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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에필로그
“위대한 북조선은 남측의 유라시아 철도 연결 신청을 승인하여…….”
한복차림의 북한 여자 아나운서가 밑에서 끌어올린 듯한 과장된 억양으로 발표를 읽어 나갔다.
“북남 평화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다. 철도의 중단을 막기 위해, 북남은 유라시아 철도 위원회에 그 관리를 일임하기로 한다.”
북한 중앙 방송의 발표가 그대로 대한민국의 뉴스에 보도되는 순간이었다.
“와아!”
삼성동 사무실 전체에서 커다랗게 함성이 울려 나왔다.
그동안 함께 고생했던 요원들이다.
그들을 찾아 어깨라도 두드려 주어야 했다.
그런데도 김형정은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바람에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지난 일이 어디 하나둘인가?
이 일을 위해서 김태진을 찾았고, 그곳에서 강찬을 만났다.
김형정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를 향해 섰다.
몽골에서 모든 것을 포기했을 때, 나타나 준 강찬의 놀랐던 것은 점점 더 별것 아닐 정도의 일들이 연달아 있었다.
최성곤, 황기현, 송창욱, 그리고 그가 기억하는 요원들과 대원들이 떠올랐다.
마지막까지 아빠를 찾던 이유슬, 죽은 자식을 가슴에 묻고 장성으로 내려간 엄지환의 노모, 국제빌딩에서 희생된 대테러 팀 요원의 아내, 리비아 작전에서 희생된 대원들과 몽골에서 희생된 대원들, 마지막 순간에서야 힘겹게 웃던 양동식의 딸 모습도.
그렇게 그동안 희생된 이들의 모습이 두서없이 그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이 일이 어떻게 한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졌겠나?
그렇지만 강찬이 앞에 서주지 않았다면 그가 목숨을 내던지다시피 나서주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김형정은 자꾸만 붉어지는 눈시울을 누르기 위해 인상을 찌푸리며 시선을 하늘로 들었다.
보고 싶다.
강찬과 몽골에서 새카맣게 탔을 김태진이.
그리고 이제는 식구처럼 느껴지는 석강호와 제라르, 증평의 대원들이.
김형정은 나직하게 숨을 토해냈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
이제부터 정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다.
“고맙습니다.”
김형정은 뜬금없는 인사를 전하고는 몸을 돌렸다.
“후우.”
대한민국은 이제부터인 거다.
***
퇴원 날이다.
강대경이 업무과에 들르는 동안, 유혜숙은 푸석푸석한 얼굴로 침대와 주변을 정리했다.
검은 군복에 검게 탄 얼굴, 강인한 눈매, 숨소리조차도 날카롭게 느껴지는 군인들이 소총을 메고 병실을 지켜주었다.
팔뚝에 태극기를 단 저들이 대테러 팀 요원들이라고 하는데 유혜숙에겐 그냥 군인처럼 느껴졌다.
처음엔 무서웠다.
그리고 다음엔 그들이 안쓰러웠다.
저들이 아프가니스탄의 교전에 뛰었을 그 사람들이고, 국제빌딩의 테러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을 바로 그 군인들인 거다.
강찬이 살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놀랍고 반가운 다음, 밖에 있는 이들을 보며 울음이 나왔다.
희생된 대원들의 가족들은 이렇게 아들이, 아버지가, 남편이 살아왔다는 소식을 영영 듣지 못할 거라는 안타까운 생각 때문이었다.
저렇게 듬직한 이들이,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우리의 아들, 남편, 아버지들이 대한민국이란 이름을 위해 죽을 곳을 향해 달려간다.
지금은 병실을 지킬 저들이 언젠가 알아주지 않는 상황에서 목숨을 내던지고 달려가는 바로 그 사람들인 거다.
유혜숙이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코를 훌쩍일 때였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강대경이 들어섰다.
왜 그런지 그의 눈이 그녀보다 더 붉게 물들어 있어서였다.
“여보……?”
눈가를 훔친 유혜숙이 남편을 불렀다.
그리고는 밖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누군가 밖에 있다.
군인이 든 소총 소리가 쩔걱거렸고, 나직한 대화가 오갔다.
유혜숙은 얼른 표정을 감추려 애썼다.
저런 군인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도리가…….
그때였다.
열려있던 병실로 누군가 들어섰다.
“어?”
바보같이 유혜숙은 엉뚱한 소리를 내고 말았다.
강찬이었다.
꿈에서도 그리워하던 아들.
“어? 어?”
유혜숙은 연신 같은 소리를 내면서도 팔을 뻗어 강찬에게 다가갔다.
“어머니.”
그새 더 커버린 아들이다.
유혜숙을 어깨 위에서 감싸주는 아들의 품에서 그녀는 커다랗게 울음을 터트렸다.
***
김관식은 혼이 나간 얼굴이었다.
새벽에 국가정보원 고건우 원장에게서 언질이 있기는 했지만, 오전 10시에 TV를 타고 나온 북한의 유라시아 철도 연결 발표는 말 그대로 기습적이었다.
차세대 에너지 시설은 몰라도, 유라시아 철도는 북한과의 연결선을 고성으로 잇는 공사만 끝난다면 모든 준비가 끝난다.
열심히 일했다.
송창욱에게 부끄럽지 않겠다며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그런 그에게도 이번 발표는 이런 일이 이렇게 툭 이루어지는 게 맞나 싶을 만큼 뜻밖으로 다가온 결과였다.
무언가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것은 눈치로 알았다.
고건우의 전화가 그랬고, 북한의 결정이 그만큼 기습적이었으니까.
그런데 말이다.
발표가 끝난 직후에 찾아왔던 고건우의 말이 김관식의 혼을 슬쩍 꺼내서 그의 맞은편에 앉혀 놓은 것처럼 만들었다.
“오늘 새벽에 돌아온 강찬 부원장이 이룬 업적입니다. 조만간 유라시아 철도 위원회에 나가실 때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때 너무 놀라시지 말라고 미리 말씀드립니다.”
김관식의 혼이 그때쯤 머리에서 빠져나왔고,
“쿠바에서의 작전과 버뮤다 작전, 이번 북한의 결정을 이뤄내기 위해서 중상을 입은 부원장이 사망했다는 발표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는 말을 들을 때쯤에는 혼이 건너편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자신을 바라보는 느낌이 되었다.
“그래서 부원장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모친을 뵙고 이번 작전에서 희생된 대원들의 영결식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오후에는 각국의 정보국장 약속까지 일정이 빡빡합니다.”
그 뒤에 몇 마디를 더 나누었는데 김관식이 기억에 중요한 대화는 별로 없었다.
아!
“대통령님께서 오늘 오후에 청장을 만나고자 하십니다.”
이런 중요한 말이 있었다.
***
“도환아!”
노모의 울음과 남겨진 아내의 울부짖음은 언제나 슬프다.
“진수야! 이놈아!”
기관총을 끝까지 놓지 않고 버티던 아들의 이름을 찾아, 가슴을 쥐어뜯으며 토해내는 아버지의 절규는 늘 가슴을 후벼내는 것 같다.
펄럭!
커다랗게 펼쳐진 태극기가 관을 덮었고,
쿠웅!
태극기 배지가 관의 머리에 박힐 때마다, 마지막을 놓치지 않으려는 가족들의 오열이 영결식장을 뒤덮었다.
저렇게 남았을 가족을 두고서도 대원들은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뒤편에 선 강찬은 말없이 양동식의 사진을 보았다.
태극기가 펼쳐져서 관을 덮는 그 앞에서도 양동식의 이름을 부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게 뭐?’
그런데도 영정 속의 양동식은 강찬에게 그렇게 묻는 것처럼 뻔뻔한 얼굴이었다.
‘셔먼하고, 지그펠트 보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다 알아서 합니다.’
‘죄송합니다.’
‘부원장님! 선배님께 잘해주세요. 저는 그러면 됩니다. 저는 선배님 정말 좋아합니다.’
양동식의 음성이 귀로 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강찬은 구석에 있었다.
그의 뒤로 제라르와 석강호, 대테러 팀 요원들이 쭉 둘러섰는데 당장 누구도 그쪽으로 시선을 주는 이는 없었다.
양동식이 없었다면, 적들이 C4를 둘렀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을 거다.
그는 분명 죽어서도 강철규를 지키고 싶었을 거고, 그 뜻을 이뤄낸 걸 거다.
‘고맙습니다.’
‘내가 그런 말을 들어도 되나요?’
양동식이 쑥스럽게 웃는 것만 같았다.
***
사흘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른다.
강찬은 그동안 라노크를 두 번 만났고, 이제는 어느 정도 의식을 차린 안느도 보았다.
“강찬 씨. 이제부터입니다.”
“제가 이 일을 계속해야 할까요?”
강찬의 질문에 라노크는 모든 것을 다 이해한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내가 아내를 잃었을 때의 눈입니다.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요.”
침대에서 손을 뻗은 라노크가 강찬의 손을 지그시 덮었다.
“강찬 씨가 피하겠다고 피해지는 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한다면 남은 일들이 꼬이고 꼬여서 결국은 강찬 씨를 향해 달려올 겁니다.”
결국, 이렇게 정보 세계의 일을 해야 하는 걸까?
강찬은 씁쓸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러시아에 다녀올까 합니다.”
말을 들은 라노크가 처음 보는 듯한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바실리를 찾는 것은 급할 것이 없습니다.”
이런 미소는 정말이지 처음 보았다.
“라파엘이 위원장께 홍차를 대접할 기회를 먼저 주어야 할 것 같은데요?”
고개를 돌린 곳에서 라파엘이 자부심 넘치는 얼굴로 있었다.
“부탁해도 되겠지?”
“물론입니다, 무슈 강.”
라파엘이 기쁜 얼굴에 자부심을 가득 올린 채로 몸을 돌렸다.
***
시간이 또 훌쩍 흘렀다.
단정한 복장의 30대 여선생이 앞에 있었고, 벽과 뒤편에 부모들이 흐뭇한 얼굴로 지켜보는 앞이었다.
“여러분!”
“예에!”
고사리 같은 답이 길게 늘어졌다.
“오늘 수업 전에 정말 중요한 분을 만날 거예요.”
책상을 문대는 아이, 코를 만지는 아이들이 그나마 초롱초롱한 눈으로 선생님을 바라보는 앞이었다.
“이분들은 우리나라를 위해 공을 세우셔서 나라에서 주는 훈장을 받은 분들이에요. 무얼 받았다고요?”
“훈장이요!”
아이들이 커다랗게 답을 했다.
“그래요. 우리 반 친구들은 오늘 그런 훌륭한 분들을 만나서 인사하고 궁금한 것들을 물어볼 거예요.”
“네에.
체격이 작고 눈이 커다란 오민주도 나직하게 답을 했다.
그 순간이었다.
밖에서 쩔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선생이 얼른 밖으로 시선을 돌렸고, 엄마들의 시선도 복도를 향해 움직였다.
“여러분!”
“네-에!”
답을 하면서도 아이들의 시선은 자꾸만 밖으로 달려갔다.
“우리나라가 유라시아 철도를 연결할 수 있도록 커다란 공을 세우신 국가정보원 대테러 팀 분들이 특별히 여러분을 찾아주셨어요. 다 같이 박수!”
엄마들마저 목을 빼고 밖을 기웃거리는 참이다.
아이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엄마들이 가세했다.
짝짝짝짝짝짝!
선생님이 걸어가서 문을 여는 순간이었다.
쩔걱. 쩔걱.
검은 군복의 남자들 다섯 명이 천천히 들어섰다.
아이들이 “와!” 하면서 더욱 요란하게 박수를 쳐댔다.
남자아이들은 아예 만화의 멋진 주인공을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가장 앞에 선 남자를 본 엄마 한 명이 입을 틀어막았다.
“내일 우리 민주 발표회야.”
“미안하다.”
“괜찮아. 올 때 꼭 바나나 사와. 당신 건강한 거 맞지?”
“그래.”
그런 통화를 해놓고!
왼팔에 ‘대한민국’이란 네 글자와 그 아래로 선명하게 빛나는 태극기를 달고서…….
“어? 어?”
오민주가 주춤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커다란 눈으로 엄마를 보았다가 다시 시선을 앞으로 가져갔다.
“아빠? 아빠?”
오광택은 아직 귀에 거즈를 대고 있었다.
“아빠-아!”
쪼르르르!
얇고 짧은 다리, 작은 몸집이 오광택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덥석!
오광택이 오민주를 안아서 번쩍 들어 올릴 때였다.
오광택의 뒤에 있던 네 명의 남자가 다가와 오민주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여러분! 오민주 아버님께서 이번에 무공 훈장을 받으신 훌륭한 분이세요. 우리 모두 우리나라를 위해 애써 주신 오민주 아버님과 함께 계신 분들께 다시 한 번 박수 칠까요?”
선생님의 말이 있었고, 조금 전과는 다르게 우렁찬 박수 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졌다.
오광택이 아내를 보며 힘겹게 웃었다.
아직 부상이 낫지 않았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는 얼굴이었다.
딸의 발표회를 위해 무리한 게 틀림없었다.
“여보! 당신 정말 멋있어! 정말 훌륭한 아빠야! 당신 정말 최고야!”
오광택의 아내가 입을 틀어막으면서 걸어나갔다.
***
“흐으으! 흐으!”
산길을 돌아오는 군인의 울음은 처절하게 들린다.
다리를 쩔뚝이면서 걸어온 군인이 손을 뻗었다.
땡. 땡. 땡. 땡.
“흐으. 흐으으.”
바닥에 털썩 앉은 군인은 아직 울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소리가 궁금했는지 막사 문이 열렸고, 남일규가 천천히 울고 있는 군인에게 다가왔다.
1차 훈련을 통과했던 이 대원은 틀림없이 2차 훈련에서 부상으로 탈락 대상이 된 걸 거다.
그냥 하겠냐고 물어보면 이런 대원은 백이면 백, 끝까지 하겠다고 나선다.
본인도 오죽 억울했으면 특수팀 지원자인 놈이, 그것도 1차 훈련을 통과한 기본을 갖춘 군인이 이렇게 울음을 토해내겠나.
“괜찮아. 다음에 기회 또 있다.”
남일규가 나직하게 우는 군인을 달랜 다음이었다.
“억울합니다!”
입가에 침이 말라붙은 군인이 악을 버럭 쓰듯 답을 했다.
남일규가 군인의 얼굴을 옆으로 들여다보았다.
“후배는 이름이 어떻게 되지?”
“양동식입니다!”
남일규는 잠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뭐가 잘못됐나?
군인이 힐끔 시선을 드는 순간이었다.
남일규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고는 양동식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동식아.”
“예! 교관님!”
“내년에 꼭 다시 와라. 그 부러진 다리, 악착같이 치료하고 꼭 와라.”
“그러겠습니다! 흐으으!”
“울지 말고, 인마!”
“증평의 특수팀이 되는 것이 제 평생소원이었습니다! 흐으으.”
“너 몇 살이냐?”
“스물여섯입니다!”
툭!
남일규가 울고 있는 양동식의 뒤통수를 툭 쳤다.
“야! 양동식이란 이름을 단 놈은 절대 울지 않아! 내가 네 이름 기억했다. 그러니까 내년에 다리 고쳐서 다시 와. 그러면 내가 특별 기술 하나 알려줄게.”
울던 양동식이 소매로 눈물을 쓱 훔치고는 남일규를 보았다.
“너 서울 구경이라고 들어봤냐?”
“예!”
씩씩하게 답을 한 양동식이 느닷없이 ‘혹시?’하는 눈으로 남일규를 보았다.
“그래! 내가 남일규다!”
쩔룩!
양동식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설을 뵈어서 영광입니다! 하사 양동식입니다!”
“이 녀석.”
남일규가 그를 보며 볼을 씰룩일 때였다.
삐이걱.
막사 문이 열리며 강철규가 밖으로 나섰다.
남일규가 얼른 몸을 돌렸다.
“선배님.”
2차 훈련에서 탈락한 대원들은 강철규나 남일규가 가르칠 기회조차 없다.
“이 녀석, 다리가 부러져서 탈락했습니다.”
저벅저벅.
강철규가 말없이 다가왔는데 위압감이 굉장했다.
“이름이 양동식이랍니다.”
강철규가 양동식의 위아래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우는 거 보니까 이름이 아까운데?”
“안 울었습니다!”
“너 이 분이 누군지는 아냐?”
남일규의 질문을 받은 양동식이 얼른 눈치를 살폈다.
“강철규 선배님.”
“충성! 하사 양동식입니다!”
강철규가 얼른 손을 올려 양동식의 경례를 받았다.
“동식아.”
“하사! 양! 동! 식!”
“다리 낫거든 꼭 다시 와라.”
“반드시 다시 오겠습니다!”
양동식의 악쓰는 소리가 막사 앞을 쩌렁쩌렁 울렸다.
“절대로 울지 않는 양동식으로 와.”
“알겠습니다!”
다시 한 번 고함이 울려 퍼질 때였다.
위이잉! 위이잉! 위이잉! 위이잉!
비상 사이렌이 조용한 막사에 울려 퍼졌다.
와락! 와락!
강철규와 남일규가 뛰어들어간 막사에서,
철컥! 철커덕! 철컥! 철커덕!
무기 소리가 들려왔고,
두두두두두두두!
건물 뒤편에서 헬리콥터의 엔진음이 커다랗게 터져 나왔다.
콰아앙!
문이 벌컥 열리고 완전무장한 증평의 특수팀이 튀어나왔다.
헬멧, 얼굴을 가린 복면, 검은 군복, 소총, 권총, 탄창, 대검, 무전기, 그리고 팔에 걸린 태극기.
그리고…….
증평의 특수팀을 상징하는 왼편 어깨에 건 대검.
쩔걱! 쩔걱! 쩔걱! 쩔걱!
대원들을 태운 헬리콥터가 하늘로 떠오른 다음에도 양동식은 움직이지 못했다.
두두두두두두두!
헬리콥터가 높다랗게 떠오른 다음이었다.
“내년에 꼭 찾아뵙겠습니다!”
양동식의 쇳소리 가득한 고함이 증평의 막사 앞에 가득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