짚고 평화로운 서울 강남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좀 더 정확한 정보를 부탁한다.
너희의 피에 부끄럽지 않게 어떤 적이 달려들어도 절대 뒤로 물러나지 않겠다.
오후의 햇살이 강찬의 모습을 사무실 바닥에 길게 그려 놓았다.
***
2013. 5. 26. 11:29 국가정보원 디지털 분석실
국가정보원 디지털 분석실은 기계식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 간간이 나올 뿐,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팀장 기수호부터 팀원 15명은 모니터를 잡아먹을 것처럼 노려본 채, 간간이 명령어를 입력했다가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어 대곤 했다.
특수팀 대원이 아프리카에서 목숨을 걸고 구해 온 자료라고 들었다.
이집트의 요원 한 명이 희생되면서 잠수함과 목표가 차세대 발전 시설이란 말 한마디를 전해 주었다.
‘부탁합니다.’
기수호는 그 말을 전하는 강찬의 눈빛을 떠올리며 다시 입술을 살쾡이처럼 들어 올렸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차세대 발전 시설이다.
1차 테스트를 앞두고 공수부대와 특수부대들이 무장 상태로 대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정보원 대테러팀 전원이 비상대기 중이었다.
일본의 위성을 이용한 것까지는 분명히 알아냈다. 국가별로 신호의 발신 자체가 다른 거다.
기수호는 모니터에 눈을 처박다시피 고개를 기울였다.
현장에서 요원들이 목숨을 던져 가며 얻어 낸 정보다.
찾고 싶었다.
1차 테스트를 방해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동원하는지, 그게 아니라면 아프리카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를 말이다.
국제정보위원회 위원장 강찬의 위상 덕분이었다.
강찬이 감시국으로 지정한 나라는 모든 위성 신호를 한국의 국가정보원에 올려 놔야 하는 거다.
기수호는 최근 두 달 사이에 있었던 일본의 모든 위성 신호를 분석했고, 의심 가는 몇 가지 기록을 찾아냈다.
‘뭐냐? 뭐야? 이 신호들에 담긴 비밀들이 도대체 뭐냐고!’
지고 싶지 않았다.
일본의 더러운 음모를 프랑스의 정보총국이나 러시아의 정보국이 아닌 한국의 국가정보원 능력으로 밝혀내고 싶었다.
시간이 촉박했다. 숨이 막힐 정도로.
그런데 아무리 쥐어짜 봐도 알 수가 없었다.
언어 체계가 비슷해서 일본의 암호 체계로는 절대 한국 국가정보원을 완벽하게 속이기 어렵다.
위성 신호로는 디지털 보안 방식이 불가능하니까, 분명 암호를 이용한 정보다.
밝힐 수는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 죽은 대원의 노력까지도.
기수호는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당장에라도 자판을 부숴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순간이었다.
“세상에……!”
막내 요원이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번쩍 고개를 든 기수호와 놀란 막내 여자 요원의 눈이 똑바로 마주쳤다.
“실장님! 여기요!”
왜 그런지 기수호는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무슨 일이야?”
“이게 맞는지는 모르겠는데요. 너무 황당한 정보라서요!”
기수호가 후다닥 달려갔고, 팀원들이 우르르 막내 요원의 모니터 뒤로 몰려들었다.
“신호가 발생 지역이 다 달랐거든요! 일본어 방식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수상한 신호들을 전부 풀어 봤어요.”
막내 요원이 모니터 구석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신호를 우선 감마 방식으로 풀었구요!”
다각!
막내 요원이 잽싸게 엔터키를 눌렀다.
“언어별 코드를 전부 도입했어요! 3개의 신호가 전부 달랐는데요, 이건 홍콩에서 잡힌 신호예요! 감마 방식으로 원천 소스를 풀어낸 뒤에, 씨어코 체계를 적용하니까 답이 나와요!”
다각!
막내 요원이 엔터키를 두드리자 화면에 한글이 뚜렷하게 떠올랐다.
[원산 집결 완료. 주요 인사 접촉 완료. 일본 내 자금 확보 완료.]
기수호는 홱 고개를 돌려 바깥쪽에 앉아 있는 요원을 보았다.
“원산! 원산을 찾아봐! 잠수함 관련이면 더 좋아!”
다각다각. 탁!
“강원도 원산시! 광주광역시 원산동! 어!”
“뭐야!”
“북한에 원산 잠수함 기지가 있습니다!”
기수호는 왜 온몸에 소름이 끼쳤는지를 깨달은 느낌이었다.
“남은 신호들 전부 풀어 봐! 난 대테러팀에 다녀올게!”
전화기를 집어 든 기수호는 그대로 분석실을 뛰쳐나갔다.
***
2013. 5. 26. 13:47 국가정보원 지하 회의실
전화를 받은 강찬은 그길로 다시 국가정보원 본관으로 달려갔다.
요원들의 안내를 받아 지하 벙커로 들어섰을 때 문재현, 전대극, 고건우, 국가정보원 제2차장, 해군 특수전여단 여단장 황태범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어서 오세요.”
들어서는 강찬을 문재현이 맞아 주었고, 이어서 고건우가 황태범을 소개해 주었다.
“황태범입니다.”
“강찬입니다.”
시커멓게 탄 얼굴, 뾰족하고 날카로운 콧날, 오기가 덕지덕지 달라붙은 눈매. 황태범은 완벽한 야전 사령관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강찬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눈빛이었다.
딱 짚기는 어려웠지만, 김밥에 뿌린 깨처럼 선명하게 느껴지는 감정이 그랬다.
“앉읍시다.”
문재현의 권유였다.
황태범에게서 시선을 돌린 강찬은 잠자코 정해진 자리에 앉았다.
“이집트에서 보내 준 잠수함과 차세대 발전 시설이 목표란 정보, 홍콩에서 있었던 위성 신호에 원산이라는 단어 등의 정황을 합하면, 북한의 원산 잠수함 기지에 다르미코프가 거래한 잠수함이 도착했으며 그 목표가 고성의 차세대 발전 시설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2차장 김성국이 버튼을 누른 뒤에, 전면의 모니터에 올라온 화면을 가리켰다.
“고성의 차세대 발전 시설은 바다에서 3킬로미터입니다. 원산 기지에 밀거래된 잠수함이 있다면 충분히 고성을 타격할 수 있습니다.”
“잠수함이라면 승조원이 필요하지 않나요?”
“그리스 해군에서 퇴역한 이들이 동원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 역시 이집트 분실장이 추가로 보내 준 자료입니다.”
고건우의 질문에 김성국이 확실하게 답을 했다.
“미국이 보내 준 정보 영상입니다. 평소와 전혀 다를 바 없는 모습입니다.”
그가 다시 버튼을 누르자 거의 다를 바 없는 원산의 모습이 화면에 올라왔다.
“러시아의 위성을 통해 입수한 사진입니다. 이곳을 보시면 됩니다.”
김성국은 붉은색 레이저로 화면의 한 곳을 가리켰다.
“전에 없던 경비 병력입니다. 또 경비 반경이 5킬로미터 이상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재현이 묵직한 숨을 토해 냈다.
“저곳에 밀거래된 잠수함이 있다면 그걸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까?”
“현재로는 어렵습니다.”
“광물이나 그런 걸 알아내는 위성도 있다고 하던데요?”
“지층을 검사하는 것과 바다는 방식이 다르고, 무엇보다 원산에는 북한의 다른 잠수함들이 있어서 기종을 구별하기는 어렵습니다.”
고건우를 먼저 보았던 문재현이 다시 고개를 돌려 강찬에게 시선을 주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묻는 것처럼 보였다.
“원산까지 침투가 가능합니까?”
강찬은 황태범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침투는 가능합니다.”
“잠수함을 폭파시킬 수 있습니까?”
황태범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런 뒤에 그는 아예 문재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대통령님, 원산에 밀거래한 잠수함이 있다고 해도, 잠수 상태에서 구별이 어렵습니다.”
황태범의 답이 묵직한 침묵을 회의실에 확 뿌렸다.
할 말이 없는 건 강찬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장 누군가의 이마를 뚫어 주러 달려가는 것은 자신 있는데, 전투기를 몰거나 물속에서 싸우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여단장, 내일 있을 테스트 전에 차세대 발전 시설을 공격할 확률이 높습니다. 테스트 전까지 잠수함을 폭파시킬 방법이 없겠습니까?”
“원산까지 갈 수 있습니다. 최고 통치권자인 대통령님의 명령이라면 우리 대원들은 반드시 잠수함을 폭파시킬 것입니다. 그러나 대원들이 돌아올 방법이 문제입니다.”
황태범이 불편한 시선으로 강찬을 노려보았다.
이것 때문이었구나.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불편한 눈빛을 보여도, 비웃는 눈을 해도 이해한다. 대원들이 돌아올 것을 가장 먼저 고민하는 지휘관이라면, 그래서 그의 눈빛이 저런 거라면.
강찬은 나직하게 숨을 내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원산까지 수송은 가능합니까?”
“내용물에 따라 다릅니다.”
“대원 12명 정도입니다.”
고개를 비튼 황태범이 찢어진 눈으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었다.
“내가 대원을 꾸려서 넘어가겠습니다.”
장광택을 잡을 때도 이들의 도움을 받은 적은 있었다.
황태범이라면 분명 알고 있을 일이었다.
“대원들의 안전 따위는 아무래도 괜찮습니까? 이 작전이 전쟁을 불러올 거란 생각은 전혀 없습니까? 만에 하나, 지금 받은 정보가 잘못된 것이라면 우리가 먼저 전쟁을 일으킨 게 된다는 것쯤 생각해야 하지 않습니까?”
연속된 질문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듣기는 황태범이 대놓고 으르렁거리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강찬은 황태범의 작은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대원들을 아끼는 마음은 존중한다. 그러나 적어도 이런 상황에서 자꾸만 주판알을 튕기는 지휘관을 계속해서 상대할 마음은 없었다.
“게릴라전에 전쟁을 염려할 건 없어.”
강찬의 대꾸에 황태범의 눈끝이 꿈틀했다.
“당신이 모르는 곳에서 우리 대원들과 요원들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안다면 그따위 질문은 못할 거다.”
“부원장, 말을 조심해.”
황태범이 억지로 이성을 붙든 얼굴로 던진 말이었다.
“네가 기저귀 차고 다닐 때 나는 다이너마이트와 C4를 안고 바다를 돌아다녔어.”
“그럼 계속 그렇게 바다를 돌아다녀. 돼먹지 않게 무게 잡지 말고. 내가 갈 테니까. 지난번처럼 원산까지만 태워다 주면 돼.”
“야!”
고함을 지른 황태범이 입술을 움찔거렸다.
당장 달려들고 싶지만, 누가 뭐래도 문재현의 앞에서 그렇게까지 하기는 어려운 모양이었다.
피식.
강찬은 황태범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대통령님, 지난번 공군 소령 두 분을 만나게 해 주십시오. 나머지는 러시아와 프랑스에 부탁해서 처리하겠습니다.”
당돌한 요구였다.
“원장, 부원장의 요구대로 준비해 주세요.”
그런데 문재현은 숨도 쉬지 않고 답을 내놓았다.
“증평팀과 대테러팀을 동원하겠습니다.”
문재현은 아예 고건우를 보며 고개만 끄덕였다.
“대통령님! 전쟁이라도 하시겠다는 뜻입니까?”
더는 지켜보기 어려웠던 모양이었다. 황태범이 으르렁대는 것처럼 문재현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여단장.”
“예! 대통령님!”
단호하게 불렀고, 불만이 묻은 답이 건너왔다.
“그 잠수함이 우리 국민을, 우리 땅을, 우리 주권을 침범한다는 정보입니다. 가야 합니다. 가서 그 잠수함이 우리를 공격하기 전에 막아야 합니다.”
“잠수함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십니까? 그 잠수함이 중국제이거나, 러시아, 혹은 미국의 것이라면 뒷일을 감당할 수 있으십니까?”
문재현이 강찬처럼 웃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황태범의 찢어진 눈이 또다시 꿈틀하고 움직였다.
“중국이나 러시아, 미국이 우리나라를, 우리 국민을 공격하려 한다면 나는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지금과 같은 결정을 내릴 겁니다. 여단장, 내가 무모해 보입니까? 여단장은 그 잠수함이 우리를 침범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까?”
강찬은 물론이고, 자리에 있던 모두가 놀랄 정도로 문재현의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우리의 주권을 지키는 일입니다. 상대가 미국이든, 영국이든, 이스라엘이든, 우리 땅, 우리 국민을 노리는 일이 있다면 난 반드시 그것을 확인해야 하고, 사전에 차단해야 합니다. 나는 그런 일을 하라고 국민들이 선택해 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기 때문입니다.”
책상에 팔을 올린 문재현과 맞은편에 앉아 있는 황태범이 시선을 마주한 채 꼼짝도 않고 있었다.
“우리는 미국이 아닙니다.”
황태범의 나직한 경고가 건너갔고,
“알고 있습니다.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대통령입니다.”
문재현의 단단한 답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