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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뭐네?
이런 작전은 속도가 곧 생명이다.
적을 향해 총을 발사했고, 그대로 달려드는 방식이라 그렇다.
이런 작전에서 엎어지는 대원이 나온다면 믿겠나?
훈련만이 아니라 경험이 부족해도 그런 대원이 나온다.
대한민국 최고의 정예들이다.
푸슈슝! 푸슝! 퍼억! 푸슝! 퍼억!
석강호가 맡은 오른편에서 총성이 들리고 적이 쓰러지는 소리가 울려 나올 때,
와라락! 와락!
우희승이 대원 한 명과 함께 담벼락에 달려들었다.
꽈악!
우희승이 왼쪽, 맞은편 대원이 오른쪽에서 깍지를 끼고 섰다.
와락!
강찬이 차례로 발을 디디는 순간이었다.
둘이서 강찬을 위로 던지듯 들어 올렸다.
휘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터억!
강찬이 세 발을 갈기고 벽에 팔을 걸친 직후였다.
푸슝! 퍼억! 푸슝! 퍼억!
오른편의 석강호가 담장에 매달렸고,
푸슝! 푸슝! 푸슝!
제라르가 바로 왼편 벽을 타고 올라왔다.
와락! 와라락! 와락!
20미터 간격으로 조명이 켜진 사이를 대원들이 뛰어넘을 때 창에 사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휘익! 휙! 휘익! 휘이익!
남은 대원들이 숨 가쁘게 담을 뛰어넘었다.
철컹!
“뭐이네?”
푸슝! 퍼억! 푸슈슝! 퍼버억!
그리고 문을 열고 나서는 놈들의 이마가 커다랗게 터져나갔다.
와라락! 와락!
불과 30초가 걸리지 않았다.
그동안 많은 작전에서 적지 않은 희생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 같은 대원들이 만들어졌다.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튀어나오는 적의 이마나 미간을 한 발에 깔끔하게 뚫는 대원들이.
콰아앙!
강찬이 소총을 겨눈 채로 문을 차고 들어갔고,
와락! 와라락! 와라락!
대원들이 뒤를 따라 뛰어들었다.
“꺄악!”
비명은 촌스러운 한복과 양장을 입은 여자들이 질렀다.
늙은 놈들이 하는 짓이라곤!
식탁에 늘어진 양주병과 잔, 그리고 보기도 역겨운 안주들.
군인이라는 새끼들이 이런 상황에서!
푸슝! 퍼억!
강찬은 권총을 뽑아들고 당황하는 놈들의 이마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뒤따라 들어온 대원들이 연속해서 방아쇠를 당겼고,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아악!”
비명은 총을 맞지도 않은 년들이 찢어질 것처럼 질러댔다.
철컥! 철커덕! 철컥!
소총을 이리저리 겨눈 강찬은 제라르에게 감시하라는 눈짓을 한 뒤에 석강호를 보고는 계단 위로 달렸다.
철컥! 푸슝! 퍼억!
늙은 군인 하나가 권총을 들고나오다 이마를 뚫렸고,
푸슝! 푸슝! 퍼억!
뒤따르던 한 명이 석강호의 소총에 미간이 터져나갔다.
쿠다당! 쿠드등! 털썩!
놈이 계단을 굴러떨어지는 동안, 올라선 2층이다.
2층의 거실은 분위기가 달랐다.
뒈진 두 놈을 제외하고는 잠잠한 거다.
철컥! 철컥!
우희승과 대원 한 명이 자세를 낮추고 총을 겨눈 앞이었다.
후욱. 후욱.
강찬은 문 옆에 붙은 석강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둘!’
꽈앙!
석강호가 문을 걷어찼고,
와락!
강찬이 뛰어들었다.
푸슝! 퍼억!
“꺄아악!”
이불로 몸을 가린 여자가 찢어질 것처럼 비명을 질러댔다.
석강호가 죽은 놈이 들었던 무기를 거실로 던지고 방을 살폈다.
끄덕!
더는 무기가 없다는 의미였다.
달칵!
푸슝! 푸슝! 퍼억! 퍼억!
거실에서 총소리가 울렸다.
누군가 방을 나서다가 사살되었다는 뜻이다.
강찬이 밖으로 뛰어나왔을 때 바지를 겨우 걸친 늙은 놈이 비슷하게 벗은 놈과 함께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 두 새끼는 무슨 짓을 했던 거지?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강찬이 다음 방의 앞으로 섰고, 석강호가 옆에 붙었다.
끄덕!
꽈앙!
와락!
철컥!
방으로 뛰어든 강찬은 입술 한쪽을 들며 피식 웃었다.
개새끼!
유대인이 분명한 놈이 1인용 소파에 앉아 거만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강찬은 석강호에게 고갯짓을 했다.
끄덕!
우희승과 함께 남은 방을 털라는 신호였고, 석강호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뛰어나갔다.
“무슈 강?”
“Oui.”
“타박(Tabac, 담배)?”
“봉(Bon, 좋지).”
철커덕.
강찬은 어깨에 멘 소총 방아쇠에 검지를 걸친 채로 놈의 앞으로 걸어갔다.
놈이 건네는 담배를 받았고, 입에 문 다음 라이터를 집어 불을 붙였다.
꽈앙! 푸슝! 푸슝!
“꺄아아악!”
옆 방에서 익숙한 총소리와 비명이 들려왔다.
찰칵.
“후우. 지그펠트?”
“Oui.”
피식.
놈이 담배 연기를 길게 뿜으며 강찬을 보았다.
반쯤 탄 담배를 본 강찬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어차피 뒈질 놈 저 정도는 괜찮잖아?
지그펠트가 강찬의 시선을 따라 남은 담배를 보고는 다시 입으로 가져갔다.
“내가 동원할 수 있는 전체 금액의 절반. 이 정도면 훌륭한데? 개인 통장이든, 한국이든, 원하는 곳으로 보내주지.”
피식.
강찬은 재미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담배를 입으로 가져갔다.
꽈앙! 푸슝! 푸슝!
좀 멀리 있는 방에서 총소리가 났는데 여자의 비명은 들리지 않았다.
지그펠트의 눈가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후우. 차기 다윗의 별. 너라면 충분히 자격이 되지.”
미친 새끼.
지금 하고 있는 일로도 머리가 터질 지경인데 여기서 돈까지 세면서 살라고?
강찬은 두 번째로 고개를 저으며 담배를 입으로 가져갔다.
강찬의 담배가 반쯤 타들어 갔는데 지그펠트는 그 뒤로 담배를 입으로 가져가지 못하고 있었다.
“후우.”
강찬은 담배를 바닥에 떨구고 발로 밟았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죽으면 손과 발이 들려서 끌려나가는 거로 끝나는 거다.
결국은 돈가스 한 그릇 사 먹을 돈도 못 가져갈 거면서 뭘 그렇게 지랄을 떨어서 이렇게 만나?
“지그펠트.”
놈이 강찬은 똑바로 바라보았다.
지기 싫은 눈빛 저 뒤에 감춰진 공포를 간직한 채로 말이다.
“너는 특별 대우다.”
“조건은?”
“무료.”
뭔 소리야?
놈의 눈에 옅은 희망과 짙은 절망이 뒤엉키는 순간이었다.
와락.
앞으로 달려든 강찬은 놈의 이마와 턱을 움켜쥐었다.
“지옥에 가면 양동식 선배가 있어. 잘하면 서울 구경을 할 수도 있을 텐데 그것도 무료.”
“내 값어치를 이용해! 세상을 손에 쥐라고!”
강찬은 놈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네놈 대가리를 손에 쥐는 것으로 충분해.”
“이 봐!”
터억.
지그펠트가 다급하게 강찬의 양쪽 손목을 붙드는 순간이었다.
“잘 가라, 이 개새끼야.”
홰액!
으드드득!
한순간에 놈의 얼굴이 북한의 건물 2층 천장을 완벽하게 돌아가 있었다.
털썩.
강찬이 손을 놓자 지그펠트의 몸뚱이가 소파의 팔걸이에 길게 늘어졌다.
철컥!
이런 새끼는 확실하게 마무리를 해주는 서비스가 필요한 거다.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강찬은 놈의 이마, 목, 그리고 심장을 정확하게 뚫었다.
“아! 가끔은 심장이 오른쪽에 있는 놈들이 있더라구.”
철컥! 푸슝! 퍼억!
“돈 많은 놈에게 무료로 하려니까 어딘가 손해 보는 느낌인데?”
스으응.
강찬은 발목에서 대검을 뽑아들었다.
“너 때문에 죽어간 황 원장, 송 청장, 우리 대원들, 요원들에게 사과하고, 혹시 지옥에서 못 받을지 모르니까 이곳에서 먼저 서울을 보여주마.”
서거억! 서걱!
“이번에 잘 보고 다시는 대한민국을 건드리지 마!”
강찬은 이를 악물고 놈의 목을 갈라냈다.
쩔걱. 쩔걱. 쩔걱.
강찬이 지금까지 이런 적은 없었다.
그래서 문 앞에 선 석강호와 우희승, 함께 했던 대원이 무겁게 가라앉은 눈으로 강찬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새끼 대가리 창에 걸어. 죽은 양동식 선배에 대한 복수다.”
“알겠습니다.”
대원이 다가와 놈의 대가리를 받아서 창에 걸었다.
“내려갑시다. 저 새끼들이 어떤 짓을 할지 모른담서요.”
석강호가 다가와서 강찬을 다독였다.
강찬의 눈에 독기가 오른 것을 아는 다예만의 방식이었다.
후욱. 후욱.
이상하게 분이 풀리지 않았다.
목이 잘려 처참하게 널브러진 놈의 시체를 보면서 점점 더 잔인한 생각이 올라왔다.
왜 이런 개새끼 한 마리 때문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했고,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생겨야 하는 건지!
고작 돈 때문에,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많은 돈을 가졌다는 이 새끼 때문에.
“갑시다.”
석강호의 축 가라앉은 음성을 듣자 조금은 감정이 가라앉았다.
쩔걱. 쩔걱.
계단을 내려서자 2층에 있던 여자들을 비롯해 여자들 예닐곱 명이 구석에 몰려 있었고, 그 외에 살아 있는 놈들은 아무도 없었다.
강찬은 무전기 버튼을 눌렀다.
치잇. “상황 끝.”
치잇. “알겠습니다.”
곽철호의 무전이 곧바로 들렸다.
이제 버스에 있던 중국놈이 연락할 거고, 적의 반응이 있을 거다.
“다예. 창마다 경계 인원 배치하고 정문으로 나와.”
“알았소.”
“제라르. 나와 정문으로 간다.”
“Oui.”
강찬은 중국군 군복의 상의를 벗어 던지고 소총을 어깨에 걸친 채로 정문으로 나섰다.
부으으응! 부으응!
멀리서 버스 한 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철컥! 철컥!
2층의 창에서 소총 겨누는 소리가 들렸고, 정문의 좌우로 석강호와 제라르가 붙어섰다.
강찬은 정문에서 버스를 앞에 두고 섰다.
버스가 강찬이 타고 왔던 버스를 지나 문 바로 앞에 섰다.
치이익.
문이 열리고 가장 먼저 내린 사람은 양범이었다.
그 뒤로 중국 요원들이 달려 나왔다.
“고생했습니다. 헬리콥터가 이리 올 겁니다.”
강찬에게 말을 건넨 양범이 중국 요원들에게 고갯짓을 했다.
우르르르!
놈들이 안으로 뛰어들고 나서였다.
타앙! 타앙! 타앙! 타아앙! 타당! 타앙! 타앙!
정적을 찢는 권총 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홱!
강찬의 시선을 받은 양범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맡은 일입니다. 이 일을 아는 북한 내부자와 관련자 전원을 사살했습니다.”
한동안 이런 일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은 이상하게 독기가 가라앉지를 앉았다.
“정보국의 숙명입니다. 이런 일에서 말이 나오면 뒷일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양범은 어쩐지 강찬이 이 정도는 쉽게 받아들였으면 하는 눈치였다.
북한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그펠트도 해결했다.
“김정도의 약속은 어떻게 됩니까?”
“내일 분명하게 유라시아 철도 연결 발표를 할 겁니다. 내가 그 점을 확인하고 움직이겠습니다.”
양범의 답이 떨어진 직후였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멀리서 헬리콥터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한국의 정보국에 연락했고, UDT가 대기하겠다는 답도 들었습니다.”
이 정도면 더는 의심할 것이 없다고 봐야했다.
“알겠습니다.”
“나중에 뵙겠습니다.”
“그러죠.”
두두두두두두두두!
MI-172 헬기가 건물의 앞으로 내려서며 엄청난 바람이 휘몰아쳤다.
치잇. “다예! 인원 인솔해서 헬기 탑승해!”
치잇. “알았소!”
강찬의 무전 뒤에 대원들이 빠르게 헬기로 움직였다.
“강찬 씨. 가장 큰 적이던 다윗의 별을 해결했습니다. 그렇더라도 남은 일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중국으로 돌아가는 대로 연락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양범이 악수를 원하는 것처럼 손을 내밀어서 강찬은 오른손을 들어 보였다.
지그펠트의 피가 굳어서 끈적끈적해져 있었는데 양범은 주저치 않고 그런 강찬의 손을 잡았다.
“새로운 정보 세계의 질서가 창조되는 날입니다. 그런 자리에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이런 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강찬은 피식하는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여주고 헬기로 움직였다.
석강호와 곽철호가 헬기의 앞에 대기하고 있다가 강찬이 오르자 바로 올라탔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뒤뚱대는 모양새로 헬기가 하늘로 올랐다.
강한 바람을 맞는 양범의 시선 앞에서 말이다.
***
황병산 공수특전여단 동계 훈련장.
문재현과 고건우, 전대극, 김형정, 707대원들, 국가정보원 대테러 팀 요원들이 긴장한 얼굴로 대기하고 있었다.
문재현이 김형정을 돌아보았다.
“5분 내로 도착 예정입니다.”
벌써 몇 번이나 답을 했는지 모른다.
문재현은 평소의 그답지 않게 1분에 한 번씩 김형정을 돌아보고 있었다.
UDT에서 강찬과 대원들을 인계받아 헬기에 옮겨탔다는 보고, 그리고 이동 중이라는 보고, 마지막은 5분 내 도착이라는 보고가 있었다.
이걸 김형정은 스무 번쯤 반복했다.
문재현이 왜 그걸 모르겠나.
대통령은 묵직해야 한다.
하늘에서 내려보고 있을 순국선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조바심이 나는 걸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사람 미칠 노릇인 거다.
‘혹시 헬리콥터가……?’
별 더럽고 치사한 생각마저 든다.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대한민국을 일으킨 인재다.
필요하다면, 할 수만 있다면 대통령 자리라도 넙죽 건네주어야 할 대한민국의 인물.
지금껏 죽을 곳을 찾아다니게 해놓고 너무 뻔뻔한 생각을 하는 건지는 몰라도, 그를 앞에 두고 보아야만 마음이 놓일 것 같은 조바심이 문재현의 속을 자꾸만 조급하게 만들었다.
힐끔.
“이제 한 4분쯤…….”
김형정이 반사적으로 답을 하는 순간이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멀리서 헬리콥터의 소리와 함께 붉은 점멸등과 라이트가 보였다.
감정을 과하게 보이면 안 된다.
문재현은 얼른 얼굴을 손으로 문질렀다.
잠시 후,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헬리콥터가 훈련장 앞의 착륙장에 천천히 내려섰다.
거친 바람이 문재현의 머리칼과 옷을 사정없이 흔들었는데도 그는 변함없이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시선 앞에서 강찬이 내려서고 있었다.
지친 얼굴, 그러나 번들거리는 눈동자.
거친 싸움을 마치고 돌아온 야수의 얼굴을 한 강찬이 헬기에서 내려 문재현에게 걸어왔다.
강찬이 다가와 고개를 숙였을 때,
“부원장…….”
문재현은 붉어진 눈으로 강찬의 손을 잡고는 목멘 한 마디 외엔 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